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망 이동에 걸림돌이던 가입자 인증모듈(USIM)의 잠금장치가 내년부터 해제될 전망이다.
망내 할인이란 말 그대로 같은 망을 쓰는 사람끼리의 통화비용을 할인해주는 것이다. 이는 단순 할인 정책보다 훨씬 위력적이다. 가족·연인·친구 단위로 이동통신사를 바꿀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사업자들이 사활을 건 가입자 방어와 유치에 나설 수밖에 없는 이유다. 바야흐로 무한경쟁의 시대가 온 것이다.
내년에 도입될 가상 이동망사업자도 사업자간 경쟁을 부추기기는 마찬가지다. SK텔레콤, KTF, LG텔레콤 등 망을 가진 기존 사업자가 아니더라도 이동통신서비스 사업에 뛰어들 수 있는 길이 열리기 때문이다. MVNO 사업자는 기존 사업자로부터 무선망만 빌려서 특화된 서비스를 내세워 가입자를 유치한다. 벌써 17개 은행이 연대해 MVNO에 진출하겠다고 밝히는 등 3~4개 컨소시엄이 신규 사업 참여를 검토하고 있다. 공급자가 많으면 가격이 내린다는 것은 중학생도 아는 경제법칙.
가입자 인증모듈(USIM) 개방도 이통업계의 새 화두다. USIM이란 가입자 정보 및 인증 기능이 있는 칩이다. 그동안 이통사들은 국내에서 시판되는 휴대전화기의 USIM에 잠금장치를 걸어뒀다. 이 때문에 다른 서비스망으로 옮기려면 휴대전화부터 바꿔야 하는 등 절차가 번거로웠다.
그런데 정부는 내년부터 3세대 휴대전화에 대해 USIM 잠금장치 해제를 의무화할 방침이다. USIM 카드를 빼내 끼우기만 하면 아무 휴대전화기나 내 휴대전화기가 되는 시대가 온 것이다. 기존의 제품 구분은 무의미하고 제품의 종류도 크게 늘어난다. 반면 이통사들은 그동안 휴대전화기 제조업체에 대해 행사해온 막강한 통제권을 잃게 된다.
이들 신규 정책이 지향하는 바는 분명하다. 사업자간 경쟁을 통한 요금 할인과 개방을 통한 소비자 선택권 확대다. 그럼 그동안 왜 이런 정책을 도입하지 않았던 걸까. 국가 인프라 확충과 산업 발전, 경기 활성화를 위해 사업자들의 과감한 투자를 유도할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다. 덕분에 우리나라는 4000만이 넘는 이동통신 인구를 자랑하는 세계 최고 수준의 통신강국이 됐다.
이제 산업이 성숙한 만큼 소비자 혜택을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이미 정책 방향도 그쪽으로 정해졌다. 좋은 서비스를 값싼 가격에 내놓을 수 있는 업체만이 높은 파고를 넘을 수 있도록 게임의 규칙이 한층 혹독해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