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신동아 로고

통합검색 전체메뉴열기

특집 | 性군기 무너진 한국군

“성추행은 일상…장군 회식에 왜 여군 하사를…”

예비역 여군장교 작심토로

  • 조성식 기자 | mairso2@donga.com

“성추행은 일상…장군 회식에 왜 여군 하사를…”

2/5
‘더플백 사랑’

학벌이 좋은 여군 장교는 직속상관의 ‘자랑거리’였다. 그의 선배들은 ‘행사’가 있을 때마다 종종 그를 데리고 다녔다.

“출세한 여군 장교들을 보면 대체로 생존 욕구가 엄청나게 강했다. 윗사람에게 철저하게 충성하고 아랫사람에게 독하게 대했다. 여군 하사들은 어리고 예뻤다. 이들은 군생활을 잘하려는 의지가 강했다. 장기복무 선발과 진급에 결정적인 영향력을 미치는 남성 상관에게 크게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잘생기고, 친절하고, 때로는 아버지 같은 권력 있는 남성 장교를 집 떠나 외로운 여군 하사가 따르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었다.

오죽했으면 여군들 사이에 ‘더플백 사랑’이란 말도 있었다. 연애 대상은 주로 또래 병사지만, 간간이 유부남도 있을 수밖에 없었다. 젊은 여성들이 폐쇄적인 집단생활을 하며 고된 교육훈련을 받다보니 몸도 마음도 늘 팽팽하게 긴장돼 있었다. 나만 해도 훈련 6개월 받는 동안 생리가 끊겼다. 내무생활을 하는데도 임신했다가 몰래 밖에서 ‘해결’하고 들어오는 여군도 있었다. 여군단 야사(野史)에는 남자에게 상처받고 부대 뒷산에서 목매달아 죽은 귀신 출몰 이야기도 있다.”

유부남, 유부녀가 서로 좋아해 끙끙 앓는 경우도 허다했다. 처녀, 총각이 좋아하면 결혼으로 이어지고, 유부남과 처녀 또는 유부녀가 좋아하면 불륜이 됐다.



“생각해보라. 군이라는 특수한 환경에서 사건이 안 날 수 있겠는지. 나만 해도 동료 유부남 장교와 늘 함께 당직근무를 하고 훈련장을 같이 다니다보니 우정이 깊어져 통제하기 어려운 감정이 생긴 적이 있다. 다행히 서로 자제해 깊은 관계로 발전하진 않았지만. 전투부대에 부임해 가면 여군을 처음 본 부대 남군들이 전부 쳐다본다. 술자리를 하면 잔 한번 부딪치겠다고 줄 서서 기다린다. 그들 중 한 명이 남편이 됐다. 내가 결혼한 걸 알면서 들이댄 후배 장교도 있다. 자기도 결혼했으면서. 그런데 여군 중 나만 이런 일을 당했을 것 같나?”

1990년대에 그는 한적한 지방 부대에 근무한 적이 있다. 그의 표현대로라면, “황량한 시골 거리에 여군 한 명이 나타나면 군인뿐 아니라 지역 주민들까지 다 쳐다봤다.” 부대에서는 그가 혼자 생활함에도 군인가족아파트 한 채를 따로 사용하도록 배려했다. 부임 직후 그를 환영하는 부대 회식이 있었다. 그 자리에서 일이 터졌다.

“속된 말로 술이 떡이 됐다. 돌아가면서 전입 축하주를 받다보니 그렇게 됐다. 딱 깨보니 아파트더라. 발가벗은 상태였다. 그런데 옆에 후배 남자장교가 자고 있었다. 역시 발가벗은 채로. 필름이 끊겨 어찌 된 일인지 전혀 기억나지 않았다. 거실에 나와 보니 담배꽁초가 있었다. 순간적으로 두 가지 생각이 떠올랐다. 내가 실수한 걸까. 아니면 쟤가 침범한 걸까.”

“선배님이 좋아서…”

“성추행은 일상…장군 회식에 왜 여군 하사를…”

MBC TV ‘진짜사나이-여군 특집’편.

어쩔 줄 몰라 하는데 더 황당한 상황이 벌어졌다. 남편이 들이닥친 것이다. 사연인즉 이랬다. Q씨 부부는 떨어져 지내고 있었다. 남편의 부대는 다른 지역에 있었다. 그날 저녁 남편이 전화를 걸었는데, 수화기에서 ‘으음…’ 하는 소리가 나면서 통화가 끊겼다고 한다. 그래서 아내가 심하게 아픈 줄 알고 밤에 차를 몰고 달려왔다는 것이다.

“황당해하는 남편에게 내가 한 말이, ‘여보, 저 남자 빨리 내보내’였다. 그런데 잠시 후 또 초인종 소리가 났다. 회식을 같이한 후배 장교 서너 명이었다. 2차 술자리를 끝내고 숙소로 돌아가는 길에 내 아파트 거실에 불이 환하게 켜지고 창문이 열려 있기에 걱정돼 들렀다고 했다. 이들은 남편과 임관 경로가 같은 후배들이었다. 그 와중에도 남자들은 선후배라고 인사를 나누더라.

그런데 그 후배 장교의 옷이 없었다. 그는 어디 뒀는지 모른다고 했다. 왜 들어왔는지에 대해서도 입을 다물었다. 공교롭게도 그의 아내는 내 남편과 한 부대에서 근무 중이었다. 다행히 내 몸에는 별 이상이 없었다. 하지만 그날 이후 부대는 물론 시골 바닥에 소문이 쫙 퍼졌다. 나는 하루아침에 뻔뻔하고 행실 안 좋은 여자가 돼버렸다. 도저히 살 수가 없었다. 제대해야겠다 싶었다.”

전역지원서를 냈다. 그런데 상부에서 허락하지 않았다. 이에 그는 며칠 동안 출근하지 않았다. ‘현역부적합’이라는 강제전역 사유를 만든 것이다. 그런데 직속상관이 찾아와 한사코 말렸다. 그런 식으로 제대하면 자기들이 징계를 받는다면서. 몇 명 안 되는 여군 장교가 이런 문제로 전역하면 자신들 인사고과에 나쁜 영향을 끼쳐 해당연도 진급에 영향을 받는다고 했다.

이어 부대 지휘관인 B장군이 찾았다. 뒷날 군 수뇌부에 오르고 안보 관련 고위직을 지낸 그는 깐깐한 원칙주의자로 소문 나 있었다. B장군은 자신이 살아온 얘기를 하면서 Q씨를 만류했다. 결국 그는 B장군의 간곡한 설득에 전역 의사를 접었다.

그날 밤 사건의 진실은 한 달쯤 후 밝혀졌다. 무더운 여름밤이었다. 하늘엔 달이 휘영청 밝았다. 잠이 안 와 거실에서 뒤척이는데, 누군가 베란다 문을 열었다. 남자 실루엣이 보였는데, 문제의 그 후배 장교인 것 같았다. Q씨가 소리를 쳤는데도 그는 달아날 생각을 안 했다. 헌병대에 연락하자 그제야 달아났다. Q씨는 그를 범인으로 지목하며 조사를 요구했다. 하지만 헌병 수사관은 ‘증거가 없다’며 들어주지 않았다.

“한 달 전 사건으로 나를 보는 시선이 삐딱했다. 거의 창녀 취급하는 분위기였다.”

Q씨의 강력한 요구에 결국 직속상관 앞에서 두 사람의 대질이 이뤄졌다. 한사코 부인하던 그는 Q씨가 “지문을 채취했다”고 말하자 고개를 떨궜다. 왜 들어왔냐고 묻자 “선배님이 좋아서”라고 답했다.

“한 달 전 내 방에 들어와 발가벗은 채 있었던 이유도 밝혀졌다. 그날 회식장소에서 술에 취한 그가 난동을 부리다 옷을 다 벗었다고 한다. 그 상태로 내 아파트에 침입했다는 것이다. 진실이 밝혀졌는데도 여전히 힐난 받는 건 나였다. 여군단 후배들까지. 내가 행실이 바르지 못한 탓이라면서.”

2/5
조성식 기자 | mairso2@donga.com
목록 닫기

“성추행은 일상…장군 회식에 왜 여군 하사를…”

댓글 창 닫기

2021/08Opinion Leader Magazine

오피니언 리더 매거진 표지

오피니언 리더를 위한
시사월간지. 분석, 정보,
교양, 재미의 보물창고

목차보기구독신청이번 호 구입하기

지면보기 서비스는 유료 서비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