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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력검증! 이명박發 진실게임

‘책임 있게 협력한다’가 ‘北 100억 달러 요구’로 둔갑

남북정상회담 ‘9분 능선’ 내막

  • 송홍근 기자│carrot@donga.com

‘책임 있게 협력한다’가 ‘北 100억 달러 요구’로 둔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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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임 있게 협력한다’가 ‘北 100억 달러 요구’로 둔갑

이명박 전 대통령이 1월 30일 출간한 회고록, ‘대통령의 시간’.

“협의문 없이 돌아가면 나는 죽는다”는 협의 도중의 구체적 발언을 소개한 것 또한 김정은 집단의 성향을 볼 때 김양건을 사지(死地)로 밀어넣을 수도 있다. 앞으로 대남 협상에 나서는 북측 인사가 추후 발언 공개 사태를 우려해 강경 발언만 쏟아낼 수도 있다. 이렇듯 ‘대통령의 시간’에는 전직 대통령이, 입이 ‘지나치게 가볍다’는 비판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대목이 적지 않다.

류길재 통일부 장관은 2월 6일 강연에서 “최근 이명박 전 대통령이 회고록을 썼는데 그 뒤에 있는 내용은 제가 다 알고 있다”며 “(이 전 대통령이) 그렇게 말하면 안 된다”고 이례적으로 강하게 비판했다.

MB는 ‘남북 정상회담 5번 거절, 값진 일’이라고 정리했다. 사실은 ‘거절’이 아니라 ‘결렬’이 적확한 표현이다. 북한만 정상회담을 원한 게 아니라 우리도 원했기 때문이다. MB는 천안함 폭침, 연평도 포격 등 남북관계를 올바르게 관리하지 못해 발생한 일에 대한 반성도 서술하지 않았다. 김정일 집단의 도발에 제대로 응전하지 못한 책임은 군에 떠넘긴다. 관련 대목은 이렇다.

전후 반세기가 지나는 동안 우리 군 본연의 자세가 느슨해진 것은 아닌지 걱정됐다. 물론 전쟁을 원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러나 전쟁을 막기 위해서는 단호한 대응이 필요하다.





대통령은 국군통수권자다. 회고록에서 ‘나’에게 해야 할 비판을 군에 돌린 꼴이다.

앞서 언급했듯 MB는 대남 밀사(密使)의 비극적 최후를 공개했다. ‘북한 국가안전보위부 고위급 인사’(류경의 실명은 거론하지 않았다)가 서울을 방문했다 돌아간 후 처형됐는데, 자신과의 면담 불발 때문에 숙청됐다는 데 무게를 뒀다.

북측 인사는 ‘장군님의 메시지를 가지고 왔는데, 이 대통령이 왜 우리를 만나지 않느냐’고 항의했다고 한다. 그러나 확인한 바로는 김정일의 서한을 가져온 것이 아니었고, 나는 그들을 따로 만나지 않았다.



류경은 장성택과의 권력투쟁에서 처형됐다는 게 전문가들 사이에서 정설로 통한다. 첩보 수준의 내용이 회고록에 담긴 것이다. 이렇듯 사실관계를 왜곡한 것으로 보이는 대목 또한 적지 않다.

MB는 2009년 10월 임태희 당시 노동부 장관과 김양건의 싱가포르 비밀 접촉 과정에서 북측이 정상회담 조건으로 엄청난 대가를 요구했다고 서술했다.

북한이 제시한 문서에 의하면 정상회담을 하는 조건으로 우리 측이 옥수수 10만t, 쌀 40만t, 비료 30만t의 식량을 비롯해 아스팔트 건설용 피치 1억 달러어치를 제공하고 북한 국가개발은행 설립자본금 100억 달러를 우리 정부가 제공하는 것으로 돼 있었다.(…)

무슨 정형화한 ‘정상회담 계산서’ 같은 느낌이었다.

‘관여파’-‘원칙파’ 정책 다툼

‘노태우 회고록’의 내용 검토와 출간을 책임진 손주환 전 공보처 장관은 언론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이번에 북이 쌀이나 비료를 내놔라, 그랬다고 하는데, 사실 북은 크고 작은 규모의 회의를 열 때마다 반대급부를 요구한다. 이번에 공개된 그런 요구가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북한과 남북기본합의서를 만들기 위해 여러 번 만나고 협의한 우리(6공화국)는 어땠겠나. 그거 하나에 대화를 포기하지 않고, 지속적으로 인내심을 가지고 대화를 해서 결과물을 만들어낸 것이다. 회고록에도 서동권 안기부장을 특사로 보낸 얘기는 적었지만 북이 반대급부로 요구한 내용은 일절 쓰지 않았다. 그건 역사 앞에, 국민 앞에 당장 밝혀야 할 내용이라고 보지 않았다.”

‘대통령의 시간’은 ‘대한민국 대통령의 특사’와 ‘김정일의 특사’가 비밀리에 만나 협의한 내용을 5년여 만에 공개해버렸다. 퇴임 18년 후 나온 ‘노태우 회고록’의 입이 ‘무거웠던’ 것과 비교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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