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5월호

“섹시하다고요? 여자에겐 최고 찬사죠”

다재다능한 ‘꿀 배우’ 유인나

  • 김지영 기자 │kjy@donga.com

    입력2014-04-23 09: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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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어 백점, 수학 빵점 맞은 밴드부 악동
    • 가수 준비 계속했다면 걸그룹으로 데뷔했을 것
    • DJ는 학창시절 오지랖, 뷰티 프로 MC는 취미 연장
    • 10년 연습생 경력이 연예활동 밑거름
    “섹시하다고요? 여자에겐 최고 찬사죠”
    유인나(32)를 처음 눈여겨본 것은 2010년 최고의 화제작인 SBS 드라마 ‘시크릿 가든’에 출연할 때다. 여주인공 하지원의 친구로 등장한 ‘뉴 페이스’는 예사롭지 않은 미모와 연기력으로 볼수록 궁금증을 더했다. 알고보니 2009년 MBC 시트콤 ‘지붕 뚫고 하이킥’으로 데뷔한 1년차 배우였다. 이 작품으로 그는 단숨에 스타 반열에 올랐다.

    이후 그가 출연한 MBC 드라마 ‘최고의 사랑’(2011)과 KBS 주말극 ‘최고다 이순신’(2013), SBS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이하 ‘별그대’, 2014)는 모두 20~30%의 평균시청률을 기록할 정도로 큰 사랑을 받았다. 2011년부터 진행해온 KBS 2FM ‘유인나의 볼륨을 높여요’(이하 ‘볼륨’)도 동시간대 최고 청취율을 올린다.

    ‘볼륨’ 팬들은 “유인나의 목소리만 들어도 기분이 좋아진다”며 그를 ‘꿀디(꿀처럼 달콤한 목소리를 지닌 DJ)’라고 부른다. 그는 피부도 꿀 같다. 최근 그가 유진이 진행하던 케이블채널 ‘온스타일’의 인기 뷰티 프로그램 ‘겟잇뷰티’ MC로 낙점된 것도 평소 피부 관리를 잘하고 미용에 관심이 많아서다.

    3월 5일 첫 방송 후 시청자 게시판에는 그의 진행 솜씨를 칭찬하는 댓글이 이어졌다. 하지만 유인나는 “말할 때 카메라가 앞에 있는 것과 없는 것은 천양지차더라”며 “지금은 시간가는 줄 모르고 푹 빠져서 진행하지만 첫 녹화 때는 무척 떨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 원래 뷰티에 관심이 많다면서요?



    “실은 내가 왜 늘 쓸데없는 뷰티에 관심이 많을까? 천생 여잔가? 그런 생각을 해왔는데 좋아하는 분야가 이렇게 일과 접목될 줄은 몰랐어요. 요즘은 뷰티에 관심 가졌던 지난날이 참 기특하다, 다행이다 싶어요.”

    뷰티 전도사의 비밀

    ▼ 뷰티에 대한 관심이 어느 정도였기에?

    “쉬는 날에는 백화점이나 로드 숍을 다니면서 화장품을 하나하나 다 구경해요. 아이쇼핑만 하는 게 아니라 직접 써보고 좋으면 사기도 해요. 메이크업 받을 때도 아티스트가 해주는 걸 멀뚱히 보고만 있지 않고 제품이나 사용법에 대해 집요하게 물어서 궁금증을 해소해요.”

    ▼ ‘신동아’ 독자를 위해 ‘꿀피부’ 만드는 비법 좀 알려주세요.

    “방법은 많지만 지금까지 제가 철칙처럼 지켜온 두 가지는 보습과 자외선 차단이에요. 그 두 가지만 지켜도 모든 피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봐요. 제 피부도 실은 굉장히 건조해요. 그래서 세안 후에는 깨끗한 손으로 맨얼굴에 수분 크림을 자주 발라요. 화장한 상태에서는 건조하다는 느낌이 들 때마다 미스트를 뿌리고요. 실내에 있을 때도 자외선 차단제를 발라요. 알게 모르게 자외선에 노출된대요.”

    ▼ ‘베이글녀(베이비 페이스를 지닌 글래머)’여서 그런지 섹시한 이미지로 각인돼 있던데.

    “섹시하다는 건 여자에게 최고의 찬사죠. 어느 정도는 타고나야겠지만 후천적 노력에 의해 만들어지는 게 더 큰 것 같아요. 저도 S라인을 돋보이게 하는 스타일링을 하려고 매순간 노력해요. 운동은 쉴 때 집중적으로 하죠.”

    ▼ 외모 콤플렉스를 느끼는 부분이 있나요.

    “머리숱 많은 것도 콤플렉스예요. 머리부터 발끝까지 다 있지만 시청자가 거기만 볼까봐 말 안 할래요. 보는 분들의 몰입을 방해할 것도 같고, 호호.”

    ▼ 배우에 DJ, 이제 MC까지 맡고 있는데 가장 애착이 가는 일은 뭔가요.

    “정말 열 손가락 깨물어서 안 아픈 손가락은 없는 것 같아요. 그래도 제일 잘하고 싶은 것은 연기예요. 신마다 시청자들의 마음에 와 닿도록 연기해야 하니까 대사 처리나 감정 표현을 어떻게 할지 정말 많이 고민하거든요. 끝나도 훌훌 털어버리지 못하고 늘 아쉬움이 남아요. 다음엔 이러지 말아야겠다고 다짐하며 끝없는 학습을 하는 기분이에요.”

    그동안 그는 드라마에서 밉상 캐릭터를 주로 맡았다. ‘최고의 사랑’에서는 질투의 화신이었고, ‘최고다 이순신’에서는 신경질적인 언니였다. 특히 ‘별그대’에서 연기한 천송이(전지현 분) 친구 유세미는 그가 인정하듯 “귀여운 구석조차 없는 악역”이었다. “악역 때문에 시청자로부터 미움을 살까 두렵지 않았느냐?”는 우문(愚問)을 던지자 현답(賢答)이 돌아온다.

    “날 필요로 하고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면 그게 악역이든 아니든 하는 게 맞다고 생각해요. 입맛 따라 좋은 역만 할 수는 없죠.”

    ▼ 실제 성격과 가장 흡사한 배역은?

    “‘인현왕후의 남자’라는 드라마에서 연기한 희진이요. 굉장히 밝은 캐릭터라서 연기하기가 쉬웠어요. 제가 좀 과한 평화주의자예요. 만일 ‘별그대’의 유세미처럼 열등감을 느끼는 상대가 있다면 포기하고 그녀를 받아들이든지, 아니면 아예 안 볼 거예요. 문제가 생기면 해결책을 일찌감치 찾는 편이에요. 마음고생하거나 삶이 어두워지도록 내버려두지 않아요.”

    “지고지순한 남자가 좋아”

    “섹시하다고요? 여자에겐 최고 찬사죠”

    ‘온스타일’ 인기 프로그램 ‘겟잇뷰티’ MC 유인나.

    유세미는 어릴 때부터 천송이만을 바라보는 이휘경(박해진 분)을 짝사랑한다. 실제로 그도 세미처럼 친구의 남자를 좋아한 적이 있을까.

    “친구의 남자를 좋아한 적도 없지만 친구가 제 남자친구를 좋아한다면 당분간은 둘 다 못 볼 것 같아요. 세미가 휘경을 좋아하는 것만큼 깊이 사랑한다면 당분간 좀 안 보고 살아야 하지 않을까요. 그 대신 시간이 지나면 친구는 보겠죠. 남자는 버리고, 호호.”

    ▼ ‘별그대’가 실제 상황이라면 두 꽃미남 도민준(김수현 분)과 이휘경 중 누가 더 좋은가요.

    “도민준은 외계인이라서 택하지 않을 거예요. 갑자기 사라졌다 나타나기를 반복하는 것도, 너무 완벽하게 멋진 것도 몹시 불안할 것 같아요. 만약 휘경이 좋아하는 상대가 세미라면 그런 지고지순한 남자, 완전 좋죠.”

    ▼ 마음에 드는 이성에게 적극 구애하나요.

    “그렇진 않아요. 짝사랑도 안 좋아해요. 둘 다 서로 사랑해야 행복하잖아요. 좋아하는 사람이 생기면 적당히 호감을 표시하면서 천천히 거리를 좁혀가는 스타일이에요. 적극적이지 못해서 먼저 고백하지 않아요.”

    현재 그는 군복무 중인 배우 지현우와 교제 중이다. 두 사람은 2012년 ‘인현왕후의 남자’에서 상대역으로 호흡을 맞추다 사랑에 빠졌다. 유인나는 그해 6월 ‘볼륨’을 진행하며 둘의 관계를 알렸다.

    ▼ 연애할 때 애교가 작렬할 것 같아요.

    “원래 애교가 많아요. 특히 아빠나 가족과 있을 때 애교가 많아지는 것 같아요. 막내기도 하고 어릴 때부터 엄마아빠한테 배운 걸 막 떠들거나 보여주는 걸 좋아했어요.”

    ▼ 사랑 경험이 연기에 도움이 되나요.

    “사랑 경험뿐 아니라 슬픔, 분노 등 살면서 느끼는 모든 감정이 도움이 돼요. 경험에서 나오는 힘이 큰 것 같아요. 저도 분노할 땐 무서워져요. 막 화내고 욕도 하고 큰 소리도 내고.”

    ‘별그대’ 후유증

    ▼ 여배우는 스트레스를 엄마한테 많이 풀더라고요.

    “맞아요. 엄마한테 자꾸 짜증을 내게 돼요. 힘든 날에는 아무것도 아닌 일로도 그래요. 엄마가 ‘밥 먹을래?’ 하고 물으면 ‘안 먹어’ 하면 되는데 ‘내가 지금 밥 먹게 생겼어. 두 시간 자고 나가야 하는데 밥 먹고 소화시키고 30분 자고 나가면 나는 또 언제 자라고. 안 먹는다니까’ 이렇게 말도 안 되게요. 그런데도 엄마는 같이 화내는 게 아니라 ‘알았어’ 하세요. 엄마가 돌아서자마자 후회가 밀려와요. 너무 죄송해서 바로 문자를 보내죠. ‘엄마, 내가 짜증 낸 거 신경 쓰지 마, 오늘 이런저런 것 때문에 피곤해서 그런가봐. 미안해’ 하고요. 제 잘못을 빨리 시인하는 편이에요.”

    ▼ 괴로울 때 술로 풀지는 않나요. 예전에 ‘청하’ CF모델을 해선지 술이 세 보여요.

    “되게 잘못 보셨어요. 술도 못 마시고, 1년에 가는 술자리도 한두 번밖에 안 돼요. 쫑파티라든지 미팅 같은 때만 마시죠. ‘별그대’ 감독님과 첫 미팅을 할 때도 맥주 한 잔 마시고 만취한 사람처럼 얼굴이 새빨개졌어요. 원래 한 잔을 다 못 마시는데 그날 감독님과 얘기가 잘 통해서 한 잔을 다 마셨거든요. 결국 매니저 부축 받으면서 집에 갔죠.(웃음)”

    ▼ ‘별그대’가 ‘볼륨’ 진행에도 영향을 끼쳤나요.

    “많이요. 청취자들에게 미안했어요. 원래 무척 밝고 에너지가 넘치는데 ‘별그대’ 촬영을 앞두거나 막 끝내고 가서 진행할 때는 대사를 계속 되뇌다보니까 절로 슬퍼졌어요. 대사 중에 아픈 말이 많거든요. 라디오 부스 안에서는 억지로라도 기운 내려고 애썼어요.”

    ▼ ‘좋은 캐릭터’를 판별하는 기준이 뭔가요.

    “내가 잘할 수 있는지, 진정 하고 싶은지, 작품의 흐름이 깨지지 않게 잘 어울리는지를 봐요. 작가선생님은 그 작품을 쓰는 동안 먹는 둥 마는 둥 하며 수없이 고민하고 숱한 수정 작업을 거쳤을 거고, 잠도 못 주무셨을 거예요. 감독님도 마찬가지로 힘들게 계획해서 찍으시는 거고요. 근데 만약 제가 자신도 없으면서 과욕을 부려 누를 끼친다면 더 못 견딜 일일 것 같아요.”

    YG 오디션의 최종 우승자

    ‘지붕 뚫고 하이킥’으로 데뷔한 2009년, 그의 나이는 27세였다. 배우 지망생들이 보통 20세 전후로 연기를 시작하는 현 추세를 감안할 때 데뷔 시기가 상당히 늦은 편이다. 그럴만한 사정이 있는지 묻자 그는 “데뷔 전에는 무명이라는 말조차 붙일 수 없는 연습생이었다”며 “무명시절을 보내는 배우들이 부러웠다”고 고백했다.

    ▼ 연습생 생활을 오래했나요.

    “YG엔터테인먼트 연습생을 3~4년 하다가 데뷔했는데, 그전에 다른 회사에서 열일곱 살 때부터 가수 데뷔를 준비했기 때문에 연습생만 10년 넘게 했어요. YG에는 기획사 서너 군데를 거친 후 배우 오디션을 보고 들어갔어요. 처음 연습생 생활을 시작할 때부터 가수도 되고 싶고 연기자도 되고 싶었는데 하다보니 배우가 더 적성에 맞더라고요. 양현석 (YG) 사장님은 제가 가수를 꿈꿨던 것도 모르실걸요.”

    어릴 때부터 그는 막연히 연예인을 꿈꿨다. 초등학교 1학년 생활기록부에도 장래희망란에 연예인이라고 적혀 있다.

    ▼ 첫 소속사에는 어떻게 들어갔나요.

    “성남 분당에 있는 수내고등학교를 다녔는데 그때 밴드부 활동을 했어요. 학교 축제 때 MC를 본 적도 있고요. 밴드부 선배에게 전해 듣고 기획사 관계자들이 종종 영입 제의를 했어요. 저도 하고 싶어서 학교를 다니며 연습생 생활을 했는데 낯선 상황에 잘 적응하지 못해서 많이 울었어요. 아는 사람 하나 없는 낯선 장소에 혼자 있는 걸 가장 싫어하고 무서워하거든요. 분당에서 연습실이 있는 서울 강남 방배동까지 버스 타고 혼자 왔다갔다 하는 게 처음이었어요.”

    ▼ 연습생 생활을 한다고 잘된다는 보장도 없는데 학업이나 장래가 불안하지 않던가요.

    “그런 고민은 안 했어요. 내 꿈과 관련된 것만 잘하면 된다는 주의였어요. 좋아하는 과목만 열심히 해서 성적이 극단적이었어요. 좋아하는 국어는 100점을 맞고, 싫어하는 수학은 빵점 맞은 적도 있어요. 내 딴엔 30~40점은 될 줄 알았는데 선생님이 ‘다 틀렸다. 빵점이다. 다 비껴가는 것도 재주’라고 해서 저와 마주 보고 깔깔 웃었던 기억이 나요.

    근데 수능(대학수학능력시험)을 앞두고 처음 과외공부를 했어요. 수학 과목만. 중학교 책을 가져다가 인수분해부터 다시 배웠어요. 시간이 없어서 수능 보기 전 시험 범위를 다 떼진 못했는데 신기하게도 배운 데까지는 다 맞았어요. 80점 만점에 43점을 맞았거든요. 선생님이 채점하면서 우시더라고요. 억센 사투리로 ‘고맙다, 니가 배운 데까지 다 맞았다. 근데 니는 우째 찍은 게 하나도 안 맞았나’ 하시면서. 그래서 저도 시간만 더 있었으면 만점 맞았을 거라고 했죠. 하하.”

    ▼ 가수를 준비하다 왜 배우의 길로 갔나요.

    “연기는 무한히 발전할 수 있고 아주 재미있는 일이죠. 책을 읽으면 남의 삶을 공짜로 살아볼 수 있는 것처럼 연기를 함으로써 다른 사람의 삶을 살아보고 표현해볼 수 있는 배우라는 직업만큼 매력적인 일도 없다고 느꼈어요. 근데 가수는 하면 할수록 한계를 느꼈어요. 연기는 노력을 통해 계속 발전할 수 있는데 가수는 타고난 기량이 있어야 하고, 세상에 나보다 노래 잘하는 사람이 굉장히 많다는 걸 점점 더 절실히 깨달았어요.”

    “연예인은 내 운명”

    ▼ 춤은 잘 추나요.

    “그럭저럭 추는데 결정적으로 안무를 못 외워요, 하하. 안무 연습을 할 때 다른 친구들은 외운 걸 착착 하는데 저만 다른 동작을 하며 헤매곤 했어요. 아, 걸그룹은 못하겠구나 싶었죠. 걸그룹 준비도 했었거든요.”

    ▼ 10년 넘게 연습생으로 지내면서 미래가 불안하지 않았나요.

    “처음 연습생 생활을 시작할 때는 양파 씨가 고등학생 가수로 인기를 끌어서 소속사에서는 제게 ‘반드시 고등학생으로 데뷔할 거다’라고 했어요. 저도 늘 마음의 준비를 했는데 일이 자꾸 꼬였어요. 20대 초반에는 신선하게 데뷔할 기회를 놓쳤다는 생각이 들어 막막했어요. 20대 중반에 다시 마음을 추스르고 나니 그때는 ‘큰일이다, 이제 이 일을 못하게 되는 건가’ 싶어 불안했고요. 아무리 나이가 중요하지 않다고 해도 불혹에 데뷔할 순 없잖아요.

    그런데 며칠을 고민하다 다른 일을 찾아보자고 마음먹으면 신기하게도 어디선가 연락이 왔어요. 우리 회사에 한번 와보라는 제의였죠. 유명한 회사도 여럿 있었어요. 그런 일이 반복되면서 ‘연예인이 내 운명’이다 싶어 이 일을 그만두는 걸 포기했어요.”

    ▼ YG 연습생은 할 만했나요.

    “아주 힘들었어요. 지금은 1년에 한 번 정도 배우 오디션을 진행하지만, 당시에는 그런 게 없어서 연기선생님과 일대일로 면접 수준의 오디션을 보고 들어갔어요. 합격해도 바로 데뷔할 수 있는 게 아니었어요. 몇 달에 한 번씩 6~8명의 연습생이 경합을 벌였고 한두 주 후에 결과가 발표됐어요. 그 결과에 따라 남을 사람과 나갈 사람이 정해졌죠. 새로운 연습생 두세 명이 들어오면 내부 경합을 통해 걸러내는 작업이 계속됐어요. 그렇게 3년을 하다보니 한 명이 남았는데 그게 바로 저예요. 제가 굉장한 유망주도 아니었지만 떨어뜨릴만한 구실도 없었어요.”

    “섹시하다고요? 여자에겐 최고 찬사죠”

    드라마 ‘인현왕후의 남자’ 주인공인 지현우와 유인나(오른쪽).

    ▼ 진정한 서바이벌이네요.

    “그렇죠. 내부 경합을 여러 번 치르며 친구들을 떠나보내고 마지막까지 살아남은 뒤 처음 오디션을 본 작품이 ‘지붕 뚫고 하이킥’이었어요. 회사에서 어떤 연습생에게는 가끔 오디션 볼 기회를 주셨는데 제겐 그게 처음이었어요. 근데 ‘지붕 뚫고 하이킥’ 감독님이 절 마음에 들어 하셔서 꿈에 그리던 데뷔를 하게 됐죠.”

    ▼ 이 길을 택한 걸 후회한 적은 없나요.

    “없어요. 다시 태어나도 같은 길을 선택해 묵묵히 갈 것 같거든요.”

    유인나가 첫손에 꼽는 ‘절친’은 가수 아이유(21)다. 아이유는 그를 ‘언니’나 ‘인나찡’이라고 부른다. 둘은 2010년 SBS 예능 프로그램 ‘영웅호걸’을 함께 찍으며 친해졌다. 그는 “아이유를 처음 봤을 때부터 눈빛이나 표정이 나와 같은 영혼의 소유자라는 인상을 풍겼다”며 “그 프로그램이 끝난 뒤에도 밖에서 자주 만나며 마음을 터놓고 많은 얘기를 나누다보니 사이가 더 돈독해졌다”고 했다.

    ▼ 정말 같은 영혼의 소유자던가요.

    “아이유는 저와 똑같은 생각을 하고 아주 이상한 생각마저 공감해줄 수 있는 사람이에요. 둘 다 뭔가 주제를 정해놓고 심도 있게 이야기하는 걸 좋아해요. 이를 테면 여자는 어떤 동물인가, 남자는 어떤 성향인가, 남자와 여자는 왜 사랑하는가, 우리는 어떻게 살아가야 잘사는 것인가, 힘들 때 어떻게 해야 하는가, 죽음이란 무엇인가, 이런 거요. 얘기하다보면 결론은 항상 웃기게 나요. 둘 다 모든 걸 허무하게 바라보는 편이라 ‘뭘 이런 걸 애써. 어차피 100년도 못 살아’ 하는 식으로(웃음) .”

    ‘솔 메이트’ 아이유

    그는 ‘볼륨’을 4년째 진행하고 있다. 라디오 DJ는 매일 생방송으로 진행하기에 근면 성실해야 한다. 무엇보다 목과 체력 관리가 중요하다. DJ 일이 힘들지 않은지 묻자 그가 웃으며 답을 내놓는다.

    “원래 부지런한 사람이 아닌데 하고 싶은 걸 하다보니 부지런해졌어요. DJ를 할 수 있는 사람은 정해져 있다고 생각했는데 막연한 꿈같던 일이 이뤄져서 정말 감사한 마음으로 시작했어요. 어떤 분은 오래하면 매너리즘에 빠진다는데 저는 매일매일이 처음 같아요. 끝날 때도 단지 두 시간 앉아서 얘기한 건데 땀을 흘리곤 해요. 너무 열심히 떠들고 즐겨서요. 끝날 때는 항상 큰 숨이 내쉬어져요. ‘아, 오늘도 너무 재밌었다’ 하고요.”

    ▼ 음악을 들으면서 마음이 치유되는 ‘힐링’을 경험해봤나요.

    “음악을 참 좋아해서 종일 들어요. 아침에 일어날 때도 음악을 틀고요. 뭘 들을지 깊이 고민해서 선곡을 하죠. 제 삶에 진정 힐링이 되는 음악 키워드는 ‘김광석’인 것 같아요. 김광석 씨 음악을 들으면서 기분이 다운되는 느낌을 즐겨요. 어떨 땐 겁이 나서 못 듣기도 해요. 슬픈 음악이 많아서 기분이 가라앉는 느낌을 감당할 수 없을 땐 안 들어요..”

    ▼ 김광석 씨 노래 중 유달리 좋아하는 곡은?

    “한동안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이란 곡을 무척 좋아했고 지금은 ‘기다려줘’라는 노래를 즐겨 들어요. 내가 왜 진작 이 곡에 흠뻑 빠지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예요. 흘러간 노래를 좋아해요. 옛날 노래 중에 좋은 곡이 더 많은 것 같아요.”

    ▼ 음악 취향도 아이유와 비슷하네요. 아이유가 2011년 ‘신동아’와 인터뷰하면서 “옛날 노래를 좋아한다”고 했던 말이 기억나요.

    “맞아요. 아이유를 보면 그 나이에 어떻게 저 노래를 알지 싶어요. 아이유는 제가 좋아하는 가수예요. 친해지기 전, 아무도 아이유를 모를 때부터 좋아했어요. ‘코린 베일리 래’라는 영국 가수를 좋아하는데 어느 날 아이유가 그 노래를 부르는 걸 봤어요. 알고 보니 아이유도 그 가수를 무척 좋아하더라고요.”

    ▼ 아이유와 ‘죽음은 무엇인가’에 대한 결론을 냈나요.

    “‘죽음은 죽음일 뿐이다. 하루하루가 죽어가는 과정이니 중요한 것은 어떻게 죽어갈 것이냐다. 사는 게 하루하루 죽어가는 것이라면 네가 힘들 땐 내가, 내가 힘들 땐 네가 한 번씩 토닥여주면서 그렇게 살아가고 그렇게 늙어가는 거지 뭐’ 이렇게 결론을 냈어요. 오락 프로에도 여러 사람이 둘러앉아 폭탄을 돌리는 게임이 있잖아요. 누구 앞에서 터질지 모르는. 힘든 일은 그렇게 오잖아요. 그러니까 힘든 일이 닥쳐도 ‘왜 하필 내 앞에서 폭탄이 터진 거야’할 게 아니라 ‘이번엔 내 앞에서 터졌으니 다음엔 다른 데 가서 터지겠구나’ 하면서 ‘너랑 나랑 ‘쓰담쓰담(쓰다듬는 행위를 표현한 신조어)’ 주고받는 거지 뭐’ 그러죠(웃음).”

    ‘키다리 아가씨’ 해보고파

    ▼ ‘볼륨’을 진행하면서 기억에 남은 사연이나 애청자를 꼽는다면.

    “최근 가장 기억에 남은 건 3월 1일에 온 사연이에요. ‘작년 3월 1일에 결혼했다. 미용실에서 신부 메이크업을 받고 있는데 옆에서 어떤 여자가 ‘볼륨’ 얘기를 하더라. 근데 목소리가 나랑 만날 얘기를 나누는 사람인 것 같았다. 얼굴을 보니 유인나 씨였다. 근데 1년이 지난 오늘, 인나 씨한테 말해주고 싶어서 이 사연을 안 보내고 꾹 참았다. 오늘은 결혼기념일이고 인나 씨를 본 날이고 그렇게 ‘볼륨’ 자랑을 하던 인나 씨가 아직 ‘볼륨’에 있고 그런 모든 것이 너무 좋다’는 내용이었어요. 여자의 일생에서 가장 행복하고 특별한 그날, 결혼하는 것보다 저를 본 게 더 흥분돼서 여러 사람에게 얘기를 했대요. 그 사연을 보면서 굉장한 감동이 밀려왔어요. 그러더니 한 30분 있다가 ‘그 사람의 남편입니다. 인나 씨 고마워요’라는 문자메시지가 왔어요. 가슴이 벅찼어요.”

    ▼ DJ의 매력은 뭔가요.

    “드라마와 달리 애청자와 바로바로 소통할 수 있는 게 아닐까 싶어요. 보이진 않지만 내 이야기, 내가 틀어주는 음악에 귀를 쫑긋 세우고 있을 누군가를 생각하면서 무아지경에 빠져 있는 기분이랄까요.”

    ▼ 가만 들어보니 살아온 날들이 다 훗날을 위한 준비 과정이었네요.

    “그러게요. DJ도 학창시절 친구들 고민 상담의 연장인 것 같아요. 친구들이 고민할 때 다 얘기해봐 하면서 들어줬거든요. 이게 뭐라고 너랑 나랑 얘기하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가벼워질까, 하면서 친구와 얘기하는 걸 좋아했거든요. 쓸데없이 오지랖만 넓은 줄 알았는데 그런 경험이 DJ를 할 때 큰 도움이 돼요.”

    ▼ 앞으로 도전해보고 싶은 캐릭터는?

    “뒤에서 몰래 다 퍼주는 키다리 아가씨 같은 역할을 해보고 싶어요. 어리석어 보일 만큼 착해빠진 캐릭터요. 그러면서도 진취적이고 강단 있는 여자요.”

    그는 연기 호흡이 가장 잘 맞았던 배우로‘지붕 뚫고 하이킥’의 이광수를, 함께 연기해보고 싶은 배우로 ‘따뜻한 말 한마디’라는 드라마에서 인상 깊은 연기를 펼친 김지수를, 가장 닮고 싶은 배우로는 김희애를 떠올렸다.

    “김희애 선배님의 인생 자체를 닮고 싶어요. 따뜻한 가정을 이루고 좋아하는 연기도 꾸준히 하시는 모습이 좋아 보여요. 저는 가정과 일을 똑같이 소중하게 여겨요. 결혼해서도 계속 일하고 싶어요.”

    ▼ 이제 결혼을 생각할 나이 아닌가요.

    “좀 늦었다고 생각할 수도 있는 나이죠. 근데 결혼이 아직 절실하지 않아요. 일이 더 좋은가 봐요.(웃음)”

    ▼ 배우가 안 됐다면 뭘 하고 있을까요.

    “부족한 수학 공부를 열심히 해서 고등학교 선생님이 돼 있을 것 같아요. 초등학교 선생님이 학생의 인성을 다듬어주는 도우미라면, 고등학교 선생님은 인생의 고민과 진로에 큰 영향을 끼치는 길잡이가 아닌가 싶어요.”

    ▼ 학생들이 유인나 씨 얼굴만 봐도 잘 보이고 싶은 마음에 공부를 열심히 할 것 같은데요.

    “하하, 그게 정답입니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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