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신동아 로고

통합검색 전체메뉴열기

Interview

“서민·중산층 증세는 중환자 피 뽑아 수혈하는 격”

‘한국 자본주의’ 집중 분석한 장하성 고려대 교수

  • 윤영호 | 동아일보 출판국 기획위원 yyoungho@donga.com

“서민·중산층 증세는 중환자 피 뽑아 수혈하는 격”

2/3
▼ 소득불평등이나 양극화가 심화한 것은 노무현 정부 때부터라는 비판이 많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정치·사회적으로는 권위주의를 청산했다고 높은 평가를 받지만, 경제적으로는 중산층과 서민을 위해서 특별히 한 게 없다. 그나마 김대중 대통령 때는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을 제정해 처음으로 국민에게 최소한의 기초생활을 보장해줬다. 노무현 정부 사람들은 복지예산을 늘렸다고 하지만, 경제 전체에서 재벌이 차지하는 비중은 노 대통령 때 급증했다. 처음에는 재벌 개혁을 내세웠지만 당선되자마자 안정으로 기조가 바뀌었고, 다시 성장으로 갈아탔다. 경제 문제에서는 기득권 세력, 즉 재벌과 경제관료에게 휘둘렸다.

노 전 대통령만큼 경제 관료를 중용한 분이 없는데, 문제는 대체로 그들에게 영혼이 없었다는 점이다. 노 전 대통령이 세상을 떴을 때 노 정부 시절 장관을 지낸 사람 가운데 문상을 하지 않은 분이 있는 것으로 안다. 그때 장례비가 모자라 노 전 대통령 당시 고위 관료들에게서 비용을 갹출했는데 안 낸 사람이 있다고 들었다. 이명박 정부에서도 등용될 것이라고 기대했기 때문 아닐까. 그처럼 영혼과 철학이 없는 분들과 경제를 끌고 갔으니 제대로 될 리가 있었겠나.”

“안철수든, 김철수든…”

▼ 안철수 신당에 참여했는데….



“영남과 호남을 기반으로 한 두 정당의 대립적 정치구도가 한국 정치를 병들게 하는 상황에, 안철수 당시 후보가 집권하진 못하더라도 제3의 대안 정당은 만들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 참여했다. 다만 현실정치를 할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당시 주변에서 안 후보 캠프행(行)을 모두 반대했는데, 내가 그들에게 이렇게 얘기했다. ‘젊었을 때는 무지개가 있는 줄 알고 좇았다. 그런데 이제 나이가 들어서 무지개가 없다는 걸 안다. 그래도 나는 좇아가고 싶다. 대선 끝나면 돌아온다’고.”

▼ 현상적으로 보면 안철수 신당은 실패했다.

“실패라기보다는 성공하지 못한 거다. 안철수 현상은 여전히 살아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 이후 경제민주화 공약을 헌신짝처럼 버렸지만 함께 잘사는 사회에 대한 국민의 꿈은 여전히 존재한다. 이 꿈을 기존 정당이 이뤄주지 못하는 한 안철수가 됐든 김철수가 됐든 또 다른 새 인물이 됐든 그 현상은 존재한다고 본다.”

▼ 안철수 후보 자신은 ‘안철수 현상’의 본질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했나.

“내가 말한 것과 똑같이 이해했다. 당시 안철수 캠프에서 발표한 정책 중 안철수 후보와 토론하지 않고 발표한 내용은 하나도 없다. 그 바쁜 와중에도 핵심적인 정책은 안 후보가 직접 20~30분이라도 시간을 내서 토론에 참석한 다음 최종 결정했다. 안 후보가 스펀지 같아서, 그 짧은 토론을 통해 거의 완벽하게 흡수했다.

그가 대선 후에라도 신당을 창당했다면 새로운 형태의 의미 있는 정당이 됐을 것이다. 대선 이후 민주당 쪽에서 안 후보에 대해 ‘진정으로 도와주지 않았다’는 둥의 말을 하는 것을 보고 ‘민주당이 결코 잘될 수가 없겠구나’ 싶었다. 박근혜 후보와 양자 대결 구도에서 경쟁우위에 있었던 후보가 양보한 것보다 더 큰 지원이 뭐가 있겠나.”

내부회사 혹은 ‘50%+1주’

▼ 재벌 개혁의 핵심 정책으로 소유구조 개편을 들었는데.

“지도자의 의지만 있으면 쉽게 추진할 수 있는 정책이다. 이명박 대통령 때 ‘친(親)기업’을 내세우다 나중에는 동반성장위원회를 만들어 ‘대기업이 이 품목은 해도 된다, 저 품목은 안 된다’는 식으로 접근했다. 두부 장사만 해도 세계적인 기업이 될 수 있는데 국가가 언제까지 품목 분류에 매달려야 하는지 한심했다. 근본적인 구조를 안 건드리고 가장 마지막 단계에서 정부가 개입하는 방식으로는 한계가 있다. 결국 소유구조를 바꾸지 않으면 안 된다.

삼성그룹 계열사가 72개인데, 그중 상당수는 계열사가 안 도와주면 경쟁력이 없다. 규모가 큰 삼성SDS나 에버랜드도 내부거래 비중이 높다. 내부거래로 존속하는 회사들은 대개 대주주 지분이 많거나 대주주가 이해관계를 갖고 있다. 우리나라 상장기업은 전 세계에서 가장 적게 배당을 하는데, 반면 대주주 지분이 높은 비상장 기업은 ‘배당 잔치’를 한다. 이게 소유구조에서 오는 문제다. 예컨대 삼성전자는 호텔신라 지분을 가진 이유를 ‘수익성 있는 사업에 대한 투자’라고 설명하는데, 삼성전자의 지난해 이익 17조 원 중 호텔신라에서 받은 배당수익은 0.003%밖에 안 된다. 반면 이번에 상장을 하면 이재용 부회장이 수조 원의 상장 차익을 얻을 것으로 예상되는 삼성SDS는 지난 5년간 매출액의 75%가 내부거래다.

재벌 총수가 국가 경제를 위해서 경영을 하는가. 그러면 회사는 망한다. 대통령이 재벌 총수 만나 ‘투자하라’고 하는데 그때마다 대통령 말을 따른다면 국민은 박수 칠지 모르지만 기업은 망한다. 물론 국가 경제를 위해 희생하는 부분도 있겠지만 그들은 기본적으로 자기 회사의 생존을 위해, 자기 이해관계에 충실한 결정에 따라 투자한다.

미국의 보잉이나 GE는 지분 100%를 소유한 자회사를 통해 금융사업을 한다. 이른바 내부회사다. 사업상 필요하다면 이런 식으로 내부회사 방식을 이용하든지, 그게 어렵다면 ‘50%+1주’를 소유하라는 얘기다. 그리고 총수 가족이 대주주인 비상장 회사에 일감 몰아주기를 하는 것은 회사의 사업 기회를 탈취해가는 것이기 때문에 그런 회사는 내부회사로 만들어야 한다.

한국 경제가 더 발전하려면 구조적인 개혁을 해야 한다. 이미 글로벌 기업이 된 삼성전자는 성장의 한계에 왔다고 봐야 한다. 핀란드의 대표적인 정보기술 기업 노키아 매출액이 한때 한국의 삼성그룹처럼 그 나라 전체 GDP의 25%나 됐다. 그러다 노키아가 삐끗하면서 가라앉기 시작하니까 핀란드는 계속 마이너스 성장을 하고 있다. 삼성전자도 언제까지나 덩치를 키울 수는 없을 것이다. 재벌 구조가 시장을 지배하는 것을 막으려면 이를 유지해 주는 여러 수단, 예를 들면 일감 몰아주기, 사업 낚아채기, 도급구조 등을 바꿔야 하는데 그러려면 소유구조부터 개혁해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은 아직 실패하지 않았다고 본다. 지난 1년 반은 한 게 없다고 해도, 아직 3년 반이나 남았기 때문이다. 만약 박 대통령도 해결을 못하면 노무현 전대통령 이후 15년을 허송세월하게 된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신성장동력, 녹색성장, 창조경제, 혁신경제를 외치는데 그걸로는 안된다.”

2/3
윤영호 | 동아일보 출판국 기획위원 yyoungho@donga.com
목록 닫기

“서민·중산층 증세는 중환자 피 뽑아 수혈하는 격”

댓글 창 닫기

2019/12Opinion Leader Magazine

오피니언 리더 매거진 표지

오피니언 리더를 위한
시사월간지. 분석, 정보,
교양, 재미의 보물창고

목차보기구독신청이번 호 구입하기

지면보기 서비스는 유료 서비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