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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용린 전 교육부 장관의 新천재론

박태환, 김연아, 윤준상, 박세은…‘다중지능 하모니+ 광적 몰입+김칫독 발효’

  • 문용린 서울대 교수·교육학, 전 교육부 장관 moonyl@snu.ac.kr / 권재현 동아일보 문화부 기자 confetti@donga.com / 일러스트·윤진경

문용린 전 교육부 장관의 新천재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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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 교육은 개성과 창의성을 억누른다고 비판받는다. 그럼에도 최근 여러 분야에서 우리 젊은이들이 불꽃같은 천재성으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이들은 어떻게 ‘천재도 바보로 만든다’는 열악한 조건에서 빛을 발할 수 있었을까. 소질과 재능을 충분히 발효시켜 ‘21세기 新천재’로 부상한 이들의 성공 요인을 분석했다.
문용린 전 교육부 장관의 新천재론
21세기 新천재론

그동안 사람들은 보통 사람과 비교가 안 될 만큼 뛰어난 능력을 가진 사람을 가리켜 ‘신동(prodigy)’ 또는 ‘천재(genius)’란 말을 명확한 구분 없이 사용해왔다. 그러나 이 분야에 대한 연구가 깊어지면서 학자들은 이 두 단어를 구분해서 사용하기 시작했다. 신동이란 ‘타고난 능력’이 비범한 사람을 가리키고, 천재란 ‘업적’이 비범한 사람을 가리키는 말이다.

우리 역사에서 김시습과 이율곡 같은 이는 여섯 살 안팎의 나이에 경탄할 만한 한시(漢詩)를 지었고 예지가 번득이는 재치를 발휘했다고 한다. 이런 재주는 학습과 경험의 덕분이라기보다 타고난 능력의 특출함 덕분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이 시기의 김시습과 이율곡은 천재라기보다 신동이라고 부르는 것이 옳다.

이에 비해 뉴턴이나 갈릴레이, 그리고 아인슈타인은 보통 사람이 감히 흉내도 내지 못할 위대한 업적을 남겼다. 어린 시절 그들의 타고난 능력이 어떠했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우리는 단지 그들의 경탄할 만한 업적만을 확인할 수 있다. 그래서 이들을 신동이라 부르기보다는 천재라고 부르는 것이 옳다.

신동은 꽤 있었지만 천재는…



우리나라에도 신동은 많았다. 그러나 천재는 희귀했다. 어릴 적에 특출한 재주를 보인 사람은 꽤 있었으나 그 능력으로 위대한 업적을 남긴 사람은 많지 않다는 얘기다. 우리는 TV나 신문 등 매스컴에 소개된 여러 신동을 기억한다. 기억, 암산, 한자, 영어 단어 등에서 놀랄 만한 능력을 과시한 어린이가 많았지만 세계인을 깜짝 놀라게 할 만한 위대한 업적을 낸 사람은 매우 드물다. 즉, 신동은 꽤 있었으나 천재는 없었다.

교육학의 긴 역사 속에서 천재 이야기를 할 때 가장 자주 언급되는 사람이 카를 비테다. 1800년 독일에서 목사의 아들로 태어난 그는 놀라운 능력의 소유자였다. 한 살도 되기 전에 글자를 읽고 썼으며, 일곱 살 때까지 모국어(독일어)는 물론 라틴어, 프랑스어, 이탈리아어를 유창하게 구사해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이런 실력을 바탕으로 아홉 살에 당시 독일 최고 명문인 라이프치히대에 입학했고, 열여섯에 법학박사가 되어 베를린대 교수로 취임했다.

분명 카를 비테는 놀라운 능력을 가졌고 그를 신동이라 일컫는 데 대해 아무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을 것이다. 그의 아버지는 아들의 능력을 하나하나 꼼꼼하게 기록해 1000여 쪽의 ‘양육 노트’에 남겨 놓았다.

그럼 카를 비테는 어떤 업적을 남겼는가. 어떤 기록도 존재하지 않아 우리는 지금 그에게로 영광을 돌릴 어떤 업적도 알지 못한다. 자랄 때는 대단한 신동이었지만 어른이 되어서는 위대한 업적을 남기지 못한 그를, ‘빛을 보지 못한 천재’라고 부를지언정 ‘천재’라고 하기는 어렵다.

이 점은 아인슈타인과 대비된다. 열여섯 살 이전의 아인슈타인에게서 특출한 능력을 발견하거나 감지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러나 그는 학교를 졸업한 후에 과학의 전체 패러다임을 바꾸는 엄청난 업적을 남겼다. 신동은 아니었지만, 그가 성취해낸 위대한 업적은 결과적으로 그를 천재라 부르게 만들었다. 카를 비테는 신동이지만 천재는 아니었고, 아인슈타인은 신동은 아니었지만 결과적으론 천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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