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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보 배낭맨의 좌충우돌 꾸바 여행기 下

여유와 낙천의 ‘가난한 천국’, 아디오스(Adios, 안녕) 꾸바!

  • 이지훈 동아일보 오피니언팀 차장 jhlee@donga.com

여유와 낙천의 ‘가난한 천국’, 아디오스(Adios, 안녕) 꾸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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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오랜 친구처럼 허물없이 굴다가도 금세 새침해진다. 밤엔 ‘까사 델 라 뜨로바’에 가고 싶었으나 그녀는 자신의 숙소에 돌아가 쉬고 싶어 했다. 그녀를 바래다주는데 골목 어귀에서 헤어지자고 한다. 단정한 사람이다.

아침 먹기 전 민박주인 라울이 부른다. 불길하다. 역삼각형 얼굴에 깡마른 체구, 갈라진 목소리, 깊은 곳에서 희미하게 반짝이는 눈.

“어젯밤 11시에 해변에 같이 갔던 네 친구가 왔어. 그녀의 어머니가 까마구에이에 입원해서 갑자기 밤차로 떠나게 됐다며….”

그 시간에 난 불을 끈 채 모기와 싸우며 잠을 청하고 있었는데. 쩝.

“좀 깨우지 그랬어.”



“불이 꺼져 있어 자는 줄 알았지.”

여유와 낙천의 ‘가난한 천국’, 아디오스(Adios, 안녕) 꾸바!

산따끌라라에서 만난 한국인 현정.

아침을 먹고 ‘쎄로 델 라 비히아’에 올랐다. 해발 180m의 그리 높지 않은 산꼭대기에 TV, 라디오 중계소가 있다. 그곳을 지키는 사람은 한쪽 다리가 불편한 중년남자 까를로스. “올라!” 그가 철망 문을 열고 나와 인사를 한다. 정문 옆 쪽문을 열어주며 전망 좋은 창고 지붕 위로 안내했다. 뜨리니닷에서 출발한 산맥이 산따끌라라 쪽으로 아스라이 굽이쳐간다. 체 게바라는 이 산맥을 타고 넘어가 1958년 12월 산따끌라라 전투에서 바띠스타 정부군의 열차와 중무장한 부대를 공격해 대승을 거둔다. 멀리 사탕수수밭을 가로질러 관광 열차가 검은 연기를 뿜으며 노예 감시탑 쪽을 향해 달리고 있다.

“한국을 거쳐 꾸바에 온 독일인 관광객이 줬어. 꾸바 돈으로 환산하면 얼마지?”

‘체’의 도시 산따끌라라

그가 지갑에서 한국지폐 1000원짜리를 꺼내 보인다.

“거의 1cuc이지.”

“아, 큰돈이구나.”

“하루 몇 시간 일하지?”

“20시간 근무하고 집에서 4시간 쉬는데, 지나는 차를 잡아 출퇴근을 해.”

“외롭고 힘들겠네.”

“들판에서 일하는 농부들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야.”

“…….”

숙소에 돌아와 남은 아바나 클럽(꾸바에서 생산하는 럼주) 반 병을 콜라와 섞어 ‘꾸바 리브레’를 만들어 마시고, 주인집에 숙박비 계산을 해줬다. 화가 지망생 아들 빅뚜에게는 미술연필 한 다스를 선물했다. 밤 11시쯤 ‘까사 델 라 무시까’에 갔다. 뜨리니닷의 마지막 밤. 새벽 1시에 숙소로 돌아와 음악을 틀어놓고 노래를 따라 부르다 잠이 들었다.

숙취로 머리가 지끈거리지만 또 짐을 꾸려야 한다. 시장에서 장사꾼 넬레이를 만났다. 오늘만큼은 물건 사란 말을 안 한다. 뺨을 대고 작별 인사를 했다. 주위에 있던 사람들이 한국말로 인사를 해보라고 한다.

“안녕하세요” 했더니 모두들 웃으며 어설프게 따라 한다.

“언제 다시 꾸바에 오지?”

“글쎄. 잘 하면 3,4년 후?”

“무척 긴 시간이네.”

이스팔도의 식당에 갔다. 정오 조금 넘은 시간이라 손님이 북적인다. 점심을 시켜 먹으며 그들이 일하는 모습과 손님들을 유심히 지켜봤다. 값싸고 허름한 페소식당이지만 음식 맛은 고급식당 못지않다.

“뜨리니닷에서의 마지막 식사네요.”

“고마워, 리.”

이스팔도가 나를 아들처럼 안아준다. 끌라라도 키스해달라며 뺨을 내민다.

“친구, 잘 가요.”

곁에서 지켜보던 손님들도 인사를 한다. 콧등이 왜 따갑지.

3시쯤 터미널에 가보니 벌써 차가 도착해 짐을 싣고 있다. 중국인 일행 3명과 다른 동양 여자 1명이 탄다. 터미널 예매장부에서 봤던 한국인 같았지만 확신은 없다. 시엔푸에고스(Cienfuegos)를 거쳐 산따끌라라까지 거의 세 시간은 걸린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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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훈 동아일보 오피니언팀 차장 jh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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