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간이해<br>알프레드 아들러 지음, 라영균 옮김, 일빛
직원들에게 아무런 죄책감 없이 막말을 하고, 자신의 개인적인 심부름을 회사 바깥에서까지 시키며, 비정규직이 많은 노동환경을 빌미로 ‘너는 아직 완전히 고용된 것이 아니다’라는 식으로 직원을 협박하는 상사들. 이런 갑의 횡포를 심리학자 알프레드 아들러가 봤다면 그는 이렇게 진단하지 않았을까. ‘자신의 콤플렉스를 스스로 해결하지 못하고 그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해 타인에게 복수하는 증상’이라고.
자신의 권력을 이용해 남을 괴롭히는 사람들의 공통된 특징은 자기 자신에게서 진정한 만족을 찾지 못한다는 점이다. 그들은 남을 괴롭히고 짓밟음으로써만 자기만족을 얻을 수 있다. 겉으로는 폭력을 당하는 쪽이 열등해 보이지만, 실은 진짜 심각한 열등감 콤플렉스를 앓는 사람은 ‘남을 괴롭히는 사람’이다. 그들은 남을 괴롭히지 않고서는 자신의 ‘힘’을 느낄 수 없다. 정신적으로 건강한 사람은 자신의 존재 자체로부터 만족을 느끼는 법을 안다.
인간이 자신의 고유한 힘을 느끼는 것은 결코 죄가 아니다. 하지만 ‘어떤 곳에서, 어떻게’ 자신의 힘을 느끼는지가 중요하다. 친구를 때리고 괴롭히는 아이들, 친구의 돈을 빼앗고 왕따를 시키는 학생들, 여성을 억압하며 성적으로 착취하는 남성들, 타인이 소중하게 쌓아올린 삶의 흔적을 도둑질이나 사기 행각을 통해 무너뜨리는 사람들의 공통된 특징은 ‘진짜 내 것’이 없다는 것이다. 진짜 내 것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아는 사람은 결코 남의 것을 빼앗지 않는다. ‘진짜 내 것’ 중에는 물건만이 아니라 ‘그동안 지켜온 삶의 소중한 가치들’도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부러우면 지는 거다?
개인심리학의 거장 아들러는 인간이 삐뚤어진 행동을 하는 대부분의 원인을 ‘열등감 콤플렉스’로 해석한다. 열등감 콤플렉스는 단지 ‘내가 무엇보다 모자라다’고 생각해서 생기는 것이 아니라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자신의 부족함을 만회하기 위한 각종 ‘자기정당화’를 지속함으로써 강화된다. 학교에 가기 싫어하는 아이가 ‘아프다’고 핑계를 대며 꾀병을 부리는 일부터 시작해 남편의 외도를 의심하는 아내가 남편 없이는 외출을 하지 못하고 광장공포증에 시달리는 사례에 이르기까지, 아들러는 사람들이 각종 기상천외한 자기정당화를 통해 열등감을 겉으로는 만회하면서도 실제로는콤플렉스를 더욱 강화하고 있음을 밝혀낸다.
예컨대 사교적인 활동을 싫어하는 한 남자는 아내가 외출하자고 할 때마다 심한 천식 증상을 보인다. 밖으로 보이는 문제는 ‘천식’이지만, 실은 그가 아내의 뛰어난 사교성에 대한 열등감을 갖고 있고, 자신이 천식 증세를 보이면 아내가 외출을 포기하기 때문에 심리적으로 천식이라는 육체적 질환을 효과적으로 ‘활용’해왔다는 것이다. 그가 일부러 천식을 일으키는 것은 아닐지라도, ‘천식을 일으키면 아내가 외출을 포기한다’는 확실한 ‘보상’이 있었기에, 그의 몸과 마음은 일치단결해 아내가 외출을 제안할 때마다 천식을 심화하게 됐다는 것이다.
누구에게나 열등감은 있지만, 그 열등감을 어떻게 극복하느냐에 따라 인생이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갈 수 있다. 열등감이 반드시 나쁜 것만은 아니다. 열등감은 무언가를 열심히 쌓아올리는 터전이 돼주기도 한다. ‘나는 몸이 약해, 그러니까 운동을 열심히 해야지’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신체의 결점을 극복하려고 최선의 노력을 다해 뜻밖에 훌륭한 운동선수가 되기도 한다. 하지만 ‘자신의 열등감’을 타인을 괴롭히는 데 이용하는 방식이야말로 최악의 결과를 초래한다.
인간은 어떤 상황에서든 자기 나름의 ‘승리의 드라마’를 원하는데, 그러면서 ‘남의 승리’를 깎아내리는 사람들도 있다. 많은 사람의 주목을 받는 유명인들에게 악플을 달면서 자기만족을 얻는 인간의 심리에는 타인의 승리를 깎아내림으로써 자신의 그릇된 우월감을 증명하려는 욕구가 담겨 있다. ‘부러우면 지는 거야’라는 속설에는 누군가의 탁월함을 볼 때마다 그 자체를 긍정하지 못하고 ‘타인의 탁월함=나의 열등함’이라는 잘못된 공식에 빠져버리는 인간의 나약함이 담겨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