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0월호

신원식 “秋아들 지휘관 구두 휴가명령? 근거서류 없어 탈영!”

  • 김우정 기자

    friend@donga.com

    입력2020-09-09 17:2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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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씨, 정상적 휴가 연장인데 왜 “복귀한다” 답하나

    • 추첨으로 부대 배치? 청탁 여부부터 해명하라

    • 평범한 병사는 부모 면회 때도 외출증 끊어야

    • 지휘관 A중령 구두로 휴가 연장? 행정적 정리 없으면 무효!

    • A중령, 무능하거나 ‘당근·채찍’에 넘어갔거나

    • 서울동부지검 ‘외압’ 진술 누락 의혹에 ‘노코멘트’ 일관

    • ‘엄마 추미애, 아빠 조국’ 아니라고 미안해 말라



    “추 장관 아들 의혹 ‘저격수’요? 원래 그런 고발은 내 취향이 아닙니다.” 

    서울 영등포구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에서 만난 신원식(62) 국민의힘 의원은 최근 자신에게 붙여진 ‘저격수’ 이미지를 부담스러워했다. 신 의원은 최근 제기된 추미애 법무부 장관 아들 서모(27) 씨의 ‘휴가 특혜’ 의혹과 관련해 서씨 부대 관계자의 증언을 공개하는 등 관련 이슈를 주도하고 있다. 수도방위사령관, 합동참모본부 차장·작전본부장 등 군 요직을 거친 예비역 육군 중장으로, 40여 년을 군에서 보낸 만큼 서씨의 특혜 논란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알 수 있는 위치에 있다. 그는 “추 장관 아들 관련 의혹은 군 복무의 공정성과 기강에 대한 중요한 문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9월 3일과 9일 이틀에 걸쳐 신 의원을 만나 서씨의 휴가 관련 의혹에 대해 물었다.

    신원식 국민의힘 의원. [홍중식 기자]

    신원식 국민의힘 의원. [홍중식 기자]

    “정상적 휴가 연장 상태인데 왜 “복귀한다” 답하나”

    -서씨 측은 병가 신청이 정상적으로 이뤄졌다고 합니다. 

    “2017년 6월 25일 당직병으로 근무했던 공익제보자 현모(27) 씨의 이야기를 곱씹어 봅시다. 당직 근무 중 휴가기간이 끝난 서씨가 미복귀 상태였음을 확인했다고 합니다. 서씨 생활관의 선임병장이 와서 ‘서 일병(추 장관 아들)이 원래 23일 복귀 예정이었는데 이틀째 부대에 들어오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는 거죠. 어떻게 봐도 참 이상한 일이죠.” 

    -어떤 점이 이상합니까. 

    “서씨 측 주장에 따르면 분명 부대 지휘관인 지역대장에게 보고해 구두로 휴가를 승인 받은 것 아닙니까. 그렇다면 왜 부대 당직실에 전파가 안 됐을까요. 서씨 휴가가 연장됐다는 사실을 전파해야 점호할 때 문제가 생기지 않을 것 아닙니까. 휴가 전산처리나 휴가증 발급 모두 10분이면 가능한 일입니다. 백보 양보해서 그럴 시간이 없었다고 칩시다. 그럼 구두로 당직근무자에게 ‘서모 일병의 휴가가 연장됐으니 신경 쓰지 말라’고 전파하면 될 일이죠. 



    더 이상한 것은 당직병과 서씨의 통화 내용입니다. 제보자에 따르면, 서씨에게 전화해 ‘지금 어디냐. 빨리 복귀해라’고 했더니 ‘알겠다’고 답했답니다. 서씨 측 해명대로 정상적으로 휴가 중이라면 ‘당직병님이 잘 모르시는 것 같은데 지금 휴가 중이다’라고 말해야 하지 않습니까. 그런데 통화 30분 만에 낯선 대위가 와서 제보자에게 ‘서 일병 휴가가 연장됐다’고 말했다죠.” 

    -서씨 측은 해당 당직병이 그 날(2017년 6월 25일) 당직이 아니었고 허위증언이라고 반박합니다. 

    “양측이 사실관계를 다퉈보면 금방 결론 날 겁니다. 당직병 근무도 명령에 따라 이뤄집니다. 해당 부대가 관련 자료를 제출하면 끝날 문제입니다.”

    “A중령, 무능하거나 ‘당근·채찍’에 넘어갔거나”

    9월 2일 신 의원은 추 장관 보좌관으로부터 “서 일병의 병가를 연장해 달라”는 전화를 받았다는 군 관계자의 증언 녹취록을 공개했다. 서씨의 군 복무시절 부대 지휘관이었던 A 중령(현재 예비역)과 휴가 행정책임자인 지원장교 B 대위다. 녹취록에서 B 대위는 “추 의원 보좌관이 서 일병의 병가가 연장되는지 문의하는 전화를 했다”고 말했다. A 중령도 “(B 대위가 추 의원 보좌관에게) 병가를 연장할 수 없냐, 그런 전화를 받은 것 같고 지원장교(B 대위)가 안 된다고 했다 들었다”고 말했다. 다만 A 중령은 이튿날 한 언론 인터뷰에서 “서씨 휴가와 관련해 외압 받은 적 없다. 행정 과정의 오류나 실수는 있을 수 있으나 부당한 조치는 없었다”고 밝혔다. 

    신 의원은 9월 6일 서씨의 군복무 당시 주한 미8군 한국군지원단장(카투사 병력관리 총책임자)이었던 C 대령(현재 예비역)이 “서씨를 평창 동계 올림픽 통역병으로 선발하라는 외압을 받았다”는 증언을 추가 공개했다. C 대령은 “(서씨가) 2사단(서씨가 실제 근무한 의정부 지역대)으로 와서 용산으로 보내달라는 것도 제가 규정대로 했다”며 서씨의 부대 배치와 관련해서도 압력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A 중령의 주장은 의원님이 앞서 공개한 녹취록과 배치되지 않습니까. 

    “배치되지 않습니다. 지난번에도 그렇게 얘기하더군요. 본인이 구두로 휴가 명령을 했다는 것 아닙니까. 그런데 구두명령만으로 이뤄진, 사후 행정적으로 정리되지 않은 휴가는 무효입니다. 군대 갔다 온 사람은 다 알 겁니다. 휴가 명령이 나고 관련 사실이 문서화된 후 휴가증을 지급받지 않습니까. 그런데 추 장관의 아들의 경우 휴가증과 휴가 명령지 모두 없다는 것입니다.” 

    -구두로 휴가를 명령할 수 있는 것 아닙니까. 

    “그렇죠. 가령 영외 생활하는 간부의 경우, 근무 중 아파서 조퇴하는 것 정도야 융통성을 발휘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간부도 제대로 된 절차와 명령이 없다면 짧은 휴가도 갈 수 없습니다. 지휘관 명령이 있어야 쉬는 것입니다. 병사들의 출타요? 관리가 얼마나 까다롭습니까. 평범한 병사라면 휴가는 말할 것도 없고, 부모님이 부대에 찾아와 잠시 면회만 해도 외출증을 끊잖아요. 

    물론 예외가 있습니다. 실제 전투 현장에서 지휘관이 ‘저쪽을 공격해!’라고 지휘할 때는 구두 명령만 가능하겠죠. 그런데 ‘전쟁통’도 아닌 평시입니다. 그것도 충분히 근거 자료만 있으면 어려울 것 없는 휴가 명령입니다. 그 중령은 천하에 없는 궤변을 하는 것입니다. 추 장관 아들이 사후 행정적인 정리 없이 휴가를 다녀온 것은 국방부 장관도 인정했습니다. 중령 본인도 인정했습니다. 만약 자신이 지휘관으로서 관련 서류를 다 받았는데 기록하지 않았다? 그럼 책임지고 감옥에 가야죠.” 

    신 의원은 9월 2일 군 관계자 증언 녹취록을 공개하며 “서씨는 이례적인 장기간 휴가를 가는 혜택을 누렸다. 엽기적 황제 휴가 농단이자 탈영 의혹 사건”이라고 말했다. 신 의원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지휘관의 구두명령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근거서류가 없기에 당시 서씨는 ‘탈영’ 상태였다는 주장이다. 

    -A중령이 무리한 주장을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모르겠어요. 아직까지 자기가 그렇게 덮어쓰면 어마어마한 권력이 자기를 보호해줄 것이라고 생각하나봅니다. 사실이라면 참 어리석은 생각입니다. 아마 곧 큰 배신감을 느낄 것입니다. 그 친구가 이토록 비합리적이고 위험한 행동을 하는 이유가 뭘까요. 도저히 그렇게 행동하지 않을 수 없는 압박, 이른바 ‘채찍’이 두려울 수도 있습니다. 반대로 ‘당근’에 넘어간 것일 수도 있고요. 궁금하네요, 그 인센티브가 뭐였는지. 상식적인 국민은 이 사건에 대해 이해 안 되잖아요. 모든 사람이 납득할 수 없는 일의 이면에는 뭔가 있는 거죠. 

    서씨가 병가를 연장한 당시 상황에 대해 두 가지 가능성이 있습니다. 첫째, 추 장관 아들 측이 명령을 못 낼만큼 자료를 제대로 내지 않았을 가능성. 둘째, 자료를 제대로 받았는데 지휘관이 분실할 가능성. 그런데 두 번째 경우 상식적으로 이해됩니까. 추 장관은 당시 여당의 실세 대표였습니다. 그 아들이 진단서를 끊어왔는데 제대로 명령도 안 내고 ‘진단서 그런 것이 뭐 필요해’ 하는 식으로 조치했다? 사실이면 군 기본 규정도 모르는 대단히 무지한 지휘관인 거죠.”

    “추첨으로 부대 배치? 청탁 여부부터 해명해야”

    인터뷰 후인 9월 6일, 서씨의 법률 대리인은 서씨의 무릎 수술 관련 의무기록을 공개했다. 삼성서울병원 왼쪽 무릎 수술 진료기록(2015년 4월 7일)과 ‘오른쪽 무릎 수술이 필요하다’는 삼성서울병원 소견서(2017년 4월 5일)와 ‘수술 후 3개월간 휴식이 필요하다’는 삼성서울병원 진단서(2017년 6월 21일) 3가지다.
     
    이틀 후인 8일 서씨 측 변호인은 재차 입장문을 내고 “2차 병가는 1차 병가가 끝날 무렵 먼저 구두로 승인 받고 서류는 나중에 제출해도 된다고 하여 2017년 6월 21일 이메일로 제출했다”고 해명했다. 휴가 근거 자료가 없는 점에 대해서는 “카투사는 ‘미 육군 규정 600-2’이 우선 적용된다. 동 규정에서 휴가 관련 서류는 1년간 보관하게 되어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같은 날 신 의원 측은 “병가 연장을 진단서 없이 먼저 선조치할 수는 없다. 휴가 연장을 허가할 경우 규정상(육군규정 120 병영생활규정 제111조) 즉시 정정 명령을 발령해야 하나 정정 명령을 내렸다는 근거도 없다”고 지적했다. “카투사 소속 병사는 미 육군 규정을 우선 적용받는다”는 해명에 대해서는 “한국군 지원단은 한국 육군 인사사령부 소속이다. 한국 육군의 규정을 적용받는다. 서씨는 자신의 나머지 휴가기록은 모두 보관되어 있는데, 유독 병가 관련 기록만 누락된 이유를 밝혀야 한다”고 짚었다. 

    -서씨 측은 부대배치 및 보직 분류는 컴퓨터 난수추첨으로 이뤄진다며 C 대령의 주장을 반박했습니다. 

    “지금도 거짓 해명하고 있습니다. 추첨으로 부대배치 및 보직 분류를 분류한다, 그건 맞죠. 그런데 C 대령은 추첨으로 의정부 지역대로 배치 받자 서씨 측이 용산으로 보내달라고 했다고 말하지 않았습니까. 서씨를 평창올림픽 통역병으로 선발하라는 외압을 받았다고도 했고요. 서씨 측은 청탁 여부 자체에 대해서는 침묵하고 있어요. 이 점부터 해명해야 합니다.” 

    -서씨 관련 의혹 수사를 맡은 검찰(서울동부지검)은 8개월 째 기소 여부도 결정 못하고 있습니다. 

    “서울동부지검의 태도도 이상합니다. 이미 6월에 지원장교 대위와 B 중령을 조사하지 않았습니까. 검찰 측이 지원장교에게 ‘서씨가 근거도 없이 어떻게 휴가를 갔느냐’고 추궁하자 ‘잘 모르겠다’고 답했다고 합니다. B 중령도 ‘관련 서류 없는 것은 인정한다’고 했다죠. 그렇다면 검찰도 병원 진단서 등 서류가 없다는 것을 다 확인했을 것 아닙니까. 그런데 변호인 측은 8월 초 검찰이 서씨의 의사 소견서와 진단서를 발부받았다고 주장했습니다. 분명 검찰은 휴가 근거서류가 없다고 부대 관계자를 추궁했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2개월 만에 소견서, 진단서를 찾았을까요. 그 탁월한 ‘신의 능력’을 빨리 국민에게 공개해야합니다. 

    서울동부지검은 A 중령과 B 대위의 ‘외압’ 관련 진술을 누락했다는 의혹도 사고 있어요. 이유를 물어도 ‘노코멘트’로 일관합니다. 만약 우리 측에서 공개한 녹취록이 틀렸다면 검찰이 난리 났겠죠.”

    “추 장관 밑장 다 보여주고 처참한 퇴장하려 해”

    9월 1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장승윤 동아일보 기자]

    9월 1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장승윤 동아일보 기자]

    추 장관 아들을 둘러싼 의혹에 민심이 들끓는다. 세간에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딸이 ‘아빠 찬스’를 썼다면, 추 장관 아들은 ‘엄마 찬스’를 활용한 것이냐는 조롱이 나온다. 군 입대한 아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한 어머니가 온라인 커뮤니티에 쓴 ‘엄마가 추미애가 아니라 미안해’라는 글도 누리꾼의 공감을 샀다. 

    -세간에 ‘엄마가 추미애가 아니라 미안해’라는 말도 나옵니다. 

    “국민의 그런 감정은 당연한 것이라 봅니다. ‘엄마가 추미애가 아니라 미안해’ 혹은 ‘아빠가 조국이 아니라 미안해’ 모두 자조 섞인 표현 아닐까요. 특혜 누릴 기회가 없어 아쉽다는 것이 아니라 불공정에 대한 분노를 담은 것이죠. 요즘 대부분 가정은 자식이 하나 혹은 둘입니다. 그런 귀한 자식들이 목숨을 바쳐 신성한 병역의 의무를 집니다. 부모님들이 자식들에게 미안해할 필요 없습니다. 오히려 자랑스러운 일이죠. 국민과 역사 앞에 부끄럽고 미안해야 하는 것은 추 장관과 조 전 장관입니다. 역사를 돌이켜볼까요. 조선 말 군정이 문란해졌습니다. 로마 제국도 멸망 직전 시민군 대신 용병이 국방을 책임졌습니다. 병역의 불공정은 망국으로 가는 지름길입니다. 추 장관과 아들 서씨는 특권을 이용해 망국의 고속도로로 가는 페달을 밟은 셈입니다.” 

    -김남국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번 논란이 ‘국민의힘 측에 미필이 많은 탓’이라고 합니다. 

    “실제로 헤아려보니 민주당 의원 중에 군 미필이 더 많다는 것 아닙니까. 저는 육사생도 시절까지 합치면 40년 가까이 군 생활했습니다. 미필이 많아서 추 장관 아들에게 의혹을 제기한다는 얘기는 더 논할 가치도 없습니다.” 

    -추 장관은 사퇴해야 합니까. 

    “사퇴여부는 장관 본인과 대통령이 할 결정입니다. 제가 그 문제에 대해 말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다만 더 이상 거짓말하지 말라고 얘기하고 싶네요. 세상 이치란 뻔합니다. 한 두 사람은 속여도 세상을 속일 수는 없습니다. 이쯤에서 추 장관 측이나 검찰이 솔직해져야 합니다. 추 장관께서 마지막까지 밑장을 다 보여주고 처참한 퇴장을 하시려고 하니 안타깝습니다. 국민에게 미안하지 않습니까. 아들과 같은 또래 젊은이들에게 미안하지 않습니까. 고위 공직자라면 보통 국민 이상의 도덕률과 자기 관리가 필요하지 않습니까. 추 장관 스스로 성찰해보십시오. 지금까지 한 해명이 말이나 됩니까. 그런 성찰 없이는 본인도, 국민도 더 비참해집니다. 왜 그렇게 삽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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