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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광우의 영화사회학

슈퍼 영웅도 이젠 정부 안 믿어

캡틴 아메리카 : 윈터 솔저

  • 노광우 │영화 칼럼니스트 nkw88@hotmail.com

슈퍼 영웅도 이젠 정부 안 믿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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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 영웅도 이젠 정부 안 믿어

‘캡틴 아메리카 : 윈터 솔저’의 한 장면.

미국의 만화책 출판사인 마블 코믹스에서 출간한 만화를 각색해 만든 화제작이 ‘캡틴 아메리카: 윈터 솔저 (Captain America: The Winter Soldier·2014)’다. 이 영화는 이전의 슈퍼 영웅과 다른 모습의 영웅을 보여준다.

할리우드는 슈퍼맨(Superman), 배트맨(Batman), 스파이더맨(Spider Man) 같은 영웅을 만들어왔다. 최근의 토르(Thor), 퍼스트 어벤저(The First Avenger) 같은 영화도 절대 선을 수호하는 영웅의 모습을 그렸다. 이런 영화는 영웅과 절대 악을 상징하는 슈퍼 악당의 대결이라는 문법을 따른다.

그러나 ‘윈터 솔저’의 주인공인 캡틴 아메리카는 주변 인물 중 누가 진짜 악당이고 누가 정의의 수호신인지를 놓고 고민하는 상황에 처한다. 선악의 이분법적 대립이 사라진 자리를 선악의 구분이 모호한 상황이 대체하는 셈이다. 이는 미국의 사회 변화를 반영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슈퍼맨, 배트맨, 스파이더맨…

마블 코믹스의 전신인 타임리 코믹스는 1941년 3월 ‘캡틴 아메리카’라는 제목의 만화책을 냈다. 약골이지만 사려 깊고 애국심 강한 훈련병인 스티브 로저스(크리스 에반스)는 미 정부의 슈퍼 솔저 프로젝트에 참여해 신체적 능력이 증강된 새로운 병사로 태어난다. 제2차 세계대전이 일어나 전쟁이 사회문화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던 시기였다. 캡틴 아메리카가 발표되기 이전에는 또 다른 만화 출판사인 디텍티브 코믹스(DC Comics의 전신)가 1938년 ‘슈퍼맨’을 발간한다. 만화 속 주인공은 나치 독일과 일본에 맞서 미국을 지키는 영웅으로 등장한다. 이들 캐릭터가 인기를 끌게 됨에 따라 이 시기는 ‘미국 만화의 황금시대’로 불린다. 그러나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나치 독일과 일본이 패망하자 만화에서 다룰 절대 악이 사라졌다. 이에 따라 캡틴 아메리카의 인기도 시들해졌다.



1950년대 미국과 소련을 두 축으로 한 냉전시대가 개막됐다. 1953년 캡틴 아메리카는 다시 등장했다. 그렇지만 이전만큼의 인기를 끌지 못한다. 1964년 마블 코믹스가 자사의 슈퍼 영웅을 모은 어벤저스 시리즈를 출간하면서 캡틴 아메리카는 어벤저스 그룹의 리더로 다시 등장한다. 이 시기는 제3세계의 비동맹운동이 알제리 독립이나 베트남전으로 표출되던 시기였다. 미국의 슈퍼 영웅을 다룬 만화책은 개인이 단독으로 움직이는 양상에서 슈퍼 영웅들이 팀을 이루는 양상으로 변모한다. ‘어벤저스’와 ‘판타스틱 포(Fantastic Four)’와 ‘엑스멘(The X-Men)’ 시리즈, ‘저스티스 리그 오브 아메리카(Justice League of Amer- ica)’ 등이 그 예다. 이때부터 이야기 속에는 슈퍼 영웅들 사이의 갈등, 개성의 대비가 자연스럽게 들어갔다. 슈퍼 영웅들이 집단적으로 적과 상대하는 1960년대와 1970년대를 ‘미국 만화의 은빛시대’로 부른다.

그런데 주인공인 캡틴 아메리카는 영화 ‘퍼스트 어벤저’와 ‘윈터 솔저’에서 다루어진 것처럼 오랫동안 북극의 얼음 속에 갇혀 있던 인물이다. 시대에 뒤떨어져 있고 변화된 상황에 잘 적응하지 못한다. 이는 슈퍼맨 같은 인물이 지닌 시골 청년의 순진함과 비슷하게 평범한 보통 미국인의 순박함을 대표한다.

자경단 vs 정부요원

슈퍼 영웅이 팀으로 조직되고 이 팀이 후원자를 맞이하게 되는데, 대체로 이 후원자들은 정부, 정부 유관단체, 거대 기업이다. ‘어벤저스’와 ‘윈터 솔저’에서는 쉴드라는 정부 내 거대 조직이 슈퍼 영웅을 모아 팀으로 조직한다. 슈퍼 영웅은 과거 단독으로 활동할 때엔 스스로 판단해 공동체를 악으로부터 지키는 일종의 자경단이었으나 팀이 되면서부터는 정부요원이 된다. 만화는 슈퍼 영웅이 자경단과 정부요원 사이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선택해야 하는 딜레마를 중요하게 다뤘다.

그런데 영화 ‘윈터 솔저’ 속 캡틴 아메리카는 원래 지원병이었고 국가의 프로젝트에 의해 탄생한 슈퍼 영웅이기에 이런 정체성은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대신 자기가 속한 조직, 나아가 국가를 과연 믿을 수 있는지의 문제에 봉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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