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신동아 로고

통합검색 전체메뉴열기

명사들의 공부법

김병원 박사의 세 자녀 ‘영어 자연학습’ 관찰기

‘토막말’ 익히면서 ‘Show’를 하라!

  • 김병원 한국언어사고개발원장 bwonkimtl@hanmail.net

김병원 박사의 세 자녀 ‘영어 자연학습’ 관찰기

2/4
김병원 박사의 세 자녀 ‘영어 자연학습’ 관찰기

영어권 국가에서 귀국한 아이들에게는 손 인형을 이용한 1인 2역 영어 말하기 놀이를 추천한다.

A : “I DON´T underSTAND WHAT you´re SAYing.”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

B : “I DIDN´T exPECT you to underSTAND it.” (알아들으려니 기대하지는 않았어.)

의미 있는 단어와 기능어로 나눠서 설명하면 위와 같을 것이다. 실제로 A의 말을 그대로 소리 내어 보면 ‘-STAND, WHAT, SAY’만 입에서 소리가 나는 느낌이 든다. 나머지 ‘I, under, you, have, to, it’과 같은 기능어는 소리 내는 흔적만 있을 뿐 실제 소리는 나지 않는다. 이 법칙에 따라 B는 아래와 같이 말할 수도 있다.

B1 : “I DIDN´T exPECT YOU to underSTAND it.” 네가 알아들으려니 기대하지는 않았어.

You는 대명사다. 일반적인 이론에 따르면 강세를 두지 않아야 한다. 그러나 여기서는 강세를 줬다. 강조하고자 하는 의미에 따라 단어의 강세를 조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B1 문장의 경우, you를 가장 강하고 길고 높게 발음했다. 이것이 바로 영어 말하기의 세 번째 원칙이다. 이런 경우 you에 high pitch가 있다고 한다. 즉, 대체로 IU별로 가장 뒤쪽 의미 있는 단어에 high pitch가 주어지고, 의미에 따라서는 기능어에도 강하고 높고 긴 억양이 온다. 한마디로 한 토막 가운데 가장 강하고 길고 높게 소리 내는 high pitch는 IU의 의미에 따라 이동한다.

우리말에서는 high pitch가 주로 첫머리에 온다. 중요한 말을 먼저 한다는 원칙에서 그런 것 같다. 그러나 영어에서는 대개 뒷부분에 온다. 세 아이는 영어에서 high pitch가 이렇듯 주로 뒤에 온다는 사실을 일찍이 듣고는 모방하고 있었다.

바로 이 세 가지가 영어 스피킹의 기본이다. 이를 토대로 세 아이의 영어 실력은 늘기 시작했다. 그렇다면 국내에서는 어떻게 영어 학습을 할 것인가.

하루 15분 투자의 효과

물론 영어 대화가 가능한 상대가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다. 그러나 그런 상대를 찾기가 어려울 경우 가장 좋은 방법은 요즘 말로 ‘쇼(Show)를 하라’는 것이다. 대화를 대신하는 손 인형 놀이 ‘Puppet Show’를 추천한다. 주먹보다 조금 큰 ‘Puppet’이라는 인형은 손을 집어넣고 입을 벌렸다 닫았다 하게 만든 것이다. 이 인형을 이용해 자신의 대사와 상대의 대사를 다 말하는 1인2역의 ‘Puppet Show’를 하라는 것이다. 대화는 상대를 의식하면서 해야 향상된다. 책에다 코를 박고 글자 하나하나 외우는 것으로는 절대 발전이 없다.

영어 공부는 자연학습법이어야 한다. 말하고 듣는 것부터 시작하고, 말 중심에서 서서히 글로 옮겨가는 자연학습법이라야 토론과 논술이 가능한 수준에 이를 수 있다. 지금까지 사용된 글 중심 학습법으로는 두 가지를 정복할 수 없다. 바로 그 토론과 논술의 기본 능력은 SePT와 iBT TOEFL의 말하기/글쓰기 평가 기준이 아닌가.

필자가 중3 때였다. 당시 일반 서점에서는 영어 원서를 찾을 수 없었다. 우연한 기회에 영어책 한 권을 손에 넣었다. 며칠에 한 번씩 장이 열리는데, 그때마다 시장 한 귀퉁이에 자리 잡은 헌책 장수 아저씨에게 가면 미군부대에서 나온 책들을 구할 수 있었다. 그곳에서 미국 초등학교 4학년 수준의 과학교과서를 한 권 샀다.

방학이 되자 그 책을 아침마다 15분씩 처음부터 소리 내어 읽기 시작했다. 입을 크게 벌리고 목소리를 낮춰 읽었다. 책을 끝까지 읽으면 다시 처음부터 시작했다. 방학이 끝날 때까지 그렇게 하기를 반복했다.

개학 후 영어시간. 번호대로 자리에서 일어나 영어책을 읽게 됐다. 내 차례가 와서 일어나 읽기 시작했다. 갑자기 교실 전체가 고요해졌다. 모두 내가 영어 읽는 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듯했다. 읽기가 끝나자 선생님은 내게 “미국 사람처럼 읽는다”고 칭찬해주셨다. 책 한 권을 거듭해서 소리 내어 읽은 결과치곤 그 효과가 대단하지 않은가. 그 뒤부터 선생님은 영문법 문제가 나오면 필자를 지목해서 설명을 하도록 했다.

필자의 경험대로 같은 책 한 권을 여러 번 읽도록 조언한다. 반드시 소리 내어 읽으면서 다음과 같이 한다. △미국인이 앞에 앉아 있다고 생각하고 그에게 ‘읽어 준다’는 자세로 임한다 △읽다가 중단하지 않는다. 모르는 단어나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 있어도 줄만 그어놓고 넘어간다 △한 권을 처음부터 매일 계속해서 며칠이 걸려도 끝까지 통독한 다음 다시 처음부터 읽기 시작한다.

2/4
김병원 한국언어사고개발원장 bwonkimtl@hanmail.net
목록 닫기

김병원 박사의 세 자녀 ‘영어 자연학습’ 관찰기

댓글 창 닫기

2023/04Opinion Leader Magazine

오피니언 리더 매거진 표지

오피니언 리더를 위한
시사월간지. 분석, 정보,
교양, 재미의 보물창고

목차보기구독신청이번 호 구입하기

지면보기 서비스는 유료 서비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