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에서 정치부장, 논설위원 등을 지낸 조 전 위원은 1월 20일 ‘선·후배 동료들께’라는 제목이 붙은 200자 원고지 59매 분량의 서신을 세계일보 기자들에게 보냈다. 이 서신에는 사장으로 내정돼 임명 통보를 받았다가 철회되는 과정이 담겼다.
통일교는 종산복합체의 특수조직입니다. 이 조직에서 문선명 총재와 한학자 총재의 명은 곧 법이었습니다. 그런데 내가 세계일보에 입사한 지 27년이나 됐는데 내 눈을 의심할 희한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12월 29일 ‘정식 통보’를 받고 1월 2일 간단한 취임인사, 5일 정식 취임을 앞두고 며칠 사이에 사태가 발생한 것입니다. (…) 통일교는 내부에 상당한 고민거리를 안고 있었습니다. 아마도 한학자 총재가 사태의 심각성을 느끼고 손 회장을 급파한 배경이 이와 무관치 않다고 봅니다. 정치권력이 바보가 아닌 한 ‘정윤회 문건’ 파동으로 언론 탄압이나 종교 탄압을 할 리 만무합니다. 다름 아닌 형법으로 다스릴 폭탄들이 있다는 것입니다. (…) 현재 통일교 내부에선 한학자 총재가 느끼는 위기의식에 대해 “별것 아니지 않으냐”는 기류와 “종전보다 더 심각한 뭔가가 닥쳐오고 있다”는 견해가 공존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어느 쪽이 맞는지는 시간이 지나보면 알게 될 것입니다. 전쟁에서 이기는 최상의 길은 폐허 위의 승리가 아니라 예방입니다. 통일교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면 그만한 다행이 없을 겁니다. 하지만 그 반대라면?
이에 대해 통일교 측은 “조 전 위원의 주장은 일방적인 얘기”라고 일축했다. 세계일보 기자들은 1월 22일 “총재와 재단, 세계일보 조직 어디에서도 조 위원을 사장으로 임명했다는 얘기를 듣지 못했다”고 반박했다.

‘정윤회 문건’ 보도 이후 세계일보를 소유한 통일교가 곤혹스러운 상황을 맞았다.
‘한겨레’는 1월 24일자 보도에서 ‘주화파’ ‘주전파’ 갈등 구조로 갈래를 쳐 보도하면서 이렇게 서술했다.
“통일교 안에서 그 자체로 법으로 통하는 한학자 총재의 태도는 오락가락하고 있다. 애초에는 정부와 관계 개선을 위해 손 회장을 세계일보에 보내고 조한규 사장까지 교체하려 하다가 내부 반발이 일자 흐름을 일거에 뒤집어엎고 전투태세를 갖춘 것이다. 실제로 한 총재는 지난해 12월 1일 열린 훈독회에서 ‘주화파’인 손 회장을 지명하면서도 현 정부와의 정면대결을 암시하는 듯한 발언을 해 양면적인 태도를 보인다.”
통일교 측은 이 같은 구조는 잘못된 것이라고 반박한다. 언론을 소유한 종교와 정치권력의 충돌이 결코 아니라는 것이다. 일부 통일교인 및 세계일보 관계자가 ‘통일교의 유력자 대부분이 호남 출신이고, 정권과 각을 세우는 듯한 모습은 이들의 정치적 성향과 관련이 있다’고 보는 것과 관련해서도 “통일교단 40여 개 주요 보직에 영호남, 충청, 서울 출신이 섞여 있다. 터무니없는 얘기”라고 반박했다. 2012년 총선 때 민주당 공천을 신청한 김만호 총재 비서실장을 비롯한 몇몇 인사가 정계 진출을 준비한다는 일부의 증언 등과 관련해서도 “확인되지 않은 오보다. 통일교는 전혀 정계 진출을 생각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기자협회보’는 2월 11일 세계일보 인사 관련 내홍(內訌)과 관련해 이렇게 보도했다.
“회장이 50여 일 만에 바뀐 세계일보가 이번에는 사장 교체설로 술렁이고 있다. 당장 오는 2월 12일 사장 거취에 관한 이사회가 열릴 예정이다. 정윤회 문건 보도로 세간의 주목을 받았던 세계일보가 회장에 이어 사장까지 교체될 경우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세계일보 안팎에서는 세계일보 모체인 통일그룹 재단본부가 조한규 사장을 조만간 경질할 것이라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후임으로 사모 전 세계일보 사장이 거론됐으나 지금은 차모 전 세계일보 상무가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2월 11일 ‘미디어오늘’의 보도는 이렇다.
“정윤회 문건’ 보도 이후 흔들리고 있는 세계일보의 사장 교체가 기정사실화돼 논란이 예상된다. 세계일보는 2월 12일 사장 교체 문제 등을 놓고 주주총회 소집을 위한 이사회를 소집했다. 조한규 사장 교체에 중론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2월 12일 이사회는 열렸으나 사장 거취 문제는 확정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통일교 안팎에서는 사장 교체가 임박했다는 관측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