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사회 용산 마권장외발매소(왼쪽 건물)와 가장 가까운 학교인 성심여고(오른쪽 점선).
지난 1년 동안 이곳은 어지간히도 시끄러웠다. 장외발매소를 개장하려는 마사회와 이에 반대하는 주민들이 끊임없이 충돌했다. 그런데 지난 1월 22일 한국마사회 측은 개장식을 열었다는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묵은 갈등이 해소된 걸까 하는 궁금증을 안고 이곳을 찾았지만, 과천과 부산에서 경마가 한창 진행될 시간인데도 입장하는 경마객은 한 명도 없었다. 건물 옆으로 개장을 반대하는 주민과 시민단체가 농성을 하고 있는 천막이 있었지만, 그곳 역시 사람이 없긴 마찬가지였다.
건물 안으로 들어가려고 하자 경비원이 “무슨 일로 왔냐”고 물었다. “개장했다고 해서 왔다”고 했더니 “문화센터는 문을 열었지만 마권장외발매소는 아직 영업을 안 한다”며 “문화센터 수강증을 가진 사람만 들어갈 수 있다”고 했다. “언제 영업을 시작하느냐”고 묻자 “구체적으로 언제부터인지는 모른다”며 입을 닫았다. 개장을 둘러싼 갈등이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모양이다.
“개장은 했지만 영업은…”
마사회가 용산구에 마권장외발매소를 연 것은 2001년부터다. 용산역 근처에 자리 잡고 있다 2010년 현재 위치에 새로운 건물을 짓기 시작했다. 2013년 9월에 이곳으로 이전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뒤늦게 이를 안 주민들의 반대에 부딪혔다. 지난해 1월부터 반대 주민과 시민단체는 ‘대책위’를 구성해 건물 앞에 천막을 치고 농성에 돌입했다.
지난해 6월엔 큰 충돌이 벌어지기도 했다. 마사회는 ‘시범개장’이라는 명목으로 문을 열었다. 첫날은 대책위의 적극적인 제지로 대다수 경마객이 입장하지 못했지만, 다음 날은 대책위와 마사회 직원, 경마객, 그리고 경찰까지 뒤엉켜 아수라장이 됐다. 마사회는 대책위 관계자 22명을 ‘영업방해’로 고소·고발했다.
양측 갈등에 대해 법원은 화해권고안을 내놓았다. 10월까지 임시 개장을 한 후 평가를 통해 정식 개장 여부를 결정하라는 것이었다. 하지만 대책위는 법원의 화해 권고안도 수용할 수 없다는 완강한 태도를 보였다.
마사회는 7월 중순부터 9월 말까지 임시 개장을 하고 평가위원회를 구성했다. 대책위는 평가위원회에 참여하지 않았다. 마사회는 임시 개장 평가 결과를 근거로 ‘문제가 없다’며 정식 개장을 요구했다. 하지만 대책위는 ‘개장 불가’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마사회로서는 1200억 원이라는 거액을 들인 건물이 제 기능을 못하고 있는 데다 갈등이 커질수록 기업 이미지가 나빠지기 때문에 속앓이만 할 뿐이다.
여론도 대책위 편인 듯하다. 대책위 주장에 따르면 주민 17만 명이 반대 서명에 동참했다고 한다. 용산구의회, 서울시의회도 개장에 반대하는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박원순 서울시장과 조희연 서울시교육감도 대책위 편이다.
학습권 방해 논란
부정적인 여론의 가장 큰 근거는 마권장외발매소가 주택가, 그것도 ‘학교 앞’에 있어 주거환경을 훼손하고 학습권을 방해한다는 것이다.
학생들이 공부하는 학교 주변에 위해시설이 들어서면 안 된다는 데에는 이견이 있을 수 없다. 그래서 법으로도 학교 주변에 유해환경시설은 들어설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학교환경위생정화구역은 최장 거리가 학교경계선(출입문 기준)으로부터 직선거리로 200m다. 그 이상은 법의 저촉을 받지 않는다. 용산 마권장외발매소는 가장 가까운 학교인 성심여고 정문으로부터 약 230m 떨어져 있다.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는 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