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박용인
창살 밖 햇살은 얼마나 눈이 시릴까
겨울나무 사이로 난 길은 또 얼마나 정다울까
숨 막히는 일상의 아침은 언제나 더디게 오고
퍽퍽해진 깃털을 만지며 출항을 준비하는 가장
몰가치와 몰염치로 채워진 뼈 속
날지 못하는 새를 새라고 부를 수 있나
단단히 걸린 고리를 쪼느라 무뎌진 부리
깃털 하나 뽑는다
여전히 날갯짓이 버겁다
남은 깃털 하나 둘 버리고 또 버린다
뼛속 깊이 묻어둔 욕망도 긁어내고 집착도 지운다
저릿한 통증이 몰아오는 한 가닥 빛줄기
뼛속을 관통한다
새는 홀씨처럼 가벼워져
길이란 길은 모두 통로가 된다
*서경원 시집 ‘유리에 뜨는 달’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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