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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권 실세’ 황영기 KB국민지주 회장 내정자

우리은행장 시절 ‘독단 경영’으로 8000억원대 투자 손실

  • 윤영호 동아일보 신동아 편집위원 yyoungho@donga.com

‘금융권 실세’ 황영기 KB국민지주 회장 내정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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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현 정권 초기 금융위원장과 산업은행 총재 후보로 거론됐지만 끝내 낙점을 받지 못한 것도 삼성 비자금 연루 의혹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가 올 2월 박해춘 당시 우리은행장과 함께 중국을 방문한 것도 다분히 이를 의식한 ‘이벤트’였다는 분석. 그는 당시 우리은행 신원 보증을 받아 삼성 특검 측에 출금 해제를 요청했고, 삼성 특검은 이를 승인해줬다.

당시 우리은행 안팎에선 전·현직 행장의 동행 출장 자체도 이례적인 데다 황 전 행장의 도움이 꼭 필요한 것도 아니어서 뒷말이 무성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삼성 특검이 출금을 해제해줄 정도면 삼성 특검이 그에게 이미 무혐의 결정을 내렸을 것이라는 점을 현 정권 핵심인사들과 일반 국민에게 인식시키는 게 목적 아니었겠느냐”고 분석했다.

무엇보다 황 회장 내정자와 관련해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이 우리은행장 재직 시절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관련 투자 손실. 금융업 담당 애널리스트 등 금융권 관계자들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지난해 말 현재 부채담보부증권(CDO) 10억9000만 달러, 신용부도스와프(CDS) 5억달러 등 총 16억달러를 서브프라임 모기지와 직간접적으로 관련된 파생상품에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가운데 CDO는 크게 두 가지. 하나는 서브프라임 모기지를 기초자산으로 발행한 CDO로, 2007년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투자 규모는 4억9100만달러다. 또 다른 CDO는 보잉, 화이자 등 글로벌 기업 채권 및 미국 중소형 은행들의 후순위채, 건설채, 중소기업 대출 등을 기반으로 발행한 합성 CDO로, 5억9900만달러를 투자했다.

CDO, 합성CDO, CDS란



CDO = 자산유동화란 대출채권, 매출채권 등 일반적으로 유동성이 없는 자산을 유가증권, 기타 채무증서로 전환해 자본시장에서 현금화하는 일련의 행위를 말한다. 이러한 과정은 특정 목적에 적합한 새로운 금융구조를 조성하는 등의 구조화금융을 수반하게 되는데, 이 결과로 만들어지는 금융상품을 구조증권이라고 한다. 이러한 구조증권에는 자산담보부증권(ABS)의 일종인 채권담보부증권(CBO), 대출담보부증권(CLO) 등이 있으며, 이 두 가지를 통칭해 CDO라고 한다. CBO와 CLO는 각각 채권과 대출을 기초자산으로 발행하는 증권이다.

합성CDO = 일반 CDO는 기초자산을 특별목적기구(SPV)에 매각하는 데 따르는 경비 등 유동화 비용이 많이 소요되고 신용등급이 낮은 자산의 경우엔 유동화가 어려운 단점이 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1990년 후반부터 합성CDO를 설계하기 시작했다. 이는 기초자산을 SPV에 매각하지 않고 신용파생상품을 이용해 기초자산에 내재된 신용 리스크만 이전하는 구조로 설계된다.

CDS(신용부도스와프) = 보장 매입자가 일정한 수수료를 지급하는 대가로 기초자산의 채무 불이행과 같은 신용사건이 발생할 경우 보장매도자로부터 손실액을 지급받는 계약을 말한다. 신용파생상품의 가장 기본적인 형태다.


물론 16억달러의 파생상품 투자 가운데 일부는 황 회장 내정자의 후임인 박해춘 행장(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 시절에 이뤄졌다. 금융권에서는 박해춘 행장 시절에 CDO 투자의 경우 3할이 이뤄졌고, CDS의 경우 7할이 투자된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권 실세’ 황영기 KB국민지주 회장 내정자

2005년 3월22일 두산중공업의 8000억원 차입자금 약정 체결식에 참석한 황영기 당시 우리은행장(맨 오른쪽).

이에 대해 박해춘 전 행장은 “이미 황영기 행장 시절에 투자 결정이 이뤄졌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고 변명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지난해 7월에도 파생상품 투자가 이뤄졌다는 점에서 이는 사실과 다르다. 물론 박 전 행장에 대해서는 국제금융 전문가로 평가를 받는 전임 행장이 시작한 일이어서 이를 믿고 계속 투자했을 것이라는 동정론이 없는 게 아니다. 처음 일을 벌여놓은 황 전 행장의 책임이 그만큼 무겁다는 얘기다.

문제는 이로 인해 우리은행이 입은 손실 금액. 우리은행은 이에 대한 자료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2007년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2007년 4547억원을 손실 처리했다. 여기에 올 1분기와 2분기에 털어낸 금액까지 포함하면 지금까지 총 손실금액은 8200억원. 금융권에서는 앞으로 1000억원 정도의 추가 손실을 예상하고 있다. 결국 현 상황에서 파생상품 투자로 인한 손실 추정액은 총 9000억원 안팎으로, 지난해 우리은행 당기순익 1조7774억원의 절반이 넘는 규모다.

잘 알려진 대로 우리은행은 1997년 외환위기 이후 금융 구조조정으로 공적자금이 투입된 상태다. 형식적으론 20001년 우리금융지주가 출범하면서 우리은행은 우리금융지주의 100% 자회사가 됐다. 그러나 예금보험공사(예보)가 여전히 우리금융지주의 지분 72.97%를 갖고 있는 상태. 그런 점에서 보면 9000억원의 72.97%에 해당하는 금액인 6567억원의 혈세가 날아간 셈이다.

예보는 올 4월18일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예금보험위원회를 열고 이에 대한 책임을 물어 홍대희 당시 우리은행 부행장 등 일부 임원에 대해 중징계를 요구했다. 징계 수위는 이런 무분별한 투자에 대한 재발 방지 차원에서 당초보다 높아졌다. 징계를 받은 홍대희 부행장은 이후 HMC투자증권 부사장으로 옮겼다.

예보는 그러나 정작 황 회장 내정자는 징계 대상에서 제외했다. 예금보험위원회에선 아예 논의 대상으로 삼지 않아 빈축을 샀다. 강형문 예금보험위원은 이에 대해 “예보에서 미리 황 전 행장이 우리은행을 떠났기 때문에 징계를 요구하기 어렵다는 뜻을 밝힌 데다 안건에도 없었기 때문에 위원회에선 아무런 논의가 없었다”고 밝혔다.

금융권에선 이에 대해 ‘대리 징계’라는 비아냥이 나왔다. 황영기 회장 내정자를 대신해 홍대희 부행장이 징계를 받았다는 것. 금융권 관계자는 “예보의 입장은 홍대희 부행장도 사전에 우리은행을 떠났다면 징계할 수 없다는 황당한 논리”라면서 “황 회장 내정자가 금융위원장 후보로도 거론되는 등 이명박 정부의 금융권 실세로 알려졌기 때문에 금융위 산하기관인 예보가 미리 몸을 사린 것 아니겠느냐”고 해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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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영호 동아일보 신동아 편집위원 yyoung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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