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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형수 전 국정원 국가정보관의 현장 분석

北 국제금융기구 가입 ‘산 넘어 산’ ADB(아시아개발은행) 최대주주 일본 반대가 암초

  • 장형수 한양대 교수·국제금융 hzang@hanyang.ac.kr

장형수 전 국정원 국가정보관의 현장 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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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형수 전 국정원 국가정보관의 현장 분석

2004년 5월 제주국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아시아개발은행(ADB) 연차총회.

오히려 관건은 미국 의회보다는 일본의 태도다. 일본 정부는 생사(生死)가 밝혀진 자국민 8명 외에도 추가로 5명이 북한에 의해 납치됐다는 의혹을 계속 제기하고 있고, 이 문제가 해결되기 전까지는 북한에 대한 테러지원국 지정이 해제되는 것을 강력히 반대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임기 내에 북핵 문제에서 외교적 성과를 목표로 하는 부시 행정부에 있어 북한 핵시설의 불능화는 최우선 조건에 해당한다. 이를 조기에 달성하기 위해, 분위기가 성숙되면 미국은 일본을 적극 설득할 가능성이 높다. 이 과정에서 미국은 북한을 테러지원국 리스트에서 삭제하더라도 북한이 국제금융기구에 실제로 가입해서 자금지원을 받기까지는 난관이 많다는 논리를 사용할 것으로 보인다. 국제금융기구 가입은 향후 6자회담에서 협상력을 유지할 수 있는 미국, 일본의 주요한 카드이기 때문이다.

이후 상황이 예상처럼 풀려 나가는 경우, 북한이 국제금융기구로부터의 차관 도입을 통해 국제사회에 복귀하려면 어떤 과정을 거쳐야 할까. 이제부터는 ‘테러지원국 지정 해제 이후의 상황’을 시나리오 형태로 예측해봄으로써, 북한의 국제금융기구 가입에 관한 오해와 진실을 밝히고자 한다. 상황전개 시나리오는 편의상 주로 일본과 북한의 가상적인 태도를 대비해 구성했다.

일본과 중국 상임이사의 격돌

북한은 미국의 테러지원국 지정 해제 직후 IMF에 가입 신청을 한다. 저개발국에 대한 저금리 차관을 가장 많이 공여하는 세계은행에 가입하려면 IMF 가입이 전제조건이기 때문. 세계은행은 우리에게 낯익은 IBRD(국제부흥개발은행)와 다소 생소한 IDA(국제개발협회)로 구성돼 있다. IBRD는 기본적으로 ‘은행’이기 때문에 차관 금리가 5~7% 수준이지만 저개발국이 국제금융시장에서 빌릴 수 있는 차입조건보다는 금리가 훨씬 낮다.



반면 IDA 차관은 이자가 없다. 0.5~1.0%의 취급수수료만 지급하면 상환기간 30~40년의 자금을 빌릴 수 있다. IDA 차관의 현재가치를 계산해보면 액수의 60~70%를 공짜로 주는 것과 같은 매우 양허(讓許)적인 조건이다. 한국이 북한에 보내는 ‘쌀 차관’ 지원보다도 좋은 조건이다. 이 때문에 세계은행의 차관은 북한에 상당히 매력적일 수밖에 없다.

IMF도 한국이 외환위기 당시 지원받았던 긴급차관제도 외에, 조금 까다롭기는 하지만 2~3%의 저금리로 빈곤국의 경제성장을 지원하기 위한 차관공여를 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IMF 가입과 함께 IBRD와 IDA에 동시 가입이 이루어지는 것이 관례다.

북한의 가입 신청을 받은 IMF는 이에 대한 심사를 상임이사회에 회부한다. IMF 상임이사회는 규정에 따라 북한 가입 심사를 위한 공식적인 절차에 돌입할 것인지 충분한 시간을 갖고 토론을 벌이게 된다. 회의석상에서 일본측 상임이사는 “북한은 개방·개혁을 통해 시장경제제도를 도입할 의사가 전혀 없고 아직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았기 때문에, 북한의 IMF 가입은 심사할 가치도 없다”고 강력히 주장한다. 반면 중국측 상임이사는 IMF 규정을 제시하며 “시장경제제도 도입과 핵무기 포기는 IMF 가입의 전제조건이 아니며, 안정적인 국제통화질서를 유지할 의사가 있는 모든 국가에 가입이 허용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결국 상임이사회는 북한의 가입 신청을 공식적으로 심사하기 위해 실태조사와 가입 협상을 담당할 출장팀을 빠른 시간 안에 평양에 파견하기로 결정한다. 그 구체적인 준비과정에서도 일본측은 출장 실태조사 항목에 외환보유고와 예산 세부항목 등 가능한 한 민감하고 까다로운 내용을 포함시켜야 한다고 요구하는 등 적극적인 견제를 이어 나간다.

IMF는 1997년 말 북한을 방문했던 팀과 체제전환국을 담당한 경험이 있는 이코노미스트들을 모아 북한 출장팀을 급조한다. 그러나 북한에 대한 이들의 지식과 정보는 매우 빈약하다. 1997년 말 북한 출장 이후 IMF 내에 구성됐던 북한연구그룹이 유명무실해졌기 때문. 한편 북한은 한국계 혹은 한국 국적을 갖고 있는 관계자가 IMF 출장팀에 포함되자 비자 발급을 지연시키면서 신경전을 펼치기도 하지만, 빠른 시간 내에 IMF에 가입하겠다는 목표를 위해 기본적으로 협조적인 자세를 견지한다.

미국 투표권 16.8%, 한국은 1.33%

평양 순안공항에 도착한 IMF 출장팀은 북한의 국민소득, 예산, 국제수지, 협동농장 등 경제실태를 파악하기 위해 동분서주한다. 그러나 IMF 통계치의 상당수는 북한 관리들이 이해하지 못하는 복잡한 개념이어서 실태파악에는 상당한 애로가 발생한다. 더욱이 배급제의 붕괴와 중앙집중적 통제시스템의 일부 이완으로 북한 당국자들 역시 자국의 경제사정에 대해 정확한 실상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기는 마찬가지였다.

몇 번의 출장에도 상황진전이 없자, IMF 출장팀장은 결국 현실을 받아들이고 최종 경제실태조사보고서를 작성해 상임이사회에 제출한다. 어차피 정확한 경제지표를 알아내는 것이 IMF 출장팀의 절체절명의 임무는 아니었고, 이것이 북한이 IMF에 가입하기 위한 필수조건도 아니며, 단지 북한의 암담한 ‘실태’를 상임이사회에 전달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한편 IMF 출장팀은 가입 희망국이 사전에 해야 할 행정적인 조치에 대해 북한측 관계자들에게 의견을 제시하기도 한다.

IMF 출장팀의 최종 보고서를 제출받은 상임이사들은 총회에 북한 가입 건을 의제로 제출할 것인지를 놓고 다시 격론을 벌인다. 일본측 상임이사는 “출장팀의 자료조사에 북한이 협조하지 않아 통계치가 부실하다”고 주장하며 “북한 가입 건은 총회에 넘기지 말고 다음 상임이사회에서 재심의하자”고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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