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신동아 로고

통합검색 전체메뉴열기

농부 김광화의 사람 공부, 이웃 이야기 8

“빛나는 아이들아, 자뻑과 남뻑의 뿌리를 내려라!”

  • 김광화 농부 flowingsky@naver.com

“빛나는 아이들아, 자뻑과 남뻑의 뿌리를 내려라!”

2/5
‘자뻑’에서 ‘남뻑’으로

“빛나는 아이들아, 자뻑과 남뻑의 뿌리를 내려라!”

명지 품에 안겨 사과를 먹는 하늘이. 둘 사이가 엄마와 딸처럼 자연스럽다.

이렇게 아이들 이야기를 들으니 저절로 교육이 되고 또 안심이 된다. 그리고 우리 집만의 독특한 뒷간 구조에 대해 설명하고는 모내기 준비에 들어갔다. 손모내기를 하자면 먼저 못자리에 모를 뽑고 한 움큼씩 모춤을 묶어야 한다. 언제나 시작이 중요하다. 논에 들어가보는 그 첫 시작. 논흙은 느낌이 특이하다. 자신이 있다는 아이부터 먼저 논에 들어간다.

“어, 느낌이 이상해. 이런 느낌 처음이야!”

일하는 게 아니라 그야말로 논 체험이다. 발바닥 느낌도, 몸의 중심도 아주 색다를 수밖에. 아이들이 모두 논에 발을 담그자, 아내가 지금부터 할 일이 무언지 설명을 했다. 아이들은 못자리에 둘러서서 모를 뽑고 그걸 묶어 모춤을 만들었다. 묶은 모춤을 넓은 논에 듬성듬성 던져 넣고 일과를 끝냈다.

저녁을 먹고는 자기 소개와 ‘자기 사랑’에 대한 주제 발표와 토론을 했다. 이 부분은 내가 진행을 맡았다. 마루방에 우르르 둘러앉아 눈을 반짝이는 올망졸망한 아이들을 보니 가슴이 다 떨린다.



되도록 아이들 말로 풀어 나갔다. ‘자기 사랑’과 관련해서 아이들이 인터넷에서 자주 쓰는 말이 ‘자뻑’이다. ‘자신에 대해 뻑간다.’ ‘뻑간다’는 ‘자신에게 도취한다’는 뜻이다. 말하자면 자뻑은 아이들이 성장하면서 느끼는 황홀한 기쁨이다.

‘아, 내가 이걸 다 하다니! 음, 나도 할 수 있구나! 역시 나는 훌륭해!’ 그러니까 단순한 자기 자랑과는 조금 다르다. 남과 견주는 자랑이나 남을 무시하는 교만함이 아니다. 자신을 믿고, 자기 성장에 감탄하는 그런 기분. 자뻑은 나르시시즘과도 다르다. 나르시시즘이 병적인 자기 사랑이라면 자뻑은 건강한 자기 사랑이 아닐까 싶다. 자신이 성장하면서 느끼는 기쁨, 자기 존중감, 자기 충만감의 뿌리들.

내 생각과 달리 아이들에게서 자뻑을 끌어내는 게 쉽지 않았다. 아이들이 쏟아내는 이야기를 종합해보니 학교에서 받았던 경쟁교육과 따돌림의 영향이 컸다. 시험을 치고 나서 열 문제 가운데 아홉 문제를 맞히면 칭찬을 받는 게 아니라 틀린 한 문제로 지적을 받고 심지어 틀린 만큼 매를 맞은 아이도 있단다. 또 또래 사이에서 자뻑을 하다가는 자칫 따돌림을 당하기 십상이라 한다.

그렇게 공감대가 이뤄지면서 한두 명이 자뻑을 시작하니 차츰 분위기가 살아나고 다른 아이들도 조심스럽게 자신감을 내비치며 자뻑을 한다. 빙 둘러가며 아이들이 하는 자뻑을 들으면서 서로 이해하는 시간을 가졌다.

그러면서 자뻑을 넘어 ‘남뻑’을 해보자 했다. 남뻑은 남에 대해서도 취하는 것이라고 즉석에서 말을 만들었다. 자신에게 취할수록 남에 대해서도 취할 수 있어야 하지 않겠나. 혼자만 잘나서는 결코 잘난 게 아니다. 내가 잘나듯 내 식구도, 내 친구도, 내 이웃도 잘나야 진정한 자뻑이 된다고 했다.

아이들은 자뻑보다 남뻑을 더 잘한다. 한 사람을 놓고 그 자리에 둘러앉은 사람 모두가 그 한 사람에게 좋았던 점을 이야기했다. 그랬더니 분위기가 한결 고조된다. 무엇보다 본인은 본인도 모르던 자기 장점을 알게 된다. 여러 사람에게서 남뻑을 받아보는 건 아마 잊을 수 없는 추억이 되지 않을까.

우리 집에 있는 동안은 모두가 우리 식구다. 우리 방식대로 하루를 지낸다. 우리는 일하고 나서 배가 고프면 밥을 먹는다. 이튿날 일어나 먼저 태극권으로 간단히 몸풀기 운동부터 했다. 그리고 논으로 갔다. 논둑에서 아내가 모내기를 어떻게 하는지를 설명했다. 어제 한번 논에 들어가본 경험이 있어서인지 아이들은 논에 쉽게 적응했다. 모내기가 처음인 아이들은 서투르기 짝이 없지만 제 딴에는 모두 열심이다. 자기 몸 하나도 제대로 추스르지 못해 넘어질 듯 휘청휘청하는 아이도 열심히 해보려 한다.

한 사람이 하는 속도는 느리지만 워낙 여럿이다 보니 그래도 진도가 나간다. 논이 좁고 길어 사람이 우르르 들어서니 사람 반 모 반이라는 느낌이 들 정도다. 그렇게 두 시간 모내기를 하고 아침을 먹었다. 다시 논으로 내려와 모내기를 하고 아이들 집중도가 떨어질 때쯤 끝냈다.

사람 반, 모 반

“빛나는 아이들아, 자뻑과 남뻑의 뿌리를 내려라!”

식사 준비를 하면서 밝게 웃는 현빈, 동영, 상상이. 그러나 설거지할 때는 서로 다투기도 했다.

점심을 먹고, ‘평화로운 출산’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자 경미씨네로 갔다. 이 집은 우리 집에서 산길로 1km를 올라가야 한다. 산책 삼아 걷기 좋은 거리다. 나이 어린 친구들은 오르막 산길인데도 먼저 뛰어가 그 집 마당에서 신나게 논다.

어디서 이야기를 나눌까 하다가 경미씨가 채연이를 낳았던 방에서 하기로 했다. 세 평 남짓 작은 방인데도 어른 아이 다 해서 열댓 사람이 앉을 수 있었다. 경미씨는 캠프에 온 아이들에게 자신이 어떻게 태어났는지를 먼저 물었다. 부모가 꾼 태몽과 자신이 태어난 과정을 잘 아는 아이들도 있었지만 어디서 어찌 태어났는지를 모르는 아이도 있었다. 그렇게 분위기가 잡히자 경미씨가 집에서 아이 낳은 이야기를 했다. 여자애들은 물론 남자애들도 관심을 가지고 들었다. 저희들도 이 다음에 부모가 될 테니까….

2/5
김광화 농부 flowingsky@naver.com
목록 닫기

“빛나는 아이들아, 자뻑과 남뻑의 뿌리를 내려라!”

댓글 창 닫기

2020/02Opinion Leader Magazine

오피니언 리더 매거진 표지

오피니언 리더를 위한
시사월간지. 분석, 정보,
교양, 재미의 보물창고

목차보기구독신청이번 호 구입하기

지면보기 서비스는 유료 서비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