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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와 나의 차이는 어디에서 오는가

  • 김현미 동아일보 출판팀 팀장 khmzip@donga.com

너와 나의 차이는 어디에서 오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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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화면을 보여준 뒤 피실험자에게 자신이 본 것을 기억해보라고 하면, 미국과 일본 학생 모두 초점이 되는 물고기를 언급하는 건 같은데, 일본 학생이 배경 요소들을 훨씬 많이 기억해낸다. 즉 일본 학생은 “음, 연못처럼 보였어요”라고 전체 맥락을 언급하면서 시작하고, 미국 학생은 “송어 같은데 큰 물고기가 왼쪽으로 움직였어요”처럼 초점이 되는 물고기 자체를 먼저 언급하는 식이다.

두 번째 실험에서는 애니메이션의 사물은 같으나 배경을 달리해 보여주고 기억하는 정도를 측정했다. 미국 학생들은 배경에 관계없이 사물을 찾아내지만, 일본 학생은 원래의 배경과 함께 제시될 경우에만 정확히 기억하는 경향을 보였다. 동양식 사고는 개별 사물을 주변 배경에 고착해 기억하는 반면, 서양식 사고는 개별 사물을 주변 환경에서 떼어내어 기억하는 것을 보여준다. 이것이 전체를 보는 동양과 부분을 보는 서양의 차이다.

범주를 중시하는 서양과 관계를 중시하는 동양의 차이를 보여주는 실험도 있다. 미국과 중국의 아이들에게 닭, 소, 풀을 보여주고 그중 2개를 하나로 묶어 보라고 하면, 미국 어린이는 동물과 식물의 분류체계에 따라 소와 닭을 하나로 묶지만, 중국 어린이는 ‘소가 풀을 먹는다’는 관계적 이유를 들어 소와 풀을 하나로 묶는다.

사용하는 언어와 관련한 흥미로운 차이도 발견된다. 동양의 언어는 맥락을 중시하고 서양의 언어는 행위자를 우선한다. 상대에게 차를 더 권할 때 중국식 어법은 “더 마실래(Drink more)?”지만 미국인은 “차 더 할래(More tea)?”라고 한다. 중국인은 이미 ‘차’를 마시는 상황인데 굳이 ‘tea’를 반복해서 말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고, 미국인은 차를 ‘마시고’ 있기 때문에 ‘drink’를 포함시킬 필요가 없다고 느낀다.

동양과 서양, 누가 옳은가?



‘생각의 지도’는 이런 수많은 실험과 실생활의 사례들을 통해 동양과 서양이 어떻게 다른지를 가려내는 데 그치지 않는다. 저자는 책의 마지막 장에서 ‘동양과 서양, 누가 옳은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물론 니스벳 교수는 옳고 그름의 경쟁에서 승자가 있는 것이 아니라 동서양의 차이가 수렴될 것이라는 기대로 결론을 맺는다.

이미 서양인은 명상, 요가, 침술 같은 동양적인 것에 점점 더 매력을 느끼고 있으며, 동양인 역시 서양식 자본주의와 민주주의 체계를 받아들이면서 점점 더 서구화하고 있다. 1980년대 중반 중국 어머니들에게 ‘자녀에게 제일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물으면 ‘원만한 인간관계를 맺는 능력’이라는 답이 가장 많았지만, 10년이 지난 뒤 같은 질문을 했을 땐 ‘독립성을 가지고 이 세상에서 앞서가는 것’이라는 대답이 월등하게 많았다. 이것은 미국 어머니들의 태도와 동일하다. 이처럼 동서양의 차이는 오래전부터 무너지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어느 하나가 다른 한쪽을 흡수하는 형태가 아니라 두 문화가 서로의 문화를 수용해 중간쯤에서 수렴될 것이라고 니스벳 교수는 ‘문화 차의 미래’를 예측한다.

지난 달 ‘그 남자의 뇌, 그 여자의 뇌’를 읽으며 남녀의 근본적인 차이가 무엇인지 생각하면서, 문득 ‘동양과 서양, 세상을 바라보는 서로 다른 시선-생각의 지도’가 떠올라 출간된 지 여러 해가 지난 이 책을 오랜만에 다시 꺼내들었다. 남녀의 차이와 동서양의 차이 중 어느 쪽의 차이가 더 클까? 새로운 궁금증이 생긴다.

신동아 2007년 8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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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미 동아일보 출판팀 팀장 khmzi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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