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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담 허물면 천하가 내 집 대통령은 유방에게 배워야”

‘간 큰 대사’ 권철현의 苦言

  • 배수강 기자 | bsk@donga.com

“담 허물면 천하가 내 집 대통령은 유방에게 배워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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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대통령은 제사장…大 위해 小 희생해야 감동
  • ● 民心 즉각 반영해 ‘살아 있는 정치’ 펼쳐야
  • ● 국민은 맹수, 틈 보이면 조련사 공격
  • ● ‘통일대박’은 天元의 한 수…700만 베이비부머 활용하자
  • ● 주일대사직 항의하자 MB 왈 “나를 의심하나”
“담 허물면 천하가 내 집 대통령은 유방에게 배워야”
기자는 2월 2일 서울 여의도의 한 모임에서 권철현(68) 전 주일대사를 만난 적이 있다. 권 전 대사는 이명박 정부에서 3년 2개월간 주일대사를 지냈고, 2012년 대통령선거에선 박근혜 후보의 부산 선거대책위원장으로 ‘박근혜 대통령 만들기’에 나선 인물이다.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는 한일관계, 추락하는 대통령 지지율에 대한 소회를 들어보고자 기대했지만 그는 입을 다물었다. 마침 이명박(MB) 전 대통령의 회고록 ‘대통령의 시간’이 출간된 터. 책 내용에 대해 물었을 때도 “출간 전에 원고 내용을 확인해달라는 요청이 없었다”며 피해 갔다. 기자의 인터뷰 요청도 정중히 사양했다.

그러나 모임 이후에도 거듭 인터뷰를 요청하자 그는 마음이 조금씩 바뀌었다. “도시빈민운동을 벌였고, 외교 현안에 밝은 분이 지금 침묵하는 게 이해가 안 된다”는 기자의 말에 그는 “질의서를 먼저 보내보라”며 한발 물러섰다.

권 전 대사는 여당 출신으론 드물게 1970년대 초반 고(故) 제정구 의원, 김진홍 목사 등과 서울에서 도시빈민운동을 벌였고, 동아대 교수 재직 시절에도 흥사단, YMCA 등에서 시민사회단체 활동을 한 인물이다. 부산 사상구에서 15~17대 내리 당선해 3선(選)의원이 됐고, 국회교육위원장, 한나라당 대변인, 이회창 대통령후보 비서실장 등을 지내며 이름을 날렸다. 이후 주일대사와 세종재단이사장을 지냈고, 김기춘 대통령비서실장 후임으로 하마평에 오르기도 했다. 2월 12일 서울 여의도의 한 음식점에서 그를 다시 만났다.

“‘골든타임’ 놓쳐 성과 한계”



▼ 근황은.

“강연하고, 등산하고. (실)업자도 바쁘게 지낸다(웃음).”

▼ 국정운영에 대해 할 말이 많을 것 같은데.

“몇 차례 말했지만 정책에 반영이 안 되더라. 그래서 말 안 하려고 했다. 박 대통령은 ‘대한민국과 결혼한 대통령’이다. 나도 선대위원장으로 열성적으로 앞장섰고, 국민의 기대도 그만큼 컸다.”

▼ 지금 시점에선 어떻게 평가하나.

“지난 2년간 가장 높이 평가하는 것은 ‘통일대박론’이다. 통일 이슈를 단번에 국정 중심으로 끌어왔다. 국민적 관심사로 부상했고, 주변 4강을 비롯해 국제적으로 주목받았다. 통일 논의가 무성해졌고, 통일 준비도 탄력을 받고 있다. 방향을 정확히 잡았다. 바둑으로 말하면 가장 중앙점, 천원(天元)에 한 수를 둔 것이다.”

▼ 기대감은 컸지만, 국정 수행 지지율은 30% 아래로 떨어졌다.

“국정 동력을 하나로 모아 성과를 창출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특히 경제와 일자리 창출 문제가 심각했고 세월호 참사 영향도 있었다. 그러다보니 국민의 심리적 마지노선이 무너졌다. TK(대구·경북), PK(부산·경남) 50~60대 지지자들이 돌아서고 있다. 일대 전환이 필요한 상황이다.”

▼ 왜 민심이 돌아섰다고 보나.

“‘골든타임’을 살리지 못하고 지난 2년을 보냈기 때문 아닌가. ‘통일대박’으로 통일에 대한 열망과 불씨를 되살렸지만, 살기 팍팍한 국민의 손에 무엇을 쥐여줬는지는 돌이켜봐야 한다. 국민은 손에 쥐여주는 결과, 성과를 보고 지도자를 평가한다. 그런데 지난 2년간 인사는 구성과 운용 면에서 심각한 문제점을 드러냈다. 지도자의 비전을 구현하는 인적 체제가 구축되지 못했고, 효율적으로 가동시키지도 못했다. 앞으로가 더 걱정이다.”

▼ 결국 인사 문제라는 건가.

“총리 인사는 거듭 실패했고, 국정 운영에서도 ‘대통령만 보인다’는 지적이 계속 나왔지 않나. 머리와 몸, 팔다리가 따로 움직인다. 유능한 인적 체제를 갖추는 데 총체적으로 실패해 구체적 성과를 내지 못했다. 개선 기미도 없어 보이니 국민이 화가 난 거다. 인사 실패가 확인되면 즉각 인정하고 개선하려는 결단과 조치가 있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다. 그 결과가 지지도 하락으로 나타났다. 생각해보라. 세월호 참사에 책임을 지고 물러나기로 한 총리가 해를 넘겨 일하면 국민이 어떤 생각을 하겠나. 지도자의 말과 행위를 믿을 수 있겠나. 국민은 맹수와 같다. 조련사가 평소 잘하다가도 틈을 보이면 무섭게 공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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