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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불교, 살아남으려면 위대한 사판승(事判僧) 찾아라

‘이판사판’ 몰린 조계종과 동국대

  • 이정훈 동아일보 신동아 편집위원 hoon@donga.com

한국 불교, 살아남으려면 위대한 사판승(事判僧) 찾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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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 밝혀낸 大美協과 동국대 吳모 교수

한국 불교, 살아남으려면 위대한 사판승(事判僧) 찾아라

자신의 학위가 진짜임을 증명하겠다며 미국으로 갈 때의 신정아씨. 그가 가짜 예일대 박사라는 사실은 동국대 오모 교수가 완벽하게 추적해냈다.

2005년 8월의 동국대도 그와 똑같았다. 그때는 동국대뿐 아니라 다른 대학도 본인이 제출한 서류가 분명하면 별다른 확인 작업을 거치지 않고 교수로 채용했다. 동국대는 예술대 안에 미술학과가 있는데, 9월1일 신씨는 예술대가 아니라 교양교육원의 조교수로 임명됐다.

전국 주요 대학의 미술학 교수들은 대학미술협의회(대미협)라는 단체에 소속돼 있다. 동국대 예술대의 오모 교수도 회원인데, 그는 서울대를 마치고 예일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장모씨에게서 “동국대에서 채용한 신정아씨는 서울대를 다닌 사실도, 예일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사실도 없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예일대는 석·박사 학위를 받은 사람의 이름을 예일대 홈페이지에 공개한다. 오 교수는 이 사이트에 들어가 뒤져보았으나 신씨의 이름을 찾을 수 없었다. 장씨의 지적이 사실이라고 판단한 그는 학교측에 문제를 제기했다. 그러자 신씨 영입에 적극적이었던 홍 총장이 오 교수를 불렀다.

오 교수가 예일대 홈페이지 자료를 제시하자 홍 총장은 당황하며 그 자리에서 “신씨의 학력이 가짜인지 확인해보라”고 지시했다. 총장의 지시를 받은 실무진은 9월5일 예일대에 신씨 학위의 진위를 묻는 편지를 보냈다. 그러자 9월22일 예일대에서 대학원 부원장인 파멜라 셔마이스터 교수의 서명이 들어간 신씨의 ‘박사학위 증명서’와 ‘학위기(졸업증서)’ 두 종류의 서류가 팩스로 들어왔다.



팩스가 도착한 후 홍 총장 등은 더는 신씨의 학력에 대해 의심하지 않았다고 한다. 이에 대해 오 교수는 “홍 총장께서는 ‘홈페이지에는 오류가 있을 수 있는 것 아니냐. 예일대에서 ‘맞다’는 답신이 왔는데 어느 쪽을 믿어야겠느냐’는 합리적인 말씀을 하셨기에 나도 더 이상 문제를 제기할 수 없었다”라고 말했다.

광주비엔날레 예술 총감독 선임 건을 계기로 신씨 사건이 터진 후 확인해보니 팩스로 들어온 이 서류는 가짜였다. 예일대의 대외협력처 관계자는 조사에 착수한 동국대에 “동국대가 받았다는 팩스는 예일대의 서류 양식과 다르고, 셔마이스터 교수의 서명은 위조된 것이다. 그 서류는 예일대 문구점에서 구입한 종이에 만든 위조 증명서다”라는 의견을 보내왔다.

예일대 내 공범은 밝혀지지 않아

그러나 보내온 서류에 찍힌 팩스번호는 틀림없는 예일대 대학원의 것이었다. 그렇다면 예일대 대학원에는 동국대가 보낸 편지를 받아보고 대학원의 팩스를 이용해 가짜 서류를 보내준 공모자가 있다는 것이 된다. 이 공모자는 누구일까. 이 부분에 대해서는 한국과 미국 어디에서도 수사가 진행되지 않았다.

동국대가 예일대에 문의한 직후인 9월15일 신씨는 미국으로 출국했다가 프랑스를 거쳐 귀국했다. 신씨의 출국과 예일대의 가짜 팩스는 연관성이 있는 것일까. 한국은 그렇다 쳐도 예일대 측은 왜 신씨와 내통한 내부 공모자를 추적하지 않는 것일까. 신씨 사건에는 아직도 진실이 밝혀지지 않은 부분이 있다.

신정아씨는 자신의 박사학위 논문을 몇몇 지인에게 준 적이 있다. 오 교수를 중심으로 한 대미협 관계자는 이 논문을 입수해, 신씨가 논문집에서 밝혀놓은 지도교수에게 “신정아란 사람을 지도한 바 있느냐”라는 내용의 e메일을 보냈다. 예일대에서 신씨를 가르쳤다는 지도교수는 마침 시카고대로 옮겨가 있었는데 그는 “그런 학생을 지도한 적이 없다”는 답변을 보내왔다.

오 교수 등은 신씨가 쓴 논문 제목을 토대로 추적해보았다. 그 결과 똑 같은 제목의 논문이 오래전 버지니아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음을 알아냈다. 버지니아대의 박사학위 논문을 구해 신씨 논문과 비교해보니 내용이 똑같았다. 오 교수 등이 진실을 알아낸 것은 2006년 11월쯤이었다.

장윤 스님에게 자료 제공

신씨 사건과 관련해 자주 거명된 스님 가운데 한 명이 장윤 스님이다. 동국대 이사이던 장윤 스님은 미술에 조예가 깊어 대미협 관계자와 가깝게 지냈다. 2007년 초 오 교수 등은 장윤 스님에게 신씨의 이름이 없는 예일대 홈페이지 학위자 명단과 신씨가 지도교수라고 한 사람이 ‘신씨를 가르친 사실이 없다’고 답변한 e메일을 전했다.

지난 2월 장윤 스님은 이를 근거로 동국대 이사회에서 “신정아씨 학위는 가짜다”라고 주장해 파문을 일으켰다. 그러나 이 이사회에 참석했던 한 관계자는 “장윤 스님은 주장만 했을 뿐 증거를 제시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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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훈 동아일보 신동아 편집위원 h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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