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페인 무르시아에서 내년 말 문을 열 예정인 ‘파라마운트 파크 무르시아’의 콘셉트 이미지.(파라마운트사 제공)
6·4 지방선거에 새누리당 안산시장 예비후보로 출사표를 던진 허숭 (사)비전안산 이사장이 파라마운트 무비 테마파크(Paramount Movie Theme Park)의 안산 유치를 대표공약으로 내걸면서 수도권 지역이 또 한 번 할리우드 테마파크 유치 이슈로 후끈 달아올랐다.
2월 4일 기자회견을 통해 일찌감치 시장 출마를 선언한 허 이사장은 같은 달 11일 ‘문화관광산업이 핵심 성장동력!’이라는 주제로 연 비전안산 제42차 공개 포럼에서 아시아 최초 파라마운트 무비 테마파크의 안산 유치 추진을 공식화했다. 특히 이날 행사에선 미국 EGE(East Gate Entertainment, LLC)사의 토머스 최 이사가 주제발표자로 나서 “한국은 글로벌 테마파크 조성에 최고 입지를 지녔고, 그중 안산시가 가장 적합하다”며 허 이사장의 공언을 뒷받침해 유치 움직임이 한층 가시화하는 분위기다.
도시재생의 터닝 포인트
주지하듯, 100년 역사를 지닌 미국 파라마운트사는 ‘십계’ ‘대부’ ‘타이타닉’ ‘포레스트 검프’ ‘미션 임파서블’ ‘아이언맨’ 등 수많은 명작과 특색 있는 히트작을 만들어낸 세계 6대 메이저 영화사. EGE사는 이 파라마운트사의 영화 콘텐츠를 활용한 테마파크와 리조트를 아시아 지역에서 개발할 수 있는 권리를 독점적으로 보유한 회사다.
서울대 조선공학과 출신인 허 이사장은 김문수 경기도지사가 국회의원으로 당선된 1996년 그의 보좌관으로 정계에 입문해 한나라당 중앙청년위원회 부위원장, 경기도 대변인, 경기도시공사 상임감사 등을 역임했다.
2008년 제18대 국회의원선거 땐 한나라당 후보로 안산 단원갑 지역구에서 출마했지만 천정배 전 의원(민주당)과 맞대결을 펼쳐 고배를 마신 바 있다. 2010년 제5회 지방선거에선 한나라당 안산시장 후보로 출마했으나, 김철민 현 시장(민주당)과의 경쟁에서 낙선한 후 같은 해 11월 비전안산을 설립해 이끌어왔다. 안산의 미래 비전을 만드는 시민네트워크를 표방한 비전안산은 다양한 주제의 포럼과 토론회 등을 연다.
그런 허 이사장은 왜 파라마운트 무비 테마파크에 눈 돌린 걸까.
“안산은 서해안에 인접한 공업도시면서 매립에 따른 유휴지와 젊은 인구가 많다. 또 특별시와 광역시를 제외하곤 전국 지방자치단체 중 인구 대비 7대 도시로 성장 잠재력이 매우 큰 곳이다. 수도권이고, 교통 인프라가 잘 구축된 점도 문화산업 성장에 좋은 조건이다. 그래서 문화산업으로서 집적효과가 막대한 글로벌 테마파크 유치에 착안케 됐다.”
그는 “산업단지 노후화에 대응하고 매년 하락하는 지역내총생산(GRDP)을 높이려면 신성장동력 마련이 필수적”이라며 “기존 굴뚝산업에 문화산업이 가미된다면 안산의 미래가 획기적으로 바뀌리라 확신한다”고 말했다.
사실 계획도시 안산의 현재는 암울해 보인다. 안산은 1976년 박정희 전 대통령이 서울의 공해유발 공장을 집단 이주시키려 만든 중소기업 국가산업단지다. 한국이 고도 경제성장을 하던 1980년대만 해도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임금격차가 크지 않아 안산의 재정자립도는 70~ 80%에 이를 만큼 풍족했다.
하지만 1997년 IMF 외환위기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부도율이 치솟고 값싼 노동력을 찾는 기업들의 해외이주, 수도권 규제강화 등으로 15인 미만 영세 기업만 밀집한 도시로 전락했다. 이로 인해 지역경제에 치명타를 맞아 포항, 울산 같은 다른 공단도시처럼 1인당 GRDP가 3만~4만 달러 이상이 아니라 2만 달러 선에서 더 올라가지 못하는 실정이다. 더욱이 영세 기업들이 값싼 노동력을 확보하려 이주노동자를 앞다퉈 고용하다보니 외국인 범죄 증가 등 다양한 문제까지 복합적으로 발생하는 ‘문제 도시’의 대명사쯤으로 변모했다.
따라서 공단에만 의존해온 낙후된 이미지를 떨치고 전혀 다른 차원의 도시로 거듭나기 위해 안산에 가장 적합한 산업이 창조경제 범주에 속하는 소프트 산업이자 문화관광서비스 산업이며, 그 대안이 바로 파라마운트 무비 테마파크 유치라는 게 허 이사장의 주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