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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 취재

폭력·사기·살인 수배자 도피처 카지노·마약에 망가진 노숙자 수백 명

필리핀의 ‘어글리 코리안’

  • 필리핀 세부·마닐라=한상진 기자 │ greenfish@donga.com

폭력·사기·살인 수배자 도피처 카지노·마약에 망가진 노숙자 수백 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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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 가해자를 찾는 고발 글이나 경찰의 수배전단도 잔뜩 올라와 있다. 주로 필리핀 현지나 한국에서 금전 관련 죄를 저지르고 도주한 사람들이다. 인터넷 상품권 사기로 50억 원이 넘는 돈을 갈취한 뒤 도주한 박OO 씨, 2008년 서울에서 부동산 재력가를 납치, 필로폰을 강제로 투약한 뒤 78억 원가량을 갈취하는 등 범죄 행위를 해 공개 수배된 김OO 씨, 필리핀 세부와 마닐라 지역에서 교민을 상대로 투자 사기를 저지른 정OO 씨 등이다.

범죄자들의 ‘은신 1번지’

당연한 얘기지만, 필리핀에서 관광객을 상대로 한 범죄는 주로 유흥가에서 벌어진다. 수도인 마닐라의 경우 카지노와 유흥가가 밀집한 말라테 지역이 주요 범죄 발생 지역이다. 오랫동안 살아온 교민들조차 “밤에는 혼자 다니기 무섭다”고 말하는 곳. 이곳엔 KTV(일종의 단란주점), 마사지숍이 즐비하고 길거리 성매매가 성행한다. 한국 교민이 운영하는 식당이나 술집도 60여 곳이나 된다. 문제는 이런 우범지역을 많은 한국인 관광객이 찾는다는 점이다. 필리핀에서 가장 오래되고 규모가 큰 카지노 중 하나인 하얏트 호텔 카지노도 주변에 있어 한국인들의 출입이 더 잦다.

기자는 3월 초 말라테 지역을 취재했다. 밤이 되면서 본격적인 유흥가 분위기가 만들어지자 거리에 사람이 넘쳐났다. 몸을 파는 여성이 길거리를 메웠고 불량해 보이는 남자와 거지가 쏟아져 나왔다. 성매매가 이뤄지는 술집 주변에는 주로 남녀가 뒤엉켰다.

기자는 성매매가 이뤄지는 곳으로 유명한 LA카페라는 이름의 술집을 찾았다. 이곳은 인터넷 사이트에도 관광객의 ‘후기’가 넘쳐날 만큼 유명한 곳이다. 새벽 1시가 넘은 시각이었지만 몸을 파는 여성과 성을 사려는 남자로 술집은 인산인해였다. 남자보다 여자의 수가 몇 배는 많아 보였다.



술집 곳곳에서 한국말이 들렸다. 한국말로 자신의 몸값을 흥정하는 여성도 발견할 수 있었다. 얼마나 많은 한국인이 이곳을 찾는지 미뤄 짐작할 수 있었다. 이곳에서는 보통 2000~3000페소(5만~7만 원)에 젊은 여성의 하룻밤 성이 사고 팔린다. 한 필리핀 여성은 “한국 남자는 매너 좋고 돈을 잘 써 인기가 좋다”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기자와 동행한 한 교민은 “요즘은 많이 줄었다. 1~2년 전만 해도 이 술집을 찾는 남자 3명 중 한 명이 한국인일 정도였다”고 말했다.

필리핀은 어느 도시에 가든 카지노가 즐비하다. 카지노만을 목적으로 필리핀을 찾는 한국인도 많다. 필리핀 카지노에서 고액 베팅을 즐기는 VIP 손님은 중국인 아니면 한국인이다. 필리핀 정부가 운영하는 카지노 회사 파코(parcor)에 등록된 한국인 에이전트만 500~600명에 달한다는 사실이 이를 뒷받침한다. 중국인보다 한국인 에이전트가 많다. 참고로, 카지노 에이전트는 갬블러에게 각종 편의를 제공한 대가로 카지노에서 고객이 쓴 게임비의 일정 비율(일명 롤링비)을 받는 일을 하는 사람이다.

문제는 필리핀에서 발생하는 상당수 사건사고가 카지노를 중심으로 벌어진다는 점이다. 한국에서 죄를 저지르고 필리핀으로 도주한 많은 한국인 범죄자가 카지노를 중심으로 자신들만의 생태계를 만들어 생활한다. 한국 외교부 등에 따르면, 현재 필리핀으로 도주한 범죄자만 3000명 정도에 달한다. 대부분 폭력, 강도, 살인 등 강력범죄다. 필리핀 마닐라에 본부들 둔 교민보호단체 ‘필112’의 이동활 대표는 “필리핀 카지노를 중심으로 활동하는 한국의 폭력조직 수만 20개가 넘는다”고 말했다.

지난해 필리핀 현지에서 체포돼 한국 검찰에 압송된 50대의 이모 씨는 마닐라 하얏트 카지노를 중심으로 움직이던 폭력조직의 두목이었다. 마닐라 한인회의 간부를 지내기도 한 그는 카지노를 중심으로 한국인 폭력조직을 운영하면서 많은 범죄 행위를 했다. 한국인 관광객을 납치해 몸값을 요구했고 살인에도 가담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그를 수사한 검찰 관계자의 얘기다.

“이씨의 경우 공범들이 이미 체포돼 7년 정도의 실형을 받은 상태였다. 주범인 이씨를 검거하는 것이 급했다. 한국에서 저지른 사건도 많지만, 그보다는 필리핀에서 한국 관광객을 상대로 벌인 범죄가 많아 두고 볼 수 없었다.”

과거 폭력조직의 대부로 통했던 조양은 씨도 2년이 넘는 도피생활의 대부분을 필리핀의 여러 카지노에서 지내다 지난해 12월 체포됐다. 조씨는 저축은행에서 수십억 원대의 사기대출을 일으켜 돈을 빼돌린 혐의 등으로 검찰 조사를 받던 중 2011년 6월 중국을 거쳐 필리핀으로 도주한 바 있다. 그 역시 앞서 소개한 이모 씨처럼 카지노에서 각종 사고를 일으킨 것으로 전해진다. 기자는 필리핀 현지를 취재하면서 조씨의 필리핀 도피생활에 대해 많은 얘기를 들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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