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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보다 드라마틱한 ‘강남엄마 따라잡기’ 현장

“에이,‘타워’(타워팰리스) 사는데 기본(50만원)은 했어야지…”

  • 김순희 자유기고가 wwwtopic@hanmail.net

드라마보다 드라마틱한 ‘강남엄마 따라잡기’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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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식 교육에 목숨 거는 허세, 자존심의 경연장
  • 월급쟁이가 주류인 ‘대전족’ (대치동 전세족)
  • “기죽기 싫어 해외유학 보낸다”
  • 교사 호출 받으면 봉투 준비
  • 학원 관련 정보는 공유 거부
  • 돈보다 자존심 때문에 고소사건 잦아
  • ‘학원 쇼핑족’ 자녀 성적 변변찮다
드라마보다 드라마틱한 ‘강남엄마 따라잡기’ 현장
SBS월화드라마 ‘강남엄마 따라잡기’. 드라마 제목치고는 ‘섹시’하다 못해 자극적이다. 사회적으로 민감한 사안을 다룬 이 드라마는 일단 많은 사람의 눈길을 끄는 데는 성공했다. 드라마 내용의 사실 여부를 떠나 사교육 실태와 공교육의 문제점 등이 논란을 일으키고 있기 때문이다. 드라마 ‘강남엄마 따라잡기’의 무대는 서울 ‘강남’ 중에서도 대한민국 ‘교육 특구’인 대치동이다.

“아빠의 경제력과 엄마의 정보력이 일류대 보낸다는 얘기도 못 들어봤어?”

“강남아파트에선 돈 자랑하지 말고, ○○아파트에선 학벌 자랑 말고, ○○아파트에선 권력 자랑하지 말란 말이 있어.”

드라마 대사 중 일부다. 드라마 속 이야기는 현실과 맞아떨어지는 부분도 있고 그 반대인 경우도 있다. 돈 자랑하지 말라는 강남엔 부자도 많지만, 오로지 자식 교육만을 위해 전 재산을 털어 대치동에 전세 사는 사람도 적지 않다. 이들을 일명 ‘대전파’라 한다. ‘대치동 전세족’이라는 뜻이다. ‘대전파’에는 당연히 의사와 변호사 같은 전문직 종사자보다 월급쟁이가 많다는 것. 월수입의 50%에서 많게는 70~80%를 자녀 학원비에 쏟아 부으며 자녀교육에 다걸기 한다. 그러니 이들의 삶의 질은 크게 떨어진다.

지난 2월 대치동에 둥지를 튼 김모(42)씨. 전업주부인 김씨는 요즘 드라마 ‘강남엄마 따라잡기’를 보면서 한숨을 내쉰다. ‘아, 맞다. 맞아. 이 동네 아줌마랑 어울리지 못하고 마치 물과 기름처럼 섞이지 못한 채 속상해하면서 살아가는 내 꼴하고 어쩜 저리 똑같을까.’ 지방의 한 광역시에서 이사 온 그는 자신이 어느 도시에서 이사왔는지 밝히지 말아달라고 부탁했다. 대치동 아줌마 중 누군가가 이 기사를 보고 ‘아, 누구 엄마!’ 하고 눈치챌까봐 두렵다는 것. 아줌마들 입에 오르내려 득 될 게 하나도 없다는 것이다.



김씨는 대치동에 ‘입성’하기 전까지 목에 힘깨나 주고 산 사람이다. 중학교 1학년, 초등학교 4학년인 남매가 최상위권 성적을 유지했고 대기업에 다니는 남편과 50평형 아파트에서 남부럽지 않게 살았다. 동네 아줌마들이 알게 모르게 김씨를 시샘했다.

“나, 대치동으로 이사 가요”

남편이 서울 강남으로 발령받았다는 소식을 듣고 어디에 집을 구해야 하나 고민하던 김씨는 자녀 교육을 생각해 대치동행을 결정했다. 동네 아줌마들에게 “나, 대치동으로 이사 가요” 하는 허세도 대치동으로 발길을 돌리게 하는 데 한몫했다.

김씨가 너른 집을 팔고 손에 쥔 돈은 2억9300만원. 그런데 그 돈으로는 대치동에서 ‘쓸 만한’ 전셋집조차 구하기가 쉽지 않았다. 그는 3억1000만원을 들여 낡은 아파트 35평형을 얻었다. ‘뭐, 대치동이 별건가?’ 하고 생각했던 김씨는 요즘 심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자녀의 성적 못지않게 아줌마들 모임에 끼지 못하는 소외감 탓이다. 전업주부인 그와 어울리는 사람이라곤 고작 자신과 같은 처지에 놓인 몇몇 전학생의 어머니다.

동병상련의 아픔을 가진 아줌마들끼리 만나면 신세를 한탄하기도 하고 각자 발굴(?)한 학원 정보를 나누기도 한다. 김씨와 같은 고민을 안고 사는 주부는 대치동에서 쉽게 찾을 수 있다. 삶의 질도 떨어지고 아이의 성적이 기대치에 훨씬 못 미치자 김씨는 대치동으로 이사 온 것을 후회하고 있다.

김씨와 정반대의 경우도 있다. “대치동이 뭐 별건가요?” 지방 대도시(역시 지역명을 밝히지 말라고 신신당부했다. 김씨와 같은 이유에서다)에서 지난 1월 대치동으로 이사 온 이모(44)씨. 그는 ‘본류’ 대치동 엄마들보다 더 씩씩하고 당당하다. 앞서 언급한 김씨와는 달리 이씨를 끼워주겠다고 하는 학부모 모임이 많다. 그는 대치동에 첫발을 내디딘 여느 엄마들과는 달리 자신이 마음에 드는 모임을 골라잡을 수 있는 ‘선택권’도 갖고 있다.

“저렴한 가격에 질 좋은 교사”

이씨가 당당한 까닭과 대치동 아줌마들이 자신들의 ‘조직’에 이씨를 끼워주겠다고 한 이유는 간단하다. 올해 큰아들이 유명 특목고(역시 학교명 공개를 원치 않았다)에 합격했기 때문이다. 대치동이 아닌 지방에서, 그것도 일반전형이 아닌 특별전형으로 특목고에 자녀를 보낸 이씨는 “대치동은 최상위권 학생이 공부하기 좋은 여건을 갖춘 곳”이라고 주장한다.

“학원비요? 대치동에 이사 와서 훨씬 줄었어요. 학원비가 싸요. 지방에는 수준 높은 교사가 그리 많지 않거든요. 작년 중3 때 아이가 특목고 전형을 준비하면서 수학학원 2곳(한 곳은 내신과 선행학습 대비용, 나머지는 특목고 준비용)을 다녔는데 월 70만~90만원씩 지출했어요. 대치동에 와보니 지방의 최상위 수준에 달하는 선생님이 학원마다 ‘널려’ 있어요. 교사의 질은 뛰어난데 학원비는 25만~30만원이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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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순희 자유기고가 wwwtopic@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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