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3월호

英 정부 선정 ‘주목할 차세대 디자이너’ 이창희

  • 글·강지남 기자 layra@donga.com

    입력2015-02-26 09:3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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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英 정부 선정 ‘주목할 차세대 디자이너’ 이창희
    베토벤의 ‘월광 소나타’는 얼마나 은은한 향기를 지녔을까. 모차르트 ‘레퀴엠’의 향기는 얼마나 묵직하게 후각을 내리누를까. 산업디자이너 이창희(27) 씨는 이렇듯 음악을 향기로 느끼는 공감각적 체험을 가능케 한다. 이씨의 작품 ‘Essence in Space’는 음악을 연주하면 건반과 연결된 향수가 각각의 음표에 걸맞은 향을 뿜어내고, 분출된 향수 방울은 병으로 떨어져 연주가 끝나면 독특한 ‘음악 블렌딩 향수’로 재탄생한다.

    이 작품의 독창성을 높이 평가한 영국 디자인위원회는 2월 2일 이씨를 ‘주목해야 할 차세대 스타 디자이너(rising star designer)’로 선정했다. 영국 정부기관인 디자인위원회는 창립 70주년을 맞아 미래를 이끌 혁신적인 디자이너를 소재와 일상생활 등 6개 분야에서 70명 선정했는데, 이씨는 각축 끝에 ‘현실의 재사유’ 부문 수상자로 결정됐다.

    그의 다른 작품 ‘Nova’는 열이 발생하면 금속 재질과 조화를 이뤄 외부에 기묘한 색감을 만들어내는 히터다. 역시 공감각적인 ‘현실의 재사유’가 고스란히 반영된 작품. “가끔은 언제까지 이렇게 철없이 혼자 뭔가에 몰두만 해서 살아도 되는 건가 싶어 불안했다”고 털어놓을 만큼, 주변의 평범한 ‘현실’을 기발하고 창조적인 작품 세계(changheelee.com 참조)로 바꿔놓은 그의 ‘재사유’ 과정은 외롭고 치열했다. ‘기술 평준화 시대’ 이후 디자인으로 승부를 걸어야 할 우리 산업계가 눈여겨볼 만한 대목이다.

    홍콩과 중국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이씨는 중국 최고의 미술대학으로 꼽히는 베이징 중앙미술학원에서 산업디자인을 전공했고, 영국의 예술 명문 런던대(골드스미스)에서 디자인 비평으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영국 왕립예술학교(Royal College of Art)에서 박사과정(산업디자인 엔지니어링)을 밟고 있다. 미국 국제 디자인 공모전 금상, 이탈리아 A 디자인 어워드 동상을 받았고 YBA(영국 현대미술을 이끄는 젊은 예술가 그룹) 채프먼 형제 전시에 참여하는 등 수상·전시 실적도 다채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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