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질이냐 사퇴냐? ‘인사권자의 결정’이랄 수밖에… ● 청와대 고위관계자, 사실 확인 없이 헛소문으로 압박 ● 언론의 경질설 보도에 ‘올 것이 왔다’ 생각 ● 골프 회동, 야당 의원이면 어떻고 여당 의원이면 어떤가 ● 총선 출마설은 허황된 억측 ● 법무장관이 법논리 펴면서 ‘어떤 사람’의 기분 고려할 순 없어 ● 참여 정부, 업적 많지만 언론 정책 실패로 과소 평가 ● 검찰은 정치권에서 해결할 문제 개입 말아야 ● 국가경쟁력 연구하는 재단법인 ‘행복세상’ 설립 추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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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전 장관은 9월초 재임 11개월 만에 옷을 벗었다. 악머구리 끓듯 하는 장관 인사의 가벼움이야 새삼 논할 거리가 못 되지만, 정권의 임기가 얼마 남지 않고 대선이 코앞에 닥친 터라 법무부 장관 교체는 적잖은 논란을 일으켰다.
교체의 주 원인으로 장관과 정권의 코드 불일치를 꼽는 데 주저하는 언론은 거의 없었다. 짬짜미라도 한 듯 한결같은 논조였다. 요지는 김 전 장관이 기업의 불법성을 문제 삼지 않는 듯한 친(親)기업적 발언과 ‘공무원의 선거중립 의무’에 대한 소신발언으로 ‘찍혔다’는 것. 청와대 참모진과의 불화설은 싸움 관전평이 주 임무인 언론의 구미에 딱 맞는 ‘양념’이었다.
7월 하순 사의를 표명한 김 전 장관은 후임자의 청문회가 끝날 때까지 기다렸다가 조용히 물러났다. 세상의 시끄러움을 뒤로하고 9월16일부터 27일까지 러시아와 스위스를 다녀왔다. 많은 걸 배우고 느꼈다 한다. 러시아에서는 기업들의 도전 정신과 CEO들의 성취 의지, 발전을 위해 달려가는 모습에 자극을 받았다. 스위스에 가서는 IMD(국제경영개발원)와 WEF(세계경제포럼)를 방문해 세계 발전의 추세와 미래의 물결을 보고 왔다.
“많은 나라가 무한경쟁시대를 맞아 앞만 보고 뛰어가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러시아도 뛰고…. 중국은 뛰는 정도가 아니라 거의 날아가고 있지요. 그런데 우리나라는 여러 가지 내부 문제에 발목이 잡혀 성장의 대열에서 이탈하는 게 아닌가 싶어 답답했습니다. 국가경쟁력을 살펴보면 몇 가지 부문에서 상당히 뒤져 있습니다.”
▼ 이번에 해외여행 갔다 오신 게 앞으로 추진할 사업과 관계 있다는 얘기가 들리던데요.
“좀 관계가 있지요. 재단법인 ‘행복세상’ 설립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장관 퇴임시 직원들이 선물을 주지 않습니까. 종전에는 행운의 열쇠 같은 걸 준 모양인데, 이번엔 ‘김성호의 행복세상’이라는 홈페이지를 만들어 선물로 줬어요. 이를 바탕으로 ‘행복세상’이라는 법인을 만들려는 겁니다. ‘행복세상’은 우리나라의 국가경쟁력을 어떻게 향상시킬 수 있을지를 연구하는 곳입니다. 스위스를 방문한 것은 유사한 기능을 하는 기관을 벤치마킹하기 위해서였어요. IMD에서는 인재를 많이 양성하고 있더라고요. 세계 1, 2위를 다투는 대학원 과정도 갖추고 있고. 내가 당장 그런 일을 하겠다는 건 아니지만.”
“트랙에 선 선수의 발목을 잡고 있다”
‘행복세상’은 그의 향후 삶의 행로와 관련된 것이기에 나중에 얘기하는 것이 자연스럽겠지만, 궁금증이 생겨 말 나온 김에 설명을 더 해달라고 요청했다.
“법무부 직원들이 ‘행복세상’을 선물한 것은 법무부에서 했던 것처럼 앞으로도 계속 법치와 경제 문제에 대해 관심을 가져달라는 뜻이었습니다. 법과 원칙이 지켜지는 사회와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드는 것. 한마디로 국가경쟁력 제고지요. 국가경쟁력을 높여 없는 사람과 약한 사람, 모르는 사람 등 이른바 사회적 약자를 포함해 모든 국민이 다함께 잘사는 사회로 가는 시스템을 만들어 보자는 거죠.
그렇게 하려면 우선 적성과 능력에 맞는 일자리를 만들어줘야 합니다. 그 일자리를 누가 창출합니까. 국가나 지방자치단체도 할 수 있겠지만, 핵심 주체는 기업이지요. 그러려면 기업이 무한경쟁사회에서 효율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는 거죠. 제가 꿈꾸는 ‘행복세상’의 화두가 법치, 경제, 안전인데, 그중 기업하기 좋은 환경 조성을 가장 중점적으로 연구할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