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5월호

글로벌 기업으로 우뚝 선 현대차그룹 협력사들

현대차 상생경영

  • 글·김지은 │객원기자·likepoolggot@empal.com 사진제공·현대차그룹, 성우하이텍

    입력2014-04-22 14:3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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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기업의 입김에 휘청거리던 협력사들이 대기업과 함께 커가는 ‘동반성장’을 경험하며 글로벌 기업으로 거듭난다.
    • 긴밀한 파트너십을 통해 모범적인 동반성장 관계를 구축해온 현대자동차그룹과 협력사들의 해외진출 사례는 다변화하는 글로벌 시대에 한국 기업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한다.
    글로벌 기업으로 우뚝 선 현대차그룹 협력사들

    3월 21일 홍성종 남양공업 대표, 유장희 동반성장위원회 위원장, 신종운 현대·기아차 부회장이 경기 안산 남영공업 공장을 방문해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왼쪽부터)

    3월 21일 현대자동차그룹은 ‘동반성장 현장 방문’ 프로젝트를 가동했다. 3월부터 11월 말까지 9개월에 걸쳐 그룹 경영진이 직접 1, 2차 협력사를 찾아가 경영상 애로사항을 해결하고 품질을 향상시킬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다. 국내 자동차 산업 발전의 핵심 동력인 자동차부품 산업의 품질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협력사와의 동반성장이 최우선 과제라는 판단에서다.

    현대차그룹은 글로벌 경쟁력 육성, 지속성장 기반 강화, 동반성장 시스템 구축을 동반성장의 3대 추진전략으로 정하고 협력사들의 품질 및 기술 경쟁력 강화, 자금 및 인재채용 지원, 동반성장 문화 조성을 위한 다양한 지원 프로그램을 실시한다. 현대차그룹의 이 같은 노력에 힘입어 협력사들은 2001년부터 현재까지 평균매출액과 평균 총자산이 3배 이상 늘고, 부채 비율은 2001년 152%에서 2013년 105%로 줄었으며, 시가총액은 2001년 1조5000억 원(46개사)에서 2013년 16조9000억 원(67개사)으로 11배가량 증가했다.

    특히 현대차그룹 협력사 중 최초로 해외 동반 진출에 나선 ‘성우하이텍’은 인도를 시작으로 중국, 체코, 러시아 등 세계 7개국에서 27개의 생산공장을 운영하며 15년 만에 굴지의 글로벌 자동차부품 회사로 자리매김하는 쾌거를 이룩했다. 2005년 27% 수준에 지나지 않던 해외 매출 역시 2013년 기준 77%까지 확대되는 등 연평균 21%의 놀라운 성장률을 기록했다. 현대차그룹과의 적극적 협력관계 구축으로 해외 투자 리스크를 최소화하면서 국내시장의 수요 한계를 슬기롭게 극복한 결과다.

    1977년 부산 동구 좌천동에서 ‘성우금속공업사’라는 이름으로 창사한 성우 하이텍은 주로 전자제품, 농기구, 주방기구, 의료기기를 생산하던 소규모 프레스 제조업체였다. 1980년대 현대차 스텔라의 몰딩을 개발, 납품하기 시작하면서 본격적으로 자동차 산업에 진출했다. 이후 성우하이텍은 스테인리스 가공 기술 경쟁력을 인정받으면서 1990년대부터 현대·기아차의 본격적인 연구개발 지원을 받으며 차체 부품의 품질을 향상시켜왔다.

    해외 동반 진출로 ‘윈-윈’



    성우하이텍이 ‘해외 진출’이라는 뜻밖의 제안을 받은 것은 1996년의 일이다. 현대차그룹이 인도 첸나이에 생산법인을 세우기로 결심하면서 성우하이텍을 포함한 주요 1차 협력사들이 모인 자리에서 해외공장 설립을 제안한 것이다. 그때까지만 해도 인도에 공장을 지은 국내 자동차업체는 없었다. 협력업체는 물론 현대차그룹의 성공 여부도 불확실한 상황에서 협력사들은 큰 고민에 빠졌다. 성우하이텍으로서도 자칫 존립 자체를 위협받을 수 있는 해외 진출 사업에 회사의 사활을 거는 것은 대단한 모험이었다.

    도종복 성우하이텍 상무는 “그간 현대차그룹과 쌓아온 신뢰관계가 인도공장 설립을 가능케 한 가장 큰 원동력이었다”고 회고하면서 “다행히 현대차그룹 측에서 기본적인 물량 확보를 약속해주었고, 현지 공장을 큰 난관 없이 설립할 수 있도록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여주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고 설명했다. 공장 설립 인허가에 필요한 절차부터 인도 정부 관계자와의 만남 주선, 안정적인 물량 확보와 신속한 대금 처리 등 파격적인 지원이 계속되면서 진출 초기 가졌던 두려움과 걱정도 자신감으로 바뀌어갔다. 그 결과 1998년 9월 현대차가 인도공장을 본격 가동한 지 19개월 만인 2000년 4월 생산누계 10만 대를 돌파하며 현지 전략형 모델인 상트로(국내명 아토스)가 인도 소형차 판매 순위 1위를 차지하는 등 승승장구하자 성우하이텍 역시 대성공을 거둘 수 있었다.

    인도공장 설립으로 기대 이상의 커다란 성공을 거둔 성우하이텍은 현대·기아차와 함께 잇따라 해외공장을 설립하기 시작했다. 2002년 중국 베이징과 우시, 2005년 체코 오스트라바, 2006년 중국 옌청, 슬로바키아 질리나, 2008년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까지 불과 15년 만에 세계 7개국에서 27개 생산공장을 운영하게 된 것이다.

    성우하이텍 글로벌 기업 납품 ‘껑충’

    생산공장 확대와 더불어 성우하이텍은 현지 글로벌 메이커로까지 영업망을 확대했다. 그동안 축적한 기술과 품질, 브랜드 경쟁력을 무기로 중국공장에서는 2006년 GM에 자동차 부품을 납품하기 시작해 2008년 폭스바겐, 2009년 벤츠와 부품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인도공장은 2010년 닛산, 2011년 포드, 2012년 다임러에 부품을 대며 납품 규모를 늘려나갔다. 거래망 확대로 매출 역시 눈에 띄게 향상됐다. 성우하이텍이 현대·기아차를 제외한 글로벌 완성차업체에 납품한 부품의 매출 비중은 2006년 3.2%에서 2013년 10.4%까지 확대됐다.

    이처럼 성우하이텍이 글로벌 완성차업체로 납품 규모를 확장할 수 있었던 건 독자적인 부품 기술의 외부 유출을 막기 위해 협력사와 독점거래를 원하는 여타 완성차업체와 달리 ‘협력사와의 동반성장이 자동차 경쟁력의 원천’이라는 현대·기아차의 상생협력 철학이 주효했다. 현대·기아차의 열린 마인드가 성우하이텍 스스로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기술 개발과 연구에 매진하며 부품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도록 의지를 불어넣었기 때문이다.

    한발 나아가 현대·기아차는 성우하이텍의 연구개발(R·D)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관련 교육 및 세미나를 개최하고, ‘게스트 엔지니어제도’를 통해 신차개발 과정 중 성우하이텍의 엔지니어와 공동연구를 수행하는 등의 윈윈 전략을 펼쳤다. 그 결과 성우하이텍은 현대·기아차의 품질 향상과 신기술 개발에 기여하고 공정한 거래관계를 유지 발전시킨 공로를 인정받아 올해 초 ‘현대·기아차 올해의 협력사대상’을 수상했다. 또 미국 GM 본사로부터는 2008년 이래 6년 연속 ‘올해의 협력사상’을 받기도 했다.

    2013년 현재 현대·기아차의 해외공장에는 중국 121사, 인도 42사, 미국 30사 등 총 7개국에 239개의 협력사가 동반 진출해 있다. 2차 협력사를 더하면 그 규모는 599사에 달한다.

    협력사 성장 위한 단계별 지원

    글로벌 기업으로 우뚝 선 현대차그룹 협력사들

    대원아메리카 전경(위)과 스테빌라이저바 생산라인.



    한국자동차산업협동조합에 따르면 현대·기아차의 1차 부품 협력사 300여 곳이 GM, 폭스바겐, 포드, 닛산, 크라이슬러 등 현대·기아차를 제외한 글로벌 해외 완성차업체에 납품한 총액이 2012년 8조7000억여 원에서 작년엔 9조6600억여 원으로 9600억여 원 증가했다. 이는 현대·기아차가 ‘협력사 수출 확대 지원’책을 적극적으로 펼쳤기에 가능했다.

    현대·기아차는 수출 경쟁력 강화 지원, 수출 수요처 확보 지원, 수출 인프라 지원, 수출 관련 모니터링 체제 구축 등 글로벌 시장 공략 지원 방안을 바탕으로 2002년부터 미국과 유럽 등에서 ‘협력사 부품 수출 해외 로드쇼’ 개최를 지원하는 등 협력사들의 해외 진출을 다방면으로 돕는다. 현대·기아차는 협력사에 대한 기술·교육 지원과 함께 설비·운영자금 조달, 금리 우대 대출 지원 등 금융 혜택도 제공한다.

    현대·기아차의 해외 동반 진출 협력사 동반성장 과정은 3단계에 걸쳐 진행된다. 첫째, 동반 진출 협력사들이 진출 초기 현지 시장에 정착할 수 있도록 공장 부지 선정에서부터 현지 법규나 문화와 관련한 노하우와 정보를 제공해 공장의 조기 안정화를 돕는다. 현대·기아차는 이 과정에서 해외 진출을 희망하는 업체를 대상으로 사전 컨설팅을 실시해 과거 현대·기아차의 해외 현지법인 설립 노하우를 전수하고, 현지 국가에서 지원하는 다양한 투자 인센티브 혜택을 동반 진출 협력사들이 최대한 제공받을 수 있도록 정부 관계자와의 협상을 지원하는 등 다각도의 노력을 기울인다.

    둘째, 안정적으로 물량을 확보해준다는 확실한 책임의식을 바탕으로 협력사의 가장 큰 걱정거리인 물량 축소 문제를 해소해준다. 대규모 투자에 따른 협력사의 리스크를 최소화함으로써 동반 진출 협력사가 물량 축소에 대한 걱정 없이 최상의 품질로 최고의 제품을 생산할 수 있도록 책임지고 지원하는 것이다.

    셋째는 공장 설립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물류와 생산 등에 필요한 각종 전산시스템 구축을 지원하는 등 초기 품질 확보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부품의 완벽한 품질이 곧 완성차의 품질과 협력사의 성장으로 직결되기 때문이다. 특히 본사와 동일한 수준의 까다로운 품질 검증과 더불어 품질 담당자들이 수시로 업체를 방문해 상담하고 지도하는 등 품질 개선을 위한 노력을 꾸준히 이어간다. 이러한 노력을 통해 동반 진출 협력사들은 경영 안정화를 넘어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며, 현대·기아차와 함께 글로벌 시장에서 당당히 경쟁한다.

    이종욱 서울여대 교수는 “현대·기아차와 같은 완성차 기업에 가장 중요한 것은 ‘품질경쟁력”이라며 “대기업과 협력사가 한 배를 탄다는 공동체 의식이 한국의 기업문화를 긍정적인 방향으로 이끄는 원동력이 된다”고 말했다. 특히 협력사의 안정적인 성장과 부품의 품질 향상은 협력사뿐 아니라 현대·기아차 처지에서도 대단히 중요한 핵심 과제인 만큼 전폭적인 지원이 필수라는 것이다. 그는 “현대·기아차 협력사의 경우 해외의 현지 자동차 부품 업체에 비해 가격경쟁력이 뛰어나면서도 품질이 우수해 크게 각광받는다”면서 특히 독일에서는 현지 부품사보다 20% 이상의 가격경쟁력을 갖춰 아우디, BMW 등 큰 회사에서도 선호한다”고 전했다. 또한 해외에서 판매된 현대·기아차가 도로 위를 달리는 것만으로도 훌륭한 자동차 전시장을 형성하는 것이라며 이는 우리 기업 인지도 제고에도 크게 영향을 미친다고 평가했다.

    해외 도로는 살아 있는 ‘카 전시장’

    글로벌 기업으로 우뚝 선 현대차그룹 협력사들

    대원아메리카 생산라인에서 일하는 외국인 근로자의 손이 바쁘다.

    실제로 해외시장의 경우 해외에 진출한 우리 기업이 현지 기업에 비해 다소 경쟁력이 있다 해도 정부에서 정책적으로 현지 업체를 우선 지원하므로 지속적인 품질개발과 경쟁력 확보가 요구된다. 이런 점에서 현대·기아차의 동반성장 전략은 현대·기아차뿐 아니라 국내 기업 전체의 글로벌화에도 크게 기여하는 셈이다.

    한편 현대·기아차는 자동차산업의 고용 창출과 중소 협력사의 우수 인재 확보 지원을 위해 서울 코엑스를 시작으로 광주와 대구 등 전국 주요 지역에서 ‘2014 현대·기아자동차 협력사 채용박람회’를 진행 중이다. 3회째를 맞은 현대·기아차 협력사 채용박람회는 현대·기아차가 중소 부품·정비 협력사의 우수 인재 확보를 지원하기 위해 마련한 것으로 올해에는 원·부자재 및 설비부문 협력사까지 대상을 확대해 실시할 예정이다.

    또한 기존 1차 협력사에만 제공되던 동반성장 펀드와 상생 금형설비 펀드를 지난해부터는 2차 협력사도 활용할 수 있도록 확대했다. 현대차그룹과 협력사 간의 관계개선뿐 아니라 1, 2차 협력사 간의 거래관행 개선을 위한 체계적인 관리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한 노력도 계속되고 있다. 아울러 2차 협력사에 대한 교육 확대를 위해 협력사 교육관리포털을 개설, 사이버 교육 프로그램을 활성화하고 1차 협력사가 2차 협력사의 교육을 지원할 수 있도록 교육자료를 제공하는 등 1차 협력사의 자체 교육역량 강화에도 힘쓴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완성차가 높은 품질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1, 2차 협력사의 부품 경쟁력 제고가 필수”라며 “이를 위해 현대차그룹은 협력사와의 동반자 의식을 바탕으로 상생을 통한 질적 성장을 이루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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