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런데 지난 수년간 거제시가 진행한 각종 사업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특히 정부 차원에서 검토·추진 중인 국가산업단지 개발을 두고 말이 많다. 논란의 중심엔 권민호(59) 거제시장이 있다.
‘가족기업’ 소유 부동산
지난해 11월 거제시는 경남 거제시 하청면 덕곡리 지역에 14만9881㎡ 규모의 덕곡일반산업단지(덕곡산단) 조성을 승인했다. ‘해양플랜트 및 조선 관련 생산시설의 산업벨트로 효과적인 정비 및 계획적인 개발을 통한 경쟁력 있는 해양플랜트 및 조선관련 산업단지를 조성한다’는 게 설립 목적. 실수요자 입주 방식의 산단 개발엔 금속가공업체 Q사와 운송장비 제조업체 H사가 참여했다. 문제는 산단이 들어설 지역에 권민호 시장 소유 부동산이 상당부분 포함됐다는 점이다.
언뜻 보면 덕곡산단 예정지 총 74개 필지 중 권 시장이 소유한 부동산은 4필지 3604㎡(약 1100평, 이하 지적면적 기준)에 불과하다. 그러나 권 시장과 관련된 부동산은 이것뿐만이 아니다. 산단 예정지에는 권 시장이 설립한 조선 기자재 업체 (주)진명 소유 부동산 21필지 8만4116㎡(약 2만5000평)가 포함됐다. 진명 소유 부동산은 산단 예정지의 절반이 넘는다.
권 시장은 이 회사의 지분 46%를 갖고 있다. 권 시장의 처남과 친동생이 가진 지분까지 합하면 권 시장 일가의 지분은 80%가 넘는다. 사실상 ‘가족기업’인 셈. 현재 진명의 실질적 대표는 권 시장의 처남인 박모 씨다.
공직자윤리법(14조)에 따르면, 공직자는 업무 연관성이 있는 기업의 주식을 매각하거나 금융기관에 백지신탁 해야 하며 신탁을 위임받은 기관은 신탁계약이 체결된 날부터 60일 이내에 신탁주식을 처분해야 한다.
권 시장도 2010년 거제시장에 취임한 직후 진명 주식을 금융기관에 백지신탁했다. 조선 기자재 제조업체인 진명의 사업이 거제시장의 업무와 관련되기 때문이다.
규정대로라면 백지신탁된 권 시장의 진명 지분은 2010년에 매각이 완료됐어야 한다. 그러나 취재 결과 권 시장은 여전히 진명 지분 46%를 소유한 것으로 확인됐다. 동생과 처남의 주식도 그대로였다.
금융기관이 공직자가 위탁한 주식을 매각하지 않아도 되는 경우는 하나뿐이다. 자산가치가 없는 등의 이유로 매입자를 찾을 수 없을 때다. 이 경우 금융기관은 공직자윤리위원회의 승인을 받아 주식을 일정 기간 보유할 수 있다.
부동산 가치 200억~250억
그러나 진명은 산단 예정지에 수만 평의 부동산을 소유한 알짜배기 회사라 이런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 덕곡에 있는 진명 소유 부동산의 가치는 200억~250억 원대로 평가된다. 진명의 자본금은 14억 원(14만3827주)에 불과하다.
취임 이후 권 시장은 여러 차례 이 부동산에 대한 처분 방침을 내놨다. “적당한 때, 적절한 매입자가 나타나면 토지를 매각하겠다”고 했다. 지난해 12월 9일에도 권 시장은 지역 언론과 가진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비슷한 의미로 발언했다. 당시 간담회에 참석한 거제인터넷신문 김모 기자는 이렇게 전했다.
“그동안 여러 번 권 시장에게 진명 소유 부동산의 처분 계획을 물었다. 그때마다 권 시장은 (덕곡산단) 허가가 나기 전의 감정평가 가격으로 (기업에) 넘기겠다고 말했다. 권 시장은 이 부분을 아주 민감해 한다. 부동산 문제만 물어보면 ‘나는 재선만 하고 끝내겠다. 더 하지 않겠다’고 한다.”
공직자윤리법(28조)에 따르면, 공직자는 신탁재산의 관리·운용·처분에 관여하지 못한다. 신탁기관과 공직자는 신탁재산의 관리·처분 등에 관한 정보를 요구하거나 주고받아선 안 된다. 이를 어기면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한다.
문제의 부동산과 진명 주식에 대한 권 시장의 의견을 듣기 위해 2월 12일 권 시장을 전화로 인터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