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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불교, 살아남으려면 위대한 사판승(事判僧) 찾아라

‘이판사판’ 몰린 조계종과 동국대

  • 이정훈 동아일보 신동아 편집위원 hoon@donga.com

한국 불교, 살아남으려면 위대한 사판승(事判僧) 찾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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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양균 실장, 장윤 스님·영배 스님 모두와 연결

조계종 총무원 관계자가 조선일보에 정보 제공

조계종과 동국대, 동국대 이사회 장악 위해 서로 폭로전

사자상승(師資相承)의 전통이 낳은 한국 불교 폐단 ‘문중’

지방정부가 중앙정부 먹여 살리는 총무원 구조



‘스님은 한 부처의 제자’ 대원칙 무시되는 조계종

외화내빈의 불교계…파워엘리트 불자가 드물다

신임 총장 개혁으로 몸살 앓는 동국대 교수 사회

동국대 이사회, 스님 이사가 과반수

‘사찰 경영학’ ‘종단 행정학’ 도입해야
 


한국 불교, 살아남으려면 위대한 사판승(事判僧) 찾아라
‘이판사판’은 일이 어떻게 할 수 없는 지경에 몰렸을 때 자주 쓰이는 말이다. 궁지에 몰린 사람은 “이판사판이니 이렇게 하자”며 왕왕 무모한 결정을 내리기도 한다.

‘이판사판’이 조선시대에 만들어진 우리식 한자어임은 제법 알려져 있다. 이 말은 이판승(理判僧)과 사판승(事判僧)에서 나왔다. 이판승은 참선과 수도를 통해 궁극적인 진리를 탐구하는 스님이고, 사판승은 절 살림을 하는 스님이다.

불교를 탄압하고 승려를 천시했던 조선시대, 스님이 되는 것은 세상(속세)과 이별하는 것이었다. 마지막으로 선택하는 것이 출가인데, 스님이 되려면 이판승과 사판승 가운에 하나를 택해야 하므로 궁지에 몰린 상황을 가리켜 ‘이판사판’으로 표현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신정아씨 사건 이후 조계종이 이판사판이 된 것 같다. 10월5일 조계종은 전국 본사(本寺)주지회의를 열어 신씨 사건 이후 총무원의 대처가 미흡한 것을 비판했다. 그로 인해 10월8일 총무원 고위 간부인 부·실장들이 일괄 사표를 제출하고 지관(智冠) 총무원장은 두 명을 제외한 전원의 사표를 수리하며 새 지도부를 구성했다.

이판사판 된 조계종

위기에 몰린 조계종은 10월19일 일반에게 개방하지 않는 유일한 사찰인 경북 문경의 봉암사에서 ‘수행 종풍 진작을 위한 봉암사 결사 60주년 기념 대법회’를 열어 내부 자정(自淨)과 혁신을 다짐하기로 했다.

1700여 년의 역사를 가진 ‘민족불교’ 조계종이 왜 이러한 지경에 몰리게 됐을까. 신정아씨 사건의 진실과 신씨 사건을 계기로 드러난 동국대의 상황, 그리고 총무원의 현실을 살펴보면서 이 문제를 조목조목 짚어보기로 하자.

[제1부] 조계종 총무원과 동국대 이사회 사이의 권력 다툼

2002년까지 동국대는 오인갑(녹원 스님) 이사장-송석구 총장 체제를 유지했다. 녹원 스님은 1985~87년과 1990~2002년 도합 14년간 이사장을 했고, 송석구 총장은 1995년부터 2002년까지 8년간 총장을 지냈다.

2002년 동국대 이사회는 서병식(정대 스님)씨를 새 이사장으로 뽑고 이어 교수 직선에서 1위를 한 홍기삼(洪起三) 교수를 2003년 3월 취임할 새 총장으로 선출했다. 그러나 서 이사장은 병이 있어 2년 만에 하차하고 김창석(현해 스님)씨가 이사장에 취임했으나 그 또한 2년 만에 물러났다.

그리고 2006년 임용택(영배 스님)씨가 이사장에 취임했다. 홍 총장은 4년의 임기 동안 세 명의 이사장을 모시게 된 것인데, 잦은 이사장 교체는 동국대 이사회의 구성이 불안정함을 의미한다. 홍 총장이 2005년 8월 신정아씨를 조교수로 영입하면서 작금의 조계종 사태가 터져 나왔다. 왜 홍 총장은 신씨를 교수로 영입했을까.

동국대에 적을 둔 조교수 이상 교수는 800여 명인데, 이 가운데 미국의 양대 명문교로 꼽히는 하버드와 예일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사람은 없다고 한다. 2005년 여름 동국대는 교수 특채를 실시했다. 이때 신정아씨와 미술을 논의하며 가까운 관계를 유지하던 변양균(卞良均) 당시 기획예산처 장관이 ‘자신과 같은 예일대 출신’(변씨는 예일대 석사)이라며 홍 총장에게 신씨를 추천했다. 그해 8월 동국대는 추천자로 거론된 8명의 학자 가운데 신씨를 포함한 7명을 교수로 영입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이때 홍 총장은 신씨를 스타 교수로 보고 모셔오는 처지였다고 한다.

기자는 동아일보에 입사할 때 출신 대학에서 졸업증명서와 성적증명서 등을 떼 회사에 제출했다. 언론사뿐 아니라 국내 유수의 대기업들도 이런 식으로 서류를 받아 입사자의 학력을 확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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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훈 동아일보 신동아 편집위원 h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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