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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수·한길·재인이 짜고 친 고스톱”

새정치연합 ‘무공천 철회’ 秘스토리

  • 송국건 | 영남일보 서울취재본부장 song@yeongnam.com

“철수·한길·재인이 짜고 친 고스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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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수·한길·재인이 짜고 친 고스톱”

‘무공천 철회’를 촉발한 친노계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안 의원 측은 “국민이 새정치를 염원해 무공천에 압도적 지지를 보낸다. 당원 중에서도 절반은 같은 판단을 내려줄 것으로 기대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결과는 딴판이었다. 국민여론 조사에선 무공천이 공천보다 불과 0.5%포인트밖에 앞서지 않았고, 당원투표에선 공천 지지가 14.28%포인트나 더 나왔다. 지금 와서 보면 안 의원 측의 이 같은 발언은 ‘페인트 모션(사람들을 고의로 속이는 행위)’ 아니면 ‘판단착오’로 규정될 수 있다.

무공천 철회의 도화선이 된 것은 3월 31일 시작된 신경민·양승조·우원식 최고위원의 서울광장 농성이었다. 이들은 박근혜 대통령에게 기초선거 정당공천 폐지 공약 이행을 촉구하며 신당 창당 후 첫 야외 농성에 돌입했다. 신 최고위원은 “무공천을 하느니 차라리 당을 해산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 최고위원은 친노계에 가까운 인물로 분류된다.

가장 강경한 목소리를 낸 인물은 정청래 의원이다. 정 의원은 “무공천으로 기울어진 운동장에 나가서 뛰어야 하는 3000명의 후보는 생사기로에서 얼마나 불안하겠는가. 그들은 ‘우리를 임상실험용으로 삼는 것 아닌가. 우리가 마루타인가’라는 이야기까지 한다”고 말했다. 정 의원도 범(汎)친노계로 간주된다.

결국 안·김 공동대표는 수도권과 호남의 공천 요구에 밀려 출구를 찾다가 친노계 문 의원과 상의한 끝에 여론조사와 당원투표 카드를 선택했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안 대표는 조사 결과 공천 강행 쪽으로 결론이 나는 경우 자신의 정치적 입지가 어떻게 될지에 대해 고민하지 않았을까. 이에 대해 민주당의 당직자 A씨는 “사실 안 대표 처지에서는 무공천이 관철되면 최상이고, 만일 공천 쪽으로 결론 나더라도 장기적으론 크게 손해 볼 게 없다는 판단을 했던 것 같다”고 귀띔했다. A씨가 전하는 안 대표 측 셈법은 이렇다.

“만일 이번 같은 여론조사 절차를 거치지 않고 무공천으로 선거를 치르다 패배하면 안 대표는 극심한 책임론에 휘말리게 된다. 김 대표와의 ‘동반퇴진론’이 일어날 수 있다. 하지만 민심과 당심 수렴을 거쳐 무공천을 고수하거나 철회하는 경우엔 책임론을 피할 수 있다. 선거에서 승리하면 공은 오롯이 안 대표의 몫이 된다. 패배하더라도 공동선대위원장을 맡은 문 의원 등 다른 중진과 분산해 책임지면 된다. 안 대표 자신은 줄곧 무공천을 주장했으니 져도 할 말이 생긴다.”



安, 소신이라며 수수방관

A씨는 “여론조사와 당원투표 질문지 내용과 작성과정을 보면 안 대표가 무공천을 관철할 의지가 있었는지 의문을 갖게 된다. 안 대표는 ‘무공천이 되도 그만, 안 되도 그만’이라고 생각한 것 같다”고 말했다. 여론조사와 당원투표의 질문 내용이 공천을 유도하는 쪽으로 편향됐음에도, 무공천이 소신이라던 안 대표가 이를 수수방관한 점을 지적한 것이다.

질문 내용엔 “새누리당은 공천을 강행하고 있다”는 문구가 들어 있었다. 반면 “무공천은 애초의 방침”이라고만 짧게 밝혔을 뿐 “대선공약” “창당 정신”이라고는 언급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상당수 여론 조사전문가는 질문 내용이 당원들에게 “우리도 공천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판단을 은근히 유도한다고 분석한다. 이들 전문가는 질문 내용을 달리했다면 결과가 뒤바뀔 수도 있었다고 본다. 새정치연합의 비공개 시뮬레이션에선 부연 설명 없이 단순하게 공천과 무공천 중 하나를 택하도록 했다고 한다.

이번 조사를 총괄한 국민여론조사관리위원회의 위원장은 이석현 의원이 맡았다. 그는 당내에서 무계보로 분류된다. 위원은 안 대표 측 이태규 전 신당추진단 총괄지원단장, 최원식·김민기 의원(이상 손학규계), 김현 의원(친노계)이 맡았다.

이와 관련해 새정치연합의 다른 관계자는 “친노 강경파인 김현 의원이 위원인 것은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고 했다. 위원회가 애초 무공천 철회 쪽으로 기울었을 가능성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이 관계자도 “안 대표 측도 위원으로 참여했다. 따라서 안 대표 측도 이 질문 내용을 미리 봤을 것이다. 그런데도 이 질문 내용대로 조사가 진행된 점이 이상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현 의원은 기자에게 “여론조사기관이 질문지를 만들어 가져왔고 위원회는 이에 기초해 의견을 조율한 뒤 확정했다”며 “일부러 무공천 철회 쪽으로 유도했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반박했다. 이어 김 의원은 “이른바 ‘친노’가 정치그룹화돼 있는 것도 아니다. 이번에도 한목소리를 낸 적이 없다. 지도부와 의견이 다르면 다 친노로 몰아 공격거리로 삼는데, 친노가 동네북이냐”고 격앙했다.

안 대표가 자신의 새정치 트레이드마크인 무공천에 원래부터 순수한 의지가 있었는지조차 이젠 의심스러운 상황이다. 그는 무공천 철회 발표 후 7시간 동안 홀로 당 대표실에 머물다 나와서는 “내가 앞장서서 선거를 치르겠다”고 말했다. 당시 안 대표의 일성은 모두의 관심사였다. 7시간 동안이나 뜸 들이며 언론과 국민을 기다리게 해놓고선 뻔한 말만 것이다. 합당 때 써먹은 무공천이든 이번에 써먹은 무공천 철회든 안 대표에겐 ‘필요하면 가져다 쓰고 필요 없으면 버리는 일회용품’에 지나지 않는 것으로 비치기도 한다.

소위 ‘안철수 신당’으로부터 러브 콜을 받았던 김부겸 전 의원(현 대구시장 새정치연합 후보)은 기자에게 무공천 철회와 관련해 “당은 국민의 신뢰를 잃었다. 계량할 수 없는 큰 손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약속을 어기면 쓰레기 취급을 받을 것”이라고 했다.

신동아 2014년 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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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국건 | 영남일보 서울취재본부장 song@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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