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관시 중시해 선물 많이 구매
- 풍류 즐기는 본성 탓 씀씀이 커
- 슈퍼리치 5% vs 대도시 중산층 95%
- 한국 가장 많이 찾고 프랑스·미국 선호
- 요우커 굴기는 한국 내수 살릴 호기?
많은 중국인 관광객이 서울 명동거리를 걷고 있다.
요우커의 수는 향후 더 늘어날 것이다. 머지않은 미래에 연간 중국인 해외관광객이 2억 명을 넘어설 것이라는 추정도 나온다. 한국의 경우 인구 5000만 명에 연간 출국자가 1600만 명 정도다. 중국 경제가 계속 성장한다면 연간 출국하는 중국인의 수는 ‘억 단위’로 급증할 것이다.
최근 통계에 따르면 서울을 찾는 외국인 3명 중 1명은 중국인이다. 내수 침체에 시달리는 한국에 요우커는 가뭄의 단비와 같다. 한국이 더 많은 요우커를 불러들이려면 요우커에 대해 잘 알아야 한다. 중국 내부의 시선으로 요우커의 특성을 살펴봤다.
요우커의 부상은 중국의 폭발적인 경제성장 덕이다. 중국인들의 주머니 사정은 10~20년 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나아졌다. 그러자 별 부담 없이 해외로 눈을 돌리는 것이다. 중국에 거주하는 일부 한국인들은 “중국 인구가 13억 명이고 연간 중국인 해외관광객이 1억1400만 명이니 대략 중국의 상위 10% 계층이 요우커일 것”이라고 추정한다.
그리 틀린 계산은 아니지만, 실제론 ‘중국 대도시의 중산층’도 요우커 대열에 합류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 해외여행이 중국인들 사이에서 그만큼 보편화하고 있다는 얘기다. 상당수 요우커는 연 1~2회 해외 관광을 즐긴다고 한다. 베이징에서 중신(中信)여행사를 운영하는 40대 중반 구웨 사장의 설명이다.
평균 연 수입 3600만 원
“내가 대학에 다닐 때인 1990년대 초반만 해도 외국에 한 번 나갔다 오는 건 대단한 일이었다. 서울 왕복 비행기 요금이 웬만한 근로자의 2~3개월치 봉급에 해당했으니까. 지금은 상전벽해라는 말을 써도 좋을 정도로 변했다. 베이징(北京), 상하이(上海) 등 대도시와 광둥(廣東), 저장(浙江), 장쑤(江蘇), 푸젠(福建) 등 부유한 성의 임금 생활자들은 평균 월급이 1만 위안(약 180만 원) 안팎에 달한다. 1년에 한두 차례 해외여행 가는 게 그리 어렵지 않다. 여기에다 사업을 통해 큰돈을 만지게 된 부호들을 더하면 중국에서 해외여행이 가능한 인구는 한국 전체 인구의 두 배가량 된다.”
구웨 사장의 말이 과장은 아니다. 관광산업을 주관하는 중국 국가여유국의 최근 설문조사에 따르면, 해외여행 경험이 있는 중국인 1000명의 평균 연 수입은 30만 위안(3600만 원)을 상회했다. 더 주목해야 할 점은 경제적 여유가 넘치는 중국인이 적지 않다는 점이다. 연 100만 위안(약 1억8000만 원) 이상과 1000만 위안(약 18억 원) 이상을 버는 요우커도 각각 5%와 0.2%였다. 결국 요우커의 95%는 한국 중산층과 비슷한 생활수준의 중산층이며 5%는 슈퍼리치라는 점이 확인된다.
“안에선 있는 체 않다가…”
이들이 해외에서 뿌리는 돈도 예사롭지 않다. 중국 국가외환관리국에 따르면 2014년 요우커는 외국에서 무려 1648억 달러(180조 원)를 썼다. 동남아 웬만한 국가의 국내총생산(GDP)보다 많은 액수다. 이는 전년보다 28% 늘어난 수치로 앞으로 더욱 가파르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2008년에만 해도 요우커의 지출액은 362억 달러에 불과했다. 이런 추세라면 2025년엔 1조 달러도 어렵지 않게 돌파할 것으로 보인다.
요우커 1인당 해외 소비액은 2014년 1440달러에 달했다. 같은 해 중국의 1인당 GDP는 7000달러 안팎. 한국의 1인당 GDP에 대입할 경우 1인당 6000달러 가까이 쓴다는 의미다. 한국인에겐 도저히 불가능한 액수다. 중국 관광업계 한 관계자는 “요우커의 씀씀이가 큰 것은 풍류를 즐기는 중국인의 본성과 관련이 있다”고 설명한다.
슈퍼리치 요우커의 소비 규모는 경악스러울 정도다. 한 차례의 해외여행에서 1만 달러를 쓰는 것은 일도 아니다. 한 번에 5만 달러 이상 쓰는 이들도 있다. 중한(中韓)여행사 사장인 조선족 서명 씨는 혀를 내두르며 이렇게 말했다.
“중국엔 숨은 졸부도 많다. 이들은 보는 눈이 많아서인지 중국에서는 있는 체하지 않는다. 그러나 해외에 나가면 달라진다. 마치 돈을 못 써서 안달이 난 사람처럼 소비에 열중한다. 나도 한국에 갔다가 놀란 적이 있다. 일행 중 한 사람이 백화점 진열대에 있던 500만 원이 넘는 핸드백을 무려 20개나 사려고 한 것이다. 내가 깜짝 놀라서 ‘신용카드 결제가 안 된다’고 했더니 가방에서 달러 뭉치를 꺼내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계산했다. 일부 한족(漢族)이 돈 많다는 소리는 들어봤지만 그때 정말 실감했다.”
서울 경복궁 수문장 교대 의식.
그런데 중국인이 가장 선호하는 국내 여행지는 베이징과 상하이라고 한다. 중국엔 경치가 빼어나거나 역사유적이 풍부한 관광지가 많은데, 이들 대도시가 꼽힌 점이 흥미롭다. 여기엔 ‘애국심’이 어느 정도 작용한다고 한다. 중국 관광업계 관계자는 “황해 연안 동부 대도시의 중국인들은 주로 해외로 가려 한다. 반면 지방 중소도시의 중국인들은 베이징과 상하이를 찾고 싶어 한다. 이들은 베이징과 상하이의 눈부신 발전상을 직접 보면서 자긍심을 느끼는데, 이것이 여행의 큰 동기가 된다”고 설명했다. 산시(陝西)성 시안(西安) 등 고도(古都)나 명승지는 그다음으로 선호도가 높다고 한다.
중국인의 ‘로망’ 프랑스
요우커에게 최고로 인기 있는 관광지는 프랑스다. 왜 프랑스일까. 이 역시 요우커의 쇼핑 욕구와 무관치 않다. 중국인들은 프랑스 패션과 화장품에 ‘로망’을 품고 있다. 파리는 유럽에 있고, 볼거리가 많고, 무엇보다 여러 명품 브랜드의 본산지다. 이런 이유로 수많은 요우커가 파리를 찾는다.
파리의 상점 대부분은 일요일에 휴무하는 100년 가까운 전통을 깨고 언제든 요우커를 쌍수를 들어 환영한다. 프랑스 정부는 중국인에 대한 비자 발급절차를 간소화했고 유명 관광지에 중국어를 표기했다. 다음은 베이징 왕징 소재 궈리(國旅)여행사 양리 매니저의 말이다.
“프랑스는 서양 국가들 중에서도 중국인이 가장 선호하는 나라일 것이다. 패션과 화장품에 민감한 여성들은 더욱 그렇다. 자연스럽게 남편이나 남자친구가 여행에 동반한다. 게다가 프랑스는 외국어를 못하는 요우커에게 거의 불편을 주지 않는다. 중국인 중에 식도락가가 많은 점도 한 요인이다. 중국인은 중국과 견줄 만한 요리의 나라로 프랑스 정도를 꼽는다. 이 때문에 유럽을 여행하는 요우커는 꼭 프랑스를 방문지 중 한 곳으로 끼워 넣는다. 단기로 유럽에 가는 요우커는 프랑스만 보고 오는 경향이 있다.”
요우커들은 프랑스 여행에서 많은 돈을 쓴다. 1인당 평균 1만 달러 이상 소비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물론 명품 구매에 쓴다고 보면 된다. 일부 여성들은 수만 달러어치를 쇼핑하기도 한다.
최근엔 미국이 프랑스의 아성을 넘어섰다고 한다. 2014년 미국을 찾은 중국인 수는 224만 명. 반면 프랑스를 찾은 중국인 수는 100만 명을 조금 넘겼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이 중국인의 미국 비자 유효기간을 1년에서 10년으로 늘인 것이 주효했다. 쇼핑의 뉴욕, 카지노의 라스베이거스는 파리만큼이나 요우커들에게 매력적인 도시가 되었다.
그렇다면 한국은? 요우커들이 가장 많이 찾는 나라는 단연 한국이다. 2014년 중국인 613만 명이 한국을 방문했다. 세계 각지로 떠난 요우커 100명 중 5.3명이 한국을 찾은 셈이다. 한국 관광 당국과 지자체는 요우커 1000만 명 시대를 열자며 부쩍 열을 올리고 있다. 공허한 목표로 보이진 않는다.
요우커가 한국 경제에 주는 긍정적 영향은 엄청나다. 한국관광공사 베이징지사에 따르면 2014년 요우커들이 한국에서 쓰고 간 돈은 14조 원 이상으로 추산된다. 1인당 220만 원 가까이 썼다는 얘기다. 한국에 큼직한 내수 시장 하나를 통째로 만들어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요우커가 유통, 숙박, 운수, 문화예술 업종에 안겨준 효과도 대단하다. 30만 개의 일자리를 창출해준 것으로 집계된다.
한국에 1000만 요우커 시대가 열린다면 요우커의 소비액은 30조 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2014년 한국 내 소매 판매의 10%에 가까운 규모. 이 정도면 요우커 없는 한국 경제는 상상하기 어렵다고 봐야 한다.
특히 유통업계는 잭팟이 터진 셈이다. 한국 내 대형 백화점의 전체 매출에서 요우커의 매출 비중은 평균 20% 전후에 달한다. 면세점도 요우커 특수를 누린다. 어느 면세점 할 것 없이 중국인들의 매출 비중이 절반을 훌쩍 넘고 있다. 일부 면세점의 경우 70%가 넘을 것으로 보인다. 면세점의 타깃이 일본인에서 중국인으로 바뀌었다는 말은 이제 구문이다.
많은 중국인은 프랑스 파리 샹젤리제 거리에서의 명품 쇼핑을 고대한다.
“서울에서 하나 사왔어요”
항공업계에 미치는 효과도 간과하기 어렵다. 한국과 중국의 주요 도시를 오가는 거의 모든 항공편은 1년 내내 빈 좌석 없이 운행되고 있다. 과거 서울-도쿄 노선이 항공사의 알짜 노선이라는 말이 있었는데 이젠 한중 노선이 황금알 낳는 거위라고 한다.
호텔, 화장품, 의료업계에 미치는 효과도 놀라울 정도다. 여행사 가이드인 장웨이창 씨의 설명에 귀기울일 만하다.
“서울에 여행객들을 데리고 갈 때는 늘 여유를 두고 예약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좋은 호텔에 투숙할 수 없다. 어떤 때는 예약을 해도 호텔을 구하기 어렵다. 그만큼 요우커들이 서울을 많이 찾는다. 이들은 더러 잠자리가 불편해도 크게 불평하지 않는다. 서울 여행의 주 목적이 쇼핑이니까. 단체 관광객들 중엔 엄청난 양의 화장품을 사오거나 성형수술을 받는 사람들이 꼭 있다. 많은 요우커가 한국의 화장품이나 의료 수준이 확실히 중국보다 높다고 본다.”
요우커들이 한국을 여행하는 이유로는 몇 가지가 꼽힌다. 지리적으로 가까워 항공료 등 경비가 다른 해외여행지에 비해 저렴하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다. 서울 관광을 싸게 하려면 비행기 티켓을 포함해 4000위안(약 72만 원) 정도에도 가능하다고 한다. 오가는 시간이 짧은 것도 장점이다. 한 관광업계 관계자는 “베이징이나 상하이에 사는 중국인에겐 같은 중국 도시인 홍콩이나 마카오보다 서울이 훨씬 가깝다. 비행시간이 짧아 그만큼 알차게 여행할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 서울을 방문한 한 베이징 시민은 “사람들의 생김새나 문화가 비슷해 이질감이 별로 느껴지지 않는다. 한류의 영향으로 거리가 친숙하게 느껴지는 점도 서울을 찾은 이유”라고 했다.
쇼핑은 요우커가 꼽는 한국 관광의 최대 매력이다. 정품임을 믿고 살 수 있다는 점, 면세점이나 백화점이 고급스럽다는 점, 중국에서 구매하는 것보다 가격이 저렴하다는 점, 한류로 인지도가 높아진 한국 상품을 한국에서 직접 산다는 점, 품목이 다양해 선택의 자유를 누릴 수 있다는 점을 한국의 강점으로 꼽는다. 중국인은 노동·생산만큼이나 소비를 중시한다. 최근 서울을 찾은 한 상하이 시민은 “중국의 중산층은 명품이나 좋은 상품을 쇼핑하는 것에서 자아정체성을 형성하려 한다. 해외여행 때 쇼핑의 만족도를 매우 중시한다. 이런 점에서 한국은 경쟁력 있는 관광지”라고 말했다.
요우커들이 한국에서 쇼핑에 열중하는 데엔 다른 이유도 있다. 중산층 요우커 중에는 해외여행이 활성화했다고는 하나 매년 한국을 찾을 수는 없으므로 선호하는 상품을 두고두고 쓰려고 대량으로 구매하는 이가 적지 않다. 경향 가족, 친지, 친구의 부탁을 받아 대신 구매하는 경우도 많다. 한국에도 해외여행을 다녀와서 주변에 선물을 돌리는 문화가 남아 있지만, 중국에선 이 문화가 더 강한 편이다. 그래서 선물용 쇼핑도 큰 부분을 차지한다.
요즘엔 다소 뜸하지만 상관이나 거래처와의 이른바 관시(關係) 유지를 위해 고액의 선물을 사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중국인들은 사적 관계든, 사업적 관계든 인간적 관계를 유지하는 데 정성을 쏟는 것으로 유명하다. “제가 이번에 서울에 갔다가 오는 길에 ○○님 생각이 나서 이걸 하나 사왔어요. 마음에 드실지 모르겠네요”라면서 한국산 상품을 선물로 건네면 받는 쪽이 무척 좋아하고 인간관계에도 윤활유가 된다고 여긴다.
먹을거리, 볼거리는 불만
한국 쇼핑에 대한 요우커들의 만족도는 각종 통계를 봐도 대단히 높은 편이다. 그러나 먹을거리, 볼거리, 숙박에서는 만족도가 크게 떨어진다. 중국인은 특히 먹을거리와 볼거리에 관해서만큼은 중국을 세계 최고로 꼽는다. 한국은 중국인의 이런 눈높이에 맞추기 위해 노력할 필요가 있다.
예컨대 먹을거리와 관련해서, 일부 여행사들이 중국인 단체 관광객들에게 저급한 식사를 제공하는 일은 근절돼야 한다. “한국엔 먹을 게 별로 없다. 또한 숟가락을 놓고 나면 바로 배가 고프다”고 불평하는 요우커가 꽤 많다는 사실을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식사를 제공하는 중간 과정에 뭔가 문제가 있는 게 틀림없다. ‘의식주’가 아니라 ‘식의주(食衣住)’라는 말을 쓸 정도로 먹는 것을 으뜸으로 여기는 요우커들의 입맛을 사로잡을 식사 제공 시스템을 개발해야 한다. 여행사에만 맡기지 말고 정부가 나서야 한다.
한류 쇼핑의 메카인 서울의 한 면세점 입구.
볼거리와 관련해선, 관광객이 많이 찾는 도심 등 서울의 주요 지점을 잘 정비하고 관광객 친화적 공간으로 만들 필요가 있다. 또 서울의 한강 주변을 런던의 템스 강 주변 같은 초일류 관광명소로 개발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서울의 수변 스카이라인이나 풍광이 상하이의 푸둥에 뒤지지 않는다면 중국인들의 인식도 달라질 것이다. 그리고 제주도 이외 지방도시나 명승지도 국제적 관광지로 육성하려는 시도가 필요하다.
요우커는 이제 관광과 쇼핑만 즐기는 것이 아니다. 이재에 밝은 중국인답게 부동산 구입 등에도 열심이다. 중국인들은 수려한 풍광, 5억 원 이상 투자자에게 영주권을 주는 혜택 때문에 자국의 하이난다오(海南島) 이상으로 제주도를 좋아한다. 2월 현재 제주도 소재 5억 원 이상 콘도미니엄을 구입한 중국인이 1000명을 넘어섰다. 중국인 소유 토지도 600만㎡가 넘는다. 각각 6500억 원과 6000억 원을 헤아리는 규모다.
일각에선 ‘제주도가 자칫 중국인들에게 먹히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 필자는 지난 1월 베이징에서 경제협력 논의차 중국을 방문한 원희룡 제주지사를 만났다. 원 지사는 “요우커의 제주 방문을 환영한다. 또 이들의 투자도 받아들이지 않을 까닭이 없다”고 말했다. 그리고 이렇게 덧붙였다.
“물론 그중에는 투기자본도 있을 수 있다. 제주도가 난개발되고 중국 자본에 먹힐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것도 그 때문이라고 본다. 그러나 앞으로 철저하게 관리하면 괜찮다. 관련 법령도 많이 손질했다.”
그의 말에 따르면 너무 우려할 필요는 없을 듯하다. 요우커들이 ‘공습’이라고 할 만큼 한국으로 몰려오는 현상은 중국과 뗄 수 없는 관계의 한국에는 긍정적 현상일 테지만 부정적인 평가도 없지 않다. 일각에선 “요우커가 늘수록 중국 업체들만 낙수(落水) 효과를 본다. 제주도의 경우도 마찬가지”라고 비판한다. 옛말처럼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왕서방이 번다’는 것이다. 실제로 상당수 요우커는 중국 여행사를 통해 한국에 입국해 중국계 음식점과 숙박업소를 이용한다.
틀린 얘기는 아니다. 하지만 요우커들이 일자리 30만 개를 창출하고 내수 증진에 기여한 점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한국 관광 당국과 관광업계가 진지하게 노력하면 요우커의 경제적 낙수 효과를 더 많이 누릴 수 있을 것이다.
요우커 ·#54366;起를 好機로
요우커에겐 ‘어글리 차이니스’라는 오명이 따라붙기도 한다. 세계적으로 문젯 거리가 되고 있는 현실이다. “중국인 관광객이 공항 로비에서 아이에게 용변을 보게 했다” “중국 관광객이 기내에서 난동을 피웠다” 같은 소식이 여러 나라에서 보도됐다.
최근 중국 언론은 외국에서 공중도덕을 어긴 중국인 관광객들에 대해선 ‘나라 망신(national shame)’이라는 표현을 써가며 강하게 비난하는 추세다. 중국 정부도 수위가 높은 위반 사안에 대해선 엄하게 처벌하는 등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발 벗고 나섰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최근 들어 요우커들의 의식 수준이 꽤 높아졌다고 한다. 한국도 해외여행 붐 초기엔 이런 일을 겪었다. 이 문제는 점차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내로라하는 관광대국들이 요우커 유치에 국가적 역량을 쏟아붓고 있다. 프랑스는 지금보다 더 요우커 친화적인 정책을 펴서 수년 내 중국인 관광객을 300만 명으로 늘릴 계획이다. 영국도 기민하게 움직인다. 최근 요우커의 비자 발급을 간소화했을 뿐 아니라 유명 관광지 100여 곳에 중국어 설명을 붙일 예정이다. 호주는 ‘중국 2020 전략’이라는 요우커 유치 전략을 내세웠다. 2020년 중국인의 호주 여행 소비액을 2013년의 두 배에 가까운 90억 호주달러(7조7000억 원)까지 늘린다는 계획이다.
한국도 수수방관해선 안 된다. 어떤 일부터 우선해야 할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당장 시급히 해결해야 할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무엇보다, 수요에 비해 공급이 태부족인 중국어 관광가이드를 다수 양성해야 한다. “경복궁은 자금성의 화장실보다 작다”는 기가 막힌 설명을 하는 무자격 중국인 가이드들을 퇴출시키려면 정말 그래야 한다.
조심스럽게 접근해야겠지만, 외국인 전용 대규모 카지노를 조성하는 문제도 본격 검토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한 관광업계 관계자는 “베이징이나 상하이에서 가까운 서울 인근에 대규모 외국인 전용 카지노가 들어서면 많은 중국인에게 비용, 시간 면에서 크게 어필할 수 있다”고 했다.
잘 알려진 대로 중국인은 도박을 좋아한다. 도박에 관한 한 한국인을 한수 아래로 내려다본다. 음식점 주인이 종업원과 도박하다 부인과 가게 소유권을 주거니받거니 했다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정도다. 서울 워커힐 카지노에서 모객 담당으로 일한 조선족 K씨는 이렇게 말했다.
“중국인 부자 중에 도박 마니아가 많다. 이들은 통이 크다. 앉은 자리에서 수천만 위안(수십억 원)을 잃어도 눈도깜짝하지 않는다. 이런 사람이 중국에 수십만 명이 있다. 가까운 한국에 중국인 전용 카지노가 있다면 이들은 안심하고 카지노를 즐길 것이다.”
그러나 최근 매출이 급감한 마카오 카지노의 사례에서 보듯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마카오 카지노를 운영하는 시저스 엔터테인먼트사는 얼마 전 파산보호 신청을 냈다. 중국인 고객을 타깃으로 카지노에 대규모로 투자했다가 중국 정부의 대외정책이나 중국 경제 상황에 따라 큰 손실을 볼 가능성도 상존한다.
한국은 요우커의 특성을 잘 이해해 ‘요우커의 굴기(·#54366;起)’를 호기로 삼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