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11월호

창조주에 도전하는 유전자 조작 ‘말하는 생쥐’ 출현한다면?

  • 이한음 과학평론가 lmgx@naver.com

    입력2007-11-05 17: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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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전공학과 컴퓨터가 인류의 삶을 바꾸고 있다. 특히 유전자 연구는 인간의 근원적 욕망인 ‘젊고, 아름답게, 오래 살기’를 실현해줄 수단으로 떠오른다. 그러나 우려도 있다. 지구는 거대한 ‘유전자 집합체’다. 모든 유전자는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다. 섣부른 유전자 조작 실험은 인간 생명의 연장이라는 의도와 달리, 전혀 예기치 못한 파국을 부를 수 있다.
    창조주에 도전하는 유전자 조작 ‘말하는 생쥐’ 출현한다면?

    진핵생물의 유전정보 복사 과정을 규명한 공로로 2006년 노벨 화학상을 수상한 로저 콘버그씨가 2007년 4월9일 건국대에서 특별강연을 하고 있다.

    10월8일, 올해의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가 발표됐다. 마리오 카페치, 마틴 에번스, 올리버 스미시스가 배아줄기세포를 이용해 생쥐의 유전자를 변형시키는 원리를 발견한 공로로 공동 수상자가 됐다. 선정기관인 스웨덴의 카롤린스카 연구소가 내놓은 공식 자료를 살펴보자. 수상자들이 이룩한 업적의 핵심은 ‘유전자 적중법(gene targeting)’이다. 이 방법은 원하는 유전자를 선택하여 없애거나 변형시키거나 대체하는 기술이다. 생명 현상을 규명하는 기초 연구에서 새로운 치료법 개발에 이르기까지 생물학과 의학의 전 분야에서 널리 활용되고 있다.

    그저 둥근 공에 불과한 배아가 어떻게 눈, 코, 입을 비롯한 온갖 복잡한 기관을 갖춘 동물로 자라는지 알고 싶다면 중요한 기능을 할 것으로 추정되는 유전자들을 하나하나 유전자 적중법으로 없애거나 망가뜨린 뒤 결과를 지켜보면 된다. 이를 통해 어떤 유전자가 어떤 기능을 하는지 파악할 수 있다. 이는 치료에도 활용된다. 실험을 통해 선천성 이상을 일으키는 유전자를 찾아내면 이상이 생긴 유전자를 정상 유전자로 대체할 수 있다.

    노벨상과 ‘유전자 적중법’

    새로운 유전자를 도입해 생물을 변형시킨다는 아이디어는 오래전부터 있었다. 이어 자신의 유전자를 숙주의 유전체에 넣어서 번식하는 바이러스가 발견됐다. 이 바이러스를 이용해 원하는 유전자를 집어넣는 방법이 개발됐다. 아이디어를 실행에 옮길 수단이 갖춰진 것이다. 문제는 효율과 정확성. 집어넣은 유전자가 원하는 자리에 제대로 끼워졌는지 아닌지를 확인하기가 어려웠다.

    노벨상 수상자인 마리오 카페치와 올리버 스미시스는 상동 염색체 사이에 이뤄지는 DNA 재조합 과정을 이용하면 유전자를 삽입하는 과정의 정확성과 효율을 높일 수 있다고 생각했다. 세포의 염색체들은 부모로부터 한 벌씩 물려받기에 모양과 크기가 비슷한 것들이 둘씩 쌍으로 들어 있다. 그 비슷하게 생긴 쌍을 상동 염색체라고 하는데, 상동 염색체 사이에는 DNA의 교환이 가끔 일어난다. 또 한쪽 염색체가 끊겼을 때 상동 염색체를 참조해 수선하기도 한다. 카페치와 스미시스는 이 상동 재조합 과정을 이용해 유전자를 원하는 자리에 끼워넣고, 제대로 끼워진 세포들만을 골라 배양하는 방법을 개발한 것이다.



    한편 또 다른 수상자인 마틴 에번스는 생쥐의 배아줄기세포를 이용해, 집어넣은 새 유전자를 지닌 후손들을 만드는 방법을 개발했다. 그는 배아줄기세포를 꺼내 유전자를 조작한 뒤 다른 배아에 이식하여 이른바 ‘모자이크 배아’를 만들었다. 그 배아를 대리모에 착상시켜 태어나게 한 뒤 교배시켜서 이식된 유전자를 지닌 후손들만을 골라냈다.

    이 두 연구 흐름이 합쳐진 결과는 놀라웠다. 인간은 원하는 대로 유전자를 바꾼 생명체를 만들어내는 단계에 접어든 것이다. 1989년에도 배아줄기세포의 유전자를 상동 재조합으로 변형시킨 생쥐를 만들었다는 연구 결과들이 잇달아 발표됐다. 실험 방법은 지금까지 말한 그대로였다. 상동 재조합을 통해 생쥐의 배아줄기세포에 있는 특정한 유전자를 바꾼 뒤 다른 배아에 그 줄기세포를 이식했다. 그 모자이크 배아를 착상시켜 태어나게 한 뒤에 교배해 유전자가 바뀐 생쥐 혈통을 만들었다.

    생쥐에 생쥐 유전자만 집어넣으라는 법은 없다. 연구자들은 생쥐를 인간의 질병 치료제 개발에 활용했다. 인간의 각종 질병 원인인 유전자들을 생쥐의 배아줄기세포에 집어넣어 생의학 분야의 연구 및 치료제 개발에 이용하고 있다. 인간의 이러한 실험은 ‘창조주’ 행세를 하는 오만한 행위일까. 상상력을 발휘하면 이는 자연을 흉내 내는 것이다.

    자연은 늘 실험한다

    사실 자연은 온갖 유전학적 실험을 한다. 당하는 기존 생물들의 처지에서는 희생당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지겠지만, 이러한 실험을 통해 새롭고 우월한 생물이 나타날 수 있다. ‘진화’는 자연 실험의 대표적 산물이다.

    찰스 다윈은 ‘종(種)의 기원’에서 비둘기 교배 실험부터 시작해 인간이 자연을 흉내 낸 실험들을 열거한다. 농경과 유목도 자연선택을 모방한 인위 선택의 결과였고 이는 인류 문명의 토대가 됐다. 다윈은 자연 선택이 생명의 다양성을 빚어낸 원동력임을 간파했다. 그를 계승한 많은 과학자는 ‘선택의 단위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놓고 논란을 벌였다. 생물종인가 개체인가. 자연은 종을 선택하는 것일까, 개체를 선택하는 것일까.

    창조주에 도전하는 유전자 조작 ‘말하는 생쥐’ 출현한다면?

    이화여대 이원재 교수팀은 유전자가 사람과 60~70% 비슷한 초파리에게서 ‘공생 유전자’를 찾아 사람에게도 있는지 확인하는 연구를 수행했다.

    자신의 삶을 스스로 결정하는 자의식을 지닌 존재의 처지에서는 개체라는 쪽이 더 와 닿을 듯하다. 서부영화의 한 장면에 비유해보자. 두 사람이 서로를 향해 총을 뽑아 방아쇠를 당길 때, 선택은 개체 수준에서 이뤄진다. 당사자의 사격 실력, 바람, 우연히 눈에 들어간 티끌 하나, 총구에 묻은 모래알에 따라 생사가 갈린다. 죽은 자는 자손을 남기지 못하며 산 자는 자손을 남길 수 있다. 하지만 카메라가 그 장면에서 멀어지면서 멀리 우마차에 짐을 가득 싣고 서부로 오는 행렬에 초점을 맞추는 순간, 관객은 ‘그래도 삶은 계속된다’고 생각하게 된다. 그 순간 개체 수준의 선택은 잊힌다. 보다 본질적인 선택은 집단 수준에서 이루어지는 양 느껴진다.

    동물학에서 말하는 생물학적 종 개념은 사실 서부 개척자 집단과 비슷하다. 개척자 집단은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 성공했다가 세월이 흐르면서 새로운 종으로 진화한다. 크게 보면 자연은 한 개체의 생사에는 별 관심이 없다. 자연이 염두에 두는 것은 집단, 더 나아가 종이다. 그래도 의문은 남는다. 커다란 알을 쑥쑥 잘 낳는 닭들을 선택해 교배시키는 행위와 호랑이를 멸종시켜서 멧돼지가 어부지리를 얻도록 하는 행위 중 어느 쪽이 자연을 제대로 모방하는 것일까.

    유전자가 규명되고 생물의 행동을 유전자와 관련지어 설명하려는 노력이 계속되면서 발상의 전환이 이뤄졌다. 자연 선택의 단위는 종도 개체도 아닌 ‘유전자’라는 주장이 등장한 것이다. 영국 생물학자 리처드 도킨스는 ‘이기적 유전자’에서 유전자가 장수, 다산성, 복제의 정확도라는 측면에서 개체나 종보다 자연 선택의 단위로 더 알맞다는 논리를 펼쳤다. 자연 선택의 단위라면 자신의 정체성을 일정한 수준으로 유지한 채 자신의 사본(寫本)을 퍼뜨리면서 계속 존속할 수 있어야 한다. 개체나 종은 그렇지 못하다.

    이 시기에 인위 선택 실험에도 변화가 일어났다. 자연에 대한 지식수준이 높아지면서 인위 선택의 단위도 달라진 것이다. 자연을 잘 모르던 시절에는 개체나 종 수준에서 인위 선택이 이뤄졌다. 사람들은 더 많은 낟알이 열리는 벼나 더 많은 젖이 나오는 소를 골라 교배했다. 동시에 약한 개체나 종은 박멸했다.

    그러나 생명의 다양성이 지구 환경과 우리 생존에 커다란 영향을 끼친다는 점을 알게 되면서 ‘약한 종도 필요하다’는 인식의 전환이 이뤄졌다. 종을 박멸하는 행위는 줄어들었다. 그리고 인위 선택의 단위가 종에서 유전자로 바뀌었다. 병충해에 강한 품종을 교배하는 것이 아니라, 병충해에 강한 유전자를 집어넣는 방식이 동원됐다.

    유전자 적중법은 유전자 선택의 방식을 극단적인 수준까지 끌고 갈 수 있다. 인간은 원하는 성질의 유전자만 넣고 원하지 않는 성질의 유전자는 빼내어 전혀 새로운 생명체를 만들 능력을 갖추게 된 것이다. 인간에게 유익한 물질을 생산하는 유전자를 넣은 동물들도 만들어지고 있다. 유전자와 발생, 종별 차이에 관한 지식이 깊어질수록 점점 더 많은 유전자가 동식물의 유전체에 삽입될 것이다. 또한 인간의 유전자를 지닌 동식물이 점점 늘어날 것이다.

    인위 선택의 정점은 인간의 생식세포나 배아의 유전자에 직접 손을 대는 일이다. 현재로서는 생쥐 배아의 유전자를 조작하여 각종 혈통을 만들어낸 것과 같은 행위는 인간의 배아를 대상으로 실행될 수 없다. 인간 배아 유전자 조작은 커다란 윤리적 논쟁을 야기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유전적 요인이 있는 질병을 치료할 목적으로 인간의 생식세포나 배아를 대상으로 유전자 적중법을 활용하는 일은 커다란 유혹이 아닐 수 없다.

    ‘분화’와 ‘종합’의 법칙

    유전자 적중법을 통해 인간 질병 유전자를 지닌 생쥐 혈통이 500종류 이상 만들어져 있다. 인간과 생쥐의 유전자는 약 2만개다. 그러니 앞으로도 인간의 유전자를 지닌 또 다른 생쥐들이 만들어질 여지가 많다. 생쥐만이 인간 유전자를 지니라는 법은 없다. 인간과 가까운 침팬지를 비롯하여 다른 여러 동물도 인간의 유전자를 갖게 될 것이다. 이미 소, 양, 돼지 등을 대상으로 실험이 이뤄지고 있다.

    섬뜩한 상상이 들 수 있다. 인간이면서 인간이 아닌 존재, 신화 속에 등장하는 반인반수(半人半獸)의 생명체도 나오지 않을까. 그것은 일종의 종합이라고 할 수 있다. 생명의 다양성은 주로 분화 과정을 통해 이뤄졌다. 분화를 통해 새로운 종이 갈라져 나와 아무도 진출하지 않은 곳으로 이동해 새로운 서식지를 조성함으로써 생명은 지구 곳곳을 푸르고 활기찬 곳으로 만들었다.

    그러나 분화가 전부는 아니다. 자연은 몇 차례 기존 생물들의 종합을 도모했고, 그때마다 자연계는 새로운 격랑에 휩싸여 변혁의 시대가 열리곤 했다. 린 마굴리스는 이러한 종합을 ‘공생 발생’이라고 표현했다. 현재 널리 받아들여진 이론에 따르면 처음에는 원핵생물만 있었다. 그러다 어떤 원핵생물이 다른 원핵생물을 삼켰다가 소화를 시키지 못해 공생관계를 맺게 됐다. 그것이 바로 세포핵을 지닌 진핵세포의 출발점이다. 그 뒤 어떤 진핵생물이 산소 호흡을 하는 세균을 삼켰다가 공생관계를 맺었다. 그 세균은 나중에 ‘미토콘드리아’라는 세포 내 발전소가 됐다. 마지막으로 광합성을 하던 세균이 진핵세포로 들어와서 공생관계를 맺었다. 그것이 바로 현재 식물과 조류 세포에 있는 ‘엽록체’가 됐다.

    이런 종합은 단순한 종의 분화와는 차원이 다른 파급 효과를 낳았다. 진핵세포의 출현은 다세포 생물의 형성을 가능하게 한 생물 진화 역사상 획기적인 사건이며, 미토콘드리아와 엽록체의 공생도 마찬가지다. 동물과 식물은 그런 종합의 산물이다. 그런 종합이 없었다면 지구는 아직 단세포 원핵생물들만 우글대는 곳으로 남아 있었을 것이다.

    종합은 지금도 곳곳에서 이뤄지고 있다. 마굴리스는 흰개미의 창자에 들어 있는 믹소트리카 파라독사라는 미생물을 즐겨 예로 든다. 이 생물은 친척들보다 몸집이 약 500배나 크며, 전자현미경으로 자세히 들여다보면 무려 수십만 개체에 달하는 5종류의 생물이 모인 것임이 드러난다. 지의류나 산호 등 지구에는 공생관계를 맺고 있는 생물이 많다.

    유전자 변형의 위험성

    인간의 몸도 다를 바 없다. 인간의 몸 속에는 자체 세포수의 10배에 달하는 미생물이 살고 있다. 입에는 500~600종, 창자에는 400여 종의 미생물이 있다. 우리 몸은 ‘미생물들의 도시’나 다름없다. 몸 속 미생물들은 소화를 돕고 필수 비타민을 만들어내는 등 다양한 일을 한다. 그 가운데 우리가 현재 파악한 미생물은 얼마 되지 않는다. 우리가 정체조차 모르는 수많은 미생물이 지금도 우리 몸에서 우리가 알지 못하는 좋은 일, 혹은 나쁜 일들을 수행하고 있다. 외계인이 볼 때 인간은 하나의 개체가 아닐 수 있다. 수십 조 또는 수백 조 개체의 집합체다.

    더욱이 인간의 유전체에는 외부에서 온 DNA가 섞여 있다. 논란의 여지가 있지만 일부 학자는 우리 유전체 중 세균에서 온 유전자가 100~200개 된다고 주장한다. 바이러스에서 온 DNA가 약 8%를 차지한다는 주장도 있다. 자연은 우리가 모르는 사이 곳곳에서 종합을 도모하고 있다.

    인간은 자연의 생명체 종합 속성까지 모방하려 한다. 자연에는 자손에게 유전자를 물려주는 것이 아니라, 다른 생물에게 자신의 유전자를 전달하는 이른바 ‘수평 유전자 전달’ 방식이 존재한다. 세균 같은 원핵생물들은 그 방식을 널리 활용하고 있다. 세균들은 플라스미드 같은 원형 DNA를 주고받는 방법을 써서 항생제 내성(耐性)을 금방 획득한다. 이들은 힘든 시기에는 서로 결합해 유전자를 주고받기도 한다. 박테리오파지나 바이러스도 수평 유전자 전달을 매개한다. 인간은 이런 수평 유전자 전달 방식을 활용해 의약 분야에서 각종 유용한 약물을 개발하고 있다.

    원핵생물과 달리 진핵생물들에게서는 수평 전달이 드물다는 것이 기존 학설이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이 학설에 의문을 제기하는 과학자가 늘어나고 있다. 유전체 연구가 활발해지면서 진핵생물에서의 수평 유전자 전달 사례들이 하나씩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공생을 통해 진핵세포로 들어온 미토콘드리아와 엽록체는 자신의 유전자를 핵 속의 염색체에게 넘겨왔다. 공생이 시작됐을 때 서로 주도권을 차지하기 위해 경쟁을 벌였든지, 아니면 공생체가 살아남기 위한 전략이었든지 간에 두 세포소 기관은 많은 유전자를 세포핵으로 넘겼다. 그 과정이 유례없이 빠른 속도로 일어났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일부 연구자는 여러 식물의 미토콘드리아 DNA에 수평 유전자 전달이 일어났다는 증거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공생과 수평 유전자 전달을 연구하는 학자들은 하나의 줄기가 뻗어 올라가면서 가지들이 하나씩 갈라져 나가고 그 가지가 더 작은 가지들로 갈라져 나가는 식의 생명의 나무를 그린다. 수평 유전자 전달이 생각하던 것보다 더 왕성하게 일어났다면 발견되지 않은 유전자가 많다는 의미가 된다. 그래서 그들은 새로운 방식의 원핵생물 분류 체계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내놓고 있다.

    진핵생물의 수평 유전자 전달에 관해서는 연구가 미진한 상태다. 그러나 연구가 계속될수록 사례가 늘어날 것이다. 수평 유전자 전달은 환경 및 건강 측면에서 관심의 대상이다. 병충해에 저항성을 띠는 외래 유전자를 넣은 이른바 ‘유전자 변형 작물’ 논란도 사례 중 하나다.

    삽입된 유전자가 수평 유전자 전달을 통해 토양 미생물이나 다른 작물로 넘어간다면? 어쩌면 끔찍한 일이 벌어질 수도 있다. 이미 미국에서는 병충해에 저항성을 띤 유전자가 제왕나비의 먹이가 되는 유즙식물로 전달되어 해충이 아닌 제왕나비에게 피해를 준다는 주장이 나오기도 했다. 뉴질랜드의 한 연구자는 수평 유전자 전달 빈도가 현재 추정하는 것보다 훨씬 낮은 상태에서도 환경에 영향이 미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유전자 변형 작물을 옹호하는 측에서는 그것도 자연 현상의 하나일 뿐이라고 본다. 어쨌든 양쪽 모두 ‘특정 생명체의 유전자를 변형하면 예상치 못한 다른 생명체로 수평 유전자 전달이 일어난다’는 데에는 의견이 일치하는 듯하다.

    ‘지적 생물체’를 합성하나

    유전자 적중법 등을 통해 다른 생물의 유전자를 삽입하는 것은 넓게 보면 수평 유전자 전달에 속한다. 그러니 인간은 또 다시 자연을 흉내 내고 있는 셈이다. 현재 대중의 판단은 그것이 어떤 결과를 빚어낼지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시도하는 어설픈 모방이라는 쪽이 우세한 듯하다.

    인간의 유전체에 관한 지식이 늘어나면서 10만 개로 추정되던 인간의 유전자 수는 어느새 2만 개 정도로 줄어들었다. 그중 절반은 어느 정도 파악된 상태다. 나머지 절반을 파악하는 데에도 그리 긴 시간이 걸리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 유전자들이 서로 그리고 RNA, 단백질 등 다양한 세포물질과 상호 작용하는 양상에 대한 연구는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 그리고 그 연구에는 인간의 유전자를 지닌 생쥐 같은 실험동물들이 중요한 역할을 담당할 것이다.

    그런데 인간의 유전자를 이렇게 저렇게 조합하여 넣는 과정에서 인간의 재능, 특히 지적 재능을 지닌 동물들이 생겨나지는 않을까? 인류가 없애버린 네안데르탈인처럼 인류에 맞먹는, 혹은 버금가는 능력을 지닌 생물들이 생겨난다면 우리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말하는 생쥐를 앞에 놓고 “인류의 위생을 위해 네가 죽어야 한다”고 이유를 설파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질까?

    창조주에 도전하는 유전자 조작 ‘말하는 생쥐’ 출현한다면?
    이한음

    1966년 서울 출생

    서울대 식물학과 졸업

    경향신문 신춘문예 당선

    과학평론가, 전문번역가

    저서 및 역서 : ‘신이 되고 싶은 컴퓨터’ ‘인간 본성에 대하여’ ‘조상 이야기’ ‘복제양 돌리’ ‘미리 보는 2050년 신세계’ ‘굿바이 프로이트’ ‘해변의 과학자들’ ‘만들어진 신’ 등


    인류의 자연 모방은 끝이 없을 것이다. 자연의 실험을 더 깊이 이해하게 되면 유전자를 통째로 바꾸는 엉성한 수준을 넘어 DNA에 콕 찍어서 돌연변이를 일으키는 방식이 동원될 수도 있다. 여기서 더 나아간다면 그것은 새로운 생명을 합성하는 단계가 된다. 인간 유전체 계획에 뛰어들어 경쟁을 부추긴 바 있는 크레이그 벤터는 인공 염색체를 합성하여 새로운 세포를 만든다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합성 생물학’이라는 이름하에 말이다.

    지구가 생성된 뒤 자연이 실험을 통해 생명을 탄생시키기까지는 10억년이 넘는 세월이 흘러야 했다. 그 뒤로 다세포 생물이 생성되는 데에도 그에 못지않은 세월이 흘렀다. 그 기나긴 세월과 비교하면 인류는 조급증에 걸린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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