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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작가의 격 있는 다툼…각자 소설 통해 논박

‘지상의 노래’<동인문학상 수상작> 표절 시비 그 후

  • 송홍근 기자 │carrot@donga.com

두 작가의 격 있는 다툼…각자 소설 통해 논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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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작가의 격 있는 다툼…각자 소설 통해 논박
‘표절’ vs ‘하지 않은 일’

‘하지 않은 일’은 하지 않은 일을 했다고 고백하라는 요구를 받는 ‘당신’의 심리를 파헤치면서 인간과 사람 사는 일의 저변(底邊)을 파고든다. “하지 않은 일을 한 사람으로 지목된 억울함보다 억울함의 호소가 먹혀들지 않는 억울함이 더 크고 견디기 어려웠다”(‘하지 않은 일’ 66쪽)고 호소하는가 하면 “그렇게 웅크리고 있지만 말고 나서서 떳떳함을 증명하라고 말할 때 당신 아내의 어투에서 당신은 약간의 짜증을 읽었다”(‘하지 않은 일’ 60쪽)면서 “하지 않은 일은 주장할 수 없기 때문에 증명할 수도 없다”(‘하지 않은 일’ 40쪽)고 토로한다.

김 작가의 근작 ‘표절’ 역시 소설로 읽어야 마땅한 허구지만 실제를 바탕 삼았다는 것을 숨기지 않는다. ‘한겨레’는 3월 24일자 기사에서 ‘표절’을 이렇게 소개했다.

“중견 작가가 자신의 신춘문예 응모작을 표절했다는 주장을 담은 소설. 연례행사처럼 일어나는 표절 시비를 지켜보면서, 문학작품에서는 어디까지가 표절이고 표절이 아닌지, 혹은 표절이 일어나는 세계에는 어떤 인과관계와 맥락들이 존재하는지 그려보고 싶었다고 한다.”

출판사 ‘나남’은 이 책을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2013년 3월 시사월간지 ‘신동아’에 문학작품 표절 사건이 실려 문학계에 파문이 일었다. 저명한 소설가의 수상작이 자신의 작품을 표절했다는 한 신예 소설가의 문제 제기였다. 그동안 표절과 창작의 모호한 경계선에 파문을 던진 이 사건이 소설로 탄생했다.”

‘표절’에는 ‘머리카락’과 ‘뱀’이 권력과 욕망이 얽히고설키는 것을 가리키는 오브제로 등장한다. 소설의 주인공 중 하나인 G는 이 교수에게서 모티프를 따온 것이다. ‘나남’은 “창작과 표절 그리고 오마주의 그 오묘한 줄타기!”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 아니 있다! 소설 속의 소설을 위한 소설”이라고 이 작품을 소개했다.

‘표절’은 액자 식으로 구성돼 있다. ‘소설 속 소설’ 격인 ‘머리카락’은 김 작가가 이 작가에게 표절당했다고 주장하는 신춘문예 응모작 ‘허물’을 손본 것이다. 지난해 동인문학상을 수상한 이 작가의 장편소설 ‘지상의 노래’는 ‘표절’에서 ‘천국의 비명’이라는 제목으로 변주돼 있다.

두 작가의 격 있는 다툼…각자 소설 통해 논박
소설에 ‘신동아’도 등장

‘표절’의 등장인물 소개에 따르면 주인공 Q는 할머니의 머리카락을 모아 만든 붓으로 그림을 그리는 화가다. 신춘문예에 응모한 소설이 심사위원에게 표절 당한다. 또 다른 주인공 G는 ‘소설가들이 존경하는 소설가’ ‘한국보다 유럽에서 더 인정받는 작가’다.

‘표절’에는 다음과 같은 대화가 나온다. “하늘 아래 새로운 얘기가 어디 있니?” “프로가 왜 그런 실수를 했을까. 그는 지금 표절에 대해 입도 뻥긋하지 않고 달궈진 냄비가 식기를 기다리는 것 같아.”(‘표절’ 37쪽)

G는 신춘문예 응모작을 장편소설에 일부 도용했다는 표절 시비에 휘말린다. 결백을 주장하지만 부인하면 할수록 구차해지고 함구하면 할수록 의심을 받는 아이러니에 빠진다. 공교롭게도 ‘하지 않은 일’의 ‘당신’과 G의 처지가 비슷하다. 이 작가는 ‘하지 않은 일’에서 다음과 같이 썼다.

“하지 않았다는 한마디로 충분하고 그러므로 다른 말을 하지 못한다. 그 말밖에 하지 않는 것이야말로 당신이 하지 않았다는 확실한 증거이다. 그러나 당신의 그 증거를 다른 사람, 당신을 불신하는 사람은 반대 증거로 사용한다. 그는 그 말밖에 하지 않은 것이야말로 그 일을 확실히 했다는 증거라고 우긴다.”(‘하지 않은 일’ 36쪽)

두 소설에는 2013년 3월호에서 표절 시비를 보도한 ‘신동아’를 변주한 것으로 보이는 매체도 등장한다.

‘하지 않은 일’은 ‘신동아’를 “선정적인 기사를 주로 다루는 한 온라인 매체”(‘하지 않은 일’ 49쪽)로 묘사한다. “온라인 매체의 기자는 폭로성 기사가 가지는 선정성에 혹시 마음을 빼앗겼을지도 모른다. 그래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럴 수 없는 것은 아니다”(‘하지 않은 일’ 50쪽)라고도 썼다.

‘신동아’를 통해 ‘지상의 노래’ 6장 ‘카다콤’을 둘러싼 시비와 관련해 의견을 밝힌 문학평론가 K씨, 소설가 K씨도 ‘하지 않은 일’에 등장한다.

“이니셜로만 표기된 증인들은 현장에서 범죄 현장을 똑똑히 목격한 양 증언하고 개인적인 의견까지 덧붙였는데, 그 의견에 의하면 당신은 변명의 여지가 없고, 변호나 옹호해줄 가치가 없는 아주 질이 나쁜 파렴치한이었다.”(‘하지 않은 일’ 6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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