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11월호

변기원 원장의 발달장애 한방 치료법

늦깎이 아이, ‘뇌 균형’ 잡으니 말이 술술

  • 최영철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ftdog@donga.com

    입력2007-11-06 16: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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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요즘 아이들은 빨리 자라고 어른스럽다. 그러나 빛이 밝으면 그림자도 긴 법. 말해야 할 때 하지 못하고, 걸어야 할 때 걷지 못하고, 셈해야 할 때 딴 짓을 하는 발달장애 아이도 적지 않다. 부모 마음은 시커멓게 타들어간다. 소아 뇌질환 전문가 변기원 원장으로부터 발달장애의 증상과 원인, 한방적 치료법에 대해 들었다.
    변기원 원장의 발달장애 한방 치료법
    ‘그녀를 만나기 100m전’이란 노래로 많은 사랑을 받았던 가수 이상우씨가 최근 화제가 됐다. 발달장애 판정을 받은 아들 승훈이를 수영 유망주로 키워낸 감동의 가족사가 TV 프로그램을 통해 공개됐기 때문이다. 시청자 게시판에는 감동과 응원의 글이 쇄도했고, 덩달아 ‘발달장애’라는 낱말이 포털사이트 인기 검색어에 등록되는 등 관심의 초점이 됐다. 이와 함께 자신의 아이가 말이 더디거나, 걷기가 늦어지면 혹시 발달장애가 아닌지 궁금해 하는 부모도 늘어나는 추세.

    발달장애는 아이가 태어난 후 언어, 인지능력, 정서, 행동 등의 발달이 정상적인 또래 아이보다 25%쯤 뒤처진 상태를 말한다. ‘발달’은 ‘성장’과 자주 혼동되는데, 성장은 아이의 키가 크고 몸무게가 늘어나는 것처럼 신체적으로 자라는 현상. 이에 비해 발달은 성장하는 신체에 걸맞게 인체 기능을 갖추는 정도를 의미한다.

    내 아이는 과연?

    발달장애는 운동발달 지연이나 언어발달 지연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거나 혹은 전체적 발달 지연으로 나타날 수 있다. 그리고 전체운동발달, 미세운동발달, 언어발달, 사회심리발달로 나눠서 증상이 나타난다. 생후 5개월이 되어도 뒤집기를 못하며, 15개월이 되어도 걷지 못하고, 두 살 때 계단을 오르거나 내려가지 못하고, 네 살에 한발 뛰기를 못하면 전체운동발달 지연을 의심해볼 수 있다.

    미세운동발달 지연 증상은 5개월에 장난감을 쥐지 못하고, 18개월에도 장갑이나 양말을 혼자 벗지 못한다. 또 세 살에는 직선, 네 살에 원, 다섯 살에 십자가를 그리지 못한다. 언어발달은 지능발달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데 특히 개인차가 커 정상적인데도 발달이 더딘지 병적으로 늦은 것인지 판단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하지만 12개월이 되도록 엄마, 아빠를 말하지 못하고 18개월에도 의미 있는 단어를 하나도 말하지 못하며, 만 3세가 되어도 문장 구조의 말로 의사를 표현하지 못할 때에는 언어발달 지연을 의심해봐야 한다. 이상우씨의 아들 승훈이의 경우에도 30개월이 넘도록 ‘아빠’라는 말을 하지 못했다. 사회심리발달 지연은 2세 때에 아무 이유 없이 치고, 물고, 소리를 잘 지르며, 5세에도 다른 아이와 잘 어울리지 못할 경우 의심해볼 수 있다.

    서울 강남 변한의원(www.okbyun. co.kr)의 변기원 원장은 “뇌의 발달에 따라 나타나는 운동능력이나 언어능력이 지연되는 것은 그 시기에 맞게 이루어지는 뇌 발달 지연을 의미한다”며 발달장애 증상이 뇌 발달과 관련된 중요한 지표가 된다고 이야기한다.

    보통 첫아이를 기르는 부모는 아이가 잘 자라고 있는지, 숨어 있는 문제는 없는지, 옆집 아이보다 뒤처지는 것은 아닌지 등 여러 가지 걱정을 한다. 따라서 말이 더디거나, 걷기가 조금만 늦어도 발달장애가 아닌지 의심한다. 그러나 미취학 아동들은 의사소통이 쉽지 않아 언어 능력이 어느 정도 형성되는 만 2~3세까지 기다려보자는 말을 많이 한다.

    변 원장은 “뒤늦게 말문이 터져 문장부터 말하는 아이도 있는 것처럼 발달에는 개인차가 크다. 아이의 상태를 지속적으로 관찰하되 만 3세가 되도록 제대로 된 의사표현을 하지 못하고, 기기나 걷기 등 운동발달의 지연이 있다면 전문가의 진단을 받아보는 것이 좋다”고 조언한다.

    발달장애 주범은 뇌 균형 이상

    발달장애의 원인으로는 염색체 이상, 미숙아, 주산기(임신 29주에서 생후 1주까지의 기간) 이상 등과 같은 생물학적인 요인과 산모의 음주, 임신 중 스트레스, 부모의 약물중독, 부모와의 격리 같은 환경적인 요인을 들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이런 요인들이 뇌의 불균형적인 발달을 초래한다는 것이다.

    좌뇌와 우뇌는 서로 협력적으로 작용해야 이상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하지만 양쪽 뇌가 고르게 발달하지 못하면 시각, 청각 등 다른 감각들의 인지, 통합 능력이 저하된다. 따라서 치료를 통해 뇌의 균형을 맞추면 뇌가 정상적으로 발달하고 인지 능력이 향상되면서 언어와 운동 능력이 모두 좋아지게 된다.

    변기원 원장의 발달장애 한방 치료법

    변한의원에서 운동과 놀이로 발달장애 치료를 받고 있는 아이들.

    “일반적으로 발달장애를 치료하기 위해서 심리, 놀이, 운동, 언어 등 다각도로 치료를 하지요. 하지만 좌우뇌의 개념 없이 치료를 하면 좋은 쪽의 뇌가 더 좋아지고 나쁜 쪽의 뇌는 더 나빠져 제자리걸음을 하는 셈이 됩니다.”

    변 원장은 좌우뇌의 균형을 맞추어 발달장애를 치료해야 하는 이유를 이렇게 설명한다. 그는 “좌우뇌 균형 치료를 하면 처음에는 자기가 싫어하는 쪽으로 자극을 받은 아이가 2~3주간을 울고 다니며 스트레스를 표출한다. 그러나 그 후에는 마치 퍼즐이 맞추어지는 것처럼 점점 눈동자가 또렷해지고 짜증을 덜 부린다”고 말한다.

    변 원장은 한의사라고 해서 탕약과 침 치료에만 중점을 두진 않는다. 어린이들의 놀이치료를 뒷받침해주는 여러 가지 테마의 치료실로 한의원에 대한 고정관념을 깼다. 변한의원의 각종 치료실은 실별로 특색에 맞게 시설들을 갖추고 있어 어떤 곳은 어린이 놀이방 같고, 어떤 곳은 작은 헬스장 같다.

    다양한 시설을 갖추고 있는 만큼 검사와 치료도 다각적으로 이뤄진다. 검사는 집중력검사, 종합심리검사, 감각검사, 운동력검사, 발달단계검사, 신경기능검사 등의 단계로 진행한다. 치료도 침 치료와 탕약 치료는 기본이고 시청각 치료, 음악감각 치료, 놀이치료, 운동치료, 아로마요법 등이 함께 진행된다. 청각 민감도를 보정하는 시청각 치료는 피아노를 칠 때 박자를 맞추는 원리를 이용한 것으로 컴퓨터를 보면서 청각신호에 맞춰 동시에 손과 발을 쳐 운동성을 조절해준다. 운동치료는 서기, 걷기, 뛰기, 균형 잡기 등 운동패턴에 따라 근육을 적당하게 조절함으로써 신체와 뇌의 유기적인 연결 관계를 강화시킨다. 놀이치료는 공을 던지고 받는 운동을 통해 균형감각과 집중력을 키워주고 좌우뇌의 신경 통합을 도와준다.

    나무라기보다 자신감을

    여기에 탕약과 침 치료가 병행된다. 탕약은 아이의 증상과 체질에 따라 약재를 달리하여 뇌기능을 고르게 끌어올린다. 탕약은 과잉행동을 보일 때 열을 식히는 생지황과 기를 가라앉히는 침향, 불안한 마음을 안정시키는 백복신, 원지, 산조인, 머리를 맑게 해주는 천마, 감국 등을 사용한다. 침은 기혈이 막힌 부분을 직접 자극해 뇌로 가는 기혈 순환을 돕는다.

    변 원장은 “발달장애 아동이 말은 잘 하지 못해도 말귀는 알아듣는 정도는 되어야 치료가 가능하며, 적절한 치료 시기는 뇌 발달이 계속 이루어지는 만 3세에서 중학교 2학년 사이의 아동이 가장 좋다”고 말한다.

    이때 부모가 명심해야 할 점은 발달장애 아동이 어떤 행동장애가 있을 경우 왜 못하느냐고 나무라기보다 자신감을 가질 수 있도록 칭찬해줘야 한다는 점. 변 원장은 “치료에 앞서 무엇보다 부모가 아이에게 관심을 갖고 지켜볼 것”을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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