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와 닮은꼴 시장
임계치를 넘어선 온난화는 되돌릴 수 없듯이 시장의 변화를 뒤늦게 파악한 뒤에는 기회가 없다. 이제부터라도 변화의 조짐을 살펴보자. 우선 주식시장의 변화다. 7월12일 코스피지수는 1909.75. 지난 1980년 100으로 시작한 코스피지수는 1989년, 1994년, 2000년, 2002년 등 수차례에 걸쳐 ‘지수 1000’까지 갔다가 번번이 주저앉았다. 지난 20여 년 동안 지수 1000을 정점으로 지루한 박스권 장세가 계속된 것이다. 그러나 2005년 7월 지수 1000을 가뿐히 돌파한 이후 꾸준히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우며 상승했고, 이제 지수 2000을 눈앞에 뒀다.
지금까지 본 적 없는 지수에 투자자들은 당황하고 있다. 과거 경험을 떠올리며 ‘이쯤 해서 조정을 보일 것’이라며 주식시장을 빠져나온 투자자들은 계속 오르는 지수를 그저 멍하게 쳐다볼 따름이다.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자산시장의 미래를 내다보는 방법 중 하나가 과거의 역사를 되돌아보는 것이다. 역사가 미래를 비추는 거울이기 때문이다. 특히 우리보다 앞선 미국과 일본 시장의 변화를 통해 우리의 미래를 가늠해볼 수 있을 것이다.
1980년대 초 미국 증시는 지금 우리 시장과 상당히 닮아 있다. 미국 주가(Dow Jones industrial average)는 1960년대부터 1982년까지 박스권 등락을 보이다가 이후 상승세로 돌아서 1995년 이후 급등했다. 1979년 839포인트에서 1989년 2753포인트를 넘어 1999년 1만1497포인트까지 상승했다. 1990년대에만 4배 이상 급등했으며 무려 18년 동안 호황 장세를 구가했다.
일본도 1980년대 들어 주가가 대폭 상승하는 경험을 했다. 1970년대부터 1982년까지 점진적으로 상승하던 일본 주가(Nikkei225)는 10년 만에 6배 가까이 급등했다. 1979년 6569포인트에서 1982년 8017포인트까지 조금씩 오르다가 1989년 무려 3만8916포인트까지 급등했다.
미국과 일본의 공통된 주가상승 원인을 몇 가지로 분석할 수 있다. 첫째, 경제가 견조(堅調·주가가 높은 상태에서 계속 머물러 있는 것) 상승을 보였다. 미국의 경우 1982년과 91년 각각 일시적인 마이너스 성장을 보였지만 1980년대부터 90년대까지 전체적으로 3.1%대의 안정 성장을 지속했다. 특히 1990년대 들어 10년 이상 장기 호황을 보이며 신경제 논의가 부상하기도 했다.
일본은 1960년대 10%대 고도 성장에서 1970~80년대 4% 내외로 비록 낮아지긴 했지만 견조 경제성장이 이어졌다. 1980년대 후반 들어서는 경제성장률이 다시 상승하기도 했다. 일본의 경우 저성장 시기에 주가가 오히려 올랐다. 이는 경제성장 기울기보다는 경기 진폭이 작은 안정적인 성장이 더 중요하다는 점을 시사한다.
선순환 구조
둘째, 저금리에 따른 주식시장으로의 자금 이동이다. 미국은 1970년대부터 81년까지 20% 가까이 금리가 올랐다가 이후 물가 안정에 따라 하락했다. 1980년대 초 폴 보커 연방제도준비이사회(FRB) 의장은 저금리 정책 기조로 바꾸면서 금리 하락에 힘을 보탰다.
고금리 때는 가계 금융자산의 60%까지 예금에 몰렸지만, 지금은 70~80%가 주식 펀드와 같은 투자상품으로 옮겨갔다. 게다가 경제발달에 따른 소득증가와 부의 축적 등으로 유동성이 급속하게 증가했다.
일본도 1980년 9%이던 공정금리가 1989년 2.5%까지 지속적으로 하락했다. 가계 금융자산도 1980년대 들어 크게 증가했는데 1979년 310조엔이던 것이 89년엔 893조엔으로 크게 늘었다.
셋째, 같은 시기 간접투자 시장이 확산되면서 금융산업의 축이 자산운용업으로 이동했다. 미국의 경우 1980년부터 94년까지 뮤추얼 펀드가 1180억달러에서 1조8000억달러로 늘어났으며 연기금도 8590억달러에서 4조5700억달러로 증가했다. 주가가 올라 뮤추얼 펀드와 연기금으로 돈이 몰리고 이들이 다시 주가를 끌어올리는 선순환 구조였다. 일본은 베이비붐 세대의 자산증식 활동 등으로 자산운용회사의 주식투자 비중이 1980년대 중반부터 90년대 초까지 크게 증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