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는 ‘작은 우주선’이다. 인간이 200만년에 걸쳐 끊임없이 에너지를 소모해왔는데 끄떡없는 걸 보면 꽤 치밀하게 설계된 듯하다. 그러나 지구호에 저장된 화석연료는 무한하지 않으며, 지구호는 엄연히 관리가 필요한 존재다. 따라서 지금이라도 ‘사용설명서’를 숙지함으로써 무지로 인해 지구호를 망가뜨리는 일은 피해야 한다. “에너지 위기는 없다. 다만 무지로 인한 위기가 있을 뿐”이라고 단호히 말하는 이 책은 1963년에 출간됐다. 그간 각종 추천도서목록에 포함되고 여러 책에 인용됐지만, 온전히 번역되어 나온 건 이번이 처음. 인류의 역사를 되짚어가며, 전문화에 대한 맹신, 국가적·지엽적 사고, 부에 대한 쓸데없는 집착이 지구를 고장 내는 위험요소라고 지목한다. 앨피/184쪽/1만원
일등시민, 일등국가 임청산 지음
1990년 국내 대학 최초로 만화예술학과를 개설하고, 이어 한국만화애니메이션학회 초대 회장을 맡아 만화교육 ‘개척자’로 헌신해온 공주대 임청산 교수가 내년 2월 정년퇴임을 앞두고 펴낸 책. 그간 각종 매체에 발표한 칼럼과 기고문을 엮어 만든 카툰 칼럼집이다. 책에는 ‘인격·품격·국격을 생각하는 카툰 칼럼집’이라는 부제가 달렸는데, 저자는 보통 사람들이 인격과 품격을 고양하고, 국가 지도자들이 국격을 향상하는 데 도움이 되도록 집필, 편집했다고 밝혔다. 긴 글에 담긴 내용을 단 한 컷으로 재치 있게 표현해낸 만화가 시선을 끈다. 그 어떤 훈계보다 강한 설득력을 내뿜는다. 저자는 만화를 ‘저질, 불량, 퇴폐’의 온상으로 간주하는 오해와 편견이 이 책을 통해 불식되기를 기대했다. 북코리아/303쪽/1만3000원
펀드투자 궁금증 300문 300답 곽해선 지음
‘경제기사 궁금증 300문 300답’(2007년 70쇄 돌파) ‘주식투자 궁금증 300문 300답’(2007년 30쇄 돌파) 등의 실용 경제서로 이름 높은 경제교육 전문가 곽해선씨가 쓴 펀드 투자 입문서. 인터넷과 각종 매체를 통해 단편적인 펀드 투자 요령은 쉽게 접할 수 있으나, 실전에서 성공하려면 체계적이고 심층적인 지식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게 저자의 생각이다. 펀드란 무엇이며, 펀드 가입은 어떻게 하는지 같은 기초정보부터 펀드의 종류, 적립식 펀드의 장단점 구별법, 펀드 수익률과 통장 보는 법, 각종 수수료 계산법, 약관과 투자설명서 보는 법 등을 꼼꼼하게 정리했다. 각종 펀드와 펀드 운용회사의 품질을 입체적으로 분석하는 방법도 알려주는데 투자자에게 유용하다.
동아일보사/312쪽/1만3000원
마르크스의 유령들 자크 데리다 지음, 진태원 옮김
2004년 타계한 철학자 자크 데리다의 많은 저서 중 가장 큰 화제와 논쟁을 불러일으킨 저작. 1993년 프랑스에서 출간된 이래 오늘날까지 마르크스주의에 관한 책 가운데 다른 어떤 책보다 뜨거운 논의의 대상이 되고 있는 데리다 후기 사상의 대표작이다.
사실상 사회주의를 신봉하는 국가들이 몰락하고, 마르크스주의의 현실적 영향력이 급감한 1990년대에 마르크스주의적 사유의 의미와 가치를 새삼 옹호하고 나섰다는 그 사실만으로도 화제를 모으기에 충분했다.
데리다는 미국의 정치이론가 프랜시스 후쿠야마가 ‘역사의 종말과 최후의 인간’에서 쏟아낸 자본주의와 자유민주주의의 궁극적 승리에 대한 예찬을 일갈한다. 사회주의 국가들의 몰락을 틈타 자유민주주의 지지자들이 몰아내려는 마르크스의 유령들은 자본주의에 대한 비판적 분석의 도구로서, 억압과 착취와 차별에 맞서는 해방운동의 대명사로서 어디선가 불러대는 목소리가 있는 한 망령으로 되돌아올 수밖에 없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데리다는 현재의 정치제도가 무엇이든 유령은 우리의 삶 속에서 항구적인 요인이며, 그런 유령들과 모종의 화해에 도달할 수 있게 해주는 ‘유령학’이 필요함을 시종일관 논변한다.
프랑스 철학 전공자이며 데리다 연구자인 옮긴이는 수사학적 기법과 철학적 논증이 교묘하게 결합된 데리다 식 언어유희를 적절하게 살려내면서 우리말로 옮겼다. 까다로운 개념과 용어를 세심하게 안내한 ‘용어해설’부터 일독하면 내용을 읽어 나가기가 수월하다. 이제이북스/400쪽/1만9000원
평론가 매혈기 김영진 지음
영화평론가 김영진의 영화산문집. 극장을 드나들며 영화에 탐닉하던 소년시절, 외국문화원에서 세계 영화들을 섭렵한 청년시절, 일에만 미쳐 살던 30대…. 저자가 지나온 삶을 그 시절 함께한 영화 이야기와 엮어 담백하게 들려준다. 박찬욱, 이창동, 이명세, 김기영,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 등 저자가 직접 만나본 국내외 감독 11명에 대한 이야기도 흥미롭다. ‘작품에 숨은 비밀을 염탐하려는’ 노력이 엿보인다. 그밖에 프랑수아 트뤼포, 오슨 웰스, 존 휴스턴, 프랜시스 포드 코폴라 같은 영화의 산맥을 오르내리며 이들의 영화인생을 들여다보고, 이들이 남긴 영화 장면 하나하나에 담긴 깊은 의미를 섬세한 단어로 옮긴 글에서 저자가 여전히 영화와 ‘연애 중’임을 확인하게 된다. 마음산책/308쪽/1만1000원
포르토벨로의 마녀 파울로 코엘료 지음, 임두빈 옮김
“때로 나는 마녀의 존재를 믿느냐는 질문을 받는다. 그럴 때마다 나는 한결같이 ‘그렇다’고 대답한다. 나에게 마녀란, 직관을 통해 자신의 행동을 통제하는 여성, 자신을 둘러싼 것들과 대화를 나누는 여성,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는 여성이다.”
파울로 코엘료의 신작은 ‘아테나’라는 이름의 한 비범한 여자 이야기다. 집시의 딸로 태어나 영적인 존재들과 소통하고, 사람의 마음을 꿰뚫어보며, 매혹적인 구도(求道)의 춤을 추는 자유로운 영혼. 그러나 태어나자마자 버림받고, 사랑하는 남자에게도 버림받아 미혼모가 된 아테나는 그토록 경배하던 신에게도 버림받는다. 자신의 내면에서 무한한 사랑을 베풀고자 하는 신의 여성성을 발견하지만 사람들로부터 ‘마녀’라고 공격받는 것. 아테나는 그럼에도 자신의 영혼이 속삭이는 그 길을 묵묵히 걷는다. 그리고 마침내 자신의 내면을 직시하고 온갖 자연만물에 깃들인 사랑에 눈 뜬다.
아테나의 삶은 순탄치 않지만, 그렇다고 ‘비정상’은 아니다. 파울로 코엘료는 한국 독자에게 보내는 글에서 이렇게 밝혔다. “자유롭고 용기 있는 여자 아테나는, 내가 통념에 맞서는 방법이자 우리 사회가 채운 통념의 족쇄를 세상에 드러내 보이는 방법이기도 하다. 플로베르는 ‘마담 보바리는 바로 나다’라고 말했다. 아테나는 내 안의 여성성, 그리고 자비로움의 또다른 이름이다.” 문학동네/400쪽/1만원
일본문명의 77가지 열쇠 우메사오 다다오 편저, 최경국 옮김
순종적이면서 공격적이고, 군사적이면서도 탐미적이며, 개인주의적이면서 전체주의적인 일본과 일본문화에 대한 책은 그간 숱하게 쏟아져 나왔다. ‘일본문명 77가지 열쇠’ 또한 일본을 이해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책이다. 일본의 문화인류학자, 비교사회학자, 공학박사, 민속학자 등 전문적인 자기 영역을 갖고 있는 저자들이 학술적인 토대 위에서 일본문명의 어제와 오늘을 분석한다. 일본문학에 사소설이 주류를 이루는 역사적 배경, 외래 종교가 뿌리내리지 못한 이유, 나라·교토·오사카·히로시마 같은 신흥도시의 탄생 배경, 일본어의 유래, 무사문화, 모방에 갇힌 일본인 등 일본문명의 여러 코드를 분석해놓았다. 창해/352쪽/1만5000원
사랑한다 우리말 장승욱 지음
‘한국인이라면 꼭 알아둬야 할 쓸모 있는 토박이말 205가지’라는 부제가 붙은 이 책에는 실생활에 적용하면 좋을 우리말 뜻풀이와 함께 문학작품에 사용된 실례가 수록돼 있다. 총7부로 구성됐는데, 1부 ‘말가리와 모지랑이’는 ‘말의 쓰임새와 내면’, 2부 ‘몸맨두리와 두매한짝’은 ‘신체를 이루는 것들’, 3부 ‘미움바치와 윤똑똑이’는 ‘사람과 직업’, 4부 ‘대궁밥과 밀푸러기’는 ‘먹거리와 그 도구’, 5부 ‘든난벌과 도랑치마’는 ‘의복과 각종 장식물’, 6부 ‘잡도리와 고수련’은 ‘삶을 이루는 생활 도구들’, 7부 ‘비갈망과 동부레기’는 ‘자연물과 동식물’을 뜻한다. 저자는 10년간 신문과 방송 기자로 일했고 프리랜서 PD 겸 작가로도 활동했다. 2003년 한글문화연대가 제정한 ‘우리말글작가상’을 수상했다. 하늘연못/468쪽/1만3000원
나는 왜 나여야만 할까? 김갑수 지음
“진보 술자리에 섞이면 독야청청 보수 노릇을 하고, 보수 아저씨들 자리에서는 급진의 꽹과리를 쳐대는 성벽이 있다.” 시인, 문화평론가, 음악칼럼니스트 등의 수식어가 따라붙는 김갑수는 아웃사이더를 자처하는 자유인이다. 이 책은 편견, 통념에 근거해 이것이다 저것이다 재단하지 않으면서 써내려간 세상읽기다. 책 제목의 ‘나’는 ‘우리’를 가리킨다. 저자는 황우석 박사 파동, 신정아 전 동국대 교수 파문 등으로 온 나라가 흥분하지만 결국은 ‘변하지 않고’ 잊고 마는 우리의 자화상을 이야기한다. 변화, 반성 같은 산물도 남기지 않으면서 세상사에 휘둘려 열띠게 흥분하는 우리에게 저자는 ‘팔짱을 낀 자세’를 제안한다. 섣불리 판단하거나 들뜨지 말고 사태의 전후를 살펴 성찰하자는 것이다. 프로네시스/308쪽/1만2000원
열하광인(전 2권) 김탁환 지음
18세기 말 정조 치세를 배경으로 박지원, 홍대용, 박제가, 이덕무, 유득공, 백동수 등 젊은 실학자들의 이야기를 추리 소설로 써온 작가의 백탑파 연작 세 번째 작품. ‘방각본 살인사건’ ‘열녀문의 비밀’에 이은 ‘열하광인’은 제목에서 짐작되듯 ‘열하일기’가 중심 소재다. 당시 최대 베스트셀러였으나 정조에 의해 금서로 묶인 ‘열하일기’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연쇄살인의 비밀을 파헤친다. 비밀리에 ‘열하일기’를 읽는 ‘열하광’ 일원이 무장 괴한들에 의해 살해되는데, 사건의 배후엔 절대 군주를 꿈꾸는 정조가 있는지, 아니면 백탑파를 사사건건 견제해온 노론 세력이 있는지, 그것도 아니면 단순히 백탑 서생에게 불만을 품은 자의 소행인지 알 수 없어 ‘열하광’의 나머지 일원은 공포에 떤다. 민음사/상권 320쪽, 하권 296쪽/각 9500원
대한민국 진화론 이현정 지음
2003년 삼성전자 최초의 여성임원으로 영입돼 현재 글로벌 마케팅 본부에서 해외협력 업무를 담당하는 이현정 상무의 에세이. 서울대 졸업식을 며칠 앞두고 미국으로 훌쩍 떠나 벨 연구소, AT·T, 루슨트 테크놀로지에서 근무하고, 실리콘밸리 벤처기업 CEO를 거친 그는 미국의 최첨단 하이테크와 IT 분야에서 연구·개발·마케팅·영업을 두루 경험했다. 그런 그가 20년이 훌쩍 지난 뒤에 돌아와 관찰한 한국은 어떤 모습일까. 세계 최고의 비보이는 있는데 구글 같은 기업은 없고, 대치동 엄마의 성공사례가 신문에 대문짝만하게 실리는 상황을 어떻게 볼까. 저자는 중요한 기로에 서 있는 한국사회와 기업이 진화가 아닌 ‘유전자 개조’를 통해 다른 차원으로 도약해야 한다고 말한다. 동아일보사/256쪽/1만2000원
세계의 명산 위대한 등정 스티븐 베너블스 지음, 호경필 옮김
우선 큼지막한 판형이 맑고 푸른 산의 위용을 연상시키는 책이다. 영국인 최초의 무산소 에베레스트 등정 기록을 가진 저자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34개의 산에서 펼쳐진 흥미진진한 등반 기록을 모았다. 몽블랑, 아이거, 엘카피탄, 세로토레, 마운트 쿡, 마르게리타, 에베레스트, 오그레, 낭가파르바트, K2, 난다데비, 창가방, 칸첸중가 등 인간이 오르고자 할 때 자애롭게, 때로는 냉혹하게 자연의 힘을 보여준 명산들을 만날 수 있다. 2005년 미국인 등반가 존 할린 3세가 알프스에서 위험하기로 악명 높은 아이거 북벽 등반에 성공했다. 40여 년 전 아버지 존 할린 2세가 도전했다가 추락사한 곳이다. 삶과 죽음의 경계를 끊임없이 타고 오르는 등반가들의 이야기도 흥미롭다. 예담/192쪽/4만8000원
책으로 세상을 움직이다 기획회의 엮음
격주간 ‘기획회의’에 연재되는 ‘기획자노트릴레이’를 엮은 책. 저자 30명 가운데 절반 가까이가 영업자 출신이거나 현직 영업자라는 점이 특징이다. 이제는 편집자든 영업자든 기획단계에서부터 마케팅을 염두에 두어야 하는 시대인 것이다. “나는 상업출판사에서 상업적 이익을 좇는 상업 행위를 한다. 책이 본래 지는 ‘문화적’ 또는 ‘학문적’ 함의를 과소평가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내용물에 대한 것이고, ‘상업’이란 그것을 배달하고 이익을 확보하는 방식에 대한 것이다. 둘은 양자택일해야 하는 대립적 관계에 있는 것이 아니다.” 한 편집자의 글에서도 그러한 경향이 드러난다. 편집자들의 고민과 시행착오, 활약이 진솔하게 담겼다.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400쪽/1만5000원
장미와 찔레 조동성·김성민 지음
팝 아티스트 낸시 랭이 디자인한 핑크빛 표지가 시선을 끄는 ‘장미와 찔레’ 라는 독특한 제목의 책이 한 장의 편지와 함께 편집실에 배달됐다.
“안녕하세요. 저는 김성민입니다. 나이는 28세입니다. 지난 8월에 서울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했고, 취업 대신 출판사를 창업했습니다. 사무실이라고 해봤자 책상 하나뿐이지만 그 안에서 제 꿈은 커가고 있습니다.”
200대 1에 달하는 책 수출입 불균형을 깨고, 영상문화 콘텐츠의 원작이 될 만한 소설과 만화를 발굴하는 게 목표라고 밝힌 이 젊은 사업가는, 첫 책으로 자기계발서를 선택했다. 스승인 서울대 조동성 교수가 수업시간에 들려준 교훈을 모티프로 하나의 이야기를 완성한 것. 덕분에 조동성 교수와 함께 자신의 이름을 공동 저자로 올렸다.
책의 내용은 취업 후 여러 이유로 진로 변경을 고민하는 여주인공 미주가 스승인 성 교수와의 대화를 통해 교훈을 얻고, 직장에서 꿋꿋하게 버텨 결국 능력을 인정받는 과정을 담고 있다. 제목의 장미와 찔레는, 각기 초기엔 박봉에 시달리며 고생하지만 경쟁에 살아남을 경우 임원이 되어 고생을 보상받을 수 있는 이른바 월급쟁이와, 초기부터 성과를 내고 비교적 순탄하게 살 수 있는 전문직을 상징한다. 당장 눈앞의 것만 보지 말고, 10년, 20년 뒤 정점에 도달했을 때 얼마나 더 크고 화려한 꽃을 피울 것인지를 생각하라는 얘기다. 문국현 전 유한킴벌리 사장,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 박기석 시공테크 회장 등 감수자 면면이 화려하다. 아이웰콘텐츠/248쪽/1만1000원, 특별판 1만4000원
목련화의 꿈(전 2권) 고세정 지음
경제학 박사이자 APEC산업전략연구원 소장을 맡고 있는 저자가 ‘자유민주주의에 기반을 둔 한반도 통일과 한국인의 세계 시민으로의 지위 향상’을 염원하며 그 실현 방법을 모색한 책. 목련화의 꿈이란 이른 봄 유백색으로 피어나는 목련꽃이 한민족의 청백한 고결성을 닮은 데서 비롯된 표현이다. 저자는 혹독한 겨울 추위를 이겨낸 민족이 새로운 세기를 맞아 세계를 향해 찬란하게 피어나야 할 이 시점에, 대한민국의 건국이념인 자유민주주의 정체성이 붕괴될 위기에 놓였다고 진단한다. 1권에서 사회주의 종언과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이야기하고, 2권에서 민주화 정권의 중우(衆愚)정치와 탈냉전시대의 글로벌 경제, 그리고 2007 대선의 의미를 살펴본다. 지식문화 심원/각 566쪽, 620쪽/각 2만3000원
CQ 문화지능 크리스토퍼 얼리 외 지음, 박수철 옮김
영국의 히드로 공항을 비롯한 세계 주요 국제공항에는 메뚜기 그림의 광고판이 걸려 있다. “미국에서는 메뚜기가 해충이지만 중국에서는 애완용이고, 태국에서는 애피타이저입니다.” 일찍이 문화적 다양성 관리의 중요성을 깨닫고 ‘세계 속의 현지은행’을 모토로 삼은 글로벌기업 홍콩상하이은행(HSBC)의 광고다.
IQ(지능지수), EQ(정서지능), NQ(공존지수), SQ(성공지능)에 이어 이제는 CQ(Cultural Quotient·문화지능)다. 간단히 말해 문화지능은 새로운 문화적 환경에 적응하는 능력이다. 굳이 ‘지구촌시대’를 들먹이지 않아도 사람들이 갖고 있는 세계관의 집합을 문화라 할 때, 근본적으로 서로 다른 문화를 지닌 사람들과 적절하고 원활한 관계를 유지하거나 업무를 수행할 때 문화지능이 필요하다.
이 책은 문화지능을 문화 전략적 사고, 동기적 문화지능, 행위적 문화지능으로 나눠 설명한다. 낯선 환경과 타인의 문화적 특성을 이해하고 학습하는 문화 전략적 사고와, 낯선 문화에 속한 사람들과 적극적으로 어울리는 자신감과 용기(동기적 문화지능), 그리고 이질적인 문화와 접촉할 때 합리적으로 행동하는 행위적 문화지능까지 3박자를 갖춰야 한다는 것.
이질적 업무환경이나 글로벌 경제에서의 업무할당, 다국적 팀 구성 같은 실무에 문화지능을 어떻게 사용할 수 있는지 설명한다. 문화지능을 향상시키는 다양한 교육기법도 소개한다. 영림카디널/320쪽/1만5000원
소문-나를 파괴하는 정체불명의 괴물 미하엘 셸레 지음, 김수은 옮김
‘2005년 8월 바그다드. 수십만의 이슬람 신도가 티그리스 강 근처의 사원을 향해 걸어가고 있었다. 그때 갑자기 참배 중인 사람 가운데 자살특공대가 있다는 외침이 들려왔다. 소문은 태풍과 같은 속도로 퍼졌고, 집단적 공황이 발생했다. 수천명이 다리를 건너 도망치듯 달리기 시작하자 수백명이 인파에 밟히고 짓이겨졌으며, 일부는 30m 깊이의 강에 몸을 던졌다. 1000여 명이 죽음에 이르렀지만 자살특공대는 없었다.’ 이토록 위력적인 소문은 어떻게 생기는가? 이 책은 소문이 어떻게 생겨나고 어떻게 퍼져나가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지, 소문에 맞서 싸우는 방법은 무엇인지 각종 사례를 통해 사회적, 심리학적으로 고찰한다. 열대림/344쪽/1만4800원
허시명의 주당천리 허시명 지음
“어쩌다 술향을 맡았다가 그 안에서 나를 유혹하는 낯선 길을 보았고, 기꺼이 그 길 속으로 들어섰다. 그 길에는 술만 있는 게 아니었다. 술에 인생을 건 장인이 있었고, 세월이 쌓아놓은 제조비법이 있었고, 곰삭은 문화가 있었고, 휘청거리는 역사도 있었다.” ‘여행작가’에 ‘우리 술 전문’이라는 좀 더 구체적인 타이틀을 덧댄 저자의 술 냄새, 사람 냄새 물씬 나는 기행서다. 저자는 세월 속에 묻혀 잊힌 보석 같은 우리 술을 찾아 전국을 구석구석 누볐다. 달걀과 참기름이 들어가는 제주도의 기발한 보양주인 오합주, 황희의 후손이 빚고 있는 호산춘, 일본에 술을 전해준 백제인 수수고리를 기려 후쿠오카 사람들이 빚은 술 수수고리 등 술의 굴곡진 사연을 읽는 재미도 있다. 예담/336쪽/1만4000원
세계가 높이 산 한국의 문기 최준식 지음
“우리 역사를 보면 정교하고 세련된 문물이 아주 많습니다. ‘한글’이나 ‘조선왕조실록’ 같은 것은 신기와 아무 관련이 없다고 해도 틀린 이야기가 아닙니다. 이런 문물은 신기와 같은 감성을 통해 나오는 것이 아니라, 지성을 사용해 오랜 노력 끝에 생성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종교학자로서 한국 문화의 원류를 탐색해온 이화여대 최준식 교수는 한국 문화의 저류를 신기(神氣)와 문기(文氣)로 정리한다. 얼마 전, ‘한국인을 춤추게 하라’에서 신기(神氣)를 논한 데 이어 이번 책에서 문기(文氣)를 다뤘다. ‘직지심체요절’ ‘다라니경’ ‘고려대장경’ ‘조선왕조실록’ ‘승정원 일기’ 등 세계적으로 인정받은 문화재들을 통해 문기의 전통을 확인하고, 그러한 문화 유전자를 되살려야 한다고 강조한다. 소나무/320쪽/1만2000원
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 김연수 지음
2005년 겨울부터 2007년 봄까지 계간 ‘문학동네’에 연재된 장편소설. ‘분신정국’ ‘전대협의 북한행’ 등으로 각인된 1990년대 이야기다. 그러나 소설은 역사의 기록이 건너뛴 개인의 진실을 파고든다. 뜻하지 않게 방북 학생 예비대표 자격으로 독일에 갔으나 갑작스러운 학생운동 지도부 교체 와중에 잊히고 만 ‘나’와, ‘나’가 베를린에서 만난 사람들의 기구한 사연이 ‘시작도 끝도 없이’이어진다. 작가는 이 소설에 ‘라운지 소설’이라는 새 이름을 붙였다. 떠돌이 일용직 노동자에서 ‘광주의 랭보’ 이길용으로, 다시 혁명적 문화운동가 강시우로 두 번이나 부활한 사람의 기막힌 사연, 모범생이었으나 역사의 우연한 폭력으로 망가져 자살하고 마는 정민의 삼촌 등 역사가 누락한 인간적 진실을 추적한다. 문학동네/394쪽/1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