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11월호

와인의 비밀, 포도 게놈 프로젝트로 푼다

  • 강석기 동아사이언스 기자 sukki@donga.com

    입력2007-11-05 16: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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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와인의 비밀, 포도 게놈 프로젝트로 푼다

    식물로는 네 번째로 게놈 분석 대상이 된 포도. 사진은 피노누아 품종.

    “와인 한 잔과 함께, 인간에게 씌워진 모든 가식의 가면을 벗어버리고 사랑과 우정과 희망을 이야기하자!”

    웰빙 바람을 타고 수년 전부터 국내 와인시장이 급팽창하자 유럽의 와인업자들도 깜짝 놀라고 있다. 일본 만화 ‘신의 물방울’의 인기도 높아 지난달에는 작가 아기 다다시 남매가 내한해 ‘신의 물방울 와인 파티’를 열기도 했다.

    이처럼 와인에 열광하는 것은 적당량을 마시면 몸에 좋다는 이유뿐 아니라 와인이 갖고 있는 풍부한 ‘문화 콘텐츠’ 때문이기도 하다. 최근에는 과학자들도 가세해 와인과 그 원료인 포도 연구에 열을 올리고 있다.

    과학저널 ‘네이처’ 9월27일자는 포도 게놈 초안을 분석한 논문을 실었다. 애기장대, 벼, 포플러에 이어 식물로는 네 번째이고 유실수로는 첫 번째다. 쌀을 주식으로 하는 우리나라가 벼 게놈 프로젝트에 주도적으로 참여했듯이 포도 게놈 프로젝트는 프랑스와 이탈리아 공동연구팀이 맡았다. 프랑스는 와인 생산액 기준 세계 1위이고, 이탈리아는 생산량 기준 세계 1위다.

    포도의 학명은 ‘비티스 비니페라(Vitis vinifera)’인데 품종이 7000여 가지나 된다. 적포도와 청포도가 반반 정도다. 포도 게놈 프로젝트에 쓰인 품종은 피노누아(Pinot Noir). 프랑스 와인산지의 양대 산맥 가운데 한 곳인 부르고뉴를 대표하는 품종이다. 껍질이 얇고 재배조건이 까다로운 피노누아는 향이 풍부하고 맛이 섬세해 고가의 레드와인을 만들어낸다.



    포도 게놈 초안을 들여다보면 와인 같은 과실주의 향이 왜 곡주보다 풍부한지 알 수 있다. 꽃이나 과일 향은 수많은 냄새분자가 조합된 결과인데, 주로 테르펜류다. 포도는 벼에 비해 테르펜을 만드는 데 관여하는 유전자가 세 배나 많은 것으로 밝혀졌다. 한편 심장병을 예방하는 천연 항산화제로, 적포도 껍질에 많이 들어 있는 레스베라트롤을 만드는 데 관여하는 유전자는 아직 찾지 못했다. 게놈을 좀 더 분석해봐야 답이 나올 전망이다. 적포도와 청포도 껍질색의 차이가 나는 이유도 밝혀졌다. 청포도는 자주색을 내는 색소인 안토시아닌을 만드는 유전자가 고장 난 돌연변이체다. 적포도가 원조인 셈이다.

    포도 게놈을 완전히 분석한다고 해서 향과 맛이 더 풍부한 와인을 만들 신품종이 나올 가능성은 낮다. 유전자 변형 식물로 웰빙 식품인 와인을 만든다는 것 자체가 거부감을 줄 뿐 아니라 와인의 맛과 향은 품종 외에도 재배환경과 양조기술, 즉 ‘테루아’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기 때문이다. 대신 포도나무가 병충해와 환경 스트레스에 취약한 원인을 유전자 차원에서 분석해 내성이 강한 품종으로 개량하는 데 도움이 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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