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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의 외인구단’ 성지고 축구팀의 행복한 자율 리더십

체벌, ‘운동기계’는 먼 나라 얘기… 훈련도 선수 맘대로

  • 김영아 자유기고가 paxpen@empal.com

‘공포의 외인구단’ 성지고 축구팀의 행복한 자율 리더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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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의 외인구단’ 성지고 축구팀의 행복한 자율 리더십

성지고 축구팀은 훈련을 자율적으로 하는 것도 특징이지만 학교 공부도 소홀히 하지 않는다. 여기엔 연습장까지 찾아와 공부를 가르치는 교사들의 헌신도 한몫했다.

김 교장의 말처럼 이 학교를 거쳐 간 졸업생 중에는 탄탄한 중소기업 경영자부터 의사, 법무사, 대형학원 원장, 연예인 등 사회지도층으로 성장한 사례가 헤아릴 수 없이 많다. 지금 재학생들 중에도 정규학교에 적응하지 못하고 문제아로 찍혀 학교를 그만둬야 했던 학생부터 교도소 출소자에 이르기까지 면면이 다양하다. 그러나 이 학교에서 그들은 무한한 가능성을 가진 학생일 뿐이다. 가령 1997년 성지고를 졸업한 최○○씨는 입학할 당시 전과 13범이었으나 졸업할 때는 당당히 우등상을 받았고, 그 후 대학에 진학해 지금은 대기업에 다니고 있다.

이 학교에서 칭찬과 격려는 일상이 되어 있다. 새로운 학생이 입학하면 담임이 학생의 발을 씻겨주는 세족식을 하고 교장은 표창장을 준다. 3개월이 지나면 또 표창장을 주는데, 이렇게 하다 보니 졸업할 때가 되면 표창장이 그야말로 쌓여 있다.

운동장 찾아 삼천리

이처럼 개성이 강하고 다양한 이력을 가진 학생들이 다니는 학교이기에 그들을 하나로 묶어줄 구심점이 필요했다. 김 교장이 고심 끝에 생각해낸 것이 축구팀 창단. 그는 어린 시절 축구공이 없어 짚신 두 짝을 동그랗게 말아 묶어 차면서 놀았고, 2002년 한일월드컵 때는 붉은 티셔츠를 입고 광화문에 나가 밤샘응원을 한 축구광이다.

축구팀을 만들겠다고 하자 주변에서는 세상 물정 모르고 무모한 짓을 한다며 비웃었다. 학교 내부에서조차 열악한 재정상태를 들어 만류했다. 우여곡절 끝에 지난해 7월 김인배 감독과 창단멤버인 23명의 선수가 참석한 가운데 서울 강서구민회관에서 창단식이 열렸다. 국내 대안학교 최초의 축구팀이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성지중고교가 그렇듯 성지고 축구팀에도 순탄치 않은 길을 걸어온 다양한 이력의 사람들이 모였다. 면면을 살펴보면 ‘공포의 외인구단’ 주인공들을 방불케 한다. ‘공포의 외인구단’은 1980년대에 영화로 만들어질 만큼 선풍적인 인기를 모은 이현세의 만화. 야인 손병호 감독이 어깨가 망가져 야구를 포기한 주인공 오혜성을 비롯해 외팔이 최관, 혼혈아 하국상, 땅꼬마 최경도 등 도태된 야구선수들을 모아 지옥훈련으로 조련한 다음 프로야구 전승 우승에 도전한다는 줄거리다.

김인배 감독은 여러모로 만화 속 손병호 감독과 닮았다. 개성이 강한 전국 각지의 선수들을 모아 팀을 구성한 것도 그렇고, 그 팀을 조련하여 아무도 얕잡아보지 못할 강팀으로 키워냈다는 점도 닮았다.

전국 18개 고교에서 모인 성지고 축구팀 선수들은 그야말로 ‘외인구단’이다. 다른 학교에서 팀 분위기에 적응하지 못해 그만둬야 했던 선수, 선수생활을 그만두고 방안에 틀어박혀 컴퓨터 게임만 하던 선수, 큰 부상으로 운동을 포기하고 있던 선수, 주전 경쟁에서 밀려나 벤치만 지키던 선수도 있었다. 김 감독을 따라 전학 온 선수도 몇 있다. 그래도 엔트리가 차지 않아 4명은 지금까지 전혀 선수생활을 해본 적이 없는 성지고 재학생으로 채워졌다.

어렵사리 선수를 모아 팀을 구성했으나 연습할 운동장이 없었다. 외인구단 손병호 감독은 선수들을 데리고 무인도에 들어가 지옥훈련을 시켰지만, 김 감독은 연습할 운동장을 찾아 창단 후 5개월 동안 전국을 떠돌았다. 지금 사용하는 파주 운동장에 자리를 잡기까지 경기도 안산, 광명, 강원도 묵호까지 운동장이 있는 곳이면 어디든 마다할 형편이 아니었다.

현재 성지고 축구팀이 훈련캠프로 사용하는 파주시립 파평체육공원 운동장. 자유로를 따라 임진각 쪽으로 달리다가 적성 방면 37번 국도로 빠져 10여 분 가면 파평산 자락 쪽으로 파평체육공원 운동장이 눈에 들어온다. 파주시와 5년 장기 임대차 계약을 맺고 성지고 축구팀 전용 훈련장으로 사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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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수들이 숙소로 사용하는 생활관도 이곳에 있다. 운동장에서 30m쯤 떨어진 건물 2개 동에서 숙식을 한다. 숙소에서 ‘밥 먹어!’ 하고 소리치면 운동장에서 들릴 정도다. 김 감독도 학생들과 함께 지내기 위해 이곳에 사택을 지어 가족 전체가 이사를 했다. 김 감독의 부인 장경숙씨는 자연스레 선수들의 어머니가 됐다. 선수들의 식단을 책임지는 것도 그의 몫. 냉동식품은 절대 쓰지 않고 매일 직접 장을 봐온 신선한 재료로 만든 음식을 내놓는다.

운동장에선 40여 명의 선수가 여러 조로 나뉘어 왁자지껄 공 뺏기 게임을 하고 있다. 내일은 서울시 교육감배 축구대회 최종전이 있어 당연히 시합에 대비한 전술훈련이나 미니게임을 하리라 생각했는데 뜻밖이었다. 선수와 코칭스태프가 한데 어울려 웃고 떠들며 공을 쫓아 이리저리 뛰어다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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