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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성장 넘어선 ‘성숙’ 위해 모범생보다 ‘모험생’ 키운다”

이남호 전북대학교 총장

  • 엄상현 기자 | gangpen@donga.com

“성장 넘어선 ‘성숙’ 위해 모범생보다 ‘모험생’ 키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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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인프라 완비…4년 내 ‘연구중심 약학대학’ 유치”
  • ● 산학협력단장 때 3년간 연구비 3400억 끌어와
  • ● “숲, 호수, 둘레길로 ‘가장 가고 싶은 대학’만든다”
  • ● 2학기부터 ‘레지덴셜 칼리지’ ‘오픈 캠퍼스’ 시범 시행
“성장 넘어선 ‘성숙’ 위해 모범생보다 ‘모험생’ 키운다”
‘호남제일문.’ 전북 전주시의 관문이다. 그 옛날 한양으로 과거를 보러 가는 호남 지역 선비들은 반드시 이 길을 거쳐야 했으니 ‘호남의 관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곳을 통과해 10여 분쯤 차로 달리다보면 왼쪽으로 야트막한 산이 나온다. 해발 99m의 건지산이다. 이 산 남쪽 둘레를 따라 전북 지역 거점 국립대학인 전북대학교가 자리 잡고 있다. 40만 평 규모의 캠퍼스에다 그 뒤로 45만 평에 달하는 건지산 숲과 ‘오송제’라는 생태 호수가 어우러져 지난해 환경부의 ‘그린 캠퍼스’로 선정됐다.

전북대는 지난 10년간 비약적인 발전을 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세계적 수준의 논문(SCI논문) 증가율 전국 1위, 이공계 교수 1인당 SCI급 논문 수 국립대 1위, 재정 지원 사업 증가율 국립대 1위, 가장 ‘잘 가르치는 대학’ 평가 전국 1위, 향후 5년간 지원되는 대학 특성화 사업 전국 1위 등의 눈부신 성과를 냈다.

지난해 12월, 이 대학의 ‘선장’이 바뀌었다. 전임 서거석(61) 총장이 8년(연임)의 임기를 마치고 간선 투표로 새롭게 선출된 신임 이남호(56) 총장에게 바통을 넘겼다. 이 총장은 전임 총장 시절 산학협력단장을 맡아 재임 3년 동안 무려 3400억 원에 달하는 연구비를 유치한 인물이다. 전북대의 괄목상대할 발전의 일등공신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지난해 9명의 후보가 난립한 총장 선거에서 4차 선거까지 가는 박빙의 승부 끝에 1순위에 오른 것도 이런 노력의 결과라는 평가를 받는다. 2순위 후보와 함께 교육부 장관의 임용 제청을 받은 이 총장은 청와대 인사검증도 무난히 통과해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총장에 임명됐다.

2월 6일 오전 9시40분, 취재진은 인터뷰 약속시간보다 20분쯤 일찍 총장실을 찾았다. 총장에게 결재를 받거나 보고하려는 대학 관계자들로 부속실은 분주했다.

“하하하….”



접견실에서 여러 사람의 웃음소리가 흘러나왔다. 대개 좀 딱딱하고 더러 엄숙하기까지 한 여느 대학 총장실과는 분위기가 사뭇 달랐다. 잠시 후 이 총장이 취재진을 맞았다. 서글서글한 인상에 껑충한 키, 조금 마른 몸매. 정장이 잘 어울린다.

“학생 없다고 문 못 닫죠”

▼ 취임한 지 50일 정도 지났는데 요즘 어떻게 지내십니까.

“아침 8시 반쯤 출근하는데, 서울 출장 갈 일이 많아요. 우리 지역 출향(出鄕) 인사들과 동문들, 기관장들 이런 분들을 주로 뵙죠. 낮에는 일정이 빠듯해서 차분하게 뭘 집중력 있게 생각하기가 쉽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주로 저녁시간이나 주말을 이용해 보고를 받아요. 주말에는 전화도 덜 오고 기다리는 사람도 별로 없으니 보고하는 사람도 마음이 편하고, 시간도 충분하니까요.”

▼ 주말이 따로 없다는….

“거의 없습니다. 주말 저녁까지도(웃음).”

▼ 막상 대학총장을 맡아보니 어떻습니까.

“정말 무거운 자리라는 생각이 듭니다. 직접 경험해보지 않으면 실감하기 어려울 것 같아요. 제가 산학협력단장도 해봤지만, 그때와는 무게감이나 책임감 이런 것들이 완전히 달라요. 사실 잠도 잘 안 오고, 깨어 있을 때는 단 1초도 학교 생각을 안 할 수가 없어요. 개인 사생활이 거의 없는 것 같아요.”

▼ 현재 전북대의 전반적인 상황은 어떤가요.

“우리나라 거의 모든 대학, 특히 국립대학들이 많이 어렵죠. 학령인구가 줄고 있잖아요. 정원 감축 문제가 있는데, 거점 국립대학엔 공공의 책무가 있거든요. 예를 들어 기초학문이랄까, 보호학문이랄까, 예체능 부문 같은. 사립대학은 학생 자원이 없으면 언제든 문을 닫으면 되지만 거점 국립대학은 그럴 수가 없거든요. 또 하나, 재정 문제가 심각합니다. 정부의 반값 등록금 정책이 지난 6~7년간 계속됐습니다. 인상은 없고 동결 또는 인하. 동결은 인하나 똑같습니다. 자연 물가 상승률을 감안해야 하니까요. 이 두 가지 문제는 모든 대학의 공통적인 어려움이죠.

우리 대학의 경우 전임 총장이 이끈 지난 7~8년간 급성장했습니다. 지표상으로 고도성장을 해왔는데, 성장에는 그늘이란 게 있게 마련이잖아요. 그걸 구성원들이 분담해왔던 거죠. 그 시간이 길어지다보니까 피로감 같은 것이 좀 있습니다. 총장이 새로 바뀌니까, 다들 그런 피로감을 좀 풀어주겠지 하는 기대가 있는데…적절한 해법을 찾아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습니다.”

이남호 총장은 누구?

‘광화문’ 현판 건조한 목재 전문가


이남호 총장은 전북 남원 운봉 출신이다. 지리산 자락의 한적한 시골인 운봉은 예부터 목기와 목공예로 유명하다. 서울대 임산공학과에 진학해 석·박사 과정까지 마친 이 총장이 목재 건조학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도 그런 고향과 관련이 깊다.

“고향 분들이 목재 건조 때문에 늘 어려움을 겪었어요. 지금도 그렇고. 목재를 공부한다는 사람이 자기 고향의 고민거리를 버리고 다른 걸 한다는 게 말이 안 되지 않나, 그래서 제 박사학위 논문이 그 지역 목공예용 재료의 불량률을 줄이는 방법에 대한 것이었죠.”

이 총장은 그동안 목재 건조학 연구로 과학기술우수논문상, 한국목재공학상, 한국가구학회학술상 등을 수상하면서 학계에서 인정을 받았다. ‘고주파 진공 건조방법’과 ‘통대나무 쪼개짐 방지 건조방법’ 등의 특허도 갖고 있다. 이 기술 덕분에 일본에서 수입해오던 프로야구 배트를 저렴한 국산 제품으로 대체할 수 있었다. 한때 균열이 발생해 논란이 된 서울 광화문 현판도 이 총장이 건조한 목재로 다시 작업 중이다. 광화문 현판은 곧 이 총장의 ‘작품’으로 교체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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