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거’를 소재로 한 프로그램이 안방을 점령하면서 젊은 세대에게 ‘동거’는 더 이상 불경한 것으로 다가오지 않게 됐다. 사진은 SBS 드라마‘달콤한 나의 도시’의 한 장면.
대학생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는 동거에 대한 젊은이들의 인식이 과거에 비해 얼마만큼 달라졌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경남정보대학이 2008년 신입생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80%가 혼전동거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젊은이들이 주로 회원으로 가입한 포털사이트의 동거 관련 카페만 해도 1200여 개에 달하고, 회원 20만명이 넘는 카페도 있다. 젊은 네티즌들의 이야기 광장으로 통하는 DC인사이드와 Nate Talk Talk, DAUM 아고라 등에서도 동거와 관련된 논쟁이 그치지 않는다.
‘은밀한 성적 뉘앙스’를 풍기며 터부시되던 ‘동거’가 우리 사회의 성의식 변화와 맞물리면서 이제 공개된 공간에서 거리낌 없이 자유롭게 토론되는 주제로 바뀐 것이다.
대학 신입생 80% 혼전동거 찬성
남녀 동거 커플 가운데 적지 않은 수가 성관계를 동거의 주된 목적 중 하나로 생각하고 있다. 부산에서 서울 출신 여자친구와 동거를 한 경험이 있는 최동석(가명·24)씨. 그는 ‘우결’과 ‘아임 팻’ 등 요즘 인기 있는 가상 버라이어티 얘기를 꺼내자 웃으면서 손사래를 쳤다. 그는 “TV 프로그램은 가상 프로그램일 뿐, (현실의) 보이지 않는 부분은 자유롭게 얘기되지 않고 있다”며 “성관계를 목적으로 동거를 시작한 것은 아니지만, 성(性)은 동거에 있어 결정적인 요소다”라고 했다. 상대방을 좋아하면 더 보고 싶고, 같이 있고 싶고, 그렇게 함께 있다 보면 자연스럽게 성관계를 갖게 된다는 것.
대학생 김지훈(가명·남·25)씨는 “성적 욕구를 해소할 수 있다는 점이 (동거의) 가장 큰 이유”라고 솔직하게 얘기한다. 좋아하는 감정을 성관계로 발전시키는 것은 오늘날 젊은 세대에겐 당연한 일이라는 것이다.

경제 상황이 어려워지면서 대학가에서는 생활비는 물론 연애비용까지 절약하기 위해 동거에 들어가는 ‘알뜰형’커플이 늘고 있다.
동거 커플들은 외부 시선을 의식하지 않는 것은 물론, 비용도 들이지 않고 성관계를 가질 장소와 시간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을 장점으로 꼽았다. 나씨는 “혼자 살 때 친구들을 불러들여 밤늦도록 술 마시고 방에서 흡연하던 생활습관도 동거를 시작하면서 사라졌다”고 했다. 상대방을 배려하는 과정에서 술을 끊어 건강도 지키고 술값으로 나가던 적지 않은 돈도 절약할 수 있어 좋다는 것이다.
합리적인 경제생활을 위한 동거라면 편견을 갖고 바라볼 일이 아닐지도 모른다. 한 학기 400만원이 훌쩍 넘는 등록금에 매달 들어가는 방값, 여기에 용돈까지 감안하면 ‘경제적인 이유’로 동거를 택한다는 얘기가 변명만으로 들리지 않을 수 있다.
더욱이 동거 커플들은 경제문제 해결뿐 아니라 남성은 여성을 통해 생활관리가 가능하고, 여성은 남성을 통해 안전에 대한 걱정을 덜 수 있다는 점에서 동거가 어느 일방에게만 이익이 되는 게 아닌 상호 윈-윈(Win-Win)하는 관계로 받아들여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