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든 소리에는 파장이 있는 법. 흉명(凶名)에는 파괴의 파장이, 길명(吉名)에는 조화와 행록의 파장이 있어 길과 흉의 운세를 유도한다는 것이 성명학의 본질이다.
또한 최근에는 이름을 수리(획수)의 조화와 음양오행 관계로만 풀이하지 않고 소리의 음파로도 해석한다. 이름을 불렀을 때 속에서는 혀와 목구멍을 통해 오장이 진동하고 밖에서는 소리가 공기를 진동시킨다는 이치인 셈이다.
소리성명학자들에 따르면 모든 소리의 음파(音波)에는 고유의 에너지가 있다는 것. 소리의 파장과 진동으로 돌을 깨뜨릴 수 있듯이 이름 소리에도 고유한 기가 있어 “○○야” “○○씨”로 불리는 순간 음파의 에너지가 우주의 에너지와 만난다고 설명한다. 이때 우주의 에너지와 조화를 이루는 이름이어야 길하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고 상극작용을 일으키면 인생에서 성공과 실패가 교차돼 세상을 살아가기 힘들다는 해석이다.
종합하면 남성의 이름은 남성답게 여성의 이름은 여성답게 짓되, 음은 선고후저(先高後低)보다 선저후고(先低後高)가, 선청후탁(先淸後濁)보다 선탁후청(先濁後淸)이 좋다. 한마디로 이름의 소리는 누가 듣든지 순평하게 들려야 하고 이름 끝자에 운(韻)이 있는 듯 들려야 길하다는 얘기다. 성명학자들은 이름의 음이 혼탁하고 무기력하면 그 사람의 기질과 인품까지 흐릿하고 무기력해질 수 있다고 주장한다.
“정몽준은 ‘몽’자 때문에 안 좋다”
과연 이름은 인간의 삶에 무형적인 암시를 주는 걸까.
2002년 9월, 정몽준 대한축구협회장이 16대 대통령선거에 출마하겠다고 선언했을 때의 일이다. 당시 한 성명학자가 “이름에 꿈 ‘몽(夢)’자가 들어가는 정몽준씨는 이름 때문에 대통령이 되기 힘들다”면서 “꿈을 좇는 기업가로선 좋은 이름이지만, 대통령의 이름으로는 일장춘몽(一場春夢)이 연상돼 좋지 않다”라고 단언했다.
당시 일부 소리성명학자들은 “이회창이라는 이름에선 꼼꼼하고 철저함이 엿보이지만 ‘창(昌)’이라는 끝자의 발음에서 막히는 듯해 길하지 않다”면서 “쉽게 불리고 각인돼 대중의 인기를 끌 수 있는 이름이 좋은데, 이렇게 보면 후보들 중에 노무현씨가 가장 유리하다”고 예언하기도 했다.
그 무렵 ‘문화일보’의 한 논설위원은 사설에서 이렇게 썼다.
“각 후보의 성명 3자를 단음절로 줄여 지지도 높낮이로 불러보면 이회창 후보의 ‘창’은 날카로운 이미지대로 창(槍)이, 정몽준 후보의 ‘몽’은 ‘꿈☆’이, 노무현 후보는 힘겹게 노(櫓)를 저어가는 느낌이다.”
그렇다면 17대 대통령선거에 출마하려는 대선주자들의 이름에는 어떤 의미가 내포돼 있을까? 기자는 김광일(55) 한국성명학회장과 이름을 음파로 풀이하는 조정훈(69)씨를 만나 대선주자들의 이름 풀이를 들어봤다.
김광일 회장이 생년월일로 해석한 사주를 참고해 이름의 한문과 한글의 소리를 주역괘상(周易卦象)으로 풀었다면, 조정훈씨는 이름을 사주로 변형시켜 소리 하나하나를 음파로 푼 것이 특징이다. 과연 대선주자 빅6(김근태 전 열린우리당 의장의 경우 후보를 사퇴했지만 일정 지지세력을 가진 잠재 후보라는 점에서 포함시켰다). 이들의 이름에는 어떤 비밀이 숨어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