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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취재

‘해군기지 갈등’ 제주의 본보기 안보를 상품화하라!

군사기지가 있는 관광지 오키나와

  • 오키나와=이정훈 편집위원 | hoon@donga.com

‘해군기지 갈등’ 제주의 본보기 안보를 상품화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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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군 없는 아메리칸 빌리지

그날 오후 시외버스를 타고 해변에 있는 미군 시설을 돌려받아 만들었다는 ‘아메리칸 빌리지’를 찾았다. 그곳으로 이어진 해변도로를 따라 1시간 20여 분 북상(北上)하는 동안 오른편으로 미군 기지임을 알리는 기나긴 철책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내린 버스 정류장의 이름이 일어로는 ‘軍病院前(군 병원 앞)’ 영어로는 ‘U.S. Naval Hospital’이었다. 그리하여 많은 미군을 볼 수 있으리라 생각하고 아메리칸 빌리지로 들어섰는데, 귀에 들리는 것은 대부분 일어였다.

상점과 음식점이 ‘드문드문’ 들어선 그곳은 해 질 무렵이 되자 활기를 띠었다. 흩어져 있던 사람들이 일몰을 보려 동중국해를 향한 해변에 모여든 것이다. 그런데 ‘아메리칸’은 보이지 않았다. 퇴근 시간이 되지 않아 GI(미군 병사의 속칭)들이 나오지 못한 것일까. 해가 꼴깍 넘어간 다음 빌리지는 비로소 ‘색’을 쓰기 시작했다. 온갖 전구를 밝혀 동화 같은 세계를 만들었다.

재즈 음악이 흘러나오는 선술집에 들어가봤지만 GI는커녕 서양인도 보이지 않았다. 여러 곳을 기웃거리다 ‘스시’ 집에 들어갔더니 그곳이 가장 붐볐다. 아메리칸 빌리지는 완전 일본판이었다. 그리고 미군 없는 ‘군병원앞’에서 다시 시외버스를 타고 나하의 중심부인 ‘고쿠사이 도오리(國際通おり)’, 우리말로는 ‘국제거리’로 해석되는 곳으로 되돌아왔다. 주말인지라 그곳은 아메리칸 빌리지보다 더 반짝였다.

그런데 골목 안쪽으로 들어가 보니 일본의 여느 주택가처럼 어둡고 조용했다. 술을 즐기는 동행인 덕분에 여러 주점을 돌아다녀봤지만, 미군은 볼 수 없었다. 대부분이 오키나와의 젊은이였고 간간이 한국어와 중국어가 들려올 뿐이었다. 미국식 술집은 찾을 수 없었기에 ‘아와모리(泡盛)’라고 하는 오키나와식 ‘사케(酒·일본식 청주)’를 파는 ‘이자카야(居酒屋)’에 들어가 갈증을 풀었다.



다음 날 데이 투어(day tour) 버스를 타고 더 먼 곳까지 북상했지만, 관광객은 동양인 일색이었다. 미군기지임을 알리는 철책은 섬의 중간 지점에 있는 추라우미(美ら海)수족관에 이르렀을 때 더는 보이지 않았다. ‘미군기지가 없다’함은 사람 살기에 적당하지 않다는 의미이니, 어촌과 관광지를 제외하곤 이렇다 할 마을도 없었다. 시골 풍경의 연속이고 제주도에서 볼 수 있는 쇼핑 유도 관광지가 가끔씩 나타날 뿐이었다.

안보와 관광

오키나와가 안보의 땅이라는 사실은 나하항(港)에서도 상기할 수 있었다. PLH-09라는 함번을 붙인 해상보안청 순시선 ‘류큐함’을 발견한 것. 이 배는 2013년까지는 일본 해상자위대가 자랑하는 호위함대 소속 전투함이었다. 그해 일본은 ‘하쓰유키’급 전투함 4척을 퇴역시켜 해상보안청 순시선으로 개조했는데, 그중 한 척이 바로 류큐함이다.

일본 해상보안청은 센카쿠가 포함된 오키나와를 관할하는 제11관구에 가장 강력한 순시선을 배치한다. 미군과 이런 배들 덕분에 오키나와는 센카쿠 사태에도 불구하고 중국인 관광객이 자유롭게 찾는 관광지가 되었다.

오키나와 여행을 마치는 날, 비로소 3만여 명에 달하는 미군을 주말에도 볼 수 없는 이유를 알게 됐다. 지금 미국과 일본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엇비슷하다. 미군 장병의 봉급은 미국이나 일본의 경제력을 감안하면 결코 많은 편이 아니다. 일본이 못살았던 과거에는 미군들이 주말마다 오키나와 시내로 쏟아져 나와 돈을 쓰며 자유를 즐겼다. 그러나 지금은 오키나와의 물가도 만만치 않기에 이들은 돈을 맘껏 쓰지 못한다. 반면 기지 안에서는 필요한 물품과 술을 면세로 싸게 살 수 있으니 기지 생활을 더 즐긴다는 것이었다.

‘해군기지 갈등’ 제주의 본보기 안보를 상품화하라!

해가 지자 야간조명으로 갖가지 ‘색’을 입은 아메리칸 빌리지. 오키나와는 안보를 바탕으로 미군이 보이지 않는 관광산업을 일으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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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키나와=이정훈 편집위원 | h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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