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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 신데렐라’ 데릴사위들의 꿈과 절망

“아들 같은 사위? 머슴, 액세서리, 종마(種馬) 신세도…”

  • 최호열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honeypapa@donga.com

‘남자 신데렐라’ 데릴사위들의 꿈과 절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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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가살이≠데릴사위

‘남자 신데렐라’ 데릴사위들의 꿈과 절망
실제로 처가에 들어가 살거나 처가 근처에 살면서 이런저런 도움을 받는 가정이 급격히 늘었다. 통계청의 2006년 사회통계조사를 보면 전체 10가구 중 4가구가 부모를 모시고 사는데, 이 중 장남과의 동거는 2002년 24.6%에서 4년 만에 21.8%로 하락했다. 반면 딸과 사위가 모시고 사는 비율은 3.6%에서 5.7%로 늘어났다. 아내 동기(同氣)와의 유대감도 높아 처가 중심으로 가족관계가 재편되는 경향이 뚜렷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이야기다. ‘겉보리 서말이어도 처가살이하랴’는 속담도 요즘 시대엔 통용되지 않는 모양이다. 이화여대 함인희 교수(사회학)는 “딸이 아들보다 부모와 정서적으로 가깝고, 남자들도 영악해져 가사와 육아는 물론 주택 문제까지 ‘원스톱’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물론 처가살이를 한다고 다 데릴사위라고 말할 수는 없다. 처가살이를 하는 사람들 중에는 자신을 데릴사위로 보는 것에 화를 내는 사람도 있다. 처가살이를 하고 있는 유인혁(37)씨는 “데릴사위는 결혼 전제부터 종속적인 관계라고 할 수 있지만 처가살이는 그렇지 않다. 처가의 도움을 받기는 하지만 그건 선택이지 결혼의 필수조건이나 전제가 아니다. 사위에게 언제든 도움을 거부할 권리가 있기에 사위와 처가가 대등한 관계”라고 차이점을 강조했다.

그렇다면 데릴사위의 정확한 의미는 무엇일까. 국어사전에는 ‘처가에서 데리고 사는 사위’라고 되어 있다. 처가에 종속돼 있다는 뜻을 내포하고 있다. 데릴사위의 역사를 살펴보면 고려시대까지 사위양자(서양자, 壻養子)라는 게 있었다. 집안에 딸만 있는 경우 가계 계승을 위해 사위를 맞으면서 양자 노릇을 하도록 한 것이다. 그런데 조선시대에 들어서면서 부계혈연의 가계 계승만 인정해 ‘사위는 사위일 뿐’이 됐다. 같은 성씨의 혈족에서 양자를 입적해 가계를 계승하는 한편, 사위는 가사를 돌보게 했다. 이게 솔서(率壻)혼이다.

한국엔 데릴사위가 드문 반면 일본에는 흔하다. 결혼하는 남성 10명 중 1명꼴로 데릴사위일 정도다. 가업을 중시하기 때문에 아들이 없거나 시원찮으면 데릴사위가 처가의 성으로 바꾸고 일과 재산을 물려받는다. 죽어서도 처가의 묘지에 묻힌다고 한다.



일본 마쓰이증권의 마쓰이 미치오 사장은 1987년 마쓰이증권 사장의 외동딸과 결혼하면서 데릴사위가 됐다. 그는 평범한 샐러리맨에서 일본 증권업계에 돌풍을 일으킨 주인공으로 급성장해 눈길을 끌었다. 다나카 나오키 자민당 참의원도 데릴사위로 성공한 사례다. 원래 성이 ‘스즈키’였던 그는 1969년 다나카 마키코 전 일본 외무장관과 결혼하면서 다나카 가쿠에이 전 총리의 데릴사위가 됐다.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의 아버지 역시 데릴사위가 되면서 ‘고이즈미’로 성을 바꿨다.

한국에서도 법적으로 데릴사위가 가능하다. 민법에 ‘서양자’와 비슷한 ‘입부혼(入夫婚)’제 규정이 있다. 민법 826조 3항에 ‘처(妻)는 부(夫)에 입적한다. 그러나 처가 친가의 호주 또는 호주 승계인인 때에는 부가 처의 가(家)에 입적할 수 있다. 전항 단서의 경우에 부부간의 자(子)는 모(母)의 성과 본을 따르고 모의 가에 입적한다’고 되어 있다. 이 조항은 2005년 8월31일 삭제됐지만, 호주제가 폐지되는 올해 12월31일까지는 유효하다.

대법원 사법연감통계자료에 따르면 남편이 처가의 호적으로 들어간 경우는 2002년 12건, 2003년 197건, 2004년 64건, 2005년 75건에 불과했다. 해마다 평균 32만쌍이 결혼하는 것에 비하면 없다고 봐도 될 정도이지만 분명 존재한다.

데릴사위로 처가에 입적한 경우와, 그렇지는 않더라도 단순한 처가살이를 넘어 처가의 가업을 이어받아 장자 노릇을 하는 경우로 한정시켜 이들의 명(明)과 암(暗)을 취재했다.

처가의 가업을 이어받은 대표적인 사례로는 고(故) 이양구 동양오리온 회장의 두 딸과 결혼한 현재현 동양그룹 회장과 담철곤 오리온그룹 회장을 들 수 있다. 딸만 둘을 둔 LG그룹 구본무 회장은 혈족에서 양자를 들였으니 맏사위인 윤관 블루런벤처스 사장 역시 조선시대 의미의 데릴사위라고 할 만하지만, 그는 처가의 가업인 LG그룹과는 무관한 길을 가고 있다.

처가 일에 전념하라

데릴사위를 원하는 사람들은 왜 데릴사위를 얻으려 하는 것일까. 그리고 어떤 사윗감을 원할까. 선우, 비에나래, 듀오, 에스노블, 방배결혼연구소 등 상류층 자제와 전문직 종사자들의 결혼을 주로 주선하는 것으로 알려진 결혼정보회사들의 도움을 얻어 당사자들을 전화, 서면 또는 직접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비에나래 이경 실장은 “데릴사위를 얻으려는 사람은 대부분 똑똑한 사윗감을 원한다”고 했다. 자신이 힘들게 축적한 재산을 제대로 보존하고 키워야 하기 때문이다. 또한 처가 일에 전념할 수 있도록 상대적으로 본가에 신경을 덜 써도 되는, 형제가 많은 평범한 집안의 차남이나 막내를 선호한다고 했다.

“내가 평생 일군 게 딱 두 가지 있다. 남부럽지 않은 재산과 딸 하나다. 솔직히 딸이 재산을 잘 관리할 수 있을지 불안하다. 딸을 행복하게 해줄 남자를 만날지도 걱정이고. 이 둘을 책임져줄 사위였으면 좋겠다. 나로서도 아들 하나 더 얻는다는 느낌을 줄 수 있는 사위였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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