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은 가장 독특한 결과를 나타냈다. 아들 선호(42%)와 딸 선호(34.2%)가 쌍봉(雙峰)을 이루며 동시에 두드러진 것이다. 딸 선호만 놓고 보면 6개 사회 중 딸 선호가 가장 강하다. ‘상관없음’으로 응답한 비율(23.7%)은 가장 낮다.
왜 한국 사회만 아들 선호와 딸 선호를 동시에 갖는 걸까. 연령별 자녀 성 선호에서 그 답이 나온다.
‘연령별 남아 선호’(그래프3)를 보면 일본 중국 대만 태국 베트남은 아들 선호 경향이 연령에 따라 별 차이가 나타나지 않는다. 베트남의 경우 20대의 아들 선호가 상대적으로 낮을 뿐, 30대 이상은 일관되게 높은 아들 선호를 보여준다.
그러나 한국은 연령별 차이가 뚜렷하다. 연령이 높아질수록 아들 선호 비율이 가파르게 증가한다. 60대의 경우 뚜렷한 아들 선호 사회인 베트남보다도 아들 선호가 더 강하다(한국 66.9%, 베트남 60.8%). 반대로 ‘연령별 여아 선호’(그래프4)를 보면 연령이 높아질수록 딸 선호가 급격히 약해진다. 은 교수는 “지난 20~30년간 한국 사회가 얼마나 급격하게 변화했는지, 그로 인해 세대간 가치관 차이가 자녀 성 선호 측면에서 얼마나 큰지 확인할 수 있다”며 “세월이 지날수록 여아 선호가 강해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한국 사회가 아들 선호에서 딸 선호로 빠르게 변화하는 배경은 무엇일까.
우선 딸 키우기가 더 쉽고 재밌다는 인식이 강해졌다. 여자아이가 공부도 더 잘하고 말썽도 덜 피운다는 것이다. 서울시내 대학 박모 강사는 “여학생이 남학생보다 훨씬 더 꼼꼼하고 목표 의식도 뚜렷해 끈기가 강한 편”이라고 말했다. 서울 강남구에 사는 주부 강모 씨는 “요즘 아들 둔 학부모가 남녀공학 중학교를 선호하는데, 그 이유가 중학생 때 여학생이 얼마나 똑똑하고 독한지 겪어보지 않으면 평생 모를 수 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최근 4~5년 전부터 ‘큰소리 내지 않고 우아하게 아들 키우기’ ‘아들은 원래 그렇게 태어났다’ ‘남자아이 심리백과’ 등 이른바 아들 양육서가 집중적으로 출간되는 현상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작은 소리로 아들을 위대하게 키우는 법’(21세기북스, 2007)은 이 분야의 대표적인 스테디셀러인데, 반면 같은 저자의 딸 양육서 ‘딸은 세상의 중심으로 키워라’는 그다지 빛을 보지 못했다.
가정 내에서 자녀가 갖는 의미 변화도 딸 선호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짐작된다. 과거 자녀란 잘 교육시켜 사회적으로 성공한 사람으로 만들어야 하는 존재였는데, 요즘에는 자녀를 적게 낳아 키우는 재미를 느끼고 정서적으로 교감하는 것을 좀 더 중요한 가치로 여긴다. 최지미 씨도 딸을 간절히 원한 이유가 “딸은 정서적인 면에서 평생의 보험이라고 생각해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