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신동아 로고

통합검색 전체메뉴열기

Interview

“세월호 참사와 닮은꼴…무책임한 정부·기업에 분노”

가습기살균제 피해자·가족모임 강찬호 대표

  • 김유림 기자 │rim@donga.com

“세월호 참사와 닮은꼴…무책임한 정부·기업에 분노”

2/4
유해성 알면서도 계속 팔아

두 달 뒤인 8월 31일, 보건복지부는 “가습기살균제가 원인미상 폐손상 위험요인”이라며 사용 자제와 판매 중단, 회수 권고를 내렸다. 늦둥이 외동딸에게 더 쾌적한 환경을 만들어주겠다는 마음으로 구매한 가습기살균제. 하지만 이 때문에 아이가 목숨을 잃을 수도 있었다는 사실에 그는 절망했다. 어떻게 마트와 인터넷에서 파는 제품에 그토록 끔찍한 유독성분이 들었던 것일까.

정부 발표 이후, 여러 언론이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사례를 보도했다. 그래서 많은 이가 ‘그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나’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강씨는 “TV 다큐멘터리, 신문 기사 등은 피해자들의 사망 사례, 비참한 현실 등 감정적인 부분을 주로 조명했을 뿐 근본적 원인이나 배상 문제에 대한 접근은 없었다”며 “피해자 처지에서 보면 3년간 전혀 해결된 부분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 정부 발표 이후 피해자 및 가족 측이 가장 먼저 요구한 것은 무엇인가.

“제품 수거였다. 5월 말 정부는 ‘원인 불명 폐손상 사망 사고의 위험요인은 가습기살균제로 추정된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정부가 해당 제품에 대해 강제 수거 명령을 내린 건 11월 11일이다. 6개월 가까이 해당 제품이 멀쩡히 마트에서 판매됐다. 그럼에도 정부는 ‘정확한 원인이 밝혀지기 전까지 업체 이름을 밝히거나 제품을 수거할 수 없다’고 발뺌했다. 정부의 무책임 때문에 피해자를 줄일 수 있는 ‘골든타임’을 놓쳤다.”



▼ 사실 8월 질병관리본부 공식 발표 직후 실시된 국정감사에서 가습기살균제 문제가 뜨거운 감자였다. 정부와 국회의원들은 강한 해결 의지를 가진 것 같았는데.

“부처 간 ‘핑퐁게임’으로 문제의 본질이 묻혀버렸다. 가습기살균제 문제에는 3개 부처가 관여한다. 공산품 판매는 기획재정부 관할이고, 역학조사는 보건복지부가 질병관리본부에서 진행한다. 또한 화학 물질은 환경부 담당이다. 문제가 발생하자 3개 부처는 서로 책임 떠넘기기에 급급했다.”

▼ 당시 복지부는 “정부합동 TF를 구성해 생활화학가정용품에 대한 안전성 검증체계를 가동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TF는 없었다. 철저한 언론 플레이였다. 2011년 하반기부터 2013년 초까지, 정부가 한 일이 없다. 피해자 및 가족에 대한 보상도 해줄 수 없다고 했다. 보상을 위한 법적 근거가 없다는 논리였다. 정권이 바뀌고 진영 당시 복지부장관이 취임하면서 정부 담당자를 처음 만났다. 그때 처음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았다.

‘국민 혈세로 조의금’

이후 심상정 의원 등 여야 의원 27명이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구제를 위한 국회 결의안’을 발의했다. 이어서 장하나, 심상정, 홍영표 의원이 특별법을 발의했는데 가습기살균제를 국무총리실에서 총괄하고, 환경부가 타부서와 협력해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구제방안을 마련하며, 재난지역에 준하는 예산집행 계획안을 마련하고, 중증환자나 생계 곤란자 우선지원을 하는 등의 내용이다. 이후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상임위에서 입법공청회도 열고 피해자 발언에도 귀를 기울였다. 4월 말 국회 환노위가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대책 예산으로 50억 원을 신규 증액하는 추경안도 의결했다. 문제가 신속히 해결될 줄 알았다.”

▼ 아직 특별법이 통과되지 않았는데.

“특별법 발의 직후 환경부가 가습기살균제 사용으로 인한 폐질환을 ‘환경성 질환’으로 지정하는 내용으로 환경보건법 시행규칙 일부를 수정했다. 이를 통해 피해자에게 보상해준다는 것이다. 그간 ‘법적 근거가 없다’며 보상을 미루던 정부가 특별법 통과를 앞두고 ‘꼼수’를 부린 거라고 본다. 그마저 ‘정부가 먼저 보상해주되 가해 기업에 구상권을 청구하겠다’는 논리였다. 해당 제품을 판매, 유통하게 허가한 정부는 정작 책임지지 않겠단 얘기다.”

▼ 추가 책정된 예산은 어떻게 됐나.

“당시 50억 원 추경은 기획재정부 반대로 전액 삭감됐고, 2014년 국회 환노위가 증액한 가습기살균제 피해 지원 예산 역시 대부분 삭감됐다. 기획재정부는 ‘국민 혈세로 조의금을 내는 꼴’이라는 식의 논리를 폈다.”

2/4
김유림 기자 │rim@donga.com
목록 닫기

“세월호 참사와 닮은꼴…무책임한 정부·기업에 분노”

댓글 창 닫기

2022/08Opinion Leader Magazine

오피니언 리더 매거진 표지

오피니언 리더를 위한
시사월간지. 분석, 정보,
교양, 재미의 보물창고

목차보기구독신청이번 호 구입하기

지면보기 서비스는 유료 서비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