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11월호

거짓을 진실처럼 들리게 하는 ‘Doublespeak’

  • 이윤재 번역가, 칼럼니스트 yeeeyooon@hanmail.net

    입력2007-11-08 15: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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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간통’ ‘고문’ ‘대량해고’ ‘낙태 찬성’보다는 ‘부적절한 관계’ ‘물리적 설득’ ‘규모의 적정화’ ‘여성의 선택권 옹호’가 훨씬 교양 있고 지적으로 들린다. 이처럼 상대방의 심기를 불편하게 하지 않으면서 공격받을 위험으로부터 벗어나려고 드러내는 것만큼 감추고 말하는 것을 Doublespeak이라고 한다. Doublespeak은 미국 정가에서 특히 애용된다.
    거짓을  진실처럼 들리게  하는 ‘Doublespeak’
    간통죄는 법률용어로는 criminal conversation이고, 일반적으로는 adultery라고 한다. 불륜은 immoral intimacy, 혼외정사는 extramarital love affair다. 그러나 언제부턴가 영어고 우리말이고 간에 이런 것들을 대신하는 하나의 표현이 등장했다. ‘부적절한 관계(inappropriate relationship)’다. 미국 구어에는 ‘Her husband is seeing another woman(그녀의 남편은 불륜을 저지르고 있다)’이라는 말랑말랑한 표현도 있다. 좋게 말해서 완곡한 말투(euphemism)이고 나쁘게 말하면 겉 다르고 속 다른 말(crafty doublespeak)이다.

    My husband and I have been married for 19 years. During this time, he has had a series of what one term inappropriate relationships with women. But I never believed anything sexual was going on. (남편과 저는 19년 전에 결혼했어요. 결혼생활 내내 남편은 여러 여자와 이른바 ‘부적절한 관계’를 가졌어요. 하지만 성적인 관계까지 갔으리라고는 한 번도 생각하지 않았어요.) *term = call· name

    ‘부적절한 관계’란 표현이 공식적으로 사용됨으로써 세상에 널리 알려진 결정적 계기는 1998년 8월17일 빌 클린턴 대통령의 대(對)국민연설이다.

    Good evening. This afternoon, in this room, from this chair, I testified before the office of independent counsel and the grand jury. I answered their questions truthfully. I answered their questions truthfully, including questions about my private life, questions no American citizen would ever want to answer. Still, I must take complete responsibility for all my actions, both public and private and that is why I´m speaking to you tonight. As you know, in a deposition in January, I was asked questions about my relationship with Monica Lewinsky. While my answers were legally accurate, I did not volunteer information. Indeed, I did have a relationship with Ms. Lewinsky that was not appropriate. In fact, it was wrong.

    (안녕하십니까. 저는 오늘 오후 이 사무실 이 자리에서 특별검사와 대배심 앞에서 증언했습니다. 저는 이분들의 질문에 성실히 답했습니다. 저의 사생활에 관한 질문, 미국인 어느 누구도 결코 답변하고 싶어 하지 않는 질문에 대해서 말입니다. 여전히 저는 저의 행동에 대해서 공적이든 사적이든 전적인 책임을 져야합니다. 그래서 제가 오늘밤 여러분에게 말씀드리는 것입니다. 여러분께서 아시다시피 1월의 증언에서 전 르윈스키와의 관계에 대해 질문을 받았습니다. 제 답변은 법률적으로는 정확했습니다만, 자진하여 사실을 말하지는 않았습니다. 실은 르윈스키와 적절치 못한 관계를 가졌습니다. 사실상 저의 잘못이었습니다.)



    “‘부적절한 관계’는 부적절한 표현”

    1998년 8월27일 빌리 그레이엄 복음전도회 회장인 프랭클린 그레이엄(Franklin Graham)은 ‘월스트리트저널’을 통해 ‘부적절한 관계’라는 말은 부적절한 표현이라고 질타했다. 프랭클린 그레이엄은 빌리 그레이엄 목사의 아들이다.

    Mr. Clinton´s sin can be forgiven, but he must start by admitting to it and refraining from legalistic doublespeak. According to the Scripture, the president did not have an “inappropriate relationship” with Monica Lewinsky - he committed adultery. He didn´t “mislead” his wife and us - he lied. Acknowledgment must be coupled with genuine remorse. A repentant spirit that says, “I´m sorry. I was wrong. I won´t do it again. I ask for your forgiveness,” would go a long way toward personal and national healing.

    (클린턴의 죄는 용서받을 수 있지만, 그러려면 먼저 죄를 인정하고, 모호한 언행을 삼가야 한다. 성경대로 하자면 대통령은 모니카 르윈스키와 부적절한 관계를 맺은 것이 아니라 간통을 저질렀다. 그는 부인을 오도한 것이 아니라 거짓말을 했다. 사실인정에는 순수한 양심의 가책이 수반되어야 한다. “죄송합니다. 제가 잘못했습니다. 다시는 그러지 않겠습니다. 용서를 구합니다”라고 말하는 회개하는 마음이 궁극적으로는 개인이나 국가를 치유할 것이다.)

    거짓을  진실처럼 들리게  하는 ‘Doublespeak’

    ‘부적절한 관계’란 표현을 유행시킨 빌 클린턴.

    doublespeak 또는 doubletalk의 사전적 의미는 ‘둘러대는 말’ ‘얼버무리는 말’ ‘애매하고 모호한 말’ ‘앞뒤가 맞지 않는 말’ ‘속 다르고 겉 다른 말’이다. 간혹 ‘겹말’이라고 번역하는 경우가 있는데 적절치 않다. 겹말은 ‘처갓집’ ‘고목나무’ ‘살짝 선잠이 들다’처럼 같은 뜻의 말을 중복해 사용하는 것을 의미한다. 영어엔 ‘false lie(가짜 거짓말)’, ‘speak all at once together(모두 함께 말하다)’ 등이 겹말이다.

    ‘이중언어’라고 번역하는 것도 적절치 않다. bilingual(2개 언어를 말하는 사람)과 혼동될 가능성이 있다. ‘거짓을 진실처럼 들리게 하는 정치언어’, 경우에 따라서는 ‘이중으로 당의(糖衣)된 표현’이 적절하다고 본다.

    Doublespeak의 예를 살펴보자. identity theft(ID카드 도용)는 unauthorized withdrawal(허가받지 않은 예금인출), a criminal(범인)이나 a outlaw(무법자)는 a failure to comply with law(법을 준수하지 않는 사람), firing of many employees(피고용인 대량 해고)는 right-sizing(규모의 적정화)이나 downsizing(규모 축소), a phone sex operator(폰섹스 교환원)는 a woman at the other end of the discussion(대화 상대 여성) 등으로 표현한다.

    수직으로 전개된 반인간 발명품?

    한편 정치적인 Doublespeak는 ‘국가 선전 목적을 위해 사실을 조작, 왜곡해 대중을 기만하는 속과 겉이 딴판인 말의 기교’를 의미한다. 1982년 레이건 대통령은 MX missile을 peacekeeper(평화수호자)라고 했다.

    이 같은 예는 더 있다. killing(살인)→unlawful or arbitrary deprivation of life(생명의 비합법적 혹은 자의적 박탈), torture(고문)→tough questioning(모진 심문)/physical persuasion(물리적 설득)/enhanced interrogation techniques(강화된 심문 기술), bombs(폭탄)→vertically deployed anti-personnel devices(수직으로 전개된 반인간 발명품), assassination(암살)→wet work(손 적시는 일) 등.

    온라인 백과사전 위키피디아(wikipedia.org)는 doublespeak를 이렇게 정의하고 있다.

    The word doublespeak was coined in the early 1950s. It is often incorrectly attributed to George Orwell and his 1948 dystopian novel Nineteen Eighty-Four. The word actually never appears in that novel; Orwell did, however, coin newspeak, oldspeak, and doublethink, and his novel made fashionable composite nouns which were previously unknown in English.

    (doublespeak라는 단어는 1950년대 초기에 생겨났다. 흔히 조지 오웰과 그의 1948년 작품인 역(逆)유토피아 소설 ‘1984년’에서 이 말이 비롯됐다고 알려졌지만 실제로는 소설에 이 단어가 등장하지 않는다. 하지만 오웰은 newspeak(신어), oldspeak(구어), and doublethink(이중사고)란 조어를 탄생시켰으며, 그의 소설은 영어에 없던 복합명사를 만들어 유행시켰다.)

    One of the central insights of George Orwell´s classic novel Nineteen Eighty-Four concerned the manipulative use of language, which we now call “doublespeak” and “Orwellian.” That novel tells the story of a totalitarian state in which government agents monitor all aspects of citizens´ lives. The three doublespeak slogans of the state are seen on posters everywhere: (1)War Is Peace (2)Freedom Is Slavery (3)Ignorance Is Strength.

    (조지 오웰의 고전소설 ‘1984년’의 중심사상의 하나는 오늘날 우리가 ‘거짓을 진실처럼 들리게 하는 정치언어’ ‘오웰식 표현’이라고 하는 언어 사용의 교묘한 조작에 관한 것이다. 이 소설은 정부관리가 인민 삶의 모든 면을 감시하는 전체주의 국가에 관한 이야기다. 여기저기 널려 있는 포스터에는 doublespeak로 표현된 세 개의 슬로건이 보인다: (1)전쟁은 평화 (2)자유는 예속 (3)무지는 힘.

    의미를 위장하려는 정치적 목적

    Doublespeak is language deliberately constructed to disguise or distort its actual meaning for political purposes: words, that is to say, which not only had a political implication, but were intended to impose a desirable mental attitude upon the person using them. Such language is often associated with governmental, military, and corporate institutions and its deliberate use by these is what distinguishes it from other euphemisms.

    (Doublespeak은 정치적 목적으로 실질적 의미를 위장하거나 왜곡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만들어낸 언어다. 즉 정치적으로 함축된 의미를 가질 뿐만 아니라 이러한 단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에게 소기의 정신적 태도를 갖도록 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이러한 언어는 흔히 정부기관, 군사기관, 기업체와 관련이 있다. 이들이 고의적으로 사용하는 doublespeak는 완곡어법과는 구별된다.)

    거짓을  진실처럼 들리게  하는 ‘Doublespeak’

    백악관은 ‘자살 폭파범’을 ‘살인 폭파범’으로 표현했으나 공감을 얻는 데는 실패했다.

    Throughout the Cold War both sides have specialized in doublespeak. State communist regimes regularly called their party states “democracies” or “people´s republics,” and regularly uses Newspeak and doublethink to legitimate their regimes. In the West, the Department of Defense replaced the Department of War after World War II and terms like the “Free World,” “independent nations,” or “allies” have been used to describe repressive dictatorships friendly to the capitalist democracies. A word/phrase that is politically unsuitable or offensive is sometimes replaced with an alternative, inoffensive euphemism, or falsely innocuous. as in “liquidate the kulaks” used by the Soviets to conceal its democides.

    (냉전기간을 통틀어 양 진영은 전적으로 Doublespeak를 사용했다. 공산주의정권은 자신들의 일당독재국가를 democracies(민주국가) 혹은 people´s republics(인민공화국)라고 칭했다. 서구에서는 제2차 세계대전 후 the Department of War(육군성)를 the Department of Defence(국방성)로 대체했다. 인민을 억압하는 독재국가나 자본주의 민주국가에 우호적인 나라들에는 Free World(자유세계), independent nations(독립국가), allies(맹방) 등으로 칭했다. 정치적으로 적절치 못하거나 공격적인 어구가, 거슬리지 않고 완곡하며 해가 되지 않는 것처럼 들리는 위장표현으로 대체되기도 했다. 한 예로 소련은 ‘부농(富農) 말살(kulak democide)’을 숨기기 위해 ‘부농을 정리하다(liquidate the kulaks)’라는 표현을 썼다.

    북한의 정식명칭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Democratic People´s Re- public of Korea), 국제사회에서는 보통 북조선(North Korea)으로 표기한다. 중국의 정식명칭은 중화인민공화국(People´s Republic of China), 쿠바의 정식명칭은 쿠바공화국(Republic of Cuba)이다.

    미국의 the Department of War는 1789년부터 1947년까지 land forces(육군)를-나중에는 air forces(공군)까지-관장하는 부처였다. 1949년 the Department of Defense로 개칭됐는데, 앞에서 the Department of War를 ‘전쟁성’이라고 옮기지 않고 ‘육군성’이라고 옮긴 이유가 여기에 있다.

    democide는 하와이대 정치학 교수 룸멜(Rudolph Joseph Rummel)이 만든 조어로 정부가 자행하는 집단학살과 대량학살 같은 무차별살육(the murder of any person or people by a government, including genocide and mass murder)을 의미한다. *cide(죽임·살해): suicide(자살), patricide(아버지 살해) matricide(어머니살해), homicide(살인), genocide(인종·국민에 대한 계획적인 집단학살), politicide(정치적 학살), bullycide(폭력이나 따돌림에 희생된 학생의 자살), aborticide(낙태), insecticide(살충제), pestcide(농약·살충제)

    ‘pro-life’ vs ‘pro-choice’

    Police and court officers use jargon and terms of art that can be seen as doublespeak cover up corruption or brutality. “Fines on the spot,” for example, are bribes taken during traffic stops, though the Blair administration of the British government used the same term genuinely to describe fines for anti-social behaviour. What police call “aggressive enforcement” may be called “racial profiling” by others. To “pacify” someone, euphemistically, is to subdue him by force.

    (경찰과 법원관리는 부패와 무자비함을 덮기 위해 Doublespeak로 간주될 수 있는 은어를 사용하거나 말에 기교를 부린다. 예를 들면 fines on the spot(현장벌금)은 차량이 멈추는 동안에 받은 뇌물을 뜻한다. 다만 영국의 블레어 행정부는 순전히 반사회적 행위에 대한 벌금을 가리킬 때 이 용어를 사용했다. 경찰이 aggressive enforcement(공격적 집행)라고 말하는 것을 다른 사람들은 racial profiling(특정 인종에 대한 편견)이라고 말한다. 누군가를 ‘진정시키다(pacify)’는 누군가를 ‘무력으로 진압하다(subdue by force)’를 완곡하게 표현한 것이다.) *racial profiling:직역하면 ‘인종에 대한 개략(槪略)을 기술하는 것’이다. racial stereotyping(인종에 대한 고정관념화)이라고도 한다. 특정인종이 특정범죄를 저지를 개연성이 크다고 믿고 그런 인종에 대해 경찰이 부당하게 과도한 검문검색을 하는 관행을 가리킨다.

    Political groups often use neologisms to frame their views positively and to discredit their opponents´ views. One of the most prominent and heated examples is the U.S. abortion debates: Those advocating restrictions on abortion label themselves “pro-life”, seeing the term “abortion” or the idea of “aborting a pregnancy” as euphemistic for “murder of an unborn child” and leaving their opponents, who do not view the human organism as being its own person in pre-natal stages of development, and who see the issue as being not about life or death but primarily about women´s rights.

    (정치집단은 자기들의 견해를 확실히 하고, 반대의견을 평가절하하기 위해 신어(neologism)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가장 열띤 논쟁 중 하나인 미국의 낙태 논쟁에서, 낙태 금지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자신들을 ‘pro-life’(생명찬성)라고 칭한다. ‘낙태’나 ‘임신중절’은 ‘태아 살해’를 부드럽게 표현한 것에 불과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들은 낙태 옹호자들이 인간유기체를 출산 전 성장단계에 있는 하나의 인간으로 보지 않고, 이 문제를 생명과 죽음에 관한 것이 아니라 여성의 권리에 관한 것이라고 여기는 것을 도외시한다.)

    거짓을  진실처럼 들리게  하는 ‘Doublespeak’

    럼스펠드 전 미 국방장관은 미군이 이라크 포로를 고문한 것에 대해 “인간이 겪는 인성의 월권”이라는 모호한 표현을 써 비난을 샀다.

    Using a similar tactic, those advocating abortions reduce this highly charged and highly complex moral and ethical issue in their own way to a convenient sound byte that redirects emphasis to their own concerns by labeling themselves “pro-choice”, leaving their opponents, many of whom are women themselves, and who see women´s rights as completely unrelated to what is for them a life and death matter. Members of either side are commonly heard expressing views that the other camp´s self-label is dishonest.

    (유사한 논리로, 낙태 옹호자들은 고도의 논쟁적이고 복합적인 도덕적 윤리 문제를 자기들에게 편리한 사운드-바이트로 축소하여, 사안의 중요성을 자신들만의 문제로 돌린다. 그러고는 자신들에게 ‘pro-choice’(선택찬성)라는 이름표를 붙인다. 그리고 이들은 대부분이 여성이면서도 여성의 권리는 생명과 죽음의 문제 자체와 무관하다고 보는 낙태반대자들의 주장을 도외시한다. 양 진영은 서로 상대 진영의 자칭표어가 정직하지 못하다는 얘기를 한다.) *Sound-Byte: 시간과 장소에 관계없이 원하는 사람과는 언제든지 의사소통할 수 있는 환경을 가리킨다. 이러한 환경에서 성장한 세대를 사운드바이트 세대(Sound-Byte Generation)라고 한다.

    Doublespeak의 전문용어화

    Doublespeak has been craftily combined with jargonising by coining outlandish technical terms to camouflage what is meant. The narrowly avoided nuclear explosion at Three Mile Island was a “spontaneous energetic disassembly” for Metropolitan Edison. The National Transportation Safety Board called an airplane crash “controlled flight into terrain.” A bill collector was a “persistency specialist” for the Chase Manhattan Bank.

    (색다른 기술적인 말을 만들어냄으로써 더블스픽이 전문용어와 결합하는 얄미운 양상을 보여왔는데, 이는 의미하는 바를 숨기기 위함이다. 메트로폴리탄 에디슨사는 TMI원자력발전소에서 벌어진 위급했던 핵폭발 위험(the narrowly avoided nuclear explosion)을 spontaneous energetic disassembly(자발적 에너지 분해)라고 표현했다. 전국수송안전위원회는 airplane crash(비행기 추락)를 CFIT(controlled flight into terrain·정상적인 조종 상태에서 지상충돌)라고 한다. 체이스맨해튼 은행(Chase Manhattan Bank)측에는 수금원(bill collector)이 persistency specialist(악착같은 전문가)다.)

    1979년 미국 메트로폴리탄 에디슨사의 TMI원자력발전소(Three Mile Island Nuclear Generating Station)에서 일어난 사고는 미국의 상업용 원자력 발전소 운전 역사상 최악의 사고였다. 원자로 냉각수 온도와 압력이 높아지자 이를 완화하기 위해 가압기의 안전밸브가 자동으로 개방돼 냉각수가 빠져나갔다. 사고 후 5일 동안 발전소는 계속해서 방사능 물질을 방출함으로써 주위 환경을 오염시켰다. 이로써 당시 사고 지점 반경 8㎞내에 거주하던 200만명의 주민이 방사능 물질에 노출됐다.

    미국 뉴저지주립대학인 러트거스대(Rutgers University)의 영어 교수이며 ‘계간 이중표현 the Quarterly Journal of Doublespeak’의 장수 편집자인 윌리엄 러츠(William Lutz)는 저서 ‘The New Doublespeak: Why No One Knows What Anyone´s Saying Anymore´ llins’에 이렇게 썼다.

    Doublespeak is language that pretends to communicate but really doesn´t. It is language that makes the bad seem good, the negative appear positive, the unpleasant appear attractive or at least tolerable. Doublespeak is language that avoids or shifts responsibility, language that is at variance with its real or purported meaning. It is language that conceals or prevents thought; rather than extending thought, doublespeak limits it.

    (doublespeak은 의사전달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 그렇지 않다. 그것은 나쁜 것을 좋은 것으로, 부정적인 것을 긍정적인 것으로, 불쾌한 것을 재미있거나 적어도 봐줄 만한 것으로 보이게 하는 언어다. 그것은 책임을 회피하거나 전가하는 언어며, 본래의 취지와는 일치하지 않는 언어다. 그것은 생각을 확장하기보다 숨기거나 방해하는 언어다. 다시 말해서 생각을 제한한다.)

    올해 최고의 Doublespeak

    골든 래즈베리상(Golden Raspberry Awards)은 미국에서 한 해 동안 제작된 영화 중 최악의 작품 및 남녀주연 등을 선정하는 상이다. 더블스픽에 관한 이와 유사한 상이 있다. 미국 전국영어교사협회의(The National Council of Teachers of English)의 더블스픽위원회(the Committee on Public Doublespeak)는 1974년 Doublespeak Award를 제정한 뒤로 해마다 이 상을 수여한다. ‘전혀 믿을 수 없는, 회피적인, 완곡한, 혼란스러운, 괘씸한, 혹은 자기중심적인 언어(grossly deceptive, evasive, euphemis- tic, confusing, egregious, or self-cen- tered language)’를 구사한 공직자에게 주는 일종의 조소상(ironic tribute)이다.

    거짓을  진실처럼 들리게  하는 ‘Doublespeak’

    케네디 대통령이 집권한 냉전시기에 유독 Doublespeak이 발달했다.

    이 위원회를 설립할 당시 NCTE 사무총장(Executive Secretary) 로버트 호간(Robert Hogan)은 이렇게 언급했다.

    Behind the appointment of the committee is a resurgent interest in the content of language. The question is not just whether subjects and verbs agree, but whether statements and facts agree. (언어의 속뜻에 대한 관심을 부활시키는 것이 이 위원회의 출범 배경이다. 문제는 주어와 동사가 일치하느냐가 아니라 진술과 사실이 일치하느냐다.)

    1984년에 Doublespeak Award 수상자로 미 국방부가 지명됐다. 당시 국방부가 combat(전투)를 violence processing(난폭한 행진), civilian casualties(민간사상자)를 collateral damage(부차적 피해), 그리고 1983년 그레나다 invasion(침공)을 predawn vertical insertion(동트기 전 수직개입)이라고 묘사했기 때문이다.

    2004년 수상자는 부시 행정부다. 미군이 이라크 아브 그라이브(Abu Ghraib) 교도소에서 포로들을 고문한 사건에 대해 당시 도널드 럼스펠드 국방장관은 ‘the excesses of human nature that humanity suffers(인간이 겪는 인성의 월권)’라고 모호하게 표현한 바 있다.

    2006년 11월26일 워싱턴발(發) AP통신 캘빈 우드워드(Calvin Woodward) 기자의 기사 제목은 ‘Government is mastering doublespeak’, ‘정부는 더블스픽 도통 중’이었다. 미국 정가의 더블스픽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In Washington, words are a moving target that conceal at least as much as they reveal. Doublespeak runs through the discourse on Iraq, terrorism and domestic matters to a point where it′s hard to tell what is going on.

    (워싱턴 정가에서 단어는 움직이는 목표물이다. 그것이 드러내는 의미만큼 숨기고 있는 것이 있다. 더블스픽은 이라크, 테러리즘, 국내 문제에 관한 연설에서 볼 수 있는데, 그것들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헷갈리게 할 정도다.)

    The libertarian Cato Institute recently took on the rising tide of fuzzy words in the fight against terrorism, arguing that whatever people think of what the government is doing, it would help to understand what the government is doing.

    (최근 자유주의 성향의 케이토연구소는 테러와의 전쟁에서 모호한 단어 사용이 증가하는 추세에 이의를 제기하면서, 정부가 현재 행하는 일에 대해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하든지 간에 이런 문제 제기는 정부가 하고 있는 일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라고 주장했다.)

    That is no easy task when the administration offers tortured definitions of torture, describes suicide by captives as “self-injurious behavior incidents” and labeled at least one suspect an “imperative security internee” when it became constitutionally questionable to hold him as an “enemy combatant.”

    (이것은 그냥 지나칠 일이 아니다. 행정부는 고문의 정의를 왜곡하고, 자살을 ‘자해행위’라고 말바꾸기를 한다. 그리고 한 용의자를 적의 전투원으로 수감한 데 대해 위헌 문제가 제기되자 그 혐의자를 ‘불가피한 안보 수감자’라고 이름 붙였다.)

    Interrogations are debriefings. Propaganda is a struggle “for hearts and minds”. The estate tax is the death tax. The right to an abortion is the right to “choose”. And can anyone oppose the Patriot Act and still be a patriot?

    (심문은 보고. 선전은 ‘마음과 정신을 얻기 위한’ 노력. 유산세는 상속세. 낙태권은 선택권. 그리고 ‘애국자 법’을 반대하면서 애국자가 될 수 있단 말인가?)

    “By corrupting the language, the people who wield power are able to fool the others about their activities and evade responsibility and accountability.” Cato′s Timothy Lynch argues in his polemic against doublespeak - an outgrowth of the doublethink and newspeak of George Orwell′s ‘1984’.

    (“언어를 오염시킴으로써, 권력을 휘두르는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의 행위를 우롱하고, 책임을 회피한다.” 케이토연구소의 티모시 린치는 더블스픽, 조지 오웰의 ‘1984년’에 나오는 이중사고와 신어의 파생물에 대한 반론에서 이렇게 밝혔다.)

    ‘Dead End’ vs ‘No Outlet’

    But nefarious “War is Peace” Orwellianisms are not the only impulse at work, by a long shot. Some of Washington′s bland euphemisms are calculated mainly not to offend. Just as Dead End signs have been replaced in some communities by No Outlet ones, congressional oversight investigators tend these days to find “challenges” in the behavior of agencies, as they politely put it, and not quite so many “problems” - how rude.

    (그러나 ‘전쟁은 평화’라는 사악한 오웰식 언어가 충격으로만 작용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워싱턴 정가의 부드러운 완곡 표현은 상대를 자극하지 않도록 계산된 경우도 있다. 어떤 지역에서는 ‘막다른 길’ 표시가 ‘출구 없음’ 표지로 대체됐던 것처럼, 요즘 의회의 감시단은 정부기관 현황에서 ‘아주 많은 문제점을 적발했다’고 말하기보다-이렇게 말하면 얼마나 건방진가!-‘설명을 요하는 과제들을 발견했다’고 점잖게 말하는 경향이 있다.) *(1)not by a long shot: 결코 ~않다 (2)challenge: a demand for explanation or justification(설명이나 변명의 요구) (3)짙은 부분의 문장구조: ‘그것은 붉은 색이 아니고 검은색이다’를 영작하면, (A)It is not red but black이나 (B)It is black(,) (and) not red가 되는데 (B)가 짙은 부분과 같은 구조다.

    Marketing sensibilities long ago infiltrated, if not took over, the debate in Washington, a progression most vividly seen in catchy titles given to legislation. These are the same sensibilities that, in the marketplace, prompted rapeseed oil to be sold as canola oil and a delicate fish named slimehead to come to the dinner table as orange roughy.

    (전적으로 그런 건 아니지만, 이미 오래전에 마케팅 감각이 워싱턴 정가의 토의 속에 스며들었다. 법률안에 붙은 재미있는 타이틀을 보면 이러한 현상이 생생하게 드러난다. 이것은 시장에서 유채씨 기름이 캐놀라(canola)유로 판매되는 것과 같은 감각이며, 슬라임헤드라는 이름의 묘한 물고기가 오렌지 러피라는 이름으로 식탁에 오르는 것과 같은 감각이다.)

    Republicans came to power in the 1990s offering the American Dream Restoration Act and the Common Sense Legal Reforms Act. President Clinton pitched his Middle Class Bill of Rights. President Bush this decade defied anyone to stand against something named No Child Left Behind.

    (1990년대에 정권을 잡은 공화당은 ‘아메리칸 드림 부활을 위한 법(The American Dream Restoration Act)’과 ‘상식적 사법개혁법(The Common Sense Legal Reforms Act)’을 제안했다. 클린턴 대통령은 ‘중산층 권리장전(The Middle Class Bill of Rights)’을 내놓았으며, 최근 부시 대통령은 ‘낙제방지법(No Child Left Behind)’에 반대하는 사람들을 비난했다.)

    ‘death tax’ vs ‘estate tax’

    Republicans pitch elimination of the ‘death tax’ because it sounds more populist than giving rich people a break by getting rid of the ‘estate tax’ - the same thing.

    (공화당은 ‘상속세(death tax)’ 폐지를 주장한다. ‘유산세(estate tax)’를 폐지하자고 함으로써 부유층을 봐준다는 인상을 주는 대신 서민적으로 보이기 위함이다. 상속세와 유산세는 결국 같은 것이다.)

    Democrats will go to the wall in defense of abortion rights without uttering that unpleasant word, abortion. Instead, they are champions of “choice” or, in a less guarded moment, “reproductive choice”. (The cause is advocated by progressives, formerly liberals.)

    (민주당이 낙태 옹호에 성공하려면 듣기 안 좋아도 ‘낙태’라는 말을 반드시 사용해야 할 것이다. 그런데도 이들은 낙태라는 말 대신 ‘선택’, 덜 신중한 경우에는 ‘생식선택’이라는 용어를 사용해 낙태권리를 옹호한다.(이 주장은 진보주의자 - 전에는 자유주의자 - 에 의해서 주창됐다.)) *짙은 부분은 [부정+부정=강한 긍정] 구문이다. 민주당은 듣기에 불쾌한 단어인 ‘낙태’를 언급하지 않으면 낙태권리를 옹호하는 데 실패할 것이다. → 민주당이 낙태권리를 옹호하는 데 성공하려면 듣기에 불쾌한 단어인 ‘낙태’라는 말을 반드시 사용해야 할 것이다.

    The wish to be technically accurate was behind the decision of the Agriculture Department this year to squeeze “hunger” out of the equation when considering how many people go hungry. Hunger, in the words of advisers whose recommendations were accepted by the department, is “an individual-level physiological condition that may result from food insecurity.”

    (농무부가 얼마나 많은 사람이 굶주리고 있는가를 조사하면서 보고서에서 hunger(굶주림)라는 단어를 억지로 빼낸 데는 기술적 정확성을 기하고자 한 의도가 깔려 있다. 농무부 자문관의 말에 따르면 hunger는 ‘식량 불안에서 생길 수 있는 개인 차원의 생리적 상태’다.)

    The word should refer to “a potential consequence of food insecurity that, because of prolonged, involuntary lack of food, results in discomfort, illness, weakness, or pain that goes beyond the usual uneasy sensation”. In other words, it′s not just the munchies.

    (이 단어(hunger)는 ‘장기화된 부득이한 식량 부족으로 인해 통상적인 불편한 감정의 범위를 넘는 불안·질병·약함·고통을 생기게 하는 식량 불안의 잠재적 영향’을 언급하는 데 사용돼야 한다. 다른 말로 하면 이 단어는 공복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다.)

    The department reasoned it cannot truly measure hunger because it surveys households, and households do not get hungry - people do. The terms “low food security” and “very low food security” replaced the old descriptions of “food insecurity without hunger” and “food insecurity with hunger.”

    농무부는 가구 단위로 조사하기 때문에 hunger를 사실대로 측정할 수 없다고 변명했다. 굶는 사람은 있어도 굶는 가구는 없다. 과거에 사용했던 ‘food insecurity without hunger(굶지는 않지만 식량 확보 가능성 불안)’와 ‘food insecurity with hunger(굶을 정도로 식량 확보 가능성 불안)’를 각각 ‘low food security(식량 확보 가능성 낮음)’와 ‘very low food security(식량 확보 가능성 매우 낮음)’로 대체했다.)

    ‘테러와의 전쟁’과 Doublespeak

    The fight against terrorism brings its own evolving vocabulary and semantic arguments, starting with the question of whether the war in Iraq is part of it, as Bush says, or a distraction from it, as his critics contend.

    (테러와의 전쟁으로 인해 어휘와 의미론적 논쟁이 재생산됐는데, 그 시작은 부시가 말한 것처럼 이라크전쟁이 그것(테러와의 싸움)의 일부인지, 아니면 그를 비평하는 사람들이 주장한 것처럼 그것(이라크전쟁)으로부터의 국면 전환인지의 문제였다.) *distraction: something that diverts the attention(관심을 다른 데로 돌리는 그 무엇)

    The notion of “homeland security” was foreign to American ears until the aftermath of the Sept. 11 attacks and formation of a department with that name. Now it is an accepted distinction from the foreign-based military and intelligence matters that come under the mantle of national security.

    (9·11 테러의 여파로 the Department of Homeland Security(국토안보부)가 생기기 전까지는 homeland security(국토안보)라는 말이 미국사람들에게 생소했다. 이제는 국토안보를 해외주둔 미군과 국제정보에 관련된 national security(국가안보)개념과 구별하게 됐다.)

    The White House was less successful branding suicide bombers as “homicide bombers,” an Israeli euphemism meant to emphasize the murderous nature of the act and deny the “martyrdom” claimed by those who blow themselves up. The term hasn´t stuck.

    거짓을  진실처럼 들리게  하는 ‘Doublespeak’


    1949년 전남 보성 출생

    중앙대 영문과 졸업

    현대건설 해외업무 담당

    중앙대, 숙명여대, 한양대, 동국대 강사

    現 한반도 영어공학연구원 원장

    역서 : ‘히틀러·스탈린·헤르츨 정신분석’


    (백악관은 자살 폭파범을 ‘살인 폭파범’-행위의 잔인성을 강조하고 자폭자들이 주장하는 소위 순교의 의미를 부정하고자 이스라엘이 만들어낸 수사-이라고 낙인찍었지만 공감을 얻는 데는 성공하지 못했다. 이 용어는 사람들의 기억에 남지 않았다.)

    And there is no more “stay the course” on Iraq. Bush found himself on the defensive when a phrase meant to convey a resolute stance came to be seen as inflexibility in the face of chaos. The rhetoric, at least, changed course.

    (이라크전쟁에 대해서 ‘노선을 고수하다’라는 말은 더 이상 사용되지 않는다. 단호한 입장을 전달하기 위해 사용된 말씨가 혼란에 직면해서는 융통성 없는 것으로 인식되자 부시 대통령은 수세에 처했다. 어쨌든 이 수사법은 방향을 바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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