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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아 ‘대기업 부장學’ 기사에 답한다

“사람경영으로 돌아가라! 제너럴리스트를 응원하라!”

  • 조명암 한국응원경영연구소장 macho613@paran.com

신동아 ‘대기업 부장學’ 기사에 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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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아 ‘대기업 부장學’ 기사에 답한다

한국 기업에서 부장은 분야별 전문가라기보다 전체를 파악하는 사장에 가깝다.

이와 같은 현상이 한국에서도 일어났다. 한국식 경영의 핵심은 도요타와 같은 사람 중심 경영이다. 그 핵심을 무시하고 서구의 기법과 시스템만 도입했으니 결과적으로 ‘흔들리는 직장인’이 양산될 수밖에 없었다(이와 관련, 삼성그룹 창립자인 이병철 회장의 경영관을 담은 ‘기업은 사람이다’를 참고).

여기서 잠깐, 한국 조직에서 부장의 지위에 올라 있는 사람들은 과연 어떤 사람들인지 살펴보자.

쭛쭛물산 전략기획팀의 김 아무개 부장. 그는 회사에 들어와 온갖 풍상을 참고 견디며 피땀 흘려 비로소 부장의 자리까지 올랐다. 나이는 인생의 황금기인 40대 후반. 그의 머리엔 그동안 쌓아온 경험과 순환보직을 거치며 획득한 업무지식과 경영에 대한 노하우가 비축돼 있다. 불타는 열정과 의욕으로 직장생활의 진수를 느끼고 있다.

또한 지금 이 위치를 임원으로 갈 것인지, 아니면 그대로 주저앉을 것인지 가르는 승부처로 인식하고 있다. 도전하고 싶은 열정이 불타고 있으며, 경영진이 그의 가슴에 불을 붙이고 날개를 달아주길 간절히 바라고 있다.

그는 매일 아침, 저녁으로 팀원들과 얼굴을 맞대고 업무를 파악한다. 모든 업무가 그를 중심으로 이뤄지고, 그의 일거수일투족이 팀원들에게 그대로 투영되는 것이다. 그는 그의 팀에서 일어나는 크고 작은 실무의 최종 책임자이고 상담자이며 협력자이자 지원자다.



팀원에 대한 파악은 완벽에 가깝다. 팀원들이 자기계발서 한 권 읽는 것보다 김 부장의 따뜻한 말 한마디에 더 큰 영향을 받는다는 것을 그 자신이 더 잘 알고 있다. 그는 팀원들 미래의 자화상이자 성공모델로 자리잡고 있다.

한편 그는 한 가정의 가장으로서 경제적 책임을 다하고, 아버지로서 위엄을 지키며 자녀 교육에 전념하고 있다. 본인 스스로 미래에 대해서 말하지 않아도 어떤 위치에 있는지 잘 알고 있다.

미국인은 알 수 없는 GM

이처럼 부장이라는 직위는 한국에서 인정된 자리다. 한 기업의 부장이나 지점장이라고 하면 누구나 그 사람이 어떤 일을 하고 직장에서 일한 경력은 얼마나 됐으며 사회적으로 어떤 지위를 누리고 있는지 알 수 있는, 한마디로 공인된 자리다. 그런데 지금 바로 그 부장의 자리가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왜 ‘부장 흔들기’ 현상이 생겨났을까. 우선 1997년 외환위기 상황으로 되돌아가보자. 당시 외환위기가 발생하자 너도 나도 기업의 체질개선을 이야기했고, 외국에서 들어온 소위 선진 경영기법과 전략으로 무장했다는 전문가들이 우리 기업과 단위 조직에 대해 강력한 구조조정의 칼날을 휘두르기 시작했다.

그 칼날에 가장 심한 타격을 입은 사람들이 바로 지점장, 부장, 팀장이라 불리던 단위 조직의 장들이었다. 이 직책을 과거에 영문으로 번역하자니 가장 적당한 것이 ‘General Manager(GM)’였다.

그런데 이 용어가 미국인에게는 납득이 가지 않았다. GM이란 미국 회사에서는 좀처럼 찾아볼 수 없는 직책이고 지위였기 때문이다. 미국식 기법에 매달린 CEO는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마침 부장(GM)을 맡고 있는 사람들의 연령이 40~50대였고 인건비가 가장 많이 들어갔다. 게다가 숫자도 많아 구조조정의 대상으로 안성맞춤이었다. 부하 직원들의 처지에서는 부장 한 명이 퇴출되면 그만큼 자기가 차지할 자리가 생기니 반대하지 않았고, 노동조합에서도 쉽게 동의해 주었다.

그 결과 단기적인 경비축소로 주가가 상승했고, 이것이 스톡옵션에 영향을 주어 CEO에게 막대한 이익을 가져다주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언제나 퇴출 1순위로 낙인찍히는 부장들의 입지는 크게 흔들릴 수밖에 없었고, 내몰린 당사자는 억울하지만 세상이 변하니 할 수 없다고 체념하고 말았다.

영어식 개념으로 이해할 수 없으니 인정할 수 없다는 논리로 일어난 일대 희극이자 비극이었다. 우리나라의 대표적 과일인 배와 서양의 배는 그 모양과 맛이 전혀 다르다. 그런데 영어로는 똑같이 ‘pear’다. 그러니 한국의 배를 두고 ‘pear’라고 하면 미국 사람들 머릿속에는 본래의 한국 배와는 전혀 다른 이미지가 떠오른다.

이처럼 실물이 존재하는 것도 영어로 옮기는 과정에서 이미지의 굴곡이 일어나는데, 하물며 ‘General Manager’라는 실물이 존재하지 않는 개념에 있어서랴. 한국 현실 속 부장의 실체와 미국 사람들 머릿속에 그려진 GM의 이미지 사이에 차이가 클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바로 여기서부터 단추가 잘못 끼워졌다. 그들은 원인을 분석하면서 한국 경제개발의 동력이 됐던 한국인의 힘과 장점을 인정하지 않았다. 그러고는 종합하고 통합하는 힘에 중심을 두고 이룩한 전통적인 한국 조직문화와 조직운영 방식이 마치 외환위기를 불러온 이유인 양 속단했다.

그들은 서구의 개인주의, 성과주의, 단기 업적주의에 바탕을 둔 전문가(Specialist)만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것처럼 몰아갔다. 청와대까지 찾아가 선진기법을 전수하겠다고 다짐한 외국계 경영진은 한국의 조직문화에서 꼭 필요한 GM의 개념을 이해하지 못한 채 BM(Branch Manager)으로 바꾸어 그 역할과 기능을 과거 GM과 다른 시스템으로 만들어버렸다. 그리고 그러한 기류가 지금까지 우리나라 기업과 사회의 트렌드로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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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명암 한국응원경영연구소장 macho613@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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