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5월호

“기업이 광고 늘려야 언론과 나라가 산다”

이원창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 사장

  • 허만섭 기자 | mshue@donga.com

    입력2014-04-23 13:2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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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광고는 창조경제의 엔진
    • 꾸준히 광고하는 기업이 오래간다
    “기업이 광고 늘려야 언론과 나라가 산다”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KOBACO·코바코)는 전국 공중파 텔레비전, 라디오 등 36개 매체의 139개 방송국과 15개 지상파 DMB의 방송광고 판매를 대행하는 기관이다. 우리나라는 방송사들이 과도한 시청률 경쟁이나 경영 압박에서 벗어나 질 좋은 프로그램 제작에 전념하게 할 목적으로 코바코 같은 광고 판매 대행 공공기관을 운영한다.

    “잡지·신문·방송 광고 더 싣자”

    그런데 4월부터 코바코는 방송을 넘어 모든 매체를 아우르는 ‘광고사랑, 나라사랑’ 캠페인을 벌여 언론계와 광고주의 이목을 끈다. 최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의 코바코 사무실에서 이원창 사장을 만나 관련된 이야기를 들어봤다. 그는 기자(경향신문 부국장, MBC 교환기자) 출신으로 정치권에서 16대 한나라당(새누리당 전신) 국회의원,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 언론특보 등을 지낸 뒤 2011년 7월부터 코바코 사장으로 일해왔다.

    ▼ 이회창 전 총재가 2002년 대선에 패배한 뒤 쓸쓸히 퇴장하던 모습이 기억나는데요. 사장께선 요즘도 이 전 총재를 만나나요?

    “네, 정기 모임이 있어서 그때마다 뵙고 있어요.”



    ▼ 그분과 오랫동안 인연을 이어가는 모습이 인상적이네요. ‘광고사랑, 나라사랑’ 캠페인의 요지는 간단하게 말해 무엇인가요?

    “기업엔 ‘잡지·신문·방송에 광고를 더 많이 싣자’고 제안하고, 국민에겐 ‘광고를 애정으로 봐주자’고 제안하는 운동입니다. ‘이렇게 광고를 활성화해 나라 경제를 발전시키자’는 것이죠.”

    ▼ 사장께선 오랜 기간 기자와 정치인으로 활동하면서 현상을 폭넓게 보는 시각을 지니게 된 것 같습니다. 코바코의 업무 영역을 넘어 우리 언론·광고 산업 전반을 고민한 것 같네요.

    “시청자는 텔레비전에서 광고가 너무 자주 나온다고 불평할지 모릅니다. 또 신문 구독자도 지면에 광고가 지나치게 많이 실린다고 말할지 몰라요. 그러나 진실은 그 반대입니다. 우리 기업은 언론에 광고를 적게 싣는 편이에요.”

    ▼ 그렇게 보는 근거가 무엇인가요.

    “전문가들은 한 나라의 광고시장 규모가 국내총생산(GDP)의 1%는 돼야 적정하다고 말합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GDP 대비 총 광고비는 1996년 1.2%까지 올라갔어요. 당시 세계 6위를 자랑했죠. 그러나 IMF 외환위기 사태를 맞은 1998년 0.7%로 곤두박질쳤어요. 최근 우리나라 광고시장 규모는 9조8000억 원대로, GDP의 0.74%에 그쳤습니다. 기업이 적정 수준보다 훨씬 적게 광고를 한다는 이야기죠.”

    ▼ 기업의 처지에선 상품을 많이 팔려면 광고를 많이 해야 할 것 같은데 왜 광고를 적게 할까요.

    “대기업을 중심으로 상당수가 글로벌 기업이 되었어요. 그로 인해 국내 광고보다 해외 광고의 비중이 높아져요. 그런데 그 정도가 지나쳐 국내 광고를 너무 등한시하는 수준에 이른 거죠.”

    에비앙과 퀸즐랜드

    ▼ 예를 들어, 국내시장을 거의 독과점하는 대기업은 국내 광고를 적극적으로 하지 않는다는 건가요?

    “그런 면이 있죠. 제가 광고주들과의 간담회에서 국내 광고에도 관심을 기울여달라고 여러 번 호소했어요. 그런데 상당수 대기업은 광고에 대해 놀랍도록 부정적인 인식을 갖고 있어요. 광고를 불필요한 일로 여기는 거죠.”

    ▼ 맞는 것 같습니다. ‘긴축경영 한다고 하면 제일 먼저 광고비부터 줄인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어요.

    “그런 광고 경시 풍조가 우리 기업 사이에 만연해 있어요. 기업에도 매우 위험한 일이죠.”

    “기업이 광고 늘려야 언론과 나라가 산다”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의 국제공익광고 공모전 시상식.

    ▼ 어떤 면에서 그런가요?

    “광고를 잘 안하는 기업은 대체로 외부 환경에 의한 부침이 굉장히 심해요. H사나 D사가 대표적이죠. 별 관계가 있나 싶지만 실제론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어요. 이미지 광고라도 꾸준히 하면서 대중에게 친근하고 좋은 인상을 유지하는 기업은 어떤 돌발적 위기가 닥쳐도 쉽게 극복합니다. 반면 이런 광고를 전혀 하지 않는 기업은 별로 심각하지 않은 위기에도 크게 흔들려요.”

    ▼ 좋은 브랜드 이미지를 얻는 것도 어렵지만, 이를 유지하는 것도 쉽지는 않군요. 지속적 광고 같은 관리비용을 들여야 한다는 거죠?

    “맞아요. 그렇게 하는 기업이 건실하게 지속적으로 성장하죠. ‘우리 회사 제품은 업계 1위니까, 소비자가 우리 제품 다 아니까, 이젠 광고 안 해도 돼’ 이렇게 판단하는 순간부터 위기가 닥칩니다. 소비자의 가치사슬에서 자사 브랜드가 항상 상위에 위치하도록 광고를 통해 지속적으로 환기해줘야 해요.”

    일부 전문가와 업계 관계자의 설명에 따르면 시장 지배적 지위로 인해 국내 광고를 다소 소홀히 하는 기업으로는 현대자동차가, 시장 지배적 지위에 있음에도 꾸준한 광고로 높은 브랜드 가치를 유지하는 기업으로는 삼성전자(갤럭시 휴대폰)가 꼽힌다고 한다. 이어지는 이 사장과의 대화 내용이다.

    ▼ 기업은 광고 효과에 조급증을 내면 안 되겠군요.

    “저희가 알아본 바로는 국내 100대 브랜드 제조회사는 평균적으로 성실하고 꾸준하게 브랜드 광고나 기업 이미지 광고를 내보내는 것으로 나타났어요. 광고 빈도와 브랜드 가치 사이엔 확실히 정비례하는 상관관계가 있습니다. 이런 기업이 소비자에게 오랫동안 사랑받아요. 반면 어떤 금융회사는 광고를 거의 안 하는데 이런 곳은 개인정보 유출 같은 사고가 터지면 바로 심각한 타격을 입죠. 한 보험회사는 저희의 권유로 광고를 꾸준히 내보냈어요. 그러자 브랜드 인지도의 상승으로 일선에서 보험 영업을 하기가 훨씬 수월해졌다고 해요.”

    이 사장은 심각한 경영위기에 몰린 생수회사 에비앙이 어린이 출연 광고의 히트로 재도약했다고 말했다. 또 호주 퀸즐랜드 관광청의 성공사례도 설명했다.

    “퀸즐랜드 관광청은 6개월 급여 15만 달러의 파격적 대우로 섬 지배인 1명을 모집한다는 광고를 세계 10개국 매체에 냈어요. 3만5000여 명이 지원했고 이 과정에서 섬이 여러 나라에 홍보되면서 관광 내수가 살아났다고 합니다.”

    사실 광고가 특정 상품과 기업에 대박을 안겨준 사례는 국내외에 부지기수다. 이 사장은 “광고는 비용이 아니라 투자”라고 말한다. 이미지의 대량 소비, 이를 통한 실제 상품의 대량 소비를 가능하게 해주는 거의 유일한 수단이 광고라는 것이다.

    ▼ 사장께선 광고주인 기업뿐 아니라 소비자에게도 인식 전환을 요구하는데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얼마 전 한 명문대 교수를 만났는데 그분이 ‘광고요? 광고만 나오면 짜증스러워’라고 말해요. 지식인도 광고에 염증을 내더군요. 일반인은 오죽하겠어요. 광고는 물건을 팔기 위해 거짓말을 한다고 생각하죠. 신문, 잡지가 광고에 오염됐다고 여기죠. 맞아요. 토인비가 말하듯, 과장은 광고의 숙명인지 몰라요. 그러나 그렇게 따지면 예술작품도 어느 정도 과장을 수반하지 않나요?”

    “네이버의 무책임”

    “기업이 광고 늘려야 언론과 나라가 산다”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가 기자간담회에서 언론이 ‘광고사랑’캠페인에 동참해 줄것을 당부하고 있다.

    ▼ 과장은 맞지만 애교로, 광고의 심미적 성격으로 너그러이 이해해줄 수 있다?

    “그렇죠. 대신 광고가 허위 사실을 제공하지는 않아요. 그건 법적 제재 대상입니다. 우리 시청자나 독자는 광고를 필요 이상으로 불신하고 폄하한다고 봐요. 이런 점을 개선하자는 거죠. 수용자가 조금만 애정 어린 눈으로 광고를 대해주면 광고주를 비롯한 산업 전반에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봐요.”

    ▼ 언론계에도 긍정적 영향을 주겠죠?

    “물론이죠. 광고시장이 오랫동안 성장 없이 정체된 데다 이마저 뉴미디어가 상당 부분을 잠식해 잡지, 신문, 방송이 매우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어요. 특히 모바일 광고는 향후 대폭적인 성장이 예측됩니다. 광고시장 전체의 규모가 확대되지 않는다면 결국 전통 매체의 광고수익이 더 줄어들 것으로 보여요. 광고의 활성화는 미디어의 고른 발전에 크게 기여할 게 틀림없어요. 우리 언론을 위해서도 광고 붐이 일어나야 해요.”

    ▼ 우리나라 매체에 실리는 광고의 작품성은 어느 정도일까요?

    “저희가 국제공익광고제를 열기 때문에 국내 광고와 해외 광고를 비교하게 되는데 국내 광고의 수준이 떨어진다고 생각하진 않아요. 그러나 평균적으로 상위급이라고 하긴 어려워요. 이런 점에서 광고주뿐 아니라 언론사는 시청자와 독자에게 좀 더 어필할 수 있는 광고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기사뿐 아니라 광고도 중요한 콘텐츠라는 인식을 가져야 해요. 예를 들면 천편일률적인 사진이나 빼곡한 글자 대신 동(動)적인 사진을 광고에 실으면 가독성이 훨씬 높아질 거예요. 지면 광고도 대충 만들지 말고 시간과 노력을 들여 정성을 다해 만들어야 해요. 공중파와 종편은 지금보다 더 안정감 있고 고급스러운 방송광고물을 담아낼 필요가 있고요.”

    이 사장에 따르면 광고의 핵심 요소는 창의성이고 박근혜 정부의 역점 정책은 창조경제다. 광고의 창의성과 창조경제의 창조가 많은 부분을 공유한다는 것이다. 그는 “광고가 창조경제의 엔진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이어지는 설명이다.

    “영국 문화부, 유엔, 세계지적재산권기구(WIPO), 일본 노무라연구소는 광고 산업을 창조 산업의 하나로 분류해요. 그만큼 광고 산업이 창조경제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거죠. 이런 사실을 아는 국내 광고업 종사자가 얼마나 될지 의문입니다. 미래창조과학부는 창조경제를 R&D와 I&D의 결합이라고 정의하죠. 이중 I&D에서의 I는 상상(Imagination)입니다. 쉽게 말해 기존의 R&D에 상상력을 추가한 게 창조경제인 거죠. 바로 이 상상을 만들어주는 게 광고입니다.”

    네이버는 인터넷 광고의 절대 부분을 독식하고 단일 매체로서 한정된 광고시장에서 가장 많은 광고 수익을 가져간다. 이 사장은 “공중파는 광고 수익의 상당부분을 방송발전기금으로 사회에 환원하지만 네이버는 막대한 광고 수익만 올릴 뿐 이에 걸맞은 사회적 책임을 거의 이행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저희 ‘광고사랑, 나라사랑 캠페인’에 많은 기업, 언론사, 국민이 동참해주면 좋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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