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3월호

“朴대통령, 비서 3인방 ‘결과책임’ 물어야” “새누리당, ‘오너 행세’ 하면 비참해진다”

홍준표 경남지사, 종횡무진 쓴소리

  • 허만섭 기자 | mshue@donga.com

    입력2015-02-25 14:4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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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정 주도’ 못하고 ‘상황 관리’ 급급한 정부
    • 유승민 인적쇄신 발언은 권한 벗어난 얘기
    • 지금은 의원들이 김무성에게 잠시 옮겨가 있을 뿐
    • 천천히 大選 준비하겠다
    “朴대통령, 비서 3인방 ‘결과책임’ 물어야” “새누리당, ‘오너 행세’ 하면 비참해진다”
    홍준표(61) 경남도지사는 최근 “천천히 대권을 준비하겠다”고 했다. “차기부터 대통령 후보도 청문회를 해야 한다”고도 했다. 여야의 차기 대선주자 중에 홍 지사처럼 포부를 자신감 있게(청문회도 하자고 하니까) 드러내는 사람은 아직 없다. 한 여권 인사는 “그가 ‘대선 레이스의 다크호스’가 될지 모른다”고 말하기도 한다.

    홍 지사를 만나러 창원 경남도청으로 향했다. 서울~창원 KTX 직행이 하루에 몇 편 되지 않는다는 점을 이번에 알게 됐다. 서울에서 밀양까지 KTX로, 밀양에서 창원까지 무궁화호로 갔다. 세 시간쯤 걸렸다. 멀다면 멀고 가깝다면 가깝다.

    “오시느라 수고 많았어요. 오랜만이네요.” 홍 지사가 반갑게 맞았다. 붉은색을 끔찍이 좋아하는 그는 여전히 붉은색 넥타이를 맸다. 2010년 8월 그가 한나라당 최고위원을 할 때 인터뷰한 적이 있다. “홍준표에게 법무장관이라는 칼을 쥐여주면 세상이 좀 시끄러워지지 않겠는가”라던 그의 말이 기억에 남는다.

    “결단 주저하면 혼란”

    ▼ 경남지사가 된 지 2년 2개월이 됐어요. 그동안 고향을 좀 발전시켰습니까.



    “제가 왔을 때 경남은 쇠락하고 있었어요. 조선(거제), 기계(창원)의 불황으로 미래가 안 보였어요. 그래서 ‘5+1 미래 신성장동력 산업’을 유치하기로 했죠. 창원 국가산업단지 구조고도화(9000억 원)를 시작했어요. 지난해 12월 국가산업단지인 나노테크단지·우주항공단지·해양플랜트단지를 유치했어요. 항노화클러스터를 정부와 확정해 진행 중이고.”

    ▼ ‘+1’은?

    “진해에 글로벌 테마파크를 만들려고요. 경남의 50년 번영을 위해 착착 준비해요. 지방이 스스로 알아서 해야 해요. 나라 경제는 어렵지만 경남 경제는 살아나요.”

    ▼ 다른 관심 사안은.

    “지리산 국립공원 일대를 ‘한국의 알프스’로 만들려고 합니다. 10.5km운행하는 케이블카를 설치하고 해발 1500m 중턱에 복합 리조트를 짓고요. 거기서 천왕봉에도 오를 수 있게 하고. 국제적 사계절 휴양지로 만들고 싶어요. 제 건의를 받아들여 정부가 법을 만들고 있어요.”

    홍 지사는 슬롯머신 사건을 수사한 ‘모래시계 검사’로 이름을 날렸다. 1996년 정계 입문 후 4선 의원을 했고 한나라당 원내대표와 당대표를 지냈다. 2012년 4월 총선에선 낙선했지만 8개월 뒤 경남지사로 부활했다.

    ▼ 도지사가 된 뒤 달라진 게 뭔가요.

    “도는 외교, 국방 기능만 없지 정부와 비슷해요. 매일 행정가로서 경험을 축적하면서 제 자신이 달라지고 발전하는 것을 느낍니다. 언행도 훨씬 신중해지고요.”

    ▼ 그렇지만 요즘도 자주 부딪치는 것 같던데요.

    “그건 그럴 수밖에 없는 게…어떤 리더십을 택할 것이냐의 문제니까요.”

    ▼ 상당수 행정가는 갈등을 피하려는 경향인데….

    “기준은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입니다. 충분히 소통하되 대다수 도민이 원하는 방향으로 결단할 것은 해야 한다고 봐요. 사마천의 사기에 ‘결단을 주저하면 혼란을 부른다(當斷不斷反受其亂)’는 말이 있어요. 지금 우리나라는 ‘되는 일 없는 답답한 나라’가 돼버렸어요. 박근혜 정부 2년을 보세요. 눈치만 보고, 회의만 하고…. 대통령 직선제 이후 모든 정권이 정말 지지부진하게 나라를 끌고 왔잖아요.”

    “차별화하다가 같이 죽어”

    그는 ‘이상적인 차기 대통령상(像)’과 관련해 “나라 각계각층을 신바람 나게 해주는 사람”이라고 말한다.

    ▼ 대통령이 되려는 사람에게 행정 경험이 필요하다고 봅니까.

    “꼭 필요하진 않아요. 다만, 행정 경험이 있으면 대통령이 된 뒤 행정부를 지도감독하는 데 훨씬 유리하죠. 내용을 아니까. 모르면 나라가 산으로 가요. 대통령이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분야에 정확한 방향성만 가지고 있으면 나라가 옳은 방향으로 갑니다. 만물박사일 필요는 없지만 전반적인 식견은 있어야 해요. 전문가 동원해서 일 시키고 최종 판단 내릴 능력은 가져야죠.”

    ▼ 천천히 대선 준비하겠다는 의미는?

    “저는 준사법부(검찰)에 있어봤고, 입법부 10여 개 상임위원회에서 국정을 간접적으로 들여다봤고, 원내대표와 당 대표를 지냈고, 지금은 지방행정을 맡고 있어요. 마지막 갈 곳은 국정을 맡아보는 자리라고 생각해요. 그렇다고 출마 선언, 이런 건 아니고요.”

    ▼ 고려대 졸업할 때 사진 보니까 밝고 구김살 없어 보이더라고요.

    “못생기진 않았다고 봐요.”

    ▼ 여학생에게 인기가 좋았나요?

    “집안이 가난해 공부하고 과외하면서 먹고사느라 바빴어요. 미군이 입는 스몰 사이즈 군복을 ‘스몰’이라 했는데 그걸 사시사철 입었어요. 여학생이 날 눈여겨볼 이유가 없었죠.”

    ▼ 그래도 대학 다닐 때 부인을 만났잖아요.

    “4학년 무렵 은행에 돈 찾으러 갔다가 군산여상 나와 창구에서 일하는 아내를 처음 봤죠. 하도 달덩이처럼 예뻐서 거의 매일 500원씩, 1000원씩 찾으러 그 창구로 갔어요.”

    ▼ 그땐 현금자동입출금기가 없었으니….

    “6개월을 그렇게 들락거리다 겨우 말을 붙였어요. 첫 데이트 장소가 학교 앞 라면가게였죠. 그렇게 5년 사귀다 사법시험 합격한 후 결혼해 지금까지 잘 살고 있어요.”

    ‘정윤회 문건’ 파문과 이명박 전 대통령 회고록 논란은 최근 정국을 들끓게 했다. 이들 이슈는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홍 지사는 이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하는지 들어봤다.

    ▼ 박근혜 정부가 국정원 댓글, 세월호 참사, 정윤회 문건이라는 삼각 파도를 맞은 것 같아요.

    “그렇죠. 이명박 정부는 출범하자마자 쇠고기 파동을 겪었죠. 그것으로 5년 동력을 잃었어요. 몇 가지 일을 하긴 했지만 개혁도 제대로 못하고 밋밋한 정부로 끝났죠. 박근혜 정부도 방금 말한 세 번의 충격을 받았어요.”

    ▼ 그 결과….

    “박근혜 정부가 추구하는 게 무엇인지 국민이 모를 정도입니다. 국정을 이끌고 가는 게 아니라 상황을 관리하는 데 그치죠. 이 정부는 더는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 같아요.”

    “여성 대통령 모욕”

    ▼ 박 대통령은 ‘국가개조’를 슬로건으로 내걸었는데.

    “그런 것은 초기에 질풍과 노도처럼 해야 하는데. 이미 시기를 놓친 것 같아요. 동력이 없어요. 이젠 구호일 뿐이죠.”

    ▼ 지금은 해도 안 된다?

    “할 수가 없죠. 창조경제 한다고 했는데, 이 역시 미래창조과학부 만들고 2년간 뭐 했는지 모르겠어요. 한 일이 없어요. 청와대 책임이죠. 아무런 로드맵이 없었어요. 이런 때에 당 지도부가 청와대와 대립하고 손가락질하면 공멸합니다. 당이 지지율 떨어지니 차별화하자고 나서면 같이 죽어요. 정부·여당이 한 몸이 돼 국정 동력을 회복해야….”

    ▼ 한 몸이 돼 뭘 해야 하나요. 좀 작은 거?

    “정국 현안…, 현실적 문제를 해결하는 그런 거죠.”

    ▼ 증세니 복지니….

    “뭐, 그런 거죠.”

    ▼ 지난해 지방선거 후 홍 지사는 ‘박 대통령이 이미 레임덕이 왔다’고 했는데요. 지금은 상황이 더 심각해졌나요.

    “더 심각해졌지. 친박계는 박 대통령 치마폭에 있을 땐 수월하게 국회의원이 됐어요. 이젠 박 대통령도 유세에 못 나오고 친박이라고 하면 지지율 떨어질지도 모르고…. 다 빠져나가지. 지금 정치권에 친노 이외엔 계파가 없어요. 친박계는 지방선거로 사실상 와해됐다고 봐야죠. 이번 (친박계 이주영 의원이 낙선한) 원내대표 선거 보세요. 자기 살 길 찾아가는 거지.”

    ▼ 최경환 기획재정부 장관, 안종범 청와대 경제수석처럼 친박계 핵심 포스트에 있는 분들은 그동안 잘해왔다고 봅니까.

    “제대로 역량을 발휘하고 역할을 했다면 박근혜 정권이 이렇게 힘들게 왔겠어요?”

    ▼ 직언을 안 했나요.

    “그 문제가 아니라 자기 맡은 분야의 역할을 하지 않은 거죠.”

    ▼ 이유가 뭘까요.

    “정권을 위해 노력하기보다 자기 세력 확대를 위해 더 골몰했다, 이런 식으로 볼 수밖에 없죠.”

    홍 지사는 의원 시절 ‘저격수’로 통했다. 이런 그는 정윤회 문건에 대해 “그건 찌라시가 맞다. 그 사건은 여성 대통령을 모욕했다”고 말했다.

    ▼ 어떤 면에서 모욕인가요.

    “한국 사회가 저급하다고 봅니다. 여성 대통령을 탄생시켜놓고 마치 정윤회 씨가 대통령과 이상한 관계에 있는 양 몰아가는 설정이 모욕인 거죠. 그 문건이 찌라시라는 것 아닙니까. 찌라시로 통치한 청와대도 문제고 양산한 사람도 문제죠. 대통령과 견줄 감이 안 되는 인물을 대통령과 견주어 이상하게 몰아가는, 그 자체가 문제라고 봅니다. 대통령의 7시간, 8시간 이 부분도 금기를 넘어선 거죠. 일부 언론은 옐로페이퍼로 전락했어요. (대통령을) 24시간 근접 경호하는데 (대통령이) 어떻게 그 사람들 뿌리치고 딴짓을 할 수 있나요.”

    3인방의 ‘결과책임’

    ▼ 박 대통령이 검찰 수사에 가이드라인을 뒀다는 주장도 나옵니다.

    “가이드라인이라기보다는…본인으로선 억울했겠죠. 그렇게 말할 수 있다고 봐야죠. 재론이 안 되면 좋겠어요.”

    ▼ 비서실장과 세 비서관을 포함한 인적 쇄신에 대한 요구가 많은데요.

    “인적 쇄신을 할 것으로 봅니다. 시기의 문제지.”

    ▼ 해야 한다고 보나요.

    “상처가 그렇게 나버렸는데 안 할 수 있겠어요?”

    ▼ 정윤회 문건이 실체가 없고 찌라시라면 그들이 오히려 피해자일 수 있는데.

    “꼭 그렇게 보면 안 되죠. 오해를 일으킬 만한 일이 있었다는 것 자체만으로 보좌 책임을 못한 거예요. 정치에서의 책임은 결과책임입니다. 잘못한 것만큼만 책임지는 행위책임, 사법책임과는 달라요. 잘못을 안 해도 오해 불렀고 논쟁 일으켰으면 결과적으로 책임지는 거예요. 제가 디도스 파동 때문에 당 대표 관뒀는데, 제가 디도스 파동을 일으켰습니까, 우리 당이 했습니까. 하지 않았어요. 그 파동으로 당의 위신이 추락했기 때문에 무과실이라도 제가 책임진 거죠. 제가 쇄신하라는 것은, 3인방이 물러나야 한다고 한 것은 그런 관점에서의 책임입니다. ‘책임을 못 묻겠다’고 하는 것은 잘못된 결정이죠.”

    ▼ 유승민 원내대표도 인터뷰를 통해 “비서실장하고 비서관 몇 명 바꾸는 걸 인적 쇄신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대통령에게 강도 높은 인적 쇄신을 요구했는데요. 유 대표의 이 발언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합니까.

    “원내대표는 국회 일을 보는 사람이죠, 인사 청문 같은 일 처리하고. 청와대에 인적 쇄신을 요구하는 건 원내대표의 권한에서 벗어난 일입니다. 그런 건 당 대표가 할 수 있는 일이죠. 권한 밖의 이야기지. 국회의 원내대표는 자기 권한 내의 이야기를 해야지. 저도 원내대표, 당 대표 다 해봤어요.

    당 우위론을 내세우면 열린우리당 꼴 됩니다. 내부 투쟁하지 말고 잘 관리해서 다음 후임자에게 넘겨주는 게 박근혜 정부와 새누리당이 할 일이죠. 지금 당을 장악할 수 있나요? 김무성 대표도 의원들을 마음대로 끌고 갈 수 없어요. 지금은 의원들이 다음 공천에 유리할까 싶어 잠시 김 대표에게 옮겨가 있는 거지만. 3김 시대엔 ‘오너’가 있었어요. 지금은 사정이 달라요. 당에서 ‘오너 행세’ 하려다간 비참한 꼴 당할 겁니다.”

    “대선은 파이터가 하는 것”

    ▼ 홍 지사께선 참모와 회의를 자주 합니까.

    “제 방에서 아침저녁으로요. 일주일에 한 번은 전체 실국장과 함께….”

    ▼ 자유롭게 이야기하는 편인가요.

    “참석자들이 활발하게 자기 의견을 개진합니다. 중요한 안건은 토론으로 결정하죠.”

    ▼ 박 대통령과 청와대에 대해 ‘토론이 없다, 대통령 본인도 수석이나 장관과의 대면을 꺼린다’는 이야기가 있는데요.

    “이번에 홍역을 치렀기 때문에 앞으로 스타일이 바뀔 것으로 봅니다. 대면보고 받는 게 제일 낫죠. 서류에도 없는 내용을 알 수 있고, 몇 가지 물어보면 확신하는지 여부도 알 수 있고.”

    이명박 전 대통령의 회고록과 관련해 홍 지사는 “전직 대통령이 책 냈다고 그렇게 비난하고 혐오하는 건 잘못된 일이다. 받아들일 부분만 받아들이면 된다”고 말했다.

    “헨리 키신저 전 미국 국무장관도 퇴임 한 달 뒤부터 회고록을 집필했어요. 외국에서, 내밀한 내용이 있다고 전직 대통령이나 총리의 자서전을 비판하나요? 북한이 돈을 요구해 남북 정상회담 안 했다…좋은 교훈 같은데요. 이 전 대통령의 회고록이 자화자찬이다? 그렇게 볼 수도 있겠죠. 그러나 전임자가 국정을 판단할 근거로 제공하겠다고 쓴 기록물은 일단 기록 그 자체로만 받아들이는 게 좋을 듯합니다.”

    홍 지사는 일전에 “대선은 파이터(fighter·투사)가 하는 것”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이에 이의를 제기하는 질문을 해봤다. “대선이 정쟁(政爭)인가요? 정책 대결로 가야 하지 않나요?”라고. 그러자 그가 목소리를 높였다.

    “아니, 정책 대결만 가지고 대선이 됩니까. 미국 대선에서도 검증하잖아요. 온갖 것 다 파내요. 이게 정쟁이라면 정쟁이죠. 정책 대결만 하자…이런 대선을 본 일이 없어요. 선거는 후보가 자신의 전부를 걸고 하는 것이죠.”

    “이 인터뷰, 안 해도 돼요”

    다시 그가 불편해할지 모를 질문을 던졌다.

    ▼ 최근 홍 지사가 무상급식을 놓고 언쟁을 벌이던 중 김해교육장에게 ‘지사가 말하는데 중간에서 건방지게 자르느냐’고 말했다는 논란이 있던데요. 홍 지사에 대해 ‘불안하다’ ‘논란을 자주 일으킨다’는 시각도….

    홍 지사는 “그런 질문이 어디 있느냐”며 또 목소리를 높였다.

    “아니, 오랜만에 만나 반가웠는데 허 기자까지 어떻게 나한테 그렇게 말하기요?”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며 손사래를 쳤다.

    “이 인터뷰, 안 해도 돼요.”

    인터뷰가 돌연 파국을 맞는 듯했다. 이어 그는 붉은색 점퍼를 걸쳤다. 심각해지는 상황과는 좀 어울리지 않게. 아니, 왜 갑자기 붉은색을 입는 거지?

    나중에 들어보니, 홍 지사는 교육장들에 의해 ‘건방지다’ 발언 논란이 확산되자 상당히 억울해했다고 한다. 그러던 차에 웬만큼 신뢰하던 기자에서까지 이에 대한 질문을 예상치 않게 받자 쌓인 감정이 표출된 것 같다고 한다.

    기자는 “제 의견이 그렇다는 게 아니라 경남지역 언론에 그런 보도가 있어서 물어본 것”이라고 설명했다. 시간이 좀 지난 뒤 홍 지사는 다시 자리에 앉았다. 그는 “진보진영은 물론이고 일부 보수진영도 내게 ‘트러블메이커’ ‘돈키호테’ 같은 왜곡된 이미지를 지속적으로 덧씌운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인터뷰는 파국으로 흐르다 그의 격정 토로로 반전됐다.

    ▼ 교육장에게 ‘건방지다’는 말을 한 적이 없나요.

    “(당시 대화를) 녹취한 사람이 있어요. 어제 보내왔어요. 간담회 처음부터 끝까지 다 녹음돼 있어요. 제가 그런 말을 한 일이 없어요. 그런데도 교육장 18명이 비난성명을 내고, ‘경남판 워터게이트’라고 하고…. 덮어씌워도 된다고 생각한 모양이죠. 잘못된 일을 바로잡는데, 조용히 바로잡아지나요? 내가 바로잡으려 하면 나를 트러블메이커로 몰아가요.”

    “나, 트러블메이커 아니거든”

    ▼ 트러블메이커….

    “검사 시절에 검찰 내부 비리 파헤쳐 고등검사장을 구속했어요. 그때 법무장관이 보기엔 제가 트러블메이커죠. 경남에 와서 진주의료원 폐쇄했어요. ‘진주의료원 덕에 일 안 하고 잘 먹고사는데 네가 왜 방해하느냐.’ 진보진영이 보기에 저는 트러블메이커죠. 그러나 그들이야말로 도둑 심보 아닌가요? 무상급식 예산지원 중단하려 해요. 전국적으로 무상급식 규모가 거의 조(兆) 단위예요. 그런데 감사 한 번 한 적 없어요. 감사하겠다고 하니 감사 못 받겠다고 해요. 잘못된 일이죠. 저보고 트러블메이커라고 하는 사람들은 잘못된 일을 그냥 넘어가자고 하는 거예요. 거짓이 판치는 사회로 만들자고 하는 거죠. 저는 그렇게 못해요.”

    ▼ 진주의료원을 폐쇄한 효과가 나타났습니까.

    “그 일 이후 전국 공공의료 노조가 잠잠해요. 과거 임·단협 할 때마다 전국 곳곳에서 얼마나 시끄러웠습니까. 진주의료원에 투입되던 예산은 전액 도민들의 보건의료사업에 사용해요. 보수진영도 자기 기득권 침해된다 싶으면 멀쩡한 사람을 이상한 사람으로 만들어요. 한 보수 신문이 저에게 ‘돈키호테’라는 별칭을 붙이기도 했죠. 제가 돈키호테처럼 돌출행동이나 하는 사람이면 한나라당 대표가 됐겠습니까. 저는 언론 좋아합니다. 1974년 동아일보가 광고탄압 받을 때 1호로 성금 냈다가 중앙정보부에 끌려가 6시간 동안 두들겨 맞았어요. 1974년 12월 30일자 동아일보 사회면 사이드톱으로 실린 ‘익명의 고대생’ 기사 주인공이 바로 접니다.”

    ▼ 최근엔 ‘재벌 총수 사면(赦免) 안 된다’고 했습니다.

    “최경환 장관부터 해서 여권이 ‘사면해주자’ 하고 청와대도 움직일 때였죠. 제가 ‘형기의 80% 이상 복역하라. 그전엔 안 된다’고 페이스북에 썼어요. 그 한마디로 분위기가 확 바뀌어 물 건너 간 겁니다. 회삿돈 빼내 사적으로 투자하는 데 쓴 사람을 왜 풀어줘요?”

    홍 지사는 “진보·보수의 유·불리를 가리지 않는다. 누가 뭐라고 하든 한국 사회의 부조리와 계속 싸우겠다”며 전의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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