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즘도 문단에서 표절 논란이 인다. 동인문학상 수상작 ‘지상의 노래’가 논란의 대상이다. 작가 김주욱은 ‘지상의 노래’ 중 1개 장이 자신의 2009년 신문 신춘문예 응모작 ‘허물’과 인물 캐릭터, 모티프, 디테일 등에서 유사하다고 주장한다. ‘지상의 노래’의 작가 이승우는 그해 해당 신문의 심사위원이었다. 이런 논란이 진행 중인데도 ‘지상의 노래’는 2013년 10월 문학상을 수상했다. 표절에 대해서는 일반적으로 명예욕에 불탄 젊은 작가가 대가의 작품을 도용하는 경우를 떠올린다. 하지만 학계에서 교수가 제자의 연구 실적을 가로채듯이, 문단에서 중견작가가 신인의 아이디어를 도용한 사례가 심심찮게 발견된다.”
소설 통해 진실 말하려 해
‘신동아’는 2013년 3월호에서 이승우 조선대 교수의 ‘지상의 노래’와 관련한 표절 시비를 보도했다. 김주욱 작가는 ‘신동아’에 “신춘문예 응모작의 모티프, 캐릭터 설정 등을 도둑맞았다”고 주장했다. ‘지상의 노래’ 6장 ‘카다콤’이 자신이 쓴 ‘허물’ 등을 표절했다는 것이다. 반면 이 교수는 “참고, 참조한 적도 없다”고 반박했다. 또한 “무의식적으로 표절했을 소지조차 없다”고 말했다.
‘신동아’는 2013년 3월호에서 김 작가의 소설 ‘허물’ 등과 ‘지상의 노래’를 비교·분석했다. 주요 인물 캐릭터와 모티프 설정 등에서 나타난 유사점을 소개하면서 중립적 위치에서 김 작가의 주장과 이 교수의 견해를 게재했다. 또한 교수이면서 문학평론가 K씨, 소설가 K씨에게 비교·분석을 의뢰했다.
이 교수와 김 작가는 각각 지난해 가을, 올봄 내놓은 ‘소설’을 통해 표절 시비와 관련한 논박을 이어갔다. 표절 시비가 붙은 두 작가가 소설로 논박하는 것은 전례 없는 일이다. 이 교수는 ‘문예중앙’ 2013년 가을호에 ‘하지 않은 일’이라는 제목이 붙은 38쪽 분량의 단편소설을 실었다. 김 작가는 3월 15일 348쪽 분량의 장편소설 ‘표절’(나남 펴냄)을 출간했다. 두 소설은, 소설로 읽어야 마땅한 허구지만, 두 작가가 실제 겪은 일을 바탕 삼았다. 소설이라는 문학 형식을 통해 표절 시비와 관련해 말한 것이다.
‘하지 않은 일’의 주인공은 하지 않은 일을 추궁받는 ‘당신’이다. ‘추궁하는 자’는 “옷을 벗고 나서라”(‘하지 않은 일’ 41쪽)고 요구한다. 이 교수는 “떳떳한 사람이 왜 광장에서 옷을 벗는 수치를 경험해야 하는가, 하고 묻는 것은 당연하”지만 “떳떳하다면 옷을 벗는 수치를 두려워할 수밖에 없다는 주장의 위세 또한 당당하다. 옷 벗기를 두려워하는 것이 곧 혐의를 인정하는 것이라고 몰아세울 때 이 거꾸로 선 논리는 찌르는 것밖에 모르는 흉기가 된다”고 썼다(46쪽). ‘하지 않은 일’에서 ‘당신’을 ‘추궁하는 자’는 “인정할 사실이 없는데도 인정하라고 요구하는 막무가내”(‘하지 않은 일’ 36쪽)다. ‘추궁하는 자’는 김 작가를 변주한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