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카카오톡과 텔레그램을 포함한 휴대전화 문자메시지. 이제 우리 삶의 일부가 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는 문자메시지로 많은 편익을 누리기도 하지만, 자칫 인간관계가 틀어지거나 곤란한 상황에 처하기도 한다. 문자메시지 주고받기에도 처세 원리가 작동한다.
짧지만 약간 강하게
키워드 나열
이런 맥락에서 같은 어휘나 내용을 반복하지 않아야 한다. 읽는 이에게 ‘별 정보도 없이 빽빽하다’는 느낌을 주지 않아야 한다. 결국 내용을 압축적으로 표현하는 게 관건이다. 먼저, 키워드를 나열한다. 이들 단어 사이에는 의미 전달에 필요한 최소한의 조사, 동사, 형용사, 부사만 붙인다. 정치인의 촌철살인 표현이나 일간지의 기사 제목 같은 것을 떠올리면 된다.
ㅇㅋ, ㅇㅇ, 넹 남발
420자 칼럼으로 유명한 최준영 작가는 잠재적 대권주자 22인 품인록을 내놓은 바 있다.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에 대해 “제1야당 최대 계파의 수장. 정치력은 최악인 사람”이라고 썼다. 단 몇 개의 키워드만으로 많은 것을 말하고 있다. 의식적으로 이렇게 써 버릇하면 확실히 실력이 는다.
그렇다고 ㅇㅋ, ㅇㅇ, 넹, 알겠습니다 같은 단답형 대답을 남발하는 것은 좋지 않다. 성의 없고 무미건조하게 비친다.
바로 전송하지 말라
글자 수를 줄이는 데에만 집착하면 자칫 의미가 불충분하게 전달돼 상대방이 오해하거나 불쾌해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해 문자메시지를 작성한 뒤 곧바로 전송하는 버릇. 반드시 버려야 한다. 뜸을 들여 퇴고해야 한다. 이때 보내는 이의 시각이 아닌 받는 이의 시각으로 문자메시지를 검토해야 한다. 받는 이가 다르게 해석할 여지가 발견되면 수정해야 한다.
뜸 들여 퇴고
받는 이가 문자메시지 내용을 다르게 이해해 관계에 금이 가는 사례를 우리 주변에서 심심치않게 볼 수 있다. 모음 한두 개를 틀리게 쓰는 바람에 뜻이 완전히 달라졌는데도 무심코 보냈다가 재앙을 초래하기도 한다. 본의 아니게 불경스럽게 비쳐져 상대의 기분을 상하게 하기도 한다. 글쓴이의 의도를 정확하게 전달하는 게 무엇보다 우선이다. 이것이 충족된 조건하에서만 글자 수를 줄여야 한다.
가수 유희열과 개그우먼 박지선이 익살스럽게 주고 받은 문자메시지.
심지어 어떤 사람은 문자메시지를 엉뚱한 사람에게 보내는 실수를 저지르기도 한다. 동명이인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는 건 애교다. 사내의 이쪽 대화방에 올려야 할 내용을 저쪽 대화방에 올리는 경우도 적지 않다. 만약 두 대화방이 경쟁관계에 있다면 단박에 이중첩자로 내쳐진다. 어떤 사람은 사내 애인에게 보내야 할 문자메시지를 실수로 사내 대화방에 올리는 ‘자살행위’를 저지르기도 했다. 이런 점에서 ‘전송 전 확인 또 확인’하는 자세가 몸에 배야 한다.
감성을 터치하라
우리나라든 외국이든, 로맨틱 코미디에서 빠지지 않는 것이 문자메시지의 말풍선이다. 작업 단계에서 이별 단계까지, 문자메시지는 연애의 모든 것이다.
어떤 표현에 상대방이 뜨거운 반응, 혹은 냉담한 반응을 보였는가. 앞의 것을 모으면 ‘연애 성공 매뉴얼’이 만들어질 것이다. 타인과 문자메시지를 나눌 때 연애하는 기분으로 하는 게 좋다. 연애 성공 매뉴얼에 담긴 성공 코드를 활용해서 접근하면 잘 먹힌다는 말이다.
연애하듯이
이 성공 코드의 핵심은 바로 감성 터치다. 문자메시지는 조금 내밀한 느낌을 준다. 기본적으로 1대 1로 주고받기 때문이다. 심지어 다자 대화방도 폐쇄성을 기본으로 깔고 간다. 따라서 건조한 이야기만 주고받으면 어색해진다.
호감, 칭찬, 배려 따위를 더해주면 상대방은 내 문자메시지에 더 집중한다. 업무 보고 문자메시지 말미의 “날씨가 추우니 따뜻하게 입고 다니세요”라는 코멘트 한 줄이 큰 힘을 발휘한다. 그러나 여기서도 과유불급의 원칙을 지켜야 한다. 사적인 연인관계가 아니라면 감성을 살짝만 터치하는 게 좋다. 상대가 부담으로 느껴선 곤란하다.
늘 밝은 표정으로
문장에도 표정이 있다. 묘하게도 성격과 기분이 묻어난다. 화가 났을 때 목청이 높아지고 표현 수위가 높아지는 것과 같은 이치다. 문자메시지가 어떤 표정을 짓고 있는지 읽는 이는 안다. 늘 화가 나 있고 퉁명스럽고 불성실하게 비쳐선 좋을 게 없다.
무뚝뚝맨도, 촐랑맨도 아닌
대면으로 만날 때의 표정과 문자메시지의 표정이 딴판인 사람이 많다. 만날 때엔 친절한데 의외로 문자메시지에선 무뚝뚝하고 불친절하면 상대는 당혹스러워한다. 반대로, 만날 때엔 엄숙한 사람인데 문자메시지에선 ‘촐랑맨’이면 그것 또한 당혹스럽다. 이중인격으로 오해받지 않으려면 문자메시지 세계에서도 일관된 표정을 유지하는 것이 좋다.
가식의 탈?
요즘 문자메시지에 이모티콘은 기본이다. ^^, ㅎㅎ, ㅋㅋ, ㅠㅠ 같은 표현도 자주 쓴다. 현재 기분과 상태를 표현하기에 좋은 수단이다. 다만 이 표정이 진짜 표정일까 하는 의문을 주기도 한다. 웃고 있어도 웃는 게 아닌 느낌, 반가워하는데 반가워하지 않는 것 같은 느낌? 그래서 이모티콘은 자칫하면 가식의 탈로 느껴질 수 있다.
안 붙이면 오해를 살 듯도 해 건성으로 이모티콘을 붙이는 때도 많다. 그건 받는 사람도 안다. 문자메시지를 보낼 때마다 이모티콘을 붙이면 정말 도식적으로 느껴질 수 있다. 사실 많은 사람이 이모티콘을 남발한다. 이모티콘을 잘못 쓰면 독(毒)이 될 수 있다. 부정적 인상을 주고 인간관계에 마이너스로 작용한다. 오히려 이모티콘 사용을 자제하는 것이 더 돋보일지 모른다. 진지하다고 할까. 업무 문자메시지를 주고받을 때 특히 그러하다.
재깍 응답하라
응답 속도는 상대에 대한 충성도를 가늠하는 척도다. 연인 사이에 애정이 식으면 문자메시지 응답 속도가 느려진다. 애사심도, 상사에 대한 충성심도 다르지 않다. 회사를 떠나고 싶고 상사가 싫어지면 사내 대화방 반응이 더뎌진다.
충성도와 응답 속도는 정비례
연인과 헤어지려 할 때는 아예 문자메시지 응답을 안 하기도 한다. 그러면 상대방이 어느 정도 눈치를 챈다. 회사를 떠나려할 땐 달리 접근해야 한다. 사표를 내는 그날까진 상사의 문자메시지에 바로 답해야 한다.
이것이 때때로 큰 스트레스를 유발한다. 특히, 퇴근 이후의 업무지시 문자메시지는 몸과 마음을 지치게 한다. 숙면을 방해하기도 한다. 미국 노던일리노이대 심리학과 라리사 K 바버 교수는 이를 무선압박감(telepressure)이라고 부른다. 어떤 이는 대놓고 ‘문자메시지 감옥’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언론사 사회부 대화방
일전에 서울시내 한 언론사 사회부의 경찰서 담당 기자를 만났다. 이 기자는 자기 스마트폰의 부서 대화방을 보여줬다. 이른 아침부터 밤늦게까지 상관인 시경 캡, 차장, 부장이 보낸 지시사항 및 이에 대한 응답으로 빼곡했다. “A 기사 관련해 B 내용 오전 중 보충할 것” “C 기자가 D 내용으로 기획기사 준비 중인데 오후에 유사 사례 취재해 C 기자에게 토스해줄 것” “주말판 기사 기획안 제출할 것” “9시뉴스에 난 E 기사 내용이 사실인지 확인해 보고할 것”…. 이 기자는 “하루 평균 10번도 넘게 업무지시가 대화방으로 전달된다. 여기에 바로바로 답을 줘야 하고 지시에 따라 움직여야 한다. 스마트폰이니 문자메시지니 카톡방이니 하는 것이 없는 곳에서 살고 싶다”고 말했다.
유럽 일부에선 퇴근 시간 이후 업무지시를 법으로 제한하는 추세다. 하지만 우리 현실은 다르다. 늘 조급하고 당장의 실적이 중요하며 내일 아침 보고거리를 만들어놔야 한다. 별수없다. 응답이라도 재깍 해주는 게 최선이다.
일이 아닌 놀이처럼
취업 포털 사람인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직장인의 47.8%는 인맥을 관리한다. 인맥 관리 방법 중 단연 1위(61%)는 ‘문자메시지(카카오톡) 주고받기’였다. 그다음이 ‘식사하기’와 ‘술자리 갖기’였다. 문자메시지가 직장인의 삶에서 얼마나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식사와 식사 사이
문자메시지의 장점은 저비용이다. 돈이 거의 안 든다. 그러나 만나서 함께 차 마시고 밥 먹고 술 한잔하는 것과 효과가 같을 순 없다. 다만, 차와 차 사이, 식사와 식사 사이, 술자리와 술자리 사이를 메워주는 데에 이보다 더 좋은 수단은 없다.
어떤 사람은 개인적으로 아는 사람들을 관리할 땐 신 나게 문자메시지를 쓴다. 그러나 사내 대화방에 들어오면 방어적인 자세로 바뀐다. 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따지고 보면 사적 인맥 관리도 일의 일부다. 또한 사내 대화방도 보기에 따라 놀이가 될 수 있다. 누구를 대상으로 하든 문자메시지 주고받는 것을 일이 아닌 놀이라고 생각하는 게 좋다.
‘진짜 인간성’ 각인
업무 시간 중에는 회사 동료와 얼굴을 마주 보고 대화를 나눌 시간이 별로 없다. 회의 시간에도 업무 이외의 대화를 나누기 어렵다. 이런 공백을 메워주는 수단으로 문자메시지나 대화방은 손색이 없다. 자신의 업무 역량을 만천하에 알리는 수단이 될 수도 있고 진짜 인간성을 각인시키는 수단이 될 수도 있다. 이런 이미지 전략에 입각해 ‘문자메시지 정치’를 잘하는 기술이 필요하다.
특히 어떤 조직에서든 출세하려면 반드시 ‘문자메시지 적극 활용파’가 돼야 한다. 선거에 출마한 정치인처럼, 연애 초기의 연인처럼 문자메시지 정치에 공을 들여야 한다.
이병헌이 2014년 11월 24일 공판 증인으로 서기 위해 서울 중앙지방법원에 출석하고 있다.
문자메시지를 영어로는 ‘텍스트 메시지(text message)’라고 한다. 텍스트, 즉 ‘문서’라고 봐야 한다. 또한 문자메시지는 본인의 ‘자백’과도 거의 동일하다. 문서와 자백은 가장 강력한 증거물이다. 문자메시지의 입증 위력이 엄청나다는 의미다.
문서와 자백 합쳐놓은 위력
검찰에 의해 기소되거나 법원에서 재판을 받을 때 문자메시지는 유력한 증거물이 될 수 있다. 또 언론에 공개될 때도 그야말로 올가미가 될 수 있다.
문자메시지가 자신에게 유리한 증거물일 땐 상관없지만 불리한 증거물이 될 수 있을 땐 그것을 계속 보관할 이유가 없다. 메시지를 주고받은 즉시, 주저 없이 삭제해야 한다.
폭탄 안고 살다가 터진다
누구나 결혼 후 배우자에게 충실해야 하지만 어떤 사람들은 배우자가 아닌 다른 이성과 특별한 관계를 갖기도 한다. 그런데 이들 중 상당수는 이 관계에서 오간 문자메시지를 무슨 뜻깊은 추억이라도 되는 양 오랫동안 간직해두다가 발각돼 커다란 곤욕을 치르기도 한다. 폭탄을 끌어안고 살다가 결국 터지고 마는 것과 같다.
만약 외부에 알려지면…
문자메시지로 민감한 내용을 주고받으려 할 때는 ‘이 내용이 만약 외부에 알려지면 어떻게 될까’를 염두에 둬야 한다. 외부에 공개될 경우 자신에게 치명적 위해가 될 수 있는 단어나 문장은 문자메시지로 보내지 않아야 한다. 꼭 알려야 할 내용이라면 만나서 말로 하는 게 좋다. 지금은 더없이 좋은 관계인 상대방이 언젠가 자신의 적이 될 가능성을 배제해선 안 된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상대방에게 내 미래의 운명을 저당잡힐지 모른다. 사이가 틀어지면 상대방은 문자메시지를 핵폭탄으로 활용하려 들지도 모른다. 유부남 배우 이병헌은 20대 여성에게 야릇한 문자메시지를 보냈다가 법정에서 공개되는 바람에 명예에 치명상을 입었다.
패가망신 안 당하려면
다시 말하지만, 상대방과 은밀하게 주고받은 문자메시지 내용을 상대방이 언젠가 공개하면 문자메시지는 빼도 박도 못할 증거가 된다. 문자메시지를 보내는 순간 그 메시지는 이미 본인의 소유가 아니다. 상대방이 소유하고 행사하게 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문자메시지는 강력한 시각적 효과로 인해 음성 녹취보다 파급력이 훨씬 강력하다. 다수에 공개되면 여론 재판부터 받아야 한다. 늘상 둘러대는 것처럼 “전체적 맥락과 다르고…” 이렇게 변명해도 안 통한다. 누구든 이런 일을 겪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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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자메시지는 다소 편리한 통신수단일 뿐이다. 문자메시지로 패가망신할 위기는 아예 만들지 말아야 한다. 불편하더라도 위험을 초래할 내용은 문자메시지로 보내선 안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